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커뮤니케이션 시장에도 글로벌화 바람이 거세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오프콤 보고서에 의하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영국 미디어 업계 역시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제적 거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향후 무궁무진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된 오프콤 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 집계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규모는 약 870조 파운드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시장 성장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새로운 시장 성장에 걸맞은 규정을 채택하여 특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장과 같은 국가별 유동성이 있는 시장부터 점검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오프콤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시장 분석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일본 그리고 부분적으로 네덜란드와 스웨덴, 아일랜드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 자료가 방대한 점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유럽 주요 국가들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유럽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대한 분석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다. 공식적으로 하나의 국가 체제를 위해 다방면으로 정책 조율을 하는 유럽 연합(EU)의 행보를 볼 때, 이제 유럽 국가들의 커뮤니케이션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구성체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주요 국가의 커뮤니케이션 시장 현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요 국가별 미디어 산업 현황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영국의 텔레비전 시장 규모(약 100억 파운드)는 독일의 90억 파운드, 프랑스의 67억 파운드, 이탈리아의 60억 파운드보다 앞선 수치로 영국 미디어 산업 규모가 타 유럽 국가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표 1> 유럽 주요 4개국 텔레비전 시장 분석
1년에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의무 수신료는 독일이 140파운드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영국 136파운드, 프랑스 80파운드, 이탈리아 71파운드 순이었다. 이것은 순수 지상파 채널만을 위한 금액이며, 이러한 수신료를 지불했을 때 영국은 5개 채널만을 수신할 수 있는 반면, 독일은 13개 채널, 이탈리아는 9개 채널, 프랑스는 7개의 채널을 수신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공영방송의 규모가 큰 영국의 수신료가 높게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텔레비전 수신 형태 조사에서 영국은 디지털 위성 TV가 35%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는 일반 지상파 텔레비전이 35%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독일은 지상파 케이블이 53%, 이탈리아는 일반 지상파 텔레비전이 48%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유럽 연합의 방송 정책에 있어 가장 큰 이슈는 Digital Switch Over, 즉 공중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바로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방송국에서 아무리 최신 디지털 화질의 방송을 제작해서 송신한다 하더라도, 디지털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수신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디지털 텔레비전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수신기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으로 나타났는데, 무려 76%의 가정이 디지털 텔레비전 수신 채비를 갖추었고, 이는 영국 오프콤이 예상하는 2012년에 디지털 전환이 완성될 수 있는 청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는 전체 국민의 절반 수준인 약 53%가 디지털 수신기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탈리아는 46%, 독일은 이번 조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치인 24%만이 디지털 전환 준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독일은 오는 2009년에 모든 방송을 디지털 송신 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2008년은 디지털 전환의 중대 국면이 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커뮤니케이션 산업 성장률
대부분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영국의 텔레비전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고 지적한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타 미디어 대비 텔레비전 미디어의 성장률의 둔화이다. 독일을 제외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텔레비전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 2001년 이후 모두 4%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영국은 독일과 더불어 1%대의 성장에 머물러 앞으로의 텔레비전 산업의 성장세도 더 이상 상승곡선을 그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독일의 저성장과 동일시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타 미디어 산업의 성장률과의 비교분석으로 가능하다. 독일은 텔레커뮤니케이션 사업만이 3.0%의 성장률은 보였을 뿐 라디오 시장 역시 1.9%의 성장률을 보여 유럽 국가들 중 미디어 산업이 가장 느리게 확장되는 국가로 나타났다.
<그림 1> 2001~2006 유럽 국가들의 커뮤니케이션 산업 연평균 성장률
그러나 영국의 경우 텔레비전 산업의 저성장률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위성 채널이나 케이블, 그리고 프리뷰 산업에 기인하는 것일 뿐 미디어 시장 전반의 속도 저하는 아니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은 5.0%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성장률과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4.4%의 성장률을 나타낸 디지털 라디오 산업 등으로 인해 여전히 미디어 산업 시장이 왕성하게 팽창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 중 전반적인 미디어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로 조사되었는데, 지난 5년간 이탈리아의 텔레비전 산업 성장률은 무려 9.3%,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 성장률은 6.5%에 달해 이번 조사 대상 국가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보급률
앞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영국은 유럽에서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76%)로 조사되었다.
<그림 2> 유럽 주요 국가들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보급률
또한 브로드밴드(인터넷 서비스) 보급률에서도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이탈리아는 모바일 산업에 있어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물론 1인당 모바일 보급률 139%가 의미하는 것이 단순히 모바일 산업의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위성 송신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미주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SIM 카드 형식을 이용하는 유럽 국가들이 모바일 폰 기종 변경 및 가입이 용이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이를 곧 모바일 산업 경쟁력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차세대 모바일 산업이라고 불리는 3G 모바일 시장에 있어서 프랑스(6%)나 독일(7%)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는 28%의 보급률을 나타내는 것은 이탈리아의 모바일 산업의 잠재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수치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은 집전화 보급률에서는 가장 높은 67%의 수치를 나타내었지만, 인터넷 보급률(38%),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률(24%) 등 뉴미디어 보급률에서 유럽 최저치를 기록해 향후 독일의 미디어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시장 - 광고
국민 1인당 연간 광고비 총액에서는 영국이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영국은 1년 동안 국민 한 사람에게 인터넷 광고 33파운드, 옥외 광고 15파운드, 영화 광고 3파운드, 라디오 광고 8파운드, 텔레비전 광고 64파운드, 그리고 인쇄/출판 광고에 108파운드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연간 115파운드, 독일은 148파운드, 이탈리아는 104파운드의 광고비를 지출해 영국이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나라이자, 국민들이 광고에 노출될 확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해당 국가의 물가 수준, 인건비와 경제적 여건 등 복잡한 함수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국가별 광고 물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유럽 주요 국가들의 1인당 연간 광고비 총액
텔레비전 시장 분석
영국은 국민 1인에게 텔레비전 시청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1년에 166파운드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유럽 각 국가의 국민 1인당 텔레비전 운영비 세부 항목
이는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영국은 이러한 금액을 공공 자금 41파운드, 기부금 67파운드, 광고 수익 58파운드로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3개국은 각각 106파운드, 109파운드, 104파운드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독일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39파운드가 공공 자금으로 나타난 반면, 프랑스는 50파운드의 기부금이, 이탈리아는 55파운드의 광고 수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폴란드와 스페인처럼 개발 과정에 있는 국가들은 광고 수익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으며, 네덜란드와 스웨덴 같은 국가들은 기부금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비교가 되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분석
유럽은 전통적으로 공영방송이 발달한 곳이다. 2007년 말 현재 유럽에는 총 56개국 75개의 공영 서비스 방송이 존재한다. 이러한 풍토로 인해 텔레비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디어 산업에도 공영적 마인드가 반영된다.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영국의 공영 인터넷 서비스도 바로 이러한 공영 미디어 산업의 일환이다. 한국에서는 공영 미디어라고 하면 흔히들 딱딱한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많이 생산하는 주체로 인식되기 쉬우나 사실 공영 미디어는 뉴스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유럽 커뮤니케이션 산업 조사에서 각국의 공영방송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각국의 다양한 공영방송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림 5> 유럽 각국의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장르별 분석
우선 영국의 BBC는 가장 많은 시간을 시사 관련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Factual 프로그램에 할애했고(24%), 그 다음으로 픽션 장르에 22%의 시간을 할애했으며, 오락 프로그램 18%, 뉴스 13%, 스포츠 10%, 교육 7% 등 유럽의 타 국가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고른 분포를 나타내었다. 독일은 무려 32%의 프로그램을 픽션에 할애했고, 그 다음으로 Factual 프로그램 19%, 예술과 음악 장르 13%, 오락 10%, 뉴스와 스포츠가 각각 9%로 조사되었다. 반면 프랑스는 가장 많은 33%의 프로그램을 오락 장르에 할애하였고, 그 다음으로 예술과 음악 장르에 23%, 뉴스와 픽션에 각각 15%, 스포츠에 6% 순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역시 오락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24%의 시간을 할애하였고, 그 다음으로 픽션 21%, Factual과 뉴스 장르, 예술·음악 장르가 각각 15%를 차지하였다. 유럽 국가들 중 가장 극단적인 방송 편성을 나타낸 국가는 폴란드와 아일랜드로, 폴란드는 무려 절반에 가까운 47%의 시간을 픽션 장르에 할애하였고, 아일랜드는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57%의 콘텐츠를 픽션 장르에 할애함으로써 각국 공영방송의 개념과 가치관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 6> 텔레비전 콘텐츠의 생산 주체별 현황
이처럼 공영방송이 잘 발달된 유럽도 미국의 대량 생산된 미디어의 공세에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 유럽 미디어 시장의 현실이다. <그림 6>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의 경우 방송사들이 외주 업체로부터 구매한 프로그램 콘텐츠 중 절반 이상인 약 59%가 미국, 캐나다, 남미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영국 자체 제작 콘텐츠는 26%에 불과했고,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 수입된 프로그램도 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스페인은 유럽 국가들 중 자국 생산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방영하는 국가로 조사되었고(74%), 미국·캐나다 등 미주 지역의 프로그램은 17%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 중 콘텐츠 수입 경로가 가장 고른 국가는 프랑스로 조사되었는데, 프랑스의 콘텐츠 주체별 현황은 자국 프로그램 35%, 타 유럽 국가 프로그램 28%, 미주 지역 생산 프로그램 32%로 조사되었다. 또한 독일과 이탈리아는 자국 생산 프로그램 비율이 각각 8%와 7%에 그쳐 자국 콘텐츠 시장이 자칫 잠식당할 수도 있는 중대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들의 평균치를 보면 자국 생산 콘텐츠 34%, 타 유럽 국가 생산 콘텐츠 19%, 미국 등 미주 지역 생산 콘텐츠 37%, 기타 11% 등 전체적으로 보면 자국 생산 콘텐츠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 지역에서 생산된 프로그램의 비율이 점차 상승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등장과 특히 미국의 대형 미디어 배급사들(소니 픽처스, 타임워너, 20세기 폭스 등)의 유럽 진출로 인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유료 텔레비전 vs. 무료 텔레비전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신료를 징수한다. 공영방송에 기반을 둔 유럽 방송 시스템에 있어 수신료 징수는 매우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다. 스웨덴이 연간 151파운드의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을 비롯해 독일 140파운드, 영국 136파운드, 아일랜드 108파운드, 프랑스가 79 파운드 등의 수신료를 각각 징수하고 있다.
<그림 7> 유럽 국가별 유료·무료 텔레비전 수신 비율
하지만, 이러한 수신료에 따른 무료 지상파 방송의 채널 선택권에는 한계가 있고, 많은 미디어 수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유료 텔레비전 시장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수신료를 납부하면 기본 5개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유료 채널 가입자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45%에 이르는데, 이는 유럽 국가들 중 이탈리아(22%)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55%의 무료 텔레비전 수신자들 중에는 절반에 가까운 프리뷰(셋톱박스만으로 약 80여 개의 디지털 채널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 시청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들도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디지털 채널을 수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비슷한 수준의 유료 시청자들 분포를 보였으며, 독일은 유료 텔레비전 가입자 수가 7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었다. 또한 스웨덴(88%), 아일랜드(72%) 등이 유료 텔레비전 가입자가 매우 높은 국가들에 속했으며, 네덜란드는 전 국민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99%의 유료 텔레비전 가입자를 보유해 유료 텔레비전의 천국이라 불릴 만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 참조 : Ofcom "The International Communications Market 2007"
◦ 작성 : 주재원(영국 리즈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csjj@leeds.ac.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