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방송사로 등극
독일의 민영방송사 ProSiebenSat.1은 금융투자사인 Permira & KKR을 새로운 소유주로 맞이한 후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즉, 스칸디나비아의 방송사 그룹 SBS를 인수합병하여 유럽 최대의 방송사 그룹 RTL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방송사 그룹이 되겠다는 것이다. ProSiebenSat.1 wird die Nummer zwei in Europa. 2007년 6월 27일자. www.faz.de 이러한 인수합병은 유럽 최대의 방송사 그룹 RTL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ProSiebenSat.1 방송그룹이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 방송시장에 ProSieben‧Sat.1‧Kabel1‧N24‧9Live 등의 채널을 소유하고 있고, SBS Broadcasting Group은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지역 그리고 동유럽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완벽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인수합병으로 연간 8,000만~9,000만 유로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인수합병으로 24개의 Free TV 방송사, 24개의 Pay TV 방송사, 22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합쳐졌으며 대략 7,700만의 시청 가구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ProSiebenSat.1사는 30억 유로 정도의 매출 규모에 6,000명 정도의 종사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RTL의 연간 매출 규모는 약 5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SBS 방송그룹 인수합병에 33억 유로 지불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에 든 비용 33억 유로가 모두 은행의 신용대출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ProSiebenSat.1 그룹에 투자하고 있는 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 ProSiebenSat.1의 주요 투자사는 Bank of America, Calyon, Credit Suisse, der HypoVereinsbank, J.P. Morgan, Lehman Brothers, Morgan Stanley 그리고 Royal Bank of Scotland 등이다. 의 비난을 받게 되었고, 기업 이익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ProSiebenSat.1사는 그것의 수순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하였다. 합병이 이루어진 지 한 달이 지난 7월 중순경에 ProSiebenSat.1 그룹에서 약 180명을 구조조정으로 방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룹 전체 종사자가 6,000여 명에 달하는 대기업인 만큼 180명을 방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리되는 분야가 주요 채널들의 정보 매거진 프로그램들인 것이다. 그것들은 Sat.1 방송사의 매거진 프로그램인 , 그리고 이다. 즉, 이 프로그램들이 축출되는 이유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뉴스정보방송사 ntv의 프로그램 도 낮은 시청률이 원인으로 8월 말까지만 방영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ProSiebenSat.1의 대표 Guillaume de Posch는 이러한 정보 프로그램의 삭제에 대한 결정이 KKR & Permira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경영단의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게 수익구조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Bad News für Sat.1. 2007년 7월 20일자. Financial Times Deutschland.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ProSiebenSat.1은 지금의 23% 성장보다 더 높은 30% 성장에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렇게 시청률이 떨어지는 인기 없는 정보(매거진) 프로그램들은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만 늘릴 뿐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실히 보인 것이다.
Sat.1 정보매거진 프로그램 대거 축출
ProSiebenSat.1은 소유주가 Pemira & KKR로 교체된 이후 방송사의 행보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독일 정부가 갖고 있는 방송정책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내용과 질적인 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 방송으로 인가를 받은 Sat.1 방송의 경우에는 특히 일정 정도의 정보 프로그램을 담보하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정보매거진 프로그램을 대거 축출하는 행보는 앞으로 Sat.1이 종합편성 채널로서의 위치를 불안하게 하고 여론의 거센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이러한 ProSiebenSat.1의 입장에 대해 독일 언론과 정계, 그리고 미디어 관찰자들은 대부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는 경제 전문지 에서도 스캔들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위와 동일. 또한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에서는 ‘민영방송의 종말(Das Ende des privaten Fernsehens)’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Sat.1의 이 같은 결정은 “방송 역사에 남을 만한 결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Das Ende des privaten Fernsehens. 2007년 7월 21일.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독일의 저명한 주간지 의 논평에 따르면, Sat.1의 이러한 행보는 방송사가 정보 프로그램에 집중하겠다는 3년 전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당시 Sat.1은 공영방송사의 의 메인 앵커였던 Thomas Kausch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뉴스 프로그램 를 개설하였다. 또한 ARD의 간판급 정치토론 진행자인 Sabnie Christiansen Sabine Christiansen은 올해 6월 말에 자신의 토론 프로그램의 종영을 발표했다.
이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시간대에 Bettina Rust라는 앵커를 기용해서 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였다. 이것은 단지 3개월만 버틸 수 있었는데, 처음부터 무리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오 매거진 프로그램 도 ARD와 ZDF의 공동제작물인 과 RTL의 정오 매거진 프로그램 에 밀려 생긴지 1년 반 만에 다른 시간대로 편성이 되었고, 이번에는 완전히 편성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동안 Sat.1의 노고는 인정해 줄 만하다. 오전 시간대의 시청률을 보면 14~49세 나이대의 시청률은 1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을 인구수로 따져보면 38만 명에 그친다. 따라서 이렇게 적은 시청률 시간대에 나가는 프로그램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기란 힘든 이야기다. 또한 지방 소식을 담은 지역 프로그램의 경우는 독일의 프로그램 정책의 산물로써 법에서 규정한 일정한 프로그램 편성시간에 편성했어야 하는 어려움도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에 야심 차게 시작했던 정보 프로그램들이 3년 후 자본의 힘에 밀려 줄줄이 퇴진하고 있는 것은 Sat.1의 프로그램 정책을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라지는 정보 프로그램에 무엇이 대신할 것인가? Sat.1 대표인 Matthias Alberti는 정보 프로그램을 없애는 대신 더 많은 오락 프로그램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Die “Informationsoffensive” floppte. 2007년 29호. Die Zeit.
또한 ProSiebenSat.1은 제작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앞으로는 제작을 동유럽에서 주로 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ProSieben verlagert Produktion ins Ausland. 2007년 7월 18일.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특히 새로 인수합병된 SBS의 헝가리 제작사를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인원뿐만 아니라 제작 장소까지도 저렴한 동유럽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Sat.1-오락 프로그램 편성 강화
지금까지 Sat.1 방송은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적인 민영방송사로서 그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종합 프로그램 편성방송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정보 프로그램, 텔레비전용 영화 그리고 분데스리가 등의 굵직굵직한 스포츠 중계 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런 소득이 없는 프로그램은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를린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정책연구소의 대표 Lutz Hachmeister는 “아주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이미 독일의 텔레비전 방송시장은 몇 년 전부터 광고주를 유치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방송사로 넘치고 있었고, 이로써 극심한 경쟁체제로 넘어간 후 방송사가 광고주 유치에 맞는 프로그램 편성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Sat.1의 방송전략을 바꾸게 한 계기가 있는데, 그것은 첫째, 새로운 투자자들이 Sat.1이 이윤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가 점점 성장하면서 광고주를 빼앗아 가는 것, 그리고 Sat.1, RTL, ProSieben 등의 주요 민영방송사들이 디지털 미디어로 전환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민영방송사들이 스스로 좌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Bad News für Sat.1.
비록 이런 상황이 Sat.1의 경우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RTL에서도 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인원삭감이나 통합 등을 통해 정보 프로그램에 드는 제작비용을 줄이고 있다. 때문에 RTL에서도 뉴스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400여 명의 고정 직원들 중에서 얼마만큼이 해고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발표를 한 상태이다.
이렇게 독일의 민영방송사들이 타 방송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단순히 시청률이 적어서 광고료로 수익이 나지 않는 정보매거진 프로그램을 대거 정리하는 것은 아주 값싼 대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값싼 대책의 대가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방송사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즉, 광고주는 시청률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질 높은 프로그램도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Sat.1의 경우와 같이 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을 하게 된다면 광고주의 이미지에 맞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결국에는 광고주를 잃는 상태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이 방송사에 대해 갖는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RTL의 경우에는 민영방송의 뉴스정보 프로그램에 대해 신뢰하지 않던 독일의 시청자들의 기존 관념을 깨기 위하여 질 높은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정책을 이미 10년 전부터 펼쳐왔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이제야 보고 있다. 즉, 시청자들이 RTL의 정보 프로그램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와 동일.
이렇게 정보매거진 프로그램을 대거 삭제하기로 한 Sat.1에 대한 정부 미디어 정책자들의 반응은 Sat.1이 방송사로서 재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사실상 방송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디어 정책자들이 이것을 결정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또한 이런 Sat.1의 결정에 대해 공영방송사 측의 반응은 민영방송의 정보 프로그램 정책의 포기로 공영방송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것이라고 보고 있고, 다음번 시청료에 대해서 더 강력한 주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영방송도 공영방송만큼이나 질 좋은 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RTL 방송만 더 힘들게 된 꼴이 되었다.
무한 경쟁 가시화-새로운 경쟁 시작
하지만 이번 문제는 민영방송인 Sat.1이 정보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공영방송 측이 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입지를 공고히 한 것으로 단순히 문제가 정리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제 독일 방송시장에서 더 이상 방송윤리란 글자는 점점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올해 열리는 투어 데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독일의 T-Mobile사의 선수 Patrik Sinkewitz가 약물복용으로 스캔들을 일으킨 것에 대해 공영방송사인 ARD와 ZDF가 더 이상 생방송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생방송 중계권이 Sat.1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Sat.1은 도핑 문제로 얼룩진 Tour de France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비판을 하고 중계 거부를 한 타 방송사에 대해 ‘의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을 사고 있다. Sat.1 übernimmt Tour Berichterstattung. 2007년 7월 19일. Fiancial Times Deutsch- lands.
이러한 Sat.1의 행보는 경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도핑으로 물들은 Tour de France에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않으려는 광고주들이 광고를 철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용품 전문회사인 아디다스는 더 이상 Tour de France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다른 회사들도 광고를 꺼리고 있다. 때문에 Tour de France의 생중계권을 맡은 Sat.1이 광고주 섭외에 어려움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Werbekunden meiden Tour de France und Sat.1. 2005년 7월 25일자. www.digitalfernsehen.de/news/news_181384.html
‘Werben & Verkaufen’의 정보에 따르면 Sat.1은 Tour de France에 끼워 넣을 광고에 대한 광고료를 50%까지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사들이 좌지우지하는 방송 프로그램
이와 같은 Sat.1의 프로그램 정책 변화는 때문에 언론 집중화를 막아 보려는 독일 정부의 노력에 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Sat.1에서는 부인을 하지만 이것은 투자사들의 압력에 의해 방송 프로그램 정책이 송두리째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자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독일 정부가 노력한 언론 집중화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방송사가 국제적인 재정투자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가능성을 통제하는 법안이 새로운 방송법에서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자명한 것이다. Mesalliance: Finanzinvestoren vs. Konzentrationskontrolle?. 2007년 7월 21일. epd Medien 제 57호 기사.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KEK이나 KEF 혹은 지방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청(LMK)들에 대해 그들의 조사권을 발동하라는 정치권의 의견이 앞으로 메아리로 남을 것인가 실제로 가동될 것인가는 주목해 볼 만하다.
◦ 작성 : 최은희(외대/인하대 강사, gabrielachoi@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