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중국에서는 리얼리티 쇼가 계속적으로 방송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흔히 ‘젊음의 향연’이라고 불리는 선발 프로그램들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가 합작하여 연출한 상업적 게임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시청자들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과열된 인기와 자본의 맹목적 투자도 이제 서서히 제자리를 잡고 있고, 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접근 방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선발 프로그램이 러시를 이루면서 새롭게 나타난 일련의 상황들과 이로 인한 기현상들은 역으로 선발 프로그램에 부담이 되고 있다. 아직도 성장 단계에 있는 선발 프로그램들은 현재 반드시 지나야 하는 병목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달아오르고 있는 리얼리티 쇼의 복잡한 배후 관계에 대하여 서술하고, 다음 호에서는 화제를 모으고 있는 중국 리얼리티 쇼의 최근 동향에 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중국 미디어의 새로운 메커니즘의 단면을 고찰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돈 주고 사들인 팬클럽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선발 프로그램의 열기는 진위를 판단하기 힘든 많은 가십거리, 다양한 스타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팬클럽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투표 회사들을 양산했다. 이들은 선발 프로그램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투표 방식으로 인한 기형적 산물이다.
놀랄 일은, 이러한 투표 회사가 아직도 버젓이 인터넷에서 광고를 한다는 사실이다. ‘3만 위안이면 전국 20위, 20만 위안을 내면 전국 10위 안에 들 수 있고, 300만 위안에는 우승도 장담한다’라는 광고는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광고 문구는 스팸 문자를 발송하는 회사가 내건 것이다. 이러한 회사들은 각종 선발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 순위 프로그램에서의 풍부한 투표 경험을 내세워 사람들을 유혹한다. 각종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투표 활동뿐만 아니라 투표 전략까지 제공한다. 전문적인 관리를 내세워 수많은 가짜 팬들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스타는 만들어진다.
“우리는 조사를 통해 조작된 투표를 가려내고 적발되는 즉시 무효 처리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투표수를 조작하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후난 TV(湖南电视台)의 총편성실에 근무하는 리하오(李浩) 주임은 현재 <콰이러난셩(快乐男声l>의 시청자 투표수와 실제 득표수가 대체로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리하오 주임은 <중궈광보잉스(中国广报影视)> 투표수 조작행위에 대하여 후난 TV는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자 메시지를 통한 투표 과정에 인증번호를 부여함으로써 자동 투표기를 이용한 투표 조작을 근절하는 한편, 기타 다른 방식의 투표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현재 <콰이러난셩> 프로그램에는 문자 메시지‧전화‧인터넷 등 7~8가지의 다양한 투표 방식이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친구나 친지 또는 팬클럽을 이용한 대량 투표 행위를 막기 위하여 후난 TV는 전문 인력을 투입하여 투표가 이루어지는 출처와 방식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투표 회사가 약삭빠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 단시간 내에 투표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적발하기는 더욱 쉬워진다. 또한 인맥을 동원하는 경우에는 표의 출처가 비교적 집중되게 마련이다. 만일 전문 투표 회사가 번호를 사서 투표하는 경우 이를 직접적인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 투표 회사가 출연자를 위해 팬클럽이나 지원부대를 조직하는 경우 이를 조작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중간에는 애매모호한 점들이 많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흑백논리를 적용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이러한 사실은 또한 방송사나 주최 측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현상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다 하더라도 통제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득표수의 신뢰성 또한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카이(易凯) 자본유한공사의 CEO 왕란(王冉)이 지적한 대로 선발대회에서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만연하는 이유는 방송사들이 문자 메시지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이를 묵인 또는 종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리하오 주임은, 현재 상황에서 문자 메시지 수익이 전체 프로그램의 총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고 해명한다. 상하이 원광뉴스미디어그룹(SMG) 발전연구부의 바오샤오췬(鲍晓群) 주임 역시 <차오지뉘셩(超级女声)>과 <워싱워시우(我型我秀)>가 처음 시작될 당시부터 도전자들을 위한 친구나 친지들의 조직적 투표행위가 있어 왔지만, SMG는 절대 이러한 현상을 묵과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얻은 도전자를 선발하는 것은 신인 발굴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방송사 입장에서도 엄연한 손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발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는 신인들 가운데 시장가치가 있는 것은 결선에 진출한 최후의 몇 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투표 조작만으로 그렇게 높은 득표율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부정행위를 통해 최후의 3인에 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10~20위권이나 지역별 예선 10위권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이 회사의 향후 산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처음 선발 단계에서 이 같은 행위들을 묵과하는 것이다.
선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도전자 또는 그의 부모는 이러한 허위 득표를 위해 적게는 10여만 위안에서 많게는 수십만 위안에 이르는 경비를 지출한다. 투표 회사는 그 비용의 대부분을 투표에 사용하는데, 만일 사람 수가 많다면 이러한 허위 투표는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문자 메시지 하나가 하나의 득표수로 인정되고 문자 하나를 보내는 데 1위안이 든다고 하자. 통신사와 서비스 공급 업체의 수익 배분율이 15:85이므로 사용자가 문자 하나를 보낸다면 정보이용료 1위안을 지출하게 된다[사실 실제 지출하는 비용은 1.1위안 또는 1.15위안이다. 중국 이동통신의 취앤치우통 GoTone(全球通) 서비스 이용자는 0.1위안, 션저우싱 Easy Own(神州行) 이용자는 0.15위안의 통신비용을 추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 1위안에서 통신사가 그중 15%, 즉 0.15위안을 가져가고 나머지 0.85위안을 서비스 공급 업체(SP)와 콘텐츠 공급 업체(CP), 즉 선발 프로그램 제작사가 나누어 가진다.
일반적인 수익 배분율은 3:7이지만 경우에 따라 2:8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에 따라 수익을 계산해 보면 통신사가 0.15+0.10(0.15)=0.25(0.30)위안, 서비스 공급 업체가 0.85X0.3=0.255위안, 방송사가 0.85X0.7=0.595위안을 각각 가져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송사가 이러한 수익 구조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이와 동시에 처음 시작 단계에서 잠재적 소질이 갖추어진 우수한 도전자들이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해 조기 탈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최 측은 미리 점찍어 둔 도전자들의 처음 득표수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일정한 규칙이나 제도를 이용하여 그들이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손을 쓰기도 한다. 리하오 주임이 이에 대해 “문자 메시지를 통한 투표 방식은 시청자의 반응을 알아보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고, 그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발대회는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 위원회 등 다양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여러 선발 프로그램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베이징 롱안(北京隆安) 법률사무소의 리다중(李大中) 변호사는 방송사가 허위 표를 가지고 프로그램의 인기를 부풀리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어느 선발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의 투표 조작 행위는 존재합니다. 선발대회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하나의 오락 활동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워싱워시우>의 문자 PK 과정에서 등장한 소위 ‘실시간’ 개념도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시간 투표는 아니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문자가 도착해서 보는 데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게다가 TV 생중계에 필요한 시간은 물론 최초 시작 단계의 몇 초간의 딜레이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은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러한 일부의 의견에 대해 주최 측은 한마디로 이를 부인한다. 바오샤오췬은 SMG의 투표수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쟈요우! 하오난얼(加油! 好男儿)> 프로그램에서 문자 메시지로 발생한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공익사업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투표수를 조작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기부를 하겠습니까? 수익이 실제로는 200위안에 불과한데 1,800위안이라고 허위 보고해서 얻는 이익이 없습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리다중은 다른 각도에서 이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내린다. “주최 측이 1위안을 지출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2위안을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 인기를 얻기만 하면 매체의 속성상 이를 따라가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곧 돈 안 드는 홍보 과정인 셈입니다. 연예인이 인기를 얻고 지명도가 높아지면 회사는 다른 연예 산업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웨이청다(维诚达) 정보과학기술투표사의 경우는 선발대회를 주관하는 주최 측에 투표 관련 소프트웨어, SP 경로, 플랫폼의 사용 권한 및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고, 통신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책임진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협력관계에 있는 쌍방은 최종 투표 규모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는데, 문자 메시지의 경우 기본이 5만 건이고, 5만 건 이상부터 5:5의 분배율이 적용된다. 5만 건 이상부터는 다시 5만 건이 증가할 때마다 주최 측에 0.5%포인트가 더 분배된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어서 아주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고객이 능동적으로 유료 채널을 통해 우리 플랫폼에 접속하는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주최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주최 측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허위로 투표수를 조작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부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하여 투표 조작 행위는 사실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행사를 주관하는 방송사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단정적으로 결론화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유명한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많은 협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광고를 유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대규모 수익을 기대한다면 문자 메시지 등으로 수치화되는 프로그램의 광고효과를 광고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부 대규모 선발대회에서 자본이 중요한 상황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 결과에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일부 주최 측도 투표수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선발대회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스스로의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계약파기 사태
리얼리티 쇼의 대표주자인 <차오뉘(超女)>에서 선발되었던 샹원제(尚雯婕)와 연예기획사 톈위(天娱) 사이에 있었던 이른바 계약해지 사태를 시작으로 최근 2년 동안 비교적 영향력이 큰 선발 프로그램에서 상위에 입상한 출연자들의 계약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출연자들은 회사의 노예계약 조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연예기획사에서는 당사자의 신용 문제를 거론한다.
일부 계약 조항이 이른바 노예계약 조항으로 불리는 것은 계약서상에 규정된 쌍방의 권리와 의무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이 통상 5년 이상으로 길고, 규정된 위약금도 500만~800만 위안으로 상당히 높다.
“어떻게 이를 노예계약 조항으로 볼 수 있습니까?” SMG 발전연구부 바오샤오췬 주임은, 노예계약이란 강압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뜻한다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발 프로그램에 출연한 도전자들은 계약 체결에 있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계약을 거절하고 다른 선발대회에 참가할 수도 있다.
SMG가 주관하는 선발 프로그램에는 필연적으로 상업적 자본이 투입되고, 때문에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 활동 초기에 도전자들은 계약 내용을 고지 받고 계약 조건에 맞는 경우에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지난해에 열린 <쟈요우! 하오난얼>에서도 일부 도전자들은 SMG와 계약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계약 여부는 완전히 개인의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계약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약 당시에 동의한 내용에 대해 차후에 입장을 바꿔 버린다면 신용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된다. <워싱워시우>에 출연했던 스양(师洋)이 아주 전형적인 예이다. 계약을 해 놓고, 나중에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문제로 말썽을 빚었던 스양은 스스로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몇 번의 토론과 회의를 거쳐 SMG는 결국 스양의 복귀에 동의했다. 이 모든 과정은 매니지먼트의 룰에 따라 진행된 것이며, 연예계에서 이러한 경우는 아주 정상적인 편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중국 내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는 리다중 변호사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선발 프로그램에 투자한 회사는 일부 음반 회사와 연예기획사들이며, 때문에 이들 프로그램에는 태생적으로 상업적인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계약조항에 대해 공정성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계약하지 않으면 됩니다.” 한편, 명백한 불평등 계약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리다중 변호사는, 계약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가정 하에서 현재 시행 중인 계약법은 과거에 비해 그 해석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 경우 계약을 무효화했지만, 지금은 강제적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한하여 계약이 무효화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뜻이다. 소위 ‘강압’이란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일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계약이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면 강제적 법률 규정에 저촉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무효화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국 법률 자체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계약에 대해 서로 다른 법원의 다양한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출연자들의 계약 파기 소송이 일정한 틀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 역시 아직 통일되거나 보편적인 양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 대하여 그는, 일반적으로 중국 대형 기획사에 있어 일종의 보상기간을 생각한다면 5년이라는 계약기간은 매우 정상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신인을 발굴해서 키우는 데 2년이 걸렸는데 수익이 발생할 시점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된다면 곤란하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규모 기획사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고액의 위약금 문제는 사실 대응할 방법이 있습니다. 감경 청구를 하는 겁니다.” 리다중 변호사에 의하면, 중국 계약법에 따라 계약 당사자 쌍방은 위약금 액수와 위약금의 계산 방식을 약정할 수 있는데, 만일 위약금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면 어느 일방 당사자가 중국 인민법원에 이에 대한 감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의 실제적 손해배상액을 근거로 위약금을 계산하는 경우, 연예기획사의 손실을 직접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한 기획사에서 대형 스타 연예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연예인으로 인해 다른 소속 연예인들의 상승효과나 상업적 기회가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만일 이 연예인이 소속사를 떠난다면 그로 인해 발생했던 모든 상업적 기회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러한 손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리다중 변호사는 연예인 계약에 규정된 위약금 액수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가수들의 1년 수입과 위약금 액수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만일 연예인이 계약을 위반한 경우 1년치 수입을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크게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물론 현재 기획사의 운영에 있어 많은 부분이 불합리하고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하는 투자조차 하지 않는다. 투자 액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는 해도 쌍방은 실제적인 조건을 부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회사는 연예인에게 약정된 수익을 보장하고 이를 실현시키지 못할 경우 소속 연예인이 계약을 해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부실한 연예인 매니지먼트
선발 프로그램은 일회성 ‘쇼’가 아니다. 이는 기획사에 의한 상업적 활동으로서 회사가 적합한 연예인을 선발하는 것이지 일반인들이 도전자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현재 영향력이 비교적 큰 선발 프로그램의 경우, 기획사는 연예인을 관리 경영하고, 방송사는 기획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모두가 더 큰 상업적 수익을 기대하고 그로부터 가시적인 수익과 기득권을 얻는 동시에 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해 시청률을 올리려고 한다.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의 운영 과정에서 주최 측은 업계의 경험과 교훈을 끊임없이 접목하여 비교적 엄격한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는 <쟈요우! 하오난얼>이 제작된 첫 해여서 경험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둥팡즈싱(东方之星)과 소속 도전자가 허술한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결과 마지막에 문제가 발생했다. “마톈위(马天宇)의 예는 우리가 얻은 교훈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그와 일부 협의를 맺기는 했지만 우리가 소홀히 한 부분들로 인해 입상 이후 다른 기획사가 그와 더욱 완벽한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해 주었고, 우리 회사로서는 자원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그 일 이후 우리는 계약에 있어 법률적으로 더욱 완벽을 기함으로써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바오샤오췬 주임의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콰이러난셩>에 출연하는 도전자들과 톈위 사이에 체결된 계약 건수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역 예선 상위 10위권에 입상한 도전자들만이 톈위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과거 ‘차오지뉘셩’ 각 지역별 예선 20위권 입상자 전부와 계약을 맺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톈위가 이렇게 많은 수의 ‘차오뉘’들과 일시에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들 전부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회 초반에 보다 많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들 도전자들과 계약을 맺은 것은 먼저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 상업적 보상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리하오는 기타 기획사를 비롯한 여러 경로에서 자신의 무대와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속 연예인들을 포장 가공한 뒤, 인기를 얻으면 떠나 버리는 등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차오뉘’ 선발 과정이나 다른 어떤 선발 프로그램들도 모두 겪어야 했다.
사실상 톈위가 이들 도전자 모두를 동시에 스타로 키워낼 수는 없다. 과거 몇 년 동안 ‘차오뉘’ 선발 과정을 지켜볼 때 톈위는 신생 연예 기획사로, 위기 대처 능력이나 연예 업무의 확대 등 여러 방면에서 그리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더욱이 지난해에 어느 지역에서 20위권에 입상한 ‘차오뉘’들 가운데 일부가 계약 이후 몇 달 동안 방치되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수입이 1,000위안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계약에 묶여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톈위가 지나치게 많은 출연자와 과다한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리하오 주임은, 그 역시 톈위 측과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한 바 있으며, 설립 초기에 미숙한 운영으로 인한 일부 실수들이 올해부터 새롭게 조정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출연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해도 그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회사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그 길을 열어 주는 것이지요.” 톈위가 이렇게 많은 출연자와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약 시에는 또한 실제 상황에서 출발하여 출연자 하나하나와 접촉을 벌여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대회 이후의 문제를 처리해 왔다. 톈위는 감원 계획을 준비 중이며, 80%에 이르는 소속 ‘차오뉘’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최종 결선에 진출한 10명의 도전자를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은 이미 기본적인 해약 절차가 끝났으며, 이러한 결정은 10명의 ‘차오뉘’에 정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게 많은 수의 출연자들과 계약을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바오샤오췬은 말한다. 둥팡즈싱이 지역 예선 상위 10위권에 든 출연자들과 계약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지역 예선이 열리는 곳이 그렇게나 많은데, 상위 10위권 출연자들과 모두 계약을 한다면 50~60명이나 됩니다. 이들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농구 팀을 만든다 해도 지나친 숫자”라고 말했다. 결국 몇 명의 연예인들과 계약할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와 계약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와 회사의 향후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프로그램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 이후에나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출연자들은 또한 회사가 계약을 원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일 것을 미리 약속해만 한다.
SMG의 샹텅엔터테인먼트(上腾娱乐)나 둥팡즈싱 모두 그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발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연예인의 인기에 거품이 지나치고 기본기가 부족하여 연예기획사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수한 인적 자원을 선발하는 과정을 통해 연예기획사들은 시장의 동향을 파악함으로써 맹목적인 운영을 피할 수 있고, 이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SMG 등 방송사의 채널과 프로그램 자원을 활용하여 이러한 연예인 선발 기획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아마도 경험과 시간일 것이다.
◦ 참고 : - 中国广报影视 2007. 5. 下半期 - 视听纵横 2007. 2. - 新闻传播 2007. 4. - 传媒观察 2007. 3. - 当代电视 2007. 5.
◦ 작성 : 이재민(북경대 대학원 중국매체 및 문화연구 박사, ljm0219@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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