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프랑스의 시청각위원회(방송위원회, 이하 CSA)는 총회에서 휴대용 단말기로 방송 서비스를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TV에 서비스하게 될 13개의 민영채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따라서 2008년 말에서 2009년 봄에 출범하게 되는 프랑스의 모바일 TV는 13개의 민영방송과 아르테, France2 및 France3 등 3개의 공영방송 채널과 함께 총 16개 채널이 서비스 제공을 시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별도의 방송망을 사용하는 모바일 TV를 '개인 모바일 텔레비전(Télévision Mobile Personnelle, 이하 TMP)'라고 부른다. TMP는 개인화(personnelle)와 이동성(mobile)의 특징을 강조한 것으로 경제부 장관인 라가르드가 '주머니의 텔레비전(télé de poche)'라고 표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이와 함께 최적의 전송 품질이 보장된 프로그램을 수신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물론 모바일 통신망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3G 네트워크와는 달리 다수의 접속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HDTV와 함께 '미래 텔레비전(future télévision)'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작년 9월 24일, 공식적으로 출범을 선언한 TMP는 케이블이나 위성 및 IPTV에 비해 조용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유럽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추진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모바일 텔레비전이 어떻게 추진되어 왔으며 또한 채널 선정 결과를 통하여 어떤 방송환경이 만들어 질 것인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개인 모바일 텔레비전의 출범 공식화
2007년 3월 5일의 '시청각 전송의 현대화와 미래 텔레비전에 관한 법'은 TMP의 세제를 공표하였는데 TMP로 전송되는 서비스 세금에 0.1%가 누진되고 이는 CNC(Centre national cinématographique, 국립영화진흥원)로 지원된다. 이후 같은 해 9월 24일, 라가르드 경제재정부 장관, 알바넬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 그리고 노벨리 정무비서가 TMP의 전송 표준 방식을 결정하는 '개인 모바일 텔레비전 법령(arrêté TMP)'에 서명하고 모바일 텔레비전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노벨리 정무비서는 2007년 9월 22일에 일간지 피가로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2010년에 대중화를 목표로 2008년 여름의 북경 올림픽 이전에 시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만여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기술표준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유럽방식인 DVB-H로 결정되었다. 빠른 이동속도와 기기의 배터리 소모가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이 방식은 유럽의회에서 권고하고 있고 국토정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기술표준 채택으로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구인 CSA와 통신우편규제청(Autorité de régulation des Télécommunications et des Postes, 이하 Arcep)의 TMP 추진 업무 분담이 이루어졌다. 즉 방송규제기구인 CSA는 채널선정, 통신규제 담당기구인 Arcep은 주파수 분배를 담당하게 되었다.
지상파를 사용하는 TMP는 '디지털 분배(dividende numérique)'라고 하는 잉여 주파수 재분재를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TNT)으로 인해 남겨진 지상파의 주파수를 분배함으로서 TMP의 여러 채널들을 서비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이 모바일에 대한 초고속 서비스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방송과 통신사업자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2011년으로 예정된 전면적인 디지털화와 함께 휴면화 될 지상파 주파수는 TCP/IP와 같은 중립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에도 사용될 수 있고 디지털 텔레비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VOD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TMP 채널 선정을 통해 주파수 대부분을 선형서비스 텔레비전에 분배함으로써 전통적인 텔레비전 그룹의 주주에게 TMP 주파수를 부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CSA는 TMP에 서비스하게 될 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CSA는 공영채널 3개를 포함한 16개의 채널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하고 13개의 민영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후보자 등록 일정을 발표했다. 2007년 11월 6일부터 2008년 1월 15일까지 이루어진 사업자 선정 공개 입찰에는 대형 방송 그룹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이동통신 전송 사업자인 Orange사가 신청함으로서 이동통신사 자신이 직접 방송콘텐츠 사업자 진출의 의지를 보인 것이 눈에 띄었다.
반면 Orange사와 경쟁사이며 3G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미 모바일 텔레비전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SFR는 고민 끝에 후보자 입찰에 응찰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또다른 이동통신사업자 Bouygues Télécom은 이미 모바일 텔레비전에 진출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바 있다. 신청 사업자 중에서 가장 많은 채널 계획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라가데르 악티브(Lagadère Active)로서 6개의 채널을 신청하였다. 아날로그 지상파 텔레비전 사업자인 TF1, M6 그리고 Canal+는 각각 3개의 기존 채널을 신청하였으며 신청 사업자 중 신생 채널은 영화감독 릭 베송이 운영하는 Europcorp와 벤처기업인 Mobibase가 있다. Mobibase는 모바일에 채널 패키지를 제공하는 콘텐츠 집적자(agregator)이다.
TMP 시장에 대한 엇갈린 전망
채널선정 신청 사업자 중 8개의 대형 미디어 그룹(AB그룹, Bolloré, Canal+, Lagadère Active, M6, TF1, Nextradio TV, NRJ)들은 '프랑스의 TMP 발전을 위한 참여'라는 자율적인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고 '주머니 텔레비전'에 대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양질의 서비스 및 단말기 선택의 다양화 등에 관한 합의된 공동서약서에 서명하였다. 또한 이들은 광고 수익만으로는 재원을 조달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수입 모델은 광고 수익을 통한 무료 제공, 유료가입 및 단말기 판매에 이용료를 부과하는 등의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NPA Conseil(Nouveaux paysages audiovisuels Conseil, 시청각 신환경 위원회)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의 50%를 커버하는데 8천만 유로에서 2억 유로의 비용이 필요하며 각 채널당 4백만 유로 내지 6백만 유로가 필요하다. 2012년에는 TMP의 광고 수익이 8천1백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TMP의 시장성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양존하고 있다. TMP의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TMP가 패키지형의 서비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블 텔레비전의 경우에서 나타나는데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의 시청률은 2%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즉 2% 이상인 경우에 높은 시청률로 간주된다. 그러나 패키지형인 부케 집적자(agrégateur de bouquet)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시청률의 채널이 누적되고 수익구조가 분명하지 않다. 더욱이 CanalSat와 TPS의 합병은 곧 공급 채널의 조정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듯 모바일에 너무 많은 채널을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논쟁이 일어났다. 또한 모바일 세대라고 할 수 있는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소비자들의 텔레비전 소비 시간은 2002년의 64%에 비해 31%로 현격하게 줄어 든 상태이다. 인터넷과 다운로드를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는 팟캐스트 세대에게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시청각 서비스를 공급하는 수직적인 미디어를 거부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TMP의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는 이미 상용화된 3G네트워크의 이동전화 텔레비전 서비스가 성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현재 이동전화사업자인 SFR는 3G 모바일 전화에 텔레비전 서비스를 받고 있는 가입자가 35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년전에 7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 성공의 요인은 풍부한 채널을 공급하고 SFR Illimythics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액제를 시행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요금 부과 시스템은 월 6유로에서 10유로의 차등된 금액으로 '무한정의 텔레비전'이라는 3가지의 패키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민영채널 선정과 각 채널의 수입 모델
CSA의 미셸 보이옹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TMP의 빠른 성공을 위하여 시청자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민영 텔레비전 채널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즉 선정 기준은 높은 인지도와 기존의 시청률이 높은 채널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선정된 16개의 채널은 3년간 프랑스 30%를 커버하게 되며 6년 후에는 60%를 커버하게 되는데 향후 일정을 보면 선정된 날로부터 1달 이내에 CSA와의 협약을 해야 하며 이날부터 2달간 통신사업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TMP의 멀티플렉스를 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TMP 채널 패키지의 상업적인 출발은 2008년 겨울 이전에는 불가능하다.
채널선정 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기득권에 대한 보너스를 부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과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는 대형 미디어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인 Orange사에게 프랑스 축구 리그인 Ligue1에 중계권을 부여한 것과 뤽 베송의 영화 채널을 허가한 것 이외에 새로운 진입자나 소규모 법인에게는 전혀 부여되지 않았다.
방송 프로그램의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지상파 텔레비전을 그대로 모바일 화면에 옮겨 놓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화면에 적합한 프로그램들을 방송하는 새로운 시도의 채널들이다. 후자의 경우는 Europcorp와 NRJ가 있는데 Europcorp는 단편영화와 미니시리즈를 방송하게 되며 젊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NRJ 12는 아침과 오후에 3분 편성의 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한편 채널 선정 발표로 소비자들이 얼마의 가격으로 접근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옮겨졌다. 유로 채널인 Canal+와 Eurosport의 경우는 추가 월정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떠한 수입모델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일간지 레제코는 이동통신 사업자인 Orange를 제외하고는 초기에 월시청료와 단말기 판매 가격에 대한 제세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광고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정된 채널 사업자인 Nextradio사의 알랭 바일 사장은 이동 전화 사업자의 가입 상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며 단말기 가격에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선정된 모바일 TV 민영 채널
단말기의 발전과 새로운 경쟁체제
모바일 텔레비전을 일찍 시작한 한국과 일본 및 이태리의 경우는 모바일 단말기의 개발이 서비스를 따라가는 형태였으나 위의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출범한 다른 유럽의 국가들은 새로 개발된 휴대전화 단말기들이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LG전자의 HB620T 모델이 독일 시장에 출시된 후 모바일 텔레비전 사업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LG전자의 이 DVB-H 모델은 기존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의 전송 네트워크에 대한 직접적인 접속이 가능한 단말기이다. 즉 기존의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의 시청이 이 단말기를 통하여 가능하게 되었다. 이 단말기는 유로 2008 축구의 팬이나 북경 올림픽을 시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는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 단말기의 출현으로 모바일 사업자들이 자신의 수익성이 좋은 잠재 시장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의 표준인 DVB-T에서는 전기 소비가 아주 높다는 것이 단점이었으나 기술표준이 DVB-H로 전환되면서 전기 소비 문제가 많이 보완된 상태이다. 또한 LG 전자 뿐 아니라 대만의 Gigabyte사도 Neuf Mobile과 공동으로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을 수신할 수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를 프랑스에 출시하였다. 이 단말기는 충전된 배터리로 3-5시간의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상당이 높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TMP는 휴대용 이동전화 단말기 위에서 3G는 물론이고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과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었다.
결국 기존의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과 차별성 없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프랑스의 모바일 텔레비전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16개 채널 중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게 되는 Orange TV와 EuropaCorp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느냐가 TMP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프랑스의 TMP 사업자들은 "TMP의 매출액 수치는 모바일을 위한 시청각 작품 생산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주위의 사람들이나 가족에게 보내는 콘텐츠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라고 한 미디어 사회학자 장 루이 미시카의 말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 참고 : - CSA, 관보 게재, 2007년 11월 15일 (Télévision mobile personnelle : le Conseil lance un appel aux candidatures) - CSA, 대언론 발표, 2008년 5월 27일 (Télévision mobile personnelle : les candidats retenus pour les 13 canaux) - "Quel modèle économique pour la TV mobile personnelle?", , 2007년 3월 30일 - "Télé mobile personnelle : Allô! Tu regardes quoi?", , 2008년 5월 28일 - "Télévision mobile personnelle : France2, France3 et Arte y seront", , 2008년 5월 30일 - "Un nouveau combiné complique l'essor de la TV sur mobile", , 2008년 5월 28일 - "La TNT directement sur le portable", , 2008년 6월 8일
◦ 작성 : 최준식 (보르도 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cjs106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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