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구글(Google)의 인터넷 서비스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야후(Yahoo)를 인수하기로 하고 약 446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인수제안을 야후에 했었지만 최종적으로 거부당했다. 야후는 자사를 매각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제안에 응했지만 주가가 저평가 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아직까지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야후의 가능성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거부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야후 간의 이러한 인수협상이 최종적으로 실패하기는 했지만 협상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 비공식적인 논의는 계속되어 온 듯하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는 서로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그리고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인수전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그 결과에 반발하는 주주들을 안심시킬 묘안이 필요하였고, 인수전 실패 후 적극적으로 다른 인수/협상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떠오르고 있는 회사가 AOL(American Online)이다. 타임워너(Time Warner)가 소유하고 있는 AOL은 형편없는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최강자 구글과 2위 업체 야후, 그리고 3위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초창기 부흥을 주도했던 AOL은 아직도 무시하지 못할 가입자 수와 서비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구글에 밀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에게는 꼭 필요한 회사이다.
구글 역시 AOL은 구글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배너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사업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제휴가 필요한 회사이다. 특히 최근 AOL은 dial-up 인터넷 사업을 분리하고 온라인 광고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회사를 리빌딩 하고 있어 인터넷 서비스의 주 수입원인 광고수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구글, 마이크로소트, 그리고 야후의 관심을 동시에 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야후의 인수전 이후 벌어지고 있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야후―AOL간의 물밑 경쟁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야후―AOL―마이크로소프트
얼마 전 뉴욕 타임즈와 로이터를 비롯한 유력 미디어들은 일제히 야후가 AOL 인터넷 디비전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이러한 보도는 사실 그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오는 8월 1일에 있을 야후의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당 31달러 제안을 거부한 이후 주주로부터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시달려 왔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안으로 AOL을 정하고 접촉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는 타임워너가 AOL을 야후에 넘기고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일정부분 가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박한 주주총회에서 CEO인 제리 양에게 적대적인 주주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만큼 큰 진전이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야후 경영진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Carl Icahn)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칼 아이칸은 야후의 지분 5%를 확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여 야후의 경영진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합병을 강요해 왔다. 특히, 8월 1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멤버 중 하나로 참석할 수 있게 된 아이칸은 두 명의 새로운 이사회 멤버를 지명할 수 있게 되어서 총 11명의 이사들 중 최소 3명의 반 야후 경영진 멤버들이 자리하게 된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칸과 함께 야후의 인터넷 부분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이마저 좌절되자 야후의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특히 아이칸은 8월 1일 주주총회에서 제리 양을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그는 야후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아이칸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면 향후 10년간 매년 23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현 야후 경영진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야후는 AOL과의 접촉을 통해 주주들에게 아직도 야후는 건재하며 AOL의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없이 야후가 독자적으로 구글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주주총회에서 아이칸이 내놓은 새 이사진 구성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칸이 확보한 3명 이외에도 현 야후 경영진에 불만이 많은 이사회 멤버들이 늘어나고 있어 야후의 현 경영진이 획기적인 성과를 올 하반기에 보여주지 못한다면 CEO가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이칸의 인수제안을 거부해오면서 한편으로는 구글과 비공식적으로 인터넷 광고부분의 인수/합병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야후―구글의 제휴가 반독점법을 위반하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구글-야후의 제휴를 허가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인터넷 광고시장을 거의 포기해야 할 만큼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야후의 AOL 인수협상이 의외로 순조롭게 풀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그 이유로, 야후의 새로운 이사회 멤버인 아이칸이 AOL의 실소유주인 타임워너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가 새로운 야후의 이사진으로 추천한 인물이 전 AOL CEO였던 Jonathan Miller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칸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에도 불구하고 우선 야후의 경영진에게 AOL과의 인수를 서두르도록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와의 인수협상이 결렬된 이후, 그 대안으로 마찬가지로 AOL과의 제휴 혹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야후의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AOL은 야후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OL과의 제휴를 통해 AOL의 강점인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의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 야후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으면 야후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터라 현재로써는 AOL의 인수만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나 AOL 모두 공식적으로 접촉을 인정하고 있다.
구글―AOL
구글은 이미 인터넷 검색과 광고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배너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에, AOL은 배너와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자사의 PlatformA/Advertising.com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확고한 자리를 다지고 있다. 현재 이 부문에서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의 Fox Interactive Media와 야후에 이어 업계 3위이다.
또한, 형편없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실적에도 불구하고 AOL의 콘텐츠 부문, 예를 들면 연예계 가십 뉴스를 제공하는 TMZ.com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들은 예외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배너, 디스플레이 광고부문에서 1.4% 점유율로 업계 5위를 달리고 있는 구글로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라도 AOL을 제휴 대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구글은 현재 5%의 AOL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AOL 포털에 자신들의 검색엔진을 달고 있다. 따라서 구글은 마음만 먹으면 AOL을 자신들이 뜻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으며 AOL을 통해서 간접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선뜻 AOL을 인수하기에는 AOL의 다른 실적이 너무나 형편없어 만약 적극적으로 구글이 AOL의 인수를 시도한다면 굳이 구글이 AOL을 인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주들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 AOL의 1/4분기 수익은 전 분기 대비 약 74%나 하락했고 강점으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광고수익도 18%나 감소했다. AOL의 이 같은 경영실적은 최근 인터넷 광고산업의 성장세와 비교해 보면 최악의 실적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 광고 시장은 연간 19.5%의 성장과 더불어 2012년에는 전체 규모가 약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PricewaterhouseCoopers는 전망했다.
하반기 인터넷 미디어 업계의 변화는?
Gabelli & Co.의 시장 분석가 Robert Haley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가 AOL을 인수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고,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AOL 인수를 위해 쓸 수 있는 현금만 약 103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반면, 야후는 28억 달러의 현금 동원이 가능하고 또한 야후의 주주들이 마이크로소프트만큼 경영진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칸 역시 현 야후 경영진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더 가깝기 때문에 AOL의 인수가 야후의 뜻대로 되기 힘들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선두 구글부터 업계 2, 3위인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이는 AOL 인수전은 그 앞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첫째, 마이크로소프트가 AOL을 인수하고, 인수전 패배로 사면초가에 몰린 야후의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와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이 정부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의 제휴가 독점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 할 수 있지만 구글 자체가 현재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구글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에 이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야후가 AOL을 인수하면서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방어하고, AOL에 영향력이 있는 구글이 야후와 제휴하게 되는 시나리오이다. 현재 구글-야후 제휴에 대해 반독점법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만약 이렇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자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구글-야후-마이크로소프트의 3자구도로 인터넷 서비스 업계는 재편될 것이다. 자금력과 사업 측면에서 열세인 그 밖의 업체들은 결국 이들 3사에 의해 인수/합병 되거나 제휴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AOL이고 결국 인터넷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에 타임워너가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3자간에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더라도 현실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또는 구글이 야후의 모든 부문을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왜냐하면 반독점의 문제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외국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고 현재 인터넷 사업의 수익은 광고에서 비롯되는 만큼 야후의 인터넷 광고 부문과 검색 부문은 인수/합병 논의가 별도로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가능성은 당분간은 구글-야후-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도가 이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 회사 중 두 회사의 합병은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전체 구도를 다시 그리는 것인 만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독자 생존의 길도 함께 모색할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CEO인 스티브 발머는 구글의 따라잡기 위해 이사회에 25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사업이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을 여전히 기대할 수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놀라운 성장세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 오는 8월 1일 야후의 주주총회 이후 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참고 : - Bass, T., & Thomson, A. (2008, July 25). Microsoft to spend $2.5 billion a year to keep pace in race with Google. Washington Post. - Jagger, S. (2008, July 8). Yahoo! re-enters merger talks with Time Warner. Times Online. - Reuters, (2008, July 25). AOL talks with Microsoft, Yahoo heat up: Source. New York Times. - Worden, N. (2008, July 21). AOL may become object of Microsoft, Yahoo, Google's desires. CNN Money.com.
◦ 작성 : 이양환(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박사과정, yanghw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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