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방송 시장과 통신 시장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물론 방송‧통신의 융합(media convergence)이라는 화두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현재 미국 방송‧통신 시장에서 각 사업자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거나 앞으로 제공될 서비스들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방송‧통신 융합이 보편적인 서비스 단계에 막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인터넷의 출현 이후 인터넷의 사업 가치를 인식한 케이블, 위성 그리고 통신 사업들은 그동안 각각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케이블과 위성 그리고 전화망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 전송을 제공하기 위해 신기술을 이용한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을 추구해 왔다.
특히 각종 규제와 그 규제의 철폐, AT&T의 독점적 지위의 해체, 통신 업체들의 인수‧합병 시기를 거쳐 시장이 재편되어 온 미국의 통신 시장은 와이어리스(wireless)와 fiber-optic 네트워크를 통한 음성, 영상 그리고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0일 시카고에서 열린 Nxtcomm trade show는 와이어리스와 fiber-optic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통신 사업자들에 의한 영상물 전송이 이제 현실화되고 있으며, 영상 서비스가 통신 사업자들의 서비스에 핵심이 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Telecommunication Industry Association과 United States Telecom Associa- tion 멤버들이 가장 최신의 와이어(wire)와 와이어리스(wireless) 테크놀로지를 한눈에 접하고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열린 Nxtcomm trade show에서 AT&T, Verizon, Cisco 그리고 Motorola 같은 주요 통신 사업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그들의 네트워크 확장에 점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상물 전송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얼마 전 출시된 Apple사의 iPhone에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AT&T의 CEO Randal Stephenson은, iPhone 서비스에 관련한 준비사항들을 설명하면서 ‘엔터테인먼트’가 AT&T의 서비스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주지하다시피 iPhone은 비디오 iPod과 스마트폰이 결합된 형태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동향과 분석> 6월 14일 통권 253호 참조). 그는 와이어리스와 모빌리티(mobility)는 의심할 바 없이 현재 방송‧통신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 흐름이라고 설명하면서 iPhone이 이러한 AT&T의 전략을 대변하고 있음을 밝혔다. 즉, 와이어리스와 모빌리티 전략만이 새로운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고 가입자들을 계속 남아 있게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게 한다는 믿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AT&T의 새로운 와이어리스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AT&T Video Share에 대한 소개도 있었는데, 3세대 와이어리스 기술을 이용한 Video Share 서비스는 휴대폰 이용자들이 실시간 시청하고 있는 영상물을 통화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휴대폰에서 다른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이다.
이는 앞으로 AT&T가 그들의 와이어리스 서비스를 개인 컴퓨터나 TV 같은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가능케 할 계획임을 보여 주는 예이기도 한데, 실제로 Stephenson은 현재 휴대폰 사이에만 가능한 Video Share 서비스가 궁극적으로는 TV와 개인 컴퓨터에서도 조만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다. 현재 미국의 와이어리스 기술이 2.5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기술적 면에서는 곧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만 명이 채 안 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AT&T의 IPTV 서비스인 U-verse에 대해서는 하루에 600건이 넘는 U-verse 설치 수를 볼 때 연말까지 한 주에 1만 건 이상의 설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였고, 2008년까지 1,800만 가구에서 U-verse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Verizon의 CEO Ivan Seidenberg는 현재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가 FiOS fiber-optic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고 있고, 앞으로 FiOS TV 서비스가 약 50만 명의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Verizon은 이미 2007년 1/4분기에 그들의 TV 서비스가 310만 가구에 제공되고 있으며, 이미 35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약 100만 명의 FiOS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10년에는 FiOS TV 가입자가 300만~400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전체 TV 가입자의 20~25% 수준이다. Verizon은 기존 케이블 사업자들의 텃밭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케이블 사업 허가권(franchise agreement)을 취득한 뉴욕 등지에서 TV 가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Seindenberg는 앞으로 FiOS 서비스와 Verizon Wireless를 통한 영상 서비스가 회사의 성장에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면서 휴대폰 소유자의 44%가 이미 음성 서비스 이외에 영상과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Seindenberg는 지난 3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Verizon의 모바일 TV인 V-Cast에 대한 시장 반응에도 만족을 표시하였는데, 한 달 15달러에 NBC, CBS 그리고 ESPN을 포함한 8개 채널을 볼 수 있는 V-Cast 가입자들의 대부분이 데이터 서비스에도 가입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통한 수익이 기존의 소비자들로부터의 수익보다 단위별로 볼 때 더 크다고 말했다. 현재 V-Cast 서비스는 미국의 40개 도시에서 가능하나 Verizon은 연말까지 12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밖에 Motorola나 통신기기 업체 Cisco의 CEO들도 와이어리스 기술의 미래와 현재 제공 예정인 영상 서비스에 대해 언급했다. Cisco의 CEO John Chambers는 와이어와 와이어리스 기술이 혼합된 Cisco의 서비스 브랜드 ‘connected life’를 소개하였는데, 이는 예를 들어 소비자가 TV를 통해 고화질의 농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인스턴트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야구 게임을 하면서 실제 게임 티켓을 구매하는, 기존의 와이어 기술과 와이어리스 기술을 이용한 미래형 기술이다. 그리고 Motorola의 CEO Ed Zander는 이번 여름에 출시될 예정인, 영상물 전송이 가능하고 2시간짜리 영상물을 저장할 수도 있는 Razr 휴대폰을 소개하였다.
Nxtcomm show 행사장을 꽉 메운 IPTV(Internet Protocol TV) 사업자들의 모습이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0시간이 넘는 실시간 스트리밍 인터넷 중계를 할 것이니 불법 콘텐츠 복제를 위한 싸움에 통신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요구하는 NBC Universal의 Charman Bob Wright의 모습은 기존 네트워크를 통한 영상물 전송 서비스에 대한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높은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관심은 반대로 케이블 사업자들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먼저 통신 시장에 디지털 전화라는 서비스를 가지고 진출하자 통신 사업자들이 케이블 사업자들의 영역에서 TV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고, 이제 와이어리스와 fiber-optic을 이용한 TV 서비스마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통신 사업자들의 영상 시장 진출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 사업자들의 영상 시장 진출은 시기상조?
투자 매니지먼트 회사 Sanford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Craig Moffett에 따르면, 통신 사업자들의 TV 시장 진출에 따른 케이블 사업자들에 대한 위협은 투자자들에 의해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고 하였다. 통신 사업자들의 성장세가 2012년에는 전체 미국 가정의 40%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특히 현재 Verizon의 FiOS fiber-optic 네트워크가 비록 케이블 사업자들의 브로드밴드 서비스에 필적할 만하다고는 해도 케이블 사업자들의 시장 지분에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케이블은 미국인들에게 이미 브로드밴드 서비스의 기본으로 자리잡았고 Verizon의 fiber- optic 서비스 영역과 기존 케이블 사업자들의 사업 영역이 크게 중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Bernstein의 조사 결과, Comcast의 경우 34%, Time Warner는 25%, 그리고 Cox는 16%만이 Verizon의 네트워크와 중접되고 있음을 보였다(Verizon의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VOIP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Cablevision은 79%의 중복률을 보이고 있었다).
Moffett은 또한 Verizon과 함께 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AT&T 역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AT&T의 DSL bandwidth가 케이블 사업자들의 hybrid-fiber-coax bandwidth보다 우월하지 못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지적하였다. 물론, AT&T의 fiber-to-the-node(FTN) 네트워크가 기대 이상으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고, 모바일 TV 서비스인 U-verse 역시 2008년에 1,8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주 서비스인 DSL의 업그레이드가 늦어 케이블 사업자들을 위협하기에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AT&T는 40%의 DSL 설비를 fiber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나 그렇게 된다 해도 나머지 60%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YouTube 같은 영상물 다운로드에 있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모호해져 가는 케이블과 통신 회사의 서비스 차이
또한, 만약 통신 사업자들이 기술적인 부분의 약점을 보완한다고 해도 기술적 측면에서의 성공이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성공을 기대했으나 실패한 사례는 많다.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성공은 소비자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더불어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의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사업자들의 영상 시장 진출은 이제 초기 단계이며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술의 진보와 혁신은 성장의 디딤돌이 되는 최소한의 소비자 수, 즉 critical mass를 확보하게 되면 그 이후는 소비자 분석과 그에 기반을 둔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가늠하게 된다. 이미 통신 사업자들은 사업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critical mass를 확보하고 있고 케이블 사업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활발히 마케팅 활동과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어 쫓기는 쪽은 오히려 케이블 사업자들로 보인다.
따라서 결국은 통신 회사나 케이블 사업자나 할 것 없이 영상 시장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심화될 것이 분명하고, 나아가 ‘케이블’과 ‘통신’이라는 출신 성분이 모호해지는 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탈규제를 표방한 1996년 Telecommunication Act 이래로 모든 영역에서 진입장벽(entry of barrier)이 낮아지기 시작하였고, 거대 telecommunication 기업들은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그들의 서비스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케이블 TV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디지털 전화까지 함께 묶음 서비스(bundling)로 제공되고 와이어리스 서비스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는 현상은 이미 예견되어 왔고, 수차례 관련 규제들이 풀리거나 완화되면서 현실화되었다. 케이블 사업자들이든 통신 사업자들이든 TV, 초고속 인터넷 그리고 전화 서비스는 미국 어디에서나 어느 사업자를 통해서나 기본이 되는 Triple play promotion의 상품들이다.
기술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될 즈음에 케이블 사업자이든 통신 사업자이든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누가 더 빨리 더 빠르고 더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와이어리스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AT&T의 CEO Stephenson의 말처럼, 소비자들에게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와이어리스 서비스이다. 왜냐하면 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폰이나 PDA 같은 ‘주머니 속의 TV’들은 언제나 소비자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 : - Atkin, D, Hallock, J., & Lau, T.(2006). Telephony. In A. E. Grant, & J. H. - Meadows. (eds.), Communication technology update(10th ed., pp. 273~283). Burlington, MA: Focal Press. - Dickson, G.(2007, June 20). Verizon touts fiber growth. Broadcasting & Cable. Retrieved June 23 2007, from http://www.broadcastingcable.com. - ___________.(2007, June, 25). TV dominates a telcos stage. Broadcasting & Cable. Retrieved June 29 2007, from http://www.broadcastingcable.com. - Hemingway, J.(2007, July, 2). Moffett: Telco threat is over-hyped. Broadcasting & Cable. Retrieved July 9 2007, from http://www.broadcastingcable.com. - Reardon, M.(2007, June 20). AT&T's CEO touts a wireless future. CNet.com. Retrieved June 29 2007, from http://www.news.com. ◦ 작성 : 이양환(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박사과정, yanghwanle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