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동안 닐슨 미디어 리서치(Nielsen Media Research)사는 특정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는지를 조사해 왔다. 그리고 지난 6월, 닐슨은 상업광고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지도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측정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생존자와 낙오자를 가리겠다는 닐슨의 원대한 계획은 발표 시점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TV 업계는 물론이고 광고업계에서도 과연 닐슨이 무슨 수로 상업광고의 시청률을 측정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 업체에서는 더더욱 회의적이었다. 케이블 방송은 통상 스포츠 프로그램을 중계할 때 지역 광고를 게재하면서 동시에 안내 자막 광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형태를 감안할 때 닐슨이 제대로 된 광고 시청률 조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업계의 반발을 접한 닐슨은 당장 광고 시청률 조사를 단행하기가 조심스러워졌다. 결국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계획은 12월로 연기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닐슨은 색다른 조치를 취했다. 먼저 광고 시청률 개시 후 1년 동안은 모든 자료를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보다 엄밀한 광고 측정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서 그동안은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 보겠다고 했으며, 또한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광고 시청률을 측정하지 않길 바란다면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표현했다. “이 정도의 논쟁도 없이 일이 성사되길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동안 우리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우리의 고객들과 이야기를 해왔습니다”라고 닐슨의 전국 담당 부장인 사라 에릭손(Sara Erichson)은 말하고 있다. 매년 텔레비전 광고로만 700억 달러를 쏟아붓는 광고주로서는 광고료를 지불한 만큼 얻어지는 게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어했다. 특히 티보(Tivo)와 같은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 보급이 확산되어 실제로 광고를 건너뛰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700억 달러의 값어치가 있는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광고주들에게는 방송 이외의 광고 매체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 조금만 더 투자를 한다면 방송에서는 제공해 주지 못하는 정보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광고를 게재했을 경우에는 방문자의 클릭 수 등을 통해 성공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클릭만 하고 이내 지워 버리는 상황도 많기 때문에 클릭 수는 광고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정확한 잣대가 되지 못한다. “광고주들은 그동안 더 신뢰할 만한 방법을 요청해 왔습니다. 우리도 현재의 시청률 측정 방식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라고 WPP그룹의 광고대행사인 마인드쉐어(MindShare)의 방송 담당 대표 제이슨 말트비(Jason Maltby)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지상파 방송 업계와 케이블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광고주를 대신해서 TV 시간을 구매하는 광고대행사들은 더 정확한 자료를 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또한 닐슨 역시도 가장 큰 고객인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고객들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닐슨 미디어 리서치는 매우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2005년 연간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동안 광고대행사와 TV 네트워크사들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광고를 포함해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청률 자료를 이용해서 광고 단가를 협상해 왔다.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시청률 시스템은 각 프로그램별로 광고 시청률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닐슨의 시청률은 수천 가구에 특정한 피플미터라는 장치를 장착하고, 사람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을 경우, 즉 TV 수상기를 떠나 있을 때는 특정 버튼을 누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청률 전쟁은 특히 5월, 차기 방송시간대에 대한 광고 판매가 이루어지는 광고 사전 판매시점에 특히 심해진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이 먼저 일격을 가했다. 그들은 단순히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만을 측정할 것이 아니라, 녹음된 방송, 즉 TIVO나 DVR 등으로 녹음된 방송의 시청률까지도 포함시켜야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체 가구의 12% 가량이 이미 DVR로 녹화를 해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경우 통상 광고 건너뛰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예를 들어 CBS는 내부 자료 결과를 바탕으로 DVR을 가진 시청자들이 대략 전체 광고의 40% 이상을 시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시청률 측정 방식은 이와 같은 사후 시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고 단가 협상 시에 방송사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광고대행사는 녹음방송 시청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광고 요율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광고 사전판매가 예년과 비교해 볼 때 일주일 이상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루한 협상 끝에 지상파 방송사는 손을 들었다. 광고대행사가 이긴 것이다. 결정적으로 녹음방송 시청률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광고대행사의 주장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협상이 종료된 시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닐슨과 오랜 시간 동안 토론을 거듭했다. DVR 시청자들이 실제로 광고를 보고 있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이를 조사한 기관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닐슨이 새로운 광고시청률 조사 방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TV 방송사들은 그동안 닐슨이 제공해 준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수년 동안 광고 시청률을 계산해 왔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자료가 바로 내부 자료라는 셈이다. 보다 객관적인 단체의 보고서가 필요했다. 지상파 방송 관계자들은 닐슨의 새로운 시도가 종국에는 자기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시청시간대에는 광고시간 동안 단지 5%의 시청률만 하락하고 있을 뿐이었다. 광고대행사연합회와 전국광고주연합회의 조사에서도 단지 5.6%의 시청자들만 광고를 건너뛰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조사는 DVR 시청자들에 대한 조사는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서 변동차가 심했던 것이다. 앞에서 말한 4.3%의 시청자들도 광고를 건너뛰지는 않지만, 광고시간 동안에는 TV 곁을 떠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6월, 닐슨이 새로운 광고시청률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기 직전, CBS의 연구책임자 데이비드 폴트랙(David Poltrack)이 뉴욕에서 열린 광고연구재단 컨퍼런스에서 이미 닐슨이 새로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데이비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시 자리에 앉아 있던 방송 및 광고 관계자들은 닐슨사의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무를 확인하느라 난리를 떨었었다. 닐슨은 이에 대해서 재빠르게 확인을 해주면서 동시에 새로운 광고시청률 조사에는 DVR 이용자들까지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과의 지루한 협상에서 승리는 막 쟁취한 광고대행사 및 광고주들은 닐슨의 새로운 측정 방식이 도입될 경우 광고협상에 난기류가 흐를 수 있음을 감지했던 것이다. 반면, 케이블 텔레비전 광고국은 케이블 업체가 우려하는 점을 닐슨에게 전달했다. 우선 케이블 방송은 지상파 방송과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케이블 업체에서는 과연 새로운 시청률 측정 방식이 케이블 광고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던 것이다. 케이블 협회는 7월 21일 공개적으로 닐슨에게 질의서를 보내, 시장의 혼돈을 잠재워 줄 것을 요청했었다. 9월 12일, 닐슨은 고객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상업광고 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전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썼다. 어떤 상황에서는 분 단위로 끊었을 경우 광고와 프로그램이 동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고객들에게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 문제는 다양한 TV네트워크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즉 샘플에 관한 것이었다. 몇몇 케이블 네트워크사는 닐슨의 분석 과정 중에 문제(error)가 있음을 발견했다. 터너 방송사의 연구책임자 잭 왁스할그(Jack Wakshlag)는 이에 대한 답변을 해줄 것을 닐슨에게 요청했다. 일주일 뒤 닐슨은 분석 오류를 수정하여 이를 다시 터너사에 보냈다. 그러나 새로운 보고서 역시 잭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봤을 때, 닐슨이 공개하고자 하는 상업광고 자료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해 주는 TV 신디케이터(syndicators)들 역시 당황해 했다. 종종 신디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은 몇 개의 에피소드를 묶어서 당일에 방송되는 편인데, 닐슨의 신 시스템은 이를 정확하게 구별해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디케이션연합회(the Syndicated Netwrok Televisoin Association)의 연구책임자 하다사 거버(Hadassa Gerber)는 이를 두고 닐슨과 협력해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추호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시간이 넘는 안개 정국 속에서 최종적으로 닐슨은 새로운 상업광고 시청률 측정 계획을 일종의 실험으로 호명하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이 결정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일단 닐슨의 자료가 실제 업계에서 거래를 하는 데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실험 중이고, 따라서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임의 끝 무렵에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ptimedia USA)는 닐슨이 완벽하지 않은 자료를 너무 성급하게 발표할 경우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실적일 필요가 있어요. 현재만 하더라도 엄청난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제발 부탁인데, 제대로 된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자료는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광고시청률 측정 방식이 새로운 대세라는 점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광고주들은 물론이고 광고대행사들도 자신들의 광고가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할 것이 뻔한데, 현재의 방식으로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시선은 닐슨에게로 쏠려 있다. 수십 년 동안 광고주들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 시청하는지 증명해 봐. 그럼 돈을 줄게”라고 말입니다. 폭스 방송사의 영업담당이사 존 네스비그(Jon Nesvig)는 증언하고 있다. “이젠 우리가 그들에게 실제 원하는 증빙자료를 보여줄 차례랍니다.” [by LOUISE STORY, <뉴욕 타임즈> 200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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