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보다 비판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제기되는 시점은 대개 두 가지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큰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거나 그것의 사회적 영향이 심각한 수준에서 전개되는 경우이다. 가령, 1910년대 후반 세계 1차 대전의 충격과 폐허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현대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추동한 배경을 제공하였다.
현대 자본주의의 한 이념을 제공하고 있다고 종종 오해받고 있는 미국 실용주의 철학의 토대를 구축한 사회철학자들 중 한 사람인 존 듀이(John Dewey)와 유명한 언론인이자 여론 연구가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 사이의 1920년대 대중 사회와 매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논쟁은 기술 발전에 관한 비판적 검토로부터 사회를 구성하는 대중(the public)의 지적, 비판적 능력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간 공동체의 심리적, 인지적, 문화적, 정치(경제)적 단면 등을 드러내 주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비판적, 문화적 고찰이 요구되는 두 번째 상황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등장 및 발전일 것이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등장과 발전은 서구의 근대사에서 거의 언제나 커다란 사회적 혼란과 더불어 찾아오거나 그 원인 제공자로서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반드시 위의 첫 번째 상황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글쓰기가 기존 말하기의 문화를 대체하고 있던 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상황에 관한 토론(소크라테스 Socrates, 월터 옹 Walter Ong), 16세기 유럽에서 시계의 발명과 보급이 사회적 통합과 문화적 동시성을 가능케 하였다는 것에 관한 토론(루이스 멈포드 Lewis Mumford), 그리고 16세기 유럽의 식사 테이블에서 포크의 사용이 새로운 관습의 출현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반응과 문화적 패턴을 전파하고 구성하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사회적 통제력을 위해 기여하였다는 토론(노베르트 엘리아스 Nobert Elias) 등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사회적 혼란기에서만 역사적, 문화적 해석과 비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상업화 미디어 세계에서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역사적이고 비판적, 문화적 관점을 요구받는 시점에 있을까? 환경문제나 핵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등의 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현재 인간 사회가 전인류적인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소위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에 환호를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기술 발전의 패턴을 비지니스의 실천으로부터 예측할 수 있다. 엠피쓰리 음악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의 사회적 이용의 증가가 휴대전화를 통해서 비디오와 오디오 미디어의 기술통합적 이용을 가능케 하는 산업적 동기를 부여해 왔다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식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전에 관한 논쟁의 재연보다 더 흥미로운 관심은 휴대폰 안의 카메라와 엠피쓰리 식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의 융합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이용자들에 의한 예측불가능한 문화적 실천의 결과들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미디어 융합은 이러한 이용자들의 문화적 실천을 끊임없이 비지니스의 동기화 더불어 상업화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도 주지되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이용자들은 기술의 발전에서 비지니스의 침투를 비판적으로 구별하지 못할 만큼의 문화적 바보들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미디어 이용이 상업화의 동기로부터 끊임없이 포섭되어 재정의되는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저항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 발전이라는 모토를 문화 성장과 발전의 머릿말로 장식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 정보의 효율적 생산과 확산 등의 측면에서 정의된다. 그렇다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통한 소비자 마케팅의 혁신이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의 형성에 어떤 기여하고 있을까?
인터넷 산업의 거대화된 틈새시장: 대량화․맞춤화된 다양성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흐름이 갖는 힘은 자본주의 산업경제를 혁신시키는 과정에 있다. 방송과 통신 융합의 중심에 인터넷이 있으며(물론 텔레비전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소비시간 기준에서 여전히 넘버원 미디어이다), 서비스 설비투자의 중심축을 인터넷 상에서 구축하고 있다(가령, 아이비엠은 세계최대의 컴퓨터 하드웨어 생산 부문을 중국의 레노보에 이미 매각하고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사업으로 고부가가치의 생산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새로운 산업 모델로서 인터넷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적 취향과 사회적 도전이 제기되는 주요 장소라는 점에 있다. 인터넷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도전은 그 자체로서 보다는 이를 통해 무궁무진한 산업 모델화의 발굴과 성공 가능성에 그 가치의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게다가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도전이 반자본주의적 진보라는 과거 비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상당수 기존의 그 비판적 사고의 틀에 도전하는 문화적 표현양식을 개발하는데 선두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도전의 표출은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의 계발 및 혁신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디오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나 사회적 네트워킹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 등의 사례가 변화된 시점에서 출현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도전 양식의 산업 모델화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그리고 아주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인터넷 상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도전의 산업 모델화가 그 어휘가 의미하는 것처럼 소수적 다양성에만 입각해 있다면 그것은 실패한 모델로서 쉽게 예측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인터넷 산업의 새로운 모델은 대량화․맞춤화된 다양성(mass customized diversity)의 성취에 그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대학교에서 인터액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이러한 인터넷의 성공적인 산업모델을 거대틈새시장 (meganiche)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인터넷 도서판매 사업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거의 모든 상품의 개인 간 거래나 옥션까지 다루고 있는 <아마존닷컴 (amazon.com)>의 2005년 수입은 약 85억 달러였고, 인터넷 옥션의 대명사로 분류되는 <이베이닷컴 (ebay.com)>의 2005년 수입은 약 45억 달러였다. 셔키에 따르면, 이러한 인터넷 상거래의 성공 배경에는 다양하고 거대화된 인터넷 틈새시장의 성장이 있다.
거대틈새시장이란 특정한 목적의 인터넷 이용 동기를 갖고 문화적 이용패턴을 형성하는 비교적 특정한 상업적 수요를 형성하지만, 인터넷 이용인구의 규모 측면에서 볼 때 백만 명 정도의 이용자들을 두고 있는 시장이라고 셔키는 정의한다. 가령, 휴대전화 이용후기를 자신의 개인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이를 소비자 리뷰 사이트로 성장시킨 호워드 츄이(Howard Chui)의 <호워드포럼 (HowardForums.com)>은 이러한 거대틈새시장의 대표 사례들 중 하나이다. 이 사이트는 각종 휴대폰, 휴대용 개인 단말기(PDAs) 등에 관한 소비자 리뷰를 게재하면서 지난 해 2005년 무려 2억 5,000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하였다. 2006년 10월 현재 이 웹사이트의 페이지뷰는 이미 3억 건을 돌파하였다. 인터넷 거대틈새시장의 또 다른 예로서 셔키는 <가이아 온라인 (Gaia Online>을 든다. 에니메이션 팬의 사이버 공동체로서 이 사이트는 이미 4백만 명의 가입자들을 두고 있다. 이 사이트의 회원들은 자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 이미지들을 올려 공유하는데, 그 수가 10만 건에 이르고 있다. 또한 회원들은 자신들의 품목들을 <이베이닷컴> 등의 이차 인터넷 시장에서 거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거대틈새시장은 다수의 충성스런 이용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주요 특성을 갖는다. 이로부터 두 가지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먼저 다수라는 측면에서, 이용자들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테크닉의 개발이 필수적이고, 다음으로 충성스런 이용자들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 틈새시장은 이용자들의 자발성을 성공적인 비지니스 모델 수행의 가장 효율적인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요컨대, 인터넷의 거대틈새시장에서 규모화된 이용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이용패턴들이 인터넷 마케터들에게 숫자화된 정보로서 파악되며, 이용자들의 자발성은 이용자 중심의 상호작용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만들어진다.
인터넷 소비자 추적을 위한 행동 마케팅
거대틈새시장의 확보를 위하여 최근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 소비자 마케킹 개념이 행동 마케팅(behavior marketing)이다. <뉴욕 타임즈>의 사울 한셀(Saul Hansell)에 따르면, 행동 마케팅은 연령, 수입, 교육 수준 등과 같은 기존 인구학적인 카테고리에 의존했던 마케팅 방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실제적인 이용 혹은 소비 패턴에 천착하는 마케팅 개념이다. 많은 인터넷 마케터들은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어떤 소비 선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인터넷 상에서 정보 수집 과정은 대개 궁극적인 소비 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해 인터넷 마케터들의 주요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 수집 행위를 궁극적인 소비의 행위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놓여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수집 행위에 관한 마케터들의 주요 관심이 보여지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간단한 예로서 팝업 광고를 들 수가 있는데 최근 팝업 광고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거부감 증가로 인해 인터넷 마케터들은 마케팅 메시지가 인터넷 상에서 이용자들의 이동경로를 보다 정교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헨셀에 따르면, 웨스틴 호텔과 쉐라톤 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스타우드 호텔 체인은 자사의 웹사이트를 이전에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만 보이는 광고를 보내고 있다. 가령, 스타우드 호텔의 웹사이트 상에 개인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가 자신의 <마이스페이스> 홈페이지를 스타우드의 개인정보란에 기재한다면, 이 이용자는 차후에 자신의 <마이스페이스> 개인 사이트에서 스타우드 호텔의 새로운 프로모션 광고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행동 마케팅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은 이용자들이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 그 웹사이트는 특정한 고유번호를 이용자들의 개인 컴퓨터에 저장하여 이용자들이 차후에 다시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 방문자와 비방문자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특정한 고유번호란 <쿠키>라고 불리우는 것으로서, 이를 이용하여 인터넷 마케팅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업체가 바로 <아마존닷컴>이다. 등록된 방문자의 이름을 기록, 추적하는 쿠키를 방문자의 컴퓨터에 심어 놓음으로써, 이용자의 개인 도서구매 기록 등에 기반하여 다양한 프로모션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검색업체인 <야후>는 보다 정교한 마케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야후>를 통해 찾아본 검색어, 사이트, 클릭한 광고 등의 정보를 기록, 분류함으로써 <야후> 상에서 이용자들의 행동패턴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야후>의 주장이다. <야후>는 이미 300여 유형의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동패턴들을 정의, 분류하고 있다. 마케팅 업체인 <타코다 시스템스 (Tacoda Systems)>의 사장인 데이비드 모건(David Morgan)은 이러한 행동 마케팅의 목적을 아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웹페이지가 아니라 사람들을 판매한다. 3,500개의 주요한 상업 웹사이트들에게 마케팅 기술을 네트워크화한 이 마케팅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한 예는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이용자가 한 렌트카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예약을 하였다면, 그 방문 목적지 혹은 여행 계획에 따라 사이트에서 맞춤화된 날씨, 숙박, 지리 등에 관한 광고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의 개별 페이지 자체가 마케팅의 주요 타켓이라면, 인터넷 마케팅은 이미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상호작용의 기술적 효율성을 잃어버리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매스 브로드캐스트 마케팅에 불과할 지 모른다는 게 행동 마케터들의 생각이다.
행동 마케팅의 기법을 기존의 인구학적 타겟 마케팅과 결합시키는 혁신적인 마케팅 시도는 역시 <구글>이 벌이고 있다. 구글의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로그인한 상태에서 구글을 통해 검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면, 검색어와 관련한 자신의 거주지 주변의 각종 지역광고와 지도 서비스 등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 가상세계와 소비자 마케팅의 혁신
현대 디지털 미디어 문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광고와 정보, 광고와 오락, 광고와 프로그램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일상생활에서 광고의 전면적인 침투가 미디어 생태를 구성하면서도 그 미디어 생태의 궁극적인 구성범위에 관해 사회적 논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현대 디지털 미디어 문화의 주요한 특징은 바로 미디어 콘텐츠 이용자가 단순히 수동적인 의미의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 소비를 새로운 문화생산을 위해 활용고 변용시키는 적극적인 생산자의 지위로 이해된다는 점이다.
앞서 토론했던 것처럼,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 모두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과 공유로부터 커다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저널리즘에서 얘기되고 있는 시민 저널리즘(citizen journalism) 역시 이러한 디지털 문화생산의 국면을 통해 새롭게 다루어지는 정보의 공유, 여론의 상향식 생산, 새로운 방향의 사회적 토론과 도전 등을 주제로 한다. 광고와 정보의 모호한 경계와 이용자 중심의 문화 콘텐츠 생산과 공유라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 국면에서 소비자 마케팅은 인터넷 가상세계를 주요한 공략지점으로 삼아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인터넷 가상세계 산업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다양한 문화적 취향을 그 주요한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린든 랩 (Linden Lab)>에 의해 2003년 선보인 인터넷 3D 가상세계 사이트의 선두주자인 <세컨드 라이프 (Second Life)>는 현재 51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으며 한 달 사이에 평균 36퍼센트의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의 정기, 상시 이용자들로서 열혈 <세컨드 라이프> 거주자들도 23만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은 인종이나 계급 등 기존의 전통적인 사회학적 개념을 벗어나 펑크(steampunks)나 기인(geeks) 등의 다양한 문화적 범주들을 통해 자신들의 가상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상세계에서 누구든 성정체성을 쉽게 바꿀 수도 있다. 일반에게 자극적으로 놀라운 사실은 이 가상세계에서는 자신의 성적 취향에 맞게 국지적인 신체의 일부를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적 재산권 공유 단체인 등이 이 가상세계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저작권 공유 운동을 펼치기도 하고, 미국의 <국토방위부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가 대터러 선전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세컨드 라이프>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들 중 하나는 이용자들이 이 가상세계 안에서 이 가상세계와 더불어 실제 세계를 넘나들며 경제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린든 랩>의 발표에 따르면, <세컨드 라이프>가 경제활동에서 유발한 금액이 2005년 9월 현재 약 3천 5백만 달러에 이른다. 미국의 대중과학잡지 <파퓰러 사이언스 (Popular Science)>의 애널리 뉴위츠 (Annalee Newitz)는 2006년 이 가상세계를 통해 유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무려 6천 4백만 달러라고 보고하고 있다. 린든 달러라고 불리우는 <세컨드 라이프>의 화폐는 실제로 미국 달러화로 환전비율이 공시되어 거래되고 있다. 최근 환전 비율은 1 미국 달러 당 309 린든 달러였다 (가령, 셔츠 한 벌에 200 린든 달러). 이 가상세계의 토지 역시 린든 달러를 통해 매매가 되고 있으며, 실제로 본격적인 가상세계 부동산 중개업을 통해서 실제 세계로 수입을 끌어들여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자사의 오픈 소프트웨어 소스를 이 가상세계를 통해서 시험하기도 하며, 메이저 음반사인 <소니 비엠지 (Sony BMG)>는 몇몇 가수들의 곡들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가상세계의 반응을 탐색한다.
당연히 이 가상세계 경제활동의 중심에는 실제 세계의 상품 광고가 놓여져 있다. <뉴욕 타임즈>의 리차드 시클로스(Richard Siklos)는 이 가상세계의 최대 장점이 바로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최소화시켜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가상세계에서의 소비행태를 추적하거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광고의 주기와 범위를 미리 예측하여 마케팅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상세계는 실제 사람들에게 꿈의 세계인 동시에 그 자체로 광고세계 (the world-in-the-commercials)이다.
소비자 마케팅의 주된 관심이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인 자원동원형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한,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의례적이고 문화적 함의를 제대로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싶다. 고객을 우선한다는 기업 가치의 주장이 소비문화의 수사학과 동일시되어 비판받아 온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로운 가상세계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문화적 취향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여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문화 생산의 궁극적 지위를 부여하는 과정이 상업주의의 전략에 의해 탈색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판적, 문화적 검토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아닐까?
◦ 참고 : - Saul Hansell, Advertisers Trace Paths Users Leave on Internet, , August 15, 2006. - Annalee Newitz, Your Second Life is Ready, , at http://www.popsci.com/popsci/printerfriendly/technology/7ba1af8f3812d010vgnvcm1000004eecbccdrcrd.html - Clay Shirky, Tiny Slice, Big Market, , at http://www.wired.com/wired/archive/14.11/meganiche_pr.html - Richard Siklos, A Virtual World but Real Money, , October 19, 2006.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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