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케이블 방송기업의 디지털 문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
지난 해 미국 최대 케이블 기업인 컴캐스트가 빗토렌트를 이용한 개인간 파일 공유를 차단했던 사건 이후 더욱 불거진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이 새로운 국면일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두 번째 가입자 규모를 가지고 있는 타임워너케이블은 6월 5일부터 인터넷 브로드밴드의 새로운 시범 서비스를 텍사스주의 뷰몬트 지역에서 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새로운 서비스란 네트워크의 속도와 정보 사용량에 따라 월별 서비스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가령, 초당 768KB 속도에 한 달에 5GB 용량의 서비스는 한 달에 약 30달러, 초당 15MB 속도에 40GB 용량은 약 55달러, 그리고 초과된 정보용량에 대하여서는 GB당 1달러씩의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기에는, 소비자들의 개별화된 인터넷 브로드밴드 서비스 이용행태에 따라 효율적으로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는 선진적인 방식이라고 이야기될 수도 있겠다. 이 새로운 방식은 마치 그동안 몇 차례 토론되어 왔던 미국 케이블 방송 서비스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바라고 있는 '묶음형 서비스(a la carte)', 즉 60개 혹은 그 이상의 케이블 방송채널을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도와는 상관없이 모두 가입하여야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케이블 방송 채널들을 선택하여 차등화된 케이블 방송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과 비슷한 개념을 도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어떤 이는 또한 타임워너케이블의 새로운 시범 서비스가 네트워크 중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가격을 통해 차별화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중립성의 문제는 가격으로 차별화된 '다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중립성과 연결된 주장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타임워너케이블이 시범 시행하는 서비스 방식은 현재 미국의 브로드밴드 서비스 방식--지정된 밴드와이드 등급들(tiers)에 따라 가격을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에 서비스 가입자들의 정보용량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것을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현재의 방식은 편도 각각 5차선의 고속도로라는 네트워크를 서비스 이용요금에 따라 편도 각각 2개 차선까지만 이용하던지 5개 차선 모두를 이용하는 것이고,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에서 문제는 새롭고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고속도로를 새로이 건설하여 배타적인 목적지, 배타적인 속도, 배타적인 접근권 등을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원칙적인 의미에서 "중립적인" 네트워크는 현재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타임워너케이블이 시행하려고 하는 (물론 다른 거대 케이블 기업들도 곧 가세할 것 같은) 이러한 서비스 방식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중립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방식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거대 케이블 기업들이 다양한 온라인 디지털 영상 및 음악 서비스들과의 배타적인 경쟁을 취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빗토렌트의 차단에 따른 사회적 비판 때문에 이행하지 못했던 거대 케이블 기업들의 네트워크 관리/필터링을 위한 대체방식의 다름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살피기 위한 주요 논점들을 토론해 본다.
논점 1: '밴드와이드 독식가들(bandwidth hogs)'만들기
지난 해 소위 '빗토렌트 서비스 차단' 문제가 불거진 것은 개인간 파일 공유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의심되는 네트워크 트래픽이 많다는 케이블 및 콘텐츠 산업의 의심뿐만 아니다. 많은 가입자들이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등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들(ISPs)'에 대해서 네트워크 서비스 질의 저하에 관해 서비스 혁신을 요구해 왔고, 거대 케이블 기업들은 그 원인을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인프라의 개선과 혁신에 두기 보다는 일군의 서비스 가입자층이 네트워크 밴드와이드의 대부분을 '독점'하여, 이것이 다른 일반 가입자들의 서비스 이용 속도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컴캐스트의 경우, 그 타겟을 미국에서 가장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개인간 파일 공유 소프트웨어의 이름을 따른 빗토렌트 이용자들 간의 파일 공유에 두었고, 이 서비스를 차단/관리하는 것은 원할한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한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컴캐스트의 주장이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 따르면, 브로드밴드와이드의 80퍼센트를 전체에서 10퍼센트의 이용자들이 소비하고 있으며, 이것은 또 전체에서 0.5퍼센트의 가입자들이 전체 밴드와이드의 40퍼센트를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수치들을 발판으로 거대 케이블 기업들은 그 주된 트래픽이 개인간 파일 공유에 있다고 보았고, 이 서비스의 이용자들을 '저작권 도둑들(copyright stealers)'뿐만 아니라 '밴드와이드 독식가들(bandwidth hogs)'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밴드와이드 독식가들에 대한 정의가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연방통신위원회 정책입안가로서 재직하기도 했던 배리 페인(Barry Payne)이 지적하는 것처럼, 밴드와이드 능력의 측정은 네트워크에서 GB 정보 트래픽의 순간적인 흐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용자가 거대한 정보 트래픽에 가담하고 있는지 구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즉, 어떤 순간에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하여 클릭을 한 사람과 디지털 영화파일을 다운로드하기 위하여 클릭한 사람 모두 해당 순간 네트워크 트래픽의 정체를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제한된 밴드와이드 능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정한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중립적"일 수가 없으며, '밴드와이드 독식가들'이란 표현은 노쇠한 기간망을 개션하고 혁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요구를 피해가기 위한 핑계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논점 2: 소비자들이 원하는 합당한 가격 차별화에 의한 네트워크 관리라는 주장
거대 케이블 기업들은 보다 향상된--즉 이용용량의 제한이 부과된--가격 차별화에 따른 차등화(tiering)는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서비스 이용패턴에 보다 효율적으로 부합함과 동시에, '밴드와이드 독식가들'에 의해 침해된 나머지 '일반적인(regular)' 소비자들의 네트워크 이용에 대한 '권리'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옴 말크는 다음과 같이 계산을 해 본다. 만일 어떤 소비자가 월 56달러에 초당 15MB의 속도와 40GB의 다운로드 용량의 서비스에 가입을 한다고 할 때, 이 가입자는 한 달에 대략 40시간(하루에 약 75분) 정도의 중간 화질급 비디오와 기본적인 웹브라우징을 위한 데이터 서비스 용량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 75분의 시간이 브로드밴드 서비스 가입자들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10, 20, 30대 층의 인터넷 이용패턴에 비교할 때,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예측된다.ESPN,Comedy Central, Showbox 등 각종 인기 케이블 방송 채널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미 다양한 비디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타임워너가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 최대 프리미엄 케이블 방송 가입자 규모(3,000만 명)를 자랑하는 HBO 역시 지난 해 1월부터 위스콘신 지역에서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컴캐스트의 경우, 한 달에 250GB 용량의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 역시 내년 2월 미국 텔레비전 방송이 디지털화된 이후 그다지 서비스 가입자들의 이용행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하루에 2시간 분량의 영화 한 편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여 시청한다고 할 때, 영화 한 편에 약 8GB를 소비하고, 스포츠 중계를 실시간 시청한다고 할 때, 약 13GB를 소비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각종 교육용 자료 역시 편리하게 가정에서 다운로드 받도록 상황이 더해진다면, 250GB도 결코 충분하지 않는 용량이다. 따라서 새롭게 제안되고 있는 월별 데이터 용량제한과 가격 차등화 서비스 모델은 가입자들의 인터넷 이용패턴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하게는 가입자들 모두를 잠재적인 '밴드와이드 독식가들(bandwidth hogs)'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 용량을 늘이기 위해 블어나게 될 서비스 요금은 브로드밴드 서비스 이용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만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밴드와이드 가격 차별이 궁극적으로 가져올 결과
3억의 인구를 가진 미국에서 2007년 말 현재 약 3,700만 가구가 초고속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표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입자들로부터 케이블 서비스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2008년 말의 추정치를 놓고 볼 때, 지난 8년 동안 두 배가 뛰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침체된 미국 경제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성장은 두 말 할 나위없이 인상적이다. <표 2>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미국의 케이블 산업도 2001년 이후 꾸준한 침체기를 걷다가, 2005년 이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다.
설비투자의 증가가 산업의 성장세와 가장 근본적인 연관성을 갖는다고 보았을 때, 그 원동력은 같은 기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온 케이블 서비스 가입자와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수입이었다. <표 3>을 보더라도, 케이블 산업의 광고시장은 지난 8년 간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 5년간 미국 내 유가가 약 3배 이상 오르는 등 가파른 경기불안의 조짐에 비추어 볼 때, 점점 더 증가하는 케이블 텔레비전 및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 그리고 이에 상응하여 늘어나는 케이블 기업들의 수입 등은 미국 미디어 산업 성장의 주된 원동력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문화활동을 위한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표 1> 미국 케이블산업 소비자 서비스 가입을 통한 연도별 수입 (2008년도는 예상치)
출처 http://www.ncta.com/Statistic/Statistic/RevenuefromCustomers.aspx
<표 2> 미국 케이블산업 연도별 인프라 투자
출처: http://www.ncta.com/Statistic/Statistic/InfrastructureExpenditures.aspx
<표 2> 미국 케이블산업 연도별 인프라 투자.
출처: http://www.ncta.com/Statistic/Statistic/CableAdvertisingRevenue.aspx
그러나 현재 거대 케이블 기업들이 가입자들에게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가? 많은 이들은 타임워너케이블과 컴캐스트 등이 제안하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궁극적으로 기간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던 서비스 차별화 방식을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여기에 저작권 침해 문제를 더하여 그에 상응할 수 있을 만한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산업의 성장과 혁신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은 지난 7년여의 기간 동안 거대 케이블 기업들이 배워 온 것이다.
수입과 구매력에 따라 점점 더 뚜렷한 차별화가 진행되어 온 오프라인(미국의 "다운타운"과 "도시외곽"의 구별처럼)과 달리, 온라인의 공간은 누구나 명시적이나마 동등한 접근기회를 부여받는 곳이다. 네트워크 중립성은 이것을 지키려는 마지막 원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는 힘이다"는 시장경제의 수사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 없는 시장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국의 거대 케이블 기업들이 진지하게 생각할 때이다.
◦ 참고 : - Om Mallk, "Shocking: New Facts about P2P and Broadband Use," April 22, 2008, http://gigaom.com/2008/04/22/ shocking-new-facts-about-p2p-and-broadband-usage. - Om Mallk, "Why Tiered Broadband Is the Enemy of Innovation,"" June 4, 2008, http://gigaom.com/2008/06/04/ why-tiered-broadband-is-the-enemy-of-innovation. - Barry Payne, "A reply," June 5, 2008,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1598. - Brian Stelter, "HBO Putting Shows Online, at No Additional Charge," , January 21, 2008, - http://www.nytimes.com/2008/01/21/business/media/21hbo.html?_r= 1&ex=1358658000&en=0345119a0e82c1c7&ei=5090&partner= rssuserland&emc=rss&oref=slogin.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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