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미국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쳐 케이블TV 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까지 미국의 미디어 산업은 지상파 방송사와 그 자회사들의 독무대였으나 서서히 고정 가입자들을 확보해 온 케이블TV 서비스 공급자들이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기타 외적인 요인들에 의해 지상파 방송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있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 환경에서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이 우위를 점해왔지만, 케이블TV는 점차 세분화되어가고 있는 시청자들의 기호를 맞추기에 성공하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조적 역할에서 탈피, 미국 미디어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케이블TV의 성장세 - 시청률과 광고수익의 증대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잠식해 온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로의 시청자 이동이 올해만큼 두드러진 해는 없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케이블TV는 전체 시청 점유율에서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199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시청층을 확대해 나가더니 현재는 약 55%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기존 케이블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HBO 같은 채널의 시청 점유율을 모두 고려한 수치이다. 이러한 케이블TV의 시청 점유율 확보는 곧바로 지상파 방송사의 점유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시청률 측면에서 봤을 때 케이블TV의 시청률은 프라임 타임대 기준으로 약 9%가 증가한 반면 지상파 방송의 프라임 타임 시청률은 작년대비 2% 수준의 증가에 그치고 있다. Nielsen Media Research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올 5월까지의 방송시즌이 끝난 지금, 18세에서 49세 연령 시청자들의 시청률은 오직 FOX 만이 2%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을 뿐 FOX를 제외한 ABC, CBS, NBC 등 모든 지상파 방송사들에서 두 자리 수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케이블TV는 시청률면에서 지상파에 비해 열세였지만 Disney 채널의 자체제작 영화인 의 경우는 약 890만 명이 시청할 것으로 나타나 케이블이 전국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그 영향력을 확보하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시청률의 성장은 광고주들의 눈을 지상파에서 케이블TV로 옮겨놓았다. 상반기 동안 케이블TV의 경우 약 80억 달러에 이르는 광고 판매액을 기록, 작년대비 7~8% 상승률을 보인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약 92억 달러의 광고 판매액을 기록, 작년대비 1% 정도의 성장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하반기 광고판매 증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TBS와 TNT 등의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Turner Entertainment Network(혹은 Turner Broadcasting)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CPM(cost per thousand) 시청자들을 내세워 광고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Turner의 CPM 시청자는 약 9~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Turner Broadcasting에 이어 USA와 Sci-Fi 채널 등을 보유한 NBC Universal, MTV, VH1, 그리고 Comedy Channel 등을 보유한 Viacom의 CPM 시청자 증가율도 평균 7~9%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청률 증가에는 자동차, 도/소매업, 그리고 금융서비스 업종의 광고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들의 케이블로의 광고 지출액 증가는 곧바로 지상파 방송사의 손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수익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이들 업종의 이탈에 기인하고 있다. Lehman Bros.의 조사결과는 올 평균 케이블TV의 전체 광고수익이 작년대비 약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는 오히려 3%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작년 약 82억 달러에 이르렀던 광고수익액에서 2,400만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CBS가 약 5.7%, ABC가 약 3.5%, 그리고 NBC가 약 3%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고 오직 FOX만이 작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1%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케이블은 Turner Broadcasting이 약 20%, NBC Universal과 Viacom의 케이블TV 서비스 역시 두 자릿수 수익 증가율을 경험했다. 케이블TV는 앞으로도 계속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미디어로 남을 전망인데,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급격한 시청자 증가율을 꼽을 수 있고,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과 견주어 볼때 전혀 손색없는, 오히려 더 선전하고 있는 점, CPM이 지상파 방송사의 CPM 보다 싸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케이블TV의 선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강세
그동안 케이블TV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한 TV 프로그램을 직접 구매하거나 신디케이션 시장에서 공급받아 제공하고 주로 이를 재방송하면서 프로그램 편성을 해 왔는데, 자체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프로그램 편성의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지상파 방송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Turner Broadcasting의 경우 아예 "Prime time replacement package", 즉 프라임 타임 전용 프로그램 패키지를 오리지널 프로그램들로 채워 방송할 계획이다. Turner가 소유하고 있는 TNT와 TBS는 이미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여 방송하고 있다. TNT의 와 , 그리고 TBS의 와 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수준 높은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이 미국 시청자들을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로 옮겨가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몇몇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처럼 상반기 시즌이 끝나고 하반기 시즌을 준비하는 5월에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기도 하는 등 지상파 방송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의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세부 시청층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적 측면의 성공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의 낮 시청률 하락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데, 주로 이 시간대 시청층이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한 마케팅과 편성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Lifetime과 같은 케이블TV 채널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고, 따라서 광고주들은 이 시간대에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등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가 파업의 영향
케이블TV가 자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자신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작년에 벌어진 작가 파업에 기인한다. 전문가들은 작가들의 파업을 계기로 시청자들이 그동안 관심 밖에 있었던 케이블 방송의 프로그램들을 눈여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작년 11월 작가 파업이 벌어졌을 때 케이블은 약 44%의 시청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는데, 올 4월, 파업이 끝나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새로운 시트콤과 드라마를 방송하기 시작했을 때 케이블TV의 시청 점유율을 오히려 4%가 늘어난 48%였다. 늘어난 4%는 고스란히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 손실로 나타났다. 즉, 재방송이 계속 이루어 지고 많고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보다 더 매력적이다 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DTV Transition (디지털 전환)의 긍정적 영향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의 디지털 전환 역시 케이블TV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2009년 2월로 예정된 디지털 전환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체 TV 시청자의 10%에 해당하는 1,400만 명이 오직 지상파 방송만을 시청하고 있는데, 이들이 결국 케이블 시청자로 편입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인 Craig Moffett은 "디지털 전환은 케이블 산업이 한 세대에 한번 맞을까 말까 한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는데, 실제로 분위기는 케이블이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 중 하나로, FCC는 작년에 100% 디지털 전환을 이루지 못한 대부분의모든 케이블 서비스 업자들을 대상으로 2009년 2월 이후에 계속 아날로그 방송의 송출 중단 없이 약 3년간 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동시에 진행하라는 Dual Must-Carry Rule을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지상파 방송만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이 규칙은 지상파 방송국과 그 자회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2009년 2월 디지털 전환이후 여전히 아날로그 TV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아날로그-디지털 전환용 셋톱박스도 없는 시청자들은 계속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려면 케이블에 가입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에 가입하면 당분간 계속 아날로그 TV로 아날로그로 송출되는 신호를 받아 TV를 시청할 수 있다.
여기에, 디지털 서비스에 가입했더라도 기존의 아날로그 TV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케이블이 가지게 되는 이득은 충분해 보인다. Moffett는 디지털 전환 이후 케이블은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타 요인들
이 밖에도 다양한 광고기법의 변화와 잠재성 높은 묶음 서비스(Bundle Service) 같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케이블TV의 성장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즉 케이블TV 방송사들은 광고 유치를 위한 방송시간의 판매 외에도, 자체 인터넷 웹사이트를 이용한 마케팅 활동과 자체 프로그램에 PPL(Product Placement)를 넣는 등의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의 장기인 묶음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과 전화서비스를 TV 서비스와 묶어서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수준 높아진 자체 프로그램들, 기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증가한 시청자들이 점차적으로 유료 VoD 서비스와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신청하고 있는 추세여서 케이블TV의 호황은 한순간에 끝날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장 강력한 경재자들인 Verizon 같은 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도 기존 인프라 확보면이나 콘텐츠 확보면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FCC는 케이블로 이전하려는 자사의 전화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신 사업자들의 회유 작업을 중단시켜달라는 Comcast와 Time Warner 등의 케이블 사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내비침으로써 여러 가지 면에서 케이블TV 산업은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상파 방송의 몰락으로 비약할 수는 없지만 현재 케이블TV 산업의 성장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비단 방송 영역만이 아니라 케이블은 VoIP와 같은 3세대 통신사업과 인터넷 배급 사업에 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 확보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케이블 사업자들은 인터넷과 통신 사업을 통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이 속해있는 모기업들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더 이상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케이블에만 쏟을 이유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과 통신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블 업계의 위협은 현실인 것이다.
끊임없는 경쟁을 유발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영역의 사업자들을 한데 불러모으는 독특한 미국 방송시장의 환경은 일개 지역을 위한 방송 송출자로서의 케이블의 과거지위를 일순간에 변모시켰다.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더 기대되고 있는 미국 케이블TV 방송의 현재 모습이다.
◦ 참고 : - Baumgartner, J. (2008, June 19). DTV Transition could catalyze cable. Cable Digital News. - Consoli, J. (2008, May 26). Report: Broadcast nets to lose upfront rev. to cable. Mediaweek.com. - Greson, A. (2008, June 19). FCC to uphold cable complaint against Verizon. Reuters. - Hampp, A. (2008, June 19). Strong upfront sales for cable, Syndie. Advertising Age. - Stelter, B. (2008, June 24). Cable channels gain on broadcast networks. New York Times. - _______. (2008, May 26). Cable networks trying to build on their gains in ratings. New York Times.
◦ 작성 : 이양환(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박사과정, yanghw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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