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방송영상물 제작 시장은 크게 4개 지역에서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 4개 지역은 함부르크, 베를린, 뮌헨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어른 주 그리고 쾰른을 중심으로 하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다. 이들 지역에서 방송영상물이나 영화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원인은 우선 이 지역에 방송사나 신문·잡지사가 집결해 있고, 둘째는,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독일의 영상물 제작 시장이 4개 주요 지역으로 클러스터화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기 위해 연방과 주 정부에서 다양한 진흥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정부 의뢰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나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주 정부에서는 국내외 제작자들에게 더 좋은 제작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에서도 조사연구소인 Formatt Institut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에 걸쳐 방송영상물과 영화제작 현황에 대한 시장 현황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독일 영상물 제작의 80%가 베를린 지역, 함부르크 지역, 바이어른 지역 그리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에서 제작되고 있다. 그중에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이 2005년에는 30%, 2006년에는 28%를 점유하여, 이 지역에서 TV 영상물이나 영화가 가장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바이어른 지역으로 23%의 점유율을 갖고 있고, 그 다음은 베를린 그리고 함부르크 순이다.
1990년대 초부터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던 독일의 TV 영상물 제작 시장은 2001년경에는 거의 포화상태로 약간의 변동 폭만을 보였다. 하지만 2005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큰 폭으로 제작물이 감소하여, 족히 5만 5,000분이 더 적게 제작되었다(약 8%의 하락률). 그러다가 2006년에는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해 2004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TV 영상물만 국한해서 관찰하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의 제작 시장으로 쏠림 현상은 더 분명하다. 2005년에는 35%, 2006년에는 33%의 TV 영상물을 이 지역에서 제작하였고, 바이어른 지역은 2005년에는 11% 그리고 2006년에 17%를 나타냈다. 베를린은 조사 기간에 모두 12%를 보였고, 함부르크 지역은 각각 8% 정도로 미미한 영향력만을 갖고 있다.
이 조사연구에서는 현재 독일의 제작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합병과 구조조정과 관련된 흥미로운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1998년부터 있어온 독일의 텔레비전 방영물 수주량은 비교적 일정하였지만, 제작환경에서 집중화는 지속되었다. 그것의 결과로 10개의 대형 제작사가 전체 수주된 방영물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제작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선두에 있는 제작사는 UFA/RTL 그룹이고, 그 뒤로 MME와 Janus TV가 따라오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텔레비전 제작 환경에서 기본적인 변별점으로 제작자가 방송사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인가 하는 점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와 자회사인 제작사 간의 사업 관계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유럽연합에서 한 공영방송 조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즉, 방송사 소속의 제작사는 전체 제작사의 10.5%에 달했지만 이들은 전체 영상 제작물의 36%를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장르별로 구분해 보면, 2005년에 전체 프로그램 제작 시장은 활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보 프로그램의 제작은 줄고 그 자리를 픽션 프로그램이 차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락 프로그램 제작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2006년에도 이 세 프로그램 장르에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2006년 제작 상황을 보면, 정보 프로그램은 전체 프로그램에서 35%, 픽션 장르는 28%, 오락 프로그램 장르는 약 32%를 차지하였고, 그 밖에 광고나 트레일러 등의 기타 사항이 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텔레비전 제작 시장은 현재 제작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구조조정 기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활동을 했던 제작사들의 수가 그전보다 10% 증가한 808개에 달했지만, 이미 2004년부터 그 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05년과 2006년에도 많은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폐업을 선언하여, 이 업계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폐업을 신고한 제작사는 총 136개에 달한다. 제작사의 연이은 폐업으로 인해 실제적인 손실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큰 손실을 본 지역은 바이어른 주이다. 이 지역에 텔레비전 제작사의 수는 193개(2001년)에서 141개(2006년)로 줄어들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도 2003년에는 173개의 제작사가 있었는데, 2006년에는 144개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제작사당 평균 제작물의 양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에는 949분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1,062분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작사가 문을 닫았고, 2006년에 수주된 제작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의 제작사는 2005년(1,300분)에 이어 2006년에도 평균 1,400분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텔레비전과 영화제작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 이 중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분야에 새로운 제작사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 제작사들이 점점 거대 제작사로 흡수 통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인수된 제작사들은 제작 시장의 경쟁으로 인해 성장에 한계를 보였다. 때문에 합병을 통한 성장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다른 업계와는 달리 영상물 제작 업계는 인수된 후에도 모회사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 이유는 각 제작사마다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최신식 제작기기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작사들이 갖고 있는 자본 부족은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특히 픽션과 오락물을 제작하는 소규모 제작사들은 종종 하나의 포맷만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이 이 포맷으로 제작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입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들 소규모 제작사들의 경우에는 다른 포맷의 픽션이나 오락을 개발할 수 있는 재정과 인력이 없다.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나타나는 제작물의 감소는 다양성을 해칠 만큼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활동적인 제작사의 수가 감소함으로써 제작사들의 평균 제작량은 증가했다. 이런 성장은 제작사 간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그 이전과는 달리 두드러진 인수합병은 없었다. 하지만 소규모 차원에서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라디오 브레멘' 방송사의 모든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제작물을 바바리아 영화제작사에 아웃소싱한 것이다. 즉, 텔레비전 제작 업계의 집중도는 점점 상승해서 상위 10개의 TV 제작사에서 전체 독일에서 제작되는 제작물의 50% 이상을 수주 받고 있다. 독일의 최대 방송제작사는 UFA/RTL 그룹이다. 또한 이들의 순위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제작 업계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구조적인 특징은 제작사가 공영방송사 혹은 민영방송사에 속해 있는가 아니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가로 볼 수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사업 관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것이 공영방송사의 자회사인 제작사들이 국가 보조를 받는 것에 대한 조사를 유럽연합에서 벌인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독일 정부도 방송사의 자회사인 '바바리아 영화제작사'나 '스투디오 함부르크' 같은 제작사들이 민영방송사에서 제작 수주를 받거나 공영방송사가 민영방송사 소속의 자회사인 'UFA 그룹'에 제작을 맡기는 등 서로 제작을 수주하는 등 교차 수주를 통해 수주량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제하기를 권고하였다.
2005년에 집계된 독립 제작사의 수는 그 전년도에 비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에는 독립 제작사 수가 급감해 71개사만 집계되었다. 독립 제작사가 전체 제작사 수에서 차지하는 정도는 약 10.5%로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 채널을 운영하는 모회사 소속의 제작사가 많이 시장에 진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원인은 2005년에 제작 물량이 줄었고, 독립 제작사가 수주한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이것이 더욱 줄어들었다. 독립 제작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1년과 2002년에 나타났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종속된 제작사와 독립 제작사 간의 제작 물량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는 연평균 제작 물량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독립 제작사의 2005년 연평균 제작 물량은 687분이고, 2006년에는 765분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05년과 2006년의 독일 총 제작사 전체의 연평균 제작물량인 945분과 1,066분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이와 반대로 종속된 제작사의 2005년 평균 제작물량은 2,900분과 2006년에 3,600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균형한 제작 수주 물량은 독립 제작사가 종속된 제작사와 경쟁하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주된 원인으로 파악될 수 있다.
예전에 형성된 국제 제작 시장과의 관계는 독일 방송사에서 영화나 픽션드라마에 대한 방영권을 구입하는 것으로만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독일의 방송제작물에 대한 방영권도 해외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제시장의 관계는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져, 독일 방송사들이 외국과의 합작으로 제작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독일 제작자들은 외국 방송사와 사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시장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BBC와 같이 국제시장에서 활발한 방송사의 민영 자회사인 BBC Worldwide에서는 조만간 자체 제작사를 독일에도 세울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계획은 다른 외국 방송사에서도 준비하고 있다.
2005년의 영화 제작량은 2003년에 올렸던 기록을 깼다. 2003년에는 총 제작량이 13만 4,000분인 184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2005년에는 총 14만 5,000분에 해당하는 188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이것은 전체 제작업계에 중요한 영화제작이 좋은 조건에서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6년에 영화제작물의 양은 크게 떨어져, 10만 2,000분에 달하는 총 130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물량의 격차는 언제나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독일에서는 평균적으로 모든 사업체가 연간 1.1편에서 1.2편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영화제작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이 평균치는 대부분의 영화제작사가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실이다. 2005년과 2006년에 나타는 현상은 그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들과 변함이 없다. 영화 편 수와 제작한 회사 수 간의 관계를 비교해 보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영화제작의 지역적 분산 정도는 2005년과 2006년의 자료를 비교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바이어른 지역이 영화제작 산업에서 더 이상 선두를 차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이미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조사를 통해 증명되었고, 2005년과 2006년의 조사에서는 베를린 지역과 바이어른 지역이 거의 비슷한 양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베를린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지역에서 독일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은 4,600분으로 세 번째, 그 외의 지역에서 2,900분 그리고 함부르크 지역에서는 1,900분의 분량을 소화하고 있다.
제작 지역에 초점을 맞추면, 2005년과 2006년은 뮌헨과 베를린 지역이 쾰른과 함부르크 지역보다 강세를 나타냈다. 그 외의 지역에는 바뎀뷰템베르그 지역, 브란덴부르크 지역, 작센과 작센 안할트 지역에서만 약간의 활동이 감지되었을 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 만큼의 활발한 제작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2004년에 이들 지역의 영화제작량은 전체 물량의 15% 정도 되었으나 2005년에는 14% 그리고 2006년에는 9% 밖에 차지하지 못하였다.
◦ 작성 : 최은희(외대 강사, gabrielacho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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