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디어 규제 기구인 Ofcom(이하 오프콤)은 2003년 공표된 에 의해 공영방송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2008 영국 공영방송 보고서>는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제공되는 공영방송 보고서인데, 여기에는 BBC를 포함하여 ITV1, GMTV, Channel 4, Five, S4C 그리고 Teletext 등의 지상파 채널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 보고서에서 오프콤은 공영방송의 현황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 보고보다는 실질적인 방송 시간과 시청률 그리고 각 채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담아내었다. 이 보고서는 오프콤과 방송 관계자들은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상세히 파악하고, 지난 5년간 공영방송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2008 영국 공영방송 보고서>의 첫 번째 챕터인 '공영방송 시장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살펴보고자 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영국 공영방송의 이슈와 동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영국에서의 공영방송
영국에서의 공영방송은 전체 방송 시장의 지형을 그리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2005년 오프콤이 발표한 <영국 공영방송 보고서>에 따르면 공영방송의 존재 목적은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 제공: 뉴스와 같은 시사적이고 분석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개인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아울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정보를 통한 지식 축적: 예술, 과학, 역사 그 외 다른 주제들에 대한 비교적 쉬우면서도 열린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대중들의 지적 흥미를 유발한다. - 영국의 문화 정체성 반영: 영국의 각 지역별 문화적 전통과 영국 고유의 전통문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영국의 문화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 다양성과 대안적 시각 재현: 영국 내 혹은 국외의 타문화 공동체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재현함으로서 다양한 문화와 여러 가지 대안적 시각에 대해 인식하게 한다.
또한 공영방송의 성격은 다음의 여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높은 질적 수준(High quality): 안정된 자금 조달과 제작 여건의 지원. - 전통성(Original): 반복되거나 우연히 얻은 결과물이 아닌 영국에 관한 새로운 콘텐츠. - 혁신(Innovation): 낡은 아이템을 흉내 내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재발견을 통해 신선한 프로그램 개발. - 도전(Challenging): 시청자들의 생각을 창조함. - 참여(Engaging): 대중의 참여가 가능해야 하며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어야 함. - 광범위한 접근성(Widely available):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이라면 대다수의 대중들에게 시청권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성격을 띠고, 공영방송으로 분류되는 방송사는 총 6개로 각 채널은 고유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 BBC: 공영방송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BBC는 차별화된 콘텐츠에 투자하는 특별한 의무를 가지고, 항상 공영방송의 목적과 성격에 부합하는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송사이다. - ITV1: 뉴스와 영국의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아우르는 양질의 방송을 만드는 데 주목하는 방송사이다. ITV1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나 타 지역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별 뉴스의 미래를 책임지고자 하는 방송사이다. - Channel 4: 혁신적이고 교육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개성 있는 방송에 대한 구체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이다. - Five: 영국의 전통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최초의 선구자가 되고자 하는 방송사이다. - S4C는 웨일스 언어로 방송하는 공영방송사라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 Teletext는 양질과 다양한 문자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2008년 공영방송 시장 현황
1)공영방송 채널별 점유율
멀티 디지털 채널 시장의 확대와 여러 가지 뉴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지상파로 대변되는 공영방송의 입지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2007년 말 통계에 따르면 공영방송 주요 5개 채널의 주요 시청 시간대 시청률이 2006년 약 74%에서 71%로 3% 정도 감소하였고, 하루를 통틀어서도 67%에서 64%로 줄어들었다. 하루 전체를 볼 때는 Channel 4의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주요 시청 시간대에는 ITV1의 시청률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디지털 멀티채널 환경과의 경쟁을 위해서, 5개 주요 공영방송 채널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개발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또한 BBC2, BBC3, BBC4, ITV2, ITV3, ITV4 등과 같은 계열회사 채널들의 강세도 두드러졌는데, 이들은 각각 전체 방송의 31%(BBC)와 22%(ITV)를 차지했다. Channel 4와 같은 가족 회사(More 4, E4, E4+1 등)는 11%, Five(Five US, Five Life 등)의 자체 회사들은 총 6%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었다.
2)시청률 정보
연령대별 시청률에 있어서 35세 미만의 젊은 층에게 가장 경쟁력 있는 공영방송은 Channel 4(25%, 15세 미만 어린이 제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Five 역시 젊은 층에서 많은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었고, BBC1과 ITV1은 전체 연령대에서 고른 시청률을 나타내었다. 이 밖에 BBC2는 65세 이상 고령대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채널로 밝혀졌다. 또한 사회적·경제적 수준별 시청률은 2007년 대비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BBC1의 시청률이 높았으며(44%), 그 다음으로는 ITV1(37%)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일수록 Five (47%)를 즐겨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1> 연령대별 공영방송 시청률
3)공영방송의 방송 시간
2007년 이후 공영방송의 방송 시간은 크게 늘어났다. 이는 멀티채널 방송사들이 24시간 방송 체제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공영방송의 위기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ITV1과 Five는 12시 이후의 야간 시간대에 Phone-in Quiz 프로그램(프로그램에서 퀴즈를 내고 시청자들이 전화를 걸어 정답을 맞히면 해당되는 상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방송 시간대를 대폭적으로 늘였다는 평가다.
이뿐만 아니라, 연속극을 포함한 드라마 장르와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공영방송에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나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프로그램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통계에서 5개 공영방송사가 황금 시간대 방영한 프로그램을 분석해 보면 다큐멘터리나 뉴스 같은 사실 관련 프로그램이 23%에서 30%로 가장 크게 증가한 반면 영화나 예술, 종교 관련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채널별로는 BBC1이 뉴스에만 20%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 타 채널에 비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으며, BBC2는 전체 방송 시간의 62%를 시사 관련 프로그램·토크쇼·종교·예술·음악 등의 프로그램에 할애했다. ITV1은 주 시청 시간대의 42%를 드라마와 연속극에 할애하였으며, 나머지 시간 중 19%는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할애하였다. Channel 4는 주 시청 시간대의 20%를 뉴스나 다큐멘터리·토크쇼 등 시사 관련 프로그램에 할애하였으며, 30%를 예술·종교 관련 프로그램에, 13%는 엔터테인먼트 실황 중계(콘서트 실황, 미술관, 박람회 등의 현장 프로그램)에 할애하였다. Five는 공영방송 중 가장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이 강한 채널인 만큼 전체 방송 시간의 31%를 드라마와 연속극에 할애하였으며, 19%는 영화에 할애하여 공영방송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4)채널별 시청률 현황
오프콤은 이번 조사에서 4세 이상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주당 15분 이상 시청하는 채널과 장르별 특성을 파악하였다. 그 결과 멀티채널의 시청률이 2007년 보고서 대비 64%에서 69%로 5% 가량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Digital UK 사업에 따른 디지털 멀티채널 TV 수신기 보급의 확충과 브로드밴드(인터넷) 및 집 전화와 패키지 상품으로 묶여 판매되는 여러 가지 케이블, 위성 텔레비전 상품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지상파 공영방송들의 시청률은 꾸준히 지속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7년 평균치를 놓고 보았을 때, BBC1이 78%로 가장 높았고, ITV1이 70%, Channel 4와 BBC2가 58%, Five는 가장 낮은 40%를 각각 기록했다(<그림 2> 참조). 특히,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중 하나는 매년 8월이 되면 모든 채널의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는 여름휴가로 인해 외국으로 떠나는 인구가 많고, 국내에 있더라도 여러 가지 여행이나 다른 여가 활동을 많이 즐기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2> 채널별 시청률(주당 15분 이상 시청)
<그림 3>에서는 각 연도별로 영국 내 시청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멀티채널 케이블 방송이 처음으로 등장한 1990년부터 멀티채널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이어온 반면, 공영방송들은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처음으로 멀티채널이 BBC1의 시청률을 앞지르면서 공영방송의 위기론이 제기되었고, 이후 2007년에는 멀티채널 방송과 기타 공영방송과의 시청률 격차가 무려 14% 이상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림 3> 연도별 영국 내 시청률 변화
주 시청 시간대(영국에서는 저녁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를 Peak Time으로 정의한다)의 공영방송 시청률은 전체적으로 3% 포인트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 중 주 시청 시간대에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 왔던 ITV1은 멀티채널에 이어 BBC1에도 시청률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BBC2는 Channel 4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Five는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10%에 훨씬 못 미치는 5%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4> 주 시청 시간대 채널별 시청률 변화(1992~2007년)
5)장르별 현황
전체적으로 볼 때, 공영방송 5개사의 주당 시청 시간별 장르 현황은 2007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흐름을 볼 때 공영방송의 전체적인 장르별 시청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 이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낸 장르는 어린이 프로그램과 영화, 음악 관련 장르로 나타났다. 반면 2007년 보고서 대비 증가한 프로그램 장르는 취미/레저 장르와 시사 관련 프로그램 장르로 이들은 각각 2~4%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그림 5> 참조).
결론
2008년 4월 10일에 발표된 <2008 영국 공영방송 보고서>는 공영방송 시스템을 우선시하는 영국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영국에서의 공영방송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디지털 미디어, 멀티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어떤 개선점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한 핵심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림 5> 장르별 시청률(주당 15분 이상 시청)
보고서의 여러 가지 통계가 증명하는 것처럼 영국의 공영방송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고, 이에 반해 멀티채널 사업자들은 점차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청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부분이며, 영국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 공영방송 시장은 점차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BBC의 조사에서 '영국에서의 공영방송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무려 78%에 달하는 응답자가 '그렇다'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결국 무한 미디어 경쟁 시대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널과 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하여 시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경쟁 체제를 조율하고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객관적인 공영방송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멀티채널과 같은 매체의 다양성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비록 공영방송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다양한 사회적 가치와 관심을 아우르며 공동체의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공영방송의 가치는 계속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 참조 : - Ofcom 보고서 『Public Service Broadcasting : Annual Report 2008』
◦ 작성 : 주재원(영국 리즈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csjj@leeds.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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