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디어세트의 독일 P7S1 인수 실패 독일의 양대 민영방송기업의 하나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P7S1)의 매각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P7S1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막후교섭을 벌였던 이탈리아의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전 총리는 독일 정치계와 연방독점관리청의 집요한 반대로 인수 의사를 철회하였다. 독일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세트(Mediaset)의 독일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독일 민영방송은 독일 자본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11월 6일자에서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총리로 재직하면서 “이탈리아 방송을 초토화시키고, 최악의 저질 방송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는 베를루스코니가 독일의 민영방송을 장악하게 되면 독일 방송은 급속히 질적인 추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언론재벌인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세트는 11월 5일 독일의 P7S1그룹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5일 만인 11월 9일 인수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디어세트는 우호적이지 않은 독일의 정치계와 국민들의 정서와 갈수록 거액화되는 인수금 입찰경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의 포기로 인수 추진 경쟁자는 모두 M&A 전문기업만 남았다. Apax와 Goldman Sachs의 컨소시엄, KKR과 Permira의 컨소시엄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장자유화가 도입된 언론 분야에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의 P7S1그룹의 소유자인 하임 사반(Haim Saban)과 마찬가지고 금융투자자로 장기적으로 방송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P7S1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중단기적으로 소유하다가 재매각하여 매매차액을 챙기려고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베를루스코니가 인수했을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진과 모회사를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KKR과 Permira도 비록 금융투자자이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방송재벌인 SBS를 인수하여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금융투자자들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P7S1가 소유한 주력 채널인 Sat1과 Pro7을 분할하여 매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는 공동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P7S1은 키르히미디어의 파산 이후 하임 사반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올 초 악셀-슈프링어 출판그룹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연방독점관리청의 인수금지 조치로 민영방송 진출이 실패로 돌아갔었다. 베를루스코니의 인수경쟁 포기로 또다시 유럽언론시장은 언론외적 자본에 의한 언론사 M&A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복자 베를루스코니 올해 70세가 되는 베를루스코니는 일찍부터 독일 방송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그는 1980년대에 이미 뮌헨의 민영방송인 텔레5(Tele5)를 영화배급업자인 헤르베르트 클로이버(Herbert Kloiber)와 공동으로 운영했었다. 다혈질의 베를루스코니는 클로이버의 신중하고 이상적인 사업추진에 불만을 품고 독일을 직접 방문하여 언쟁을 벌일 정도로 독일에서의 방송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베를루스코니는 독일의 방송시장인 베르텔스만과 키르히그룹으로 양분되자, 키르히그룹의 대리인으로 독일의 체육방송 전문 채널인 DSF에도 참여했었다. 1990년대에는 독일의 레오 키르히(Leo Kirch)와 더불어 유럽의 방송시장과 광고시장, 스포츠중계권시장, 영화배급시장을 독점해 나갔다. 그러나 키르히그룹이 2002년 파산하면서 베를루스코니의 유럽 정복의 꿈도 사라졌다. 키르히그룹의 주력기업인 P7S1는 미국에서 온 하임 사반에 의해 인수되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패배한 베를루스코니는 마지막 도전이 될지도 모를 독일의 P7S1그룹 인수를 다시 추진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포기해야만 했다. 이탈리아의 북부 밀라노지역의 건설회사 사장에서 이탈리아 중앙정부의 정복자가 된 베를루스코니는 1978년 지역민방인 텔레밀라노(Tele- Milano)를 건립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세운 정당인 포르차 이탈리아(Forza Italia)로 두 차례나 총리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미디어세트를 통해 TV 채널인 이탈리아1‧레테4‧텔레5와 몬다도리(Mondadori)출판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명문 축구구단인 AC밀라노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는 프랑스에 진출하기 위해 La Cinq에 투자하여 실패했으나, 스페인에서는 시청률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Telecinco에 50.1%의 지분을 투자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독일의 정치계는 베를루스코니의 독일방송 진출에 맞서 외국 자본의 독일방송 투자지분을 25%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외국방송시장에서 활동하는 독일 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서 경제적인 요인으로 개정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인 미디어세트는 베를루스코니 집안이 3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탈리아 방송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러나 미디어세트는 구조적인 문제에 맞닿아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정적들로 구성된 이탈리아의 중도좌파 내각은 법 개정을 통해 미디어세트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려 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광고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800여 명에 달라는 직원들은 예산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공영 Rai와 비슷한 규모의 직원을 민영 미디어세트가 고용하게 된 것은, 광고 유치를 위해 많은 직원을 채용했으나, 이제는 해고시키기에는 너무 덩치가 큰 존재들이 되었다. 미디어세트의 2005년도 매출액은 37억 8,000만 유로였으며, 수익은 6억 800만 유로였다. 이는 이탈리아 전체 인쇄매체의 연간매출액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미디어세트의 매출액 가운데 1/4은 스페인에 있는 자회사인 텔레신코(Telecinco)에 의해 수화된 것이다. 이탈리아 광고시장의 56%는 방송이, 36%는 신문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중도좌파정부는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45%를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리는 개정 방송법을 준비 중이다.
공공의 적 - 미디어세트 베를루스코니의 사유재산인 미디어세트(Mediaset)가 소유한 상업 채널은 곁으로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있다. 낮에는 영화를 재방송하거나 저예산으로 제작된 쇼 프로그램‧리얼리티 쇼로 짜여 있고, 저녁이면 여느 다른 방송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화와 스포츠 중계‧가족오락관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토요일 가족 오락 쇼 <당신의 위한 편지(C‘è posta per te)>는 금발의 아름다운 미녀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참여하는 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인 Rai에서도 흔한 프로그램이다. Rai의 방송편성도 영화와 쇼 프로그램‧스포츠 중계로 짜여 있고, 얇은 옷으로 살짝 가린 팔등신 몸매의 금발 미인들이 등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의 저질화는 1980년대 베를루스코니에 의해 미국식 저예산 토크쇼와 퀴즈쇼와 베를루스코니 식의 ‘현대적 미학’이 가미되어 Rai가 독점하고 있는 방송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면서 시작되었다. 베를루스코니는 TV가 제공하는 영상미학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새로운 형식의 집단 체면을 개발한 사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언론학자들조차 그가 값싼 쇼 프로그램과 드라마, 토크쇼로 대중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을 확보한 것을 미지수로 여기고 있다. 또한 베를루스코니는 값싼 TV소설드라마(TeleNovela, Soup Opera)를 통해 막대한 광고수입을 올렸으며, 이렇게 확보된 비용으로 정치진출과 로비를 동시에 병행할 수 있었다. 베를루스코니는 국민들의 열정(Pathos)과 영상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정계진출을 통해 관련법 개정과 편법적인 세금회피로 인해 막대한 자금까지 축적할 수 있었다. Rai는 새롭게 등장한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세트가 소유한 채널들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 새로운 시장의 법칙인 미국화와 금발화(저질화)를 빠르게 답습해 나갔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의 채널이 모두 미국화와 저질화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미디어세트가 소유한 레테4(Rete4)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가톨릭 미사와 오페라 공연, 전통무용 공연을 중계하고 있다. 정파적인 이해관계로 채널을 분할하여 운영하는 Rai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Rai의 3개 채널은 전통적으로 기독교계의 의사를 대변하는 Rai 1, 사회당계의 의사를 대변하는 Rai 2, 공산당계의 의사를 대변하는 Rai 3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의 채널은 종합 채널인 이탈리아1(Italis1)와 오락 채널, 문화 채널로 나뉘어 있어, 오히려 문화 프로그램과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공영방송을 앞지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제1채널인 이탈리아1(Italia 1)은 어린이방송과 만화영화‧미국 시리즈를 주로 방영하면서, 베를루스코니를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국부로 홍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의 정가는 만일 베를루스코니가 독일의 P7S1그룹을 인수하면, 베를루스코니는 방송에 대한 영향력 행사뿐만 아니라, 독일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을 우려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의 전체 광고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으며, 방송에서만 공영인 Rai보다 세 배가 넘는 광고수입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방송사에 근무하는 방송언론인의 수는 Rai보다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총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세트뿐만 아니라 공영인 Rai마저도 자신의 심복들로 경영진과 보도국 간부를 임명하여 장악했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그의 신화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실각 이후 다시 Rai로 돌아온 미헬레 산토로(Michele Santoro)의 정치토론 프로인 <아노체로(영점시간, Annozero)>는 베를루스코니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그가 영국을 비롯하여 유럽 각국에서 부정행위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산토로를 공격하거나 위협할 수단을 잃어버렸다.
최후의 승자는 금융투자자 하임 사반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P7S1은 2006년도에 EBITDA가 4억 5,000만 유로로 추산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EBIDTA가 10억 유로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7S1의 2006년 1~9월 중 매출액은 15억 유로(+6.9%)였으며, 수익은 1억 2,700만 유로(+2.6%)였다. P7S1그룹의 성공적인 재기는 TV소설드라마 <베를린에서 사랑에 빠지다(Verliebt in Berlin)>와 미국의 수사드라마 , 토크쇼 <슈테판 랍(Schlag den Raab)>,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등이 높은 시청률로 광고수입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걸었던 VOD와 Video, DVD 판매수입은 기대수준 이하에 머물렀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하임 사반은 P7S1을 2001년도에 1주당 7.50유로에 인수했으나, 현재는 1주당 23유로에 매각할 수 있도록 경영상태를 호전시켜 놓았다. 사반은 P7S1 매각은 1주당 27유로에 할 예정이며, 매각대금은 30억 유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S그룹은 P7S1을 25억 유로에 매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35억 유로를 기대하고 있다. 만일 독점금지법에만 저촉되지 않는다면, 사반은 독일 투자 4년 만에 투자비용보다 세 배의 이익을 남기게 된다.
◦ 참고 : - Hanfeld, M.(2006). Mediaset hinsichtlich Pro Sieben Sat.1 unsicher,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06. 11. 6, 14쪽. - Hanfeld, M.(2006). Bitte nicht!,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06. 11. 9, 42쪽. - Hanfeld, M.(2006). Rauswurf,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06. 11. 10, 42쪽. - Jakobs, H.-J.(2006). Der Segen der Finanzleute,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9, 23쪽. - Jakobs, H.-J.(2006). Finanzfirmen unter sich,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10, 17쪽. - Schuemer, D.(2006). Das Programm bin ich,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6, 38쪽. - Sueddeutsche Zeitung(2006). Silvio Berlusconi,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9, 23쪽. - Ulrich, S.(2006). Basta in Muenchen,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8, 17쪽. - Ott, K.(2006). Der Preis ist heiß, Sueddeutsche Zeitung, 2006. 11. 4, 23 쪽.
◦ 작성 : 심영섭(youngsubshim@hanmail.net, 강원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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