오늘날 다매체·다채널화의 발전으로 인해 하나의 동일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이용되고 있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른바 멀티유스라고 하는 콘텐츠의 동적인 이용 현상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나날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2006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전체 규모는 11조 4,494억 엔(전년도 대비 1.4% 증)으로 매년 시장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별로는 영상계 콘텐츠가 전년도에 비해서 2.1% 증가했으며, 음악계 콘텐츠가 7.5% 증가했다. 반면에 텍스트계 콘텐츠는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2006년의 멀티유스 시장도 2조 4,974억 엔(전년도 대비 4.1% 증)으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21.8%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서 각각의 미디어 특성에 따라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미디어 산업의 유통구조가 콘텐츠를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그 구조와 가치 창출의 형태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FTTH나 ADSL, 케이블 인터넷 등에 의한 브로드밴드 환경이 보편화되고 있는 오늘날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터넷을 이용한 전송로의 변화는 방송을 비롯한 정보통신산업이나 정책, 조직의 형태나 유통 등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일본의 각 방송사업자는 방송 콘텐츠의 멀티유스의 촉진을 기본적인 경영 방침으로 하면서 2005년을 기점으로 콘텐츠의 인터넷 전송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최근의 동향으로는 2007년의 개정을 통해 2008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방송법에 의해 올 12월부터 일본의 공공방송인 NHK가 방송 콘텐츠의 인터넷 전송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의 공공방송 NHK는 유료 콘텐츠 전송 서비스인 'NHK 온 디맨드'를 NTT의 광케이블 통신 회선을 통해서 전송한다는 방침이다. NHK가 NTT의 계약 세대를 대상으로 인터넷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저작권 등의 권리 처리에 있어서 허들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서 서비스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NTT의 입장에서는 고화질의 하이비전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NGN)의 이용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NHK를 비롯한 일본 방송계 전체로 볼 때 이러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논의와 얽혀 있는 이해관계의 해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유통에 대해서 비즈니스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항상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저작권 등의 권리 처리에 대한 문제와 네크워크화로 전국 방송이 가능하지만 지역 면허에 근간을 두고 있는 민간방송사업자의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 유통의 탈권역화 가능성에 대한 거부 반응과 같은 것들이 논의의 진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능성을 인정하는 이면에 신중 노선을 함께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방송계가 NHK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변화를 확대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NHK 온 디맨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일본 IPTV 서비스의 최신 동향과 해결 과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요 IPTV 서비스
올 초 일본의 가전·통신 업계의 대기업들은 IPTV의 전송 규격을 연내에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나날이 확대·발전되고 있는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송 규격의 통일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지난달에 발표되었다.
NTT나 소니(SONY) 등 통신·가전·방송의 대기업 15사와 단체는 6월 24일, 인터넷 경유로 각 가정에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IPTV 서비스의 일본 국내 규격을 통일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이용자는 각 서비스마다 필요했던 전용 수신기의 구입이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가입이나 기존에 이용하고 있던 서비스의 변경이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올해 안으로 가전 각사는 통일 규격에 대응한 수신기 내장형의 슬림형 텔레비전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IPTV를 둘러싼 일본의 대응은 비단 통신 업체뿐 아니라 가전과 방송 등 관련업계가 연계해서 IPTV의 보급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주요 통신 대기업인 NTT와 KDDI, 소프트뱅크BB를 중심으로 규격 통일의 책정이나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보다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유한책임 중간법인인 'IPTV 포럼[이사장/무라이 쥰(村井 純)게이오기주쿠(慶応義塾)대학 교수]'을 설립했다. 여기에는 소니나 마츠시타(松下)전기산업, 토시바(東芝), 샤프(SHARP), 히타치(日立)제작소의 가전 대기업 5사와 재경 방송국 등 14사와 NHK가 참가하고 있다. 'IPTV 포럼'은 8월 말까지 통일 규격을 책정하여 9월 이후부터 일본 국내의 IPTV 사업자나 가전 업체에 통일 규격에 대응한 통신 방식이나 수신기의 개발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IPTV 서비스는 월 이용요금이 2천 엔에서 4천 엔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케이블 텔레비전이나 통신위성(Communications Satellite)을 이용한 CS방송과 같이 영화나 해외 드라마, 스포츠, 음악 등의 콘텐츠를 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 국내의 브로드밴드 통신 서비스의 계약수는 2008월 3월 말 현재 전년도 같은 시기와 비교하여 8.8% 증가한 2,875 건에 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YouTube를 비롯한 컴퓨터 단말기를 중심으로 하는 영상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이번 IPTV의 전송 규격의 통일과 브로드밴드 가입자의 증가로 인해 텔레비전을 단말기로 하는 IPTV서비스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니혼케이자이(日本経済)신문에 의하면 'IPTV 포럼'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연내에 책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국제표준규격에 대해서 일본의 통일된 규격이 국제 규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국제전기통신연합에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일본의 통일 규격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일본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한 관련 산업의 확대·발전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의 주요 IPTV 서비스>
※각사의 홈페이지에서 작성 *:소프트뱅크BB의 자회사 **:소니, 마츠시타 전기산업, 토시바 등이 출자
현재 일본의 주요 IPTV서비스는 기본 채널과 옵션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기본 채널은 월 정액제로 각 서비스마다 채널의 수와 종류가 다르다. 또한 기본 채널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이용자들의 마니아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옵션 채널을 부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옵션 채널 또한 각 서비스마다 채널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다.
BBTV의 'ala carte채널'과 같은 경우는 이용자들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1채널씩 선택할 수 있다. 낚시나 스포츠, 해외 엔터테인먼트 방송을 주요 콘텐츠로 준비하고 있다. 이용 요금은 월 945엔(낚시 채널)에서부터 월 1,890엔(24시간 프로레슬링, 격투기 채널)까지 요금 체계가 다양하다. 구체적인 채널 라인업은 낚시 채널(釣りビジョン)과 격투기 채널(FIGHTING TV サムライ), 스포츠 채널(J sports Plus), 한국 엔터테인먼트 채널(Mnet), 슬롯머신 채널(パチンコ★パチスロTV!), 총 5채널을 운영 중이다.
'NHK 온 디맨드' 서비스
전술한 바와 같이 2008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개정 방송법에 의해서 NHK의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 콘텐츠의 유료 제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일본 정보통신심의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업은 공공방송으로서 풍부한 영상 자산을 보다 많은 시청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NHK의 본래 업무인 방송 사업과는 달리 이용을 희망하는 시청자에 한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신료와는 명확하게 구분된 운영·관리가 의무 사항으로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수신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부 'NHK 온 디맨드'의 이용 요금 수입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서비스는 NTT plala[도쿄(東京)·토시마(豊島), 사장/반도우 코우지(板東浩二)]가 운영하고 있는 텔레비전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 서비스 '히카리 TV'를 통해서 제공하게 된다. NTT plala가 보유하고 있는 음악이나 스포츠 등의 최대 75의 전문 채널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게 된다. 그러나 케이블 텔레비전 사업자나 acTVila와 같이 가전 업계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인터넷 전송 회사와의 연계 사업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한 적이 있으나 통신회사와의 제휴는 NTT가 처음이다.
NTT의 전국 광케이블 계약 수는 2008년 6월 현재 954만 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NTT는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보다 확대·강화하여 기존의 ADSL 사용자들을 광케이블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서 2010년도 말까지 현재의 약 2배에 달하는 2,000만 건의 계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비스가 시작되는 올 12월의 시점에서는 약 1,000편 정도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며, 라인업에 대해서는 9월에 정식으로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대강의 윤곽은 그려져 있다. 'NHK 온 디맨드'에서는 뉴스 콘텐츠 등을 방송 다음날부터 최대 10일 동안 인터넷 전송하는, 마치 한국의 다시보기와 같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방송 시간대에 맞출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을 감안한 것으로 뉴스와 정보계 프로그램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뉴스 콘텐츠 외에도 오후 7시부터 11시 시간대의 프로그램 중에서 10편에서 15편 정도의 콘텐츠를 이용자가 편한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선택형 서비스도 예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 방송한 '대하드라마'나 'NHK 스페셜' 등의 콘텐츠도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되는 12월 전까지 '특선 라이브러리'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요금 체계는 콘텐츠별로 과금하는 형태와 풍부한 콘텐츠 중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패키지로 과금하는 형태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개별 과금 보다는 패키지 판매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금액은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마이니치(毎日)신문에 의하면 월 1,500엔 정도의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콘텐츠의 이용 요금은 NTT plala가 계약자에게 일괄 청구하게 된다.
여전히 제기되는 해결 과제
그러나 여전히 저작권의 문제와 지역 면허의 문제 등 해결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아직도 민간방송사업자는 저작권 처리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며, 권역을 넘어서서 프로그램이 전송되는 경우에 계열국과의 관계 문제 등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곧 지방 계열국의 경영 악화로 연결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주회사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자회사의 경영 악화는 전체 그룹의 경영 악화로 전이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유통이 보급·확대되어감에 따라 방송 면허의 체계에 대한 재검토와 같은 제도적인 개선이 요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HK 온 디맨드' 서비스의 개요>
※자료 : 일본 정보통신심의회
또한 저작권 보호 기술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제작 시스템에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 유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탤런트에 의존하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민간방송사업자의 경우는 멀티유스에 따른 방대한 권리 처리 문제가 아무래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물며 기술적인 담보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불법 유통에 의한 탤런트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나 관련 단체로부터 사용 허락을 얻기라는 것이 매우 어렵다.
반면에 NHK는 YouTube에 일부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등 근래에 들어 자사 제작 콘텐츠의 인터넷 유통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독자적으로 제작하여 NHK와 같이 비교적 저작권에 대한 자유도가 높은 BS유료방송인 WOWOW도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 유통에 적극적이다.
각사별로 IPTV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회사 대기업인 NTT나 KDDI, 소프트뱅크BB 등도 IPTV의 보급·발전에 적극적인 협력 태세를 취하고 있다. 텔레비전에 접속하는 전용 수신기의 대여요금 등을 포함해서 월 2천 엔~4천 엔 전후의 이용료를 자사의 유력한 수입원 중의 하나로 하고 있기에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의 활성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저작권 문제나 방송 면허의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을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시각과 입장은 매우 다르며, 해결 방법 또한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올 12월까지 약 1천 편의 프로그램에 대한 방대한 저작권에 대한 권리 처리와 매년 1천 편씩 추가해 나갈 NHK의 계획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우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또한 공공방송의 서비스이기에 무료 서비스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작권의 권리 처리 등에 드는 비용 등을 감안하여 유료 서비스를 결정한 NHK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도 새로운 시대를 대응하는 데 있어서 틀에 박힌 사고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공공방송으로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사업 추진의 행로에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 : - 니혼케이자이신문, 2008년 6월 25일자, 7월 15일자. - 마이니치신문, 2008년 5월 20일자. - 정보통신심의회, <デジタル・コンテンツの流通の促進>及び <コンテンツ競争力強化のための法制度の在り方>, 2008년 6월 27일. - 총무성 정보통신정책연구소, メディア・ソフトの制作及び流通の実態, 2008년 7월.
◦ 작성:백승혁(일본 조치 대학교 신문학전공 박사과정, poowo7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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