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미국 애플사의 새로운 이동전화 기기인 아이폰 출시 이후 주요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로부터 시작해서 씨넷닷컴 등 각종 테크놀로지 리뷰 사이트 등은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그려 왔던 아이폰의 실제 성능과 소비자 만족도를 측정하느라 연일 분주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은 애초에 컴퓨터 제조업체인 애플사가 엠피쓰리 플레이어와 디지털 음악 시장 다음으로 이번에는 통신기기 시장을 삼킬 수 있을 만한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혹은 어떤 정도와 범위에서 그 발판을 마련할 것인가 하는 데 놓여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주류 미디어 경제학적인 접근은 기술 발전이 미디어 시장의 구조 재편을 통해서 어떤 사회문화적 구성요소를 어떻게 재배치하고 그에 따라서 어떻게 복합적인 사회관계의 양식을 나타내는지에 관해 만족할 만한 질문거리를 던져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에 관한 의미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아이폰 출시 이후 기기의 성능이나 서비스 퀄리티뿐만 아니라, 아이폰이 미국 미디어 산업의 다른 사회 중요 이슈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리고 아이폰이 사회문화적 구성요소로서 어떻게 토론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시장경쟁을 위한 전략적 제휴?
대체로 주류 미디어 경제학적인 접근은 미국 미디어 산업의 변동 양태를 기존 다른 미디어 영역에 속해 있던 사업자들이 상호 침투를 통해서 시장경쟁을 형성 혹은 촉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시장과 디지털 음악 파일 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그 다른 한 예가 될 수 있으나, mp3 플레이어나 디지털 음반 시장이 컴퓨터 기기와 더불어 디지털 음악 파일을 위한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터넷 등을 서비스의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것을 다른 시장 영역으로의 진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산업 시너지로 볼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물론 다른 시장 영역으로의 진출 역시 산업 시너지의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러한 산업 시너지를 통해 창출된 시장을 독립된 산업 영역으로 볼 것인지 하는 것 역시 단순한 개념의 조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상의 논의들이 본 글의 범위에서 벗어남으로 다른 공간을 통해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하자).
애플사처럼 기존에 컴퓨터 제조 업체였던 회사가 전화기기 사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는 경우가 그 한 예다. 이러한 시장 상호 침투가 가능한 이유는 시장경쟁이 각각의 시장 영역들을 가로질러 보장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며, 각기 다른 시장 영역 사업자들 간의 제휴는 서비스 향상을 위한 전략적인 제휴라고 불린다. 하지만 미국의 미디어 산업들이 상호 시장 침투하는 현실을 이처럼 이해하는 접근 방식은 시장경쟁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서 다루며, 미디어 시장의 상호 침투를 시장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물’로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상호 침투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이미 ‘거대하게 복합 구조화된(conglomerated)’ 미디어 산업의 구조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지며, 따라서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다른 시장 영역을 가로지르는 복합적인 시너지 창출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한편으로, 이번 애플사의 아이폰 출시를 애플사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는 컴퓨터와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통해 이룬 새로운 기술적 창조성을 휴대 전화기기에 구현하여 새로운 시장경쟁의 모티브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 아이폰의 배타적인 독점 무선망 사업자인 에이티엔티의 측면을 함께 고려한다면, 그 그림은 단순하게 그려지지만은 않는다. 에이티엔티는 미국 최대 무선 전화 가입자를 두고 있으며(2007년 현재 약 6,200만 명),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주 등에서 브로드밴드 망을 이용한 인터액티브 텔레비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인터액티브 텔레비전은 마케터들과 광고주들 사이에서 타깃 마케팅을 위한 최고 미디어 기술이라고 칭송되고 있다). 최근에는 연방통신위원회의 700메가헤르츠 브로드밴드 무선전파 경매를 통해서 사업기반을 확대하고자 하면서 많은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감수해 오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미국의 독과점 통신 시장 사업자인 에이티엔티와 결합한 애플사의 시도를 프로모션 전략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프로모션은 기업들 간의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핵심 구성요소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서 소비자들이 그러한 시장경쟁을 통해서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 어떻게 고려될 수 있을까?
시장경쟁과 향상된 서비스를 위한 제휴?
아이폰 출시 전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왜 애플사는 에이티엔티를 배타적인 무선망 사업자로서 선정하였을까 하는 질문을 제기해 왔다. 이에 관해, 애플사의 사장 스티브 잡스는 그 배경으로서 에이티엔티가 소비자 서비스와 보호에 가장 적합한 사업자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왜 애플사가 독점적인 무선망 사업 파트너를 가져야만 하는지에 관해서 잡스가 설득력 있는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일단 에이티엔티가 소비자들에 의해 가장 신뢰받을 수 있는 사업자라는 ‘그 사실’부터 토론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의 새로운 디자인과 소비자 인터페이스에 감탄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잡스가 1996년 애플사로 복귀한 후로 애플사의 컴퓨터는 기존의 다른 컴퓨터(즉, PC)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컴퓨터가 아닌 듯한 컴퓨터.’ 아이폰의 초기 이용자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본다면, 이러한 포스트모던한 컴퓨터 디자인 개념이 아이폰에도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휴대전화가 아닌 듯한 휴대전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아이폰의 기능은 아이폰이 휴대전화를 휴대용 게임기의 차원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1974년 스티브 잡스가 그의 첫 경력을 미국 1970년대 비디오 게임 산업의 붐을 일으켰던 아타리(Atari)사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이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전화 본연의 기능(전화는 커뮤니케이션사에서 두 번째 구술 시대를 개척한 미디어로 평가된다)을 넘어서 새로운 (대중)문화의 통로를 개척했다는 데에서 아이폰의 사회적 의미들 가운데 하나를 꼽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화 본연의 기능을 포함한 소비자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애플과 에이티엔티는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텔레투르스(Teletruth.org)라는 통신 관련 소비자 권익 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애플사의 사업 독점 파트너인 에이티엔티는 과도한 소비자 서비스 필수사항들을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강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에이티엔티의 아이폰을 위한 서비스 이용 요금, 서비스 필수조건 등에 관한 서비스 약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2년간 의무사용 기간, 모든 무선 서비스 이용 시 한 달에 약 200달러 사용료 부과, 네트워크 정보 이용량은 분 단위 혹은 킬로바이트 단위로 계산, 네트워크 통신 서비스 장애 시 그리고 부재중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에게 이용요금 부과, 175달러의 서비스 종료 요금 부과 등등.
아이폰 기기 자체의 기술적 선택으로 인한 서비스 영역과 범위 제한은 분명히 소비자 선택의 몫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인용하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만 저널리즘 연구소의 브루스 쿠쉬닉이 지적하듯이, 최근 5년 동안 장거리 전화 사용요금을 두 배가 훨씬 넘게 올려놓고, 저소득층의 통신 사용요금 부담을 지속적으로 쌓게 한 주요 통신 사업자들 중 하나가 에이티엔티라는 점은 소비자 서비스 향상을 위한 선택이라는 애플사의 발표에 커다란 회의를 갖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경쟁의 의미가 기업의 프로모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까지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디어 산업의 시장경쟁: 역사로부터의 이해
잡지에 대한 우편요금이 다시 오를 전망이라고 미국 공영라디오방송(엔피알)은 7월 9일 전했다. 우편요금 인상이 미국의 미디어 산업구조 변동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미디어 산업들 사이의 시장경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70년대 미국의 우편요금은 네 배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게다가 1970년대는 미국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전성기이자 케이블 텔레비전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시기였다. 당시 미국의 주요 잡지사들은 우편요금 인상과 텔레비전과의 경쟁으로 인해 발간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 가장 대중적인 잡지 장르로서 일반 교양잡지(general interest magazine)는 시장의 존폐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1821년 필라델피아에서 창간되어 현재까지 미국에서 최장기간 발매된 잡지로 기록되고 있는 가 1969년 발간을 중단했고, 1971년에는 , 1972년에는 미국에서 1930년대 라디오와의 시장경쟁을 포토저널리즘을 통해 선도했던 가 사업을 접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미국의 잡지 산업은 여성잡지 시장이 건재한 이유를 텔레비전 산업과 차별화된 분화되고 타깃화된 구독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찾았다. 한편에서는 1953년 탄생한 <티비 가이드> 잡지가 텔레비전과의 경쟁 자체를 잡지의 구성내용으로 전환시키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용자의 인구학적인 배경과 문화적‧정치적 차별화에 맞추어 전문화된 잡지 시장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디어 산업(들 사이)에서 시장경쟁은 그 자체로 주어진 것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미디어 산업들 사이의 상호 침투가 시장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물도 아니라는 것을 미디어 산업의 역사로부터 이해할 수 있다.
네트워크 중립성과 아이폰
<방송동향과 분석>에서도 다루어져 왔던 네트워크 중립성의 철폐는 인터넷을 가격 차등화된 케이블 텔레비전 서비스처럼 정보 패킷의 용량이나 전송 속도에 따라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보편적인 네트워크 접근을 가격에 따라 차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브로드밴드의 속도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의 가격은 많게는 평균 약 20달러 정도 차이가 있는데, 이 자체를 가지고 네트워크 중립성의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즉, 논점은 어떤 속도의 브로드밴드 서비스에 가입해 있느냐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웹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다시 가격 차별화된 인터넷 묶음 서비스에 가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사가 아이폰의 독점적, 배타적인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를 지정한 것 자체가 이러한 네트워크 중립성의 개념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비판의 초점이다. 아이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하게 차별화된 네트워크(즉, 에이티엔티)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주된 문화적 기능이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처럼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에 관한 소비자 선택의 개념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은 애플사와 에이티엔티가 네트워크 중립성의 내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연방통신위원회 전파 경매와 아이폰
사상 최대 규모의 전파 경매가 연방통신위원회의 주관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주(7월 둘째 주) 내로 경매에 관한 연방통신위원회 의장 초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공 스펙트럼 연대’가 현재 지배적인 통신 및 케이블 사업자들의 참여에 제한을 두면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제공자들에 대한 비차별 접근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7월 9일 미국 하원 소속 37명의 공화당 의원들과 1명의 민주당 의원은 연방통신위원회 의장인 케빈 마틴에게 연대 서한을 보내어, 현재의 통신 사업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burdensome and unnecessary)’을 주는 경매 방식을 연방통신위원회가 지양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무엇보다도 기간 연방통신위원회의 전파 경매에서 현재의 지배적인 거대 통신 사업자들이 최대 수혜자였다는 점이 아이폰의 배타적 활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배타적 서비스 접근은 네트워크에 대한 ‘공개 접근(open access)을 이번 전파 경매의 핵심 내용으로 두자고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 연대의 접근법과도 상당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 그 이중적인 의미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인간이 언어를 통한 ‘소통의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전화의 발명은 이러한 일차 구술 시대에서 실현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회복하는 이차적인 역사적 사건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사람은 아이폰(iPhone: ‘phone’은 어원적으로 ‘sound’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voice’를 의미한다)이 인간의 사회적 본성(즉, ‘I Speak’)을 보다 구체적이고 혁명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디지털 문화의 아이콘이 되기를 바랐지만, 현재 애플사와 그 배타적인 사업 파트너인 에이티엔티의 사업 수행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이폰은 ‘고립된 소통의 음성학(i-solated phonetics)’을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 소통의 파이프가 사회적 고립의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은 이미 현대 문화산업의 대중 기만적 속성을 간파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학자들에 의해서 예측된 것이기도 하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사회적 소통의 대중적 열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야 할 것은 과장된 허세(hype)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에 보편적인 접근을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애플사와 에이티엔티가 모토로 내걸고 있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과 시장경쟁’ 실현을 위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믿음이다.
◦ 참고 : - Saul Hansell, “As Internet TV Aims at Niche Audiences, the Slivercast Is Born”, http://www.nytimes.com/2006/03/12/business/yourmoney/12sliver.html?pagewanted=1&ex=1299819600en=b93a73a9426aeb16ei=5088partner=rssnytemc=rss, March 12, 2006.
- NPR All Things Considered, “Exploring TV's Takeoff on the Internet”,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0094272, May 9, 2007.
- Joel Rose, “Postal Rates Increase for Magazines”,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1823657, July 9, 2007.
- Gigi Sohn, “Open Access: A Simple and Elegant Solution to the Broadband Competition Problem”,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1042, June 22, 2007.
- Teletruth.org, “Apple’s iPhone Is Telecom Bling”, http://www.newnetworks.com/AppleIphoneatt.htm, July 9, 2007.
- Farhad Manjoo, “The iPhone: A Quick First Look”, http://machinist.salon.com/blog/2007/06/30/iphone_review/index.html, June 30, 2007.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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