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BBC의 미래에 대한 정부 백서를 발간한 바 있다. 과거 2년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자문‧연구‧공중 의견들을 종합한 결론을 담은 이 백서의 내용은 차기 칙허장과 협약에 반영되며 이와 함께 향후 10년간 BBC의 법적 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 백서에 담긴 새로운 칙허장과 협약의 초안은 올 말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 백서는 BBC의 감독과 규제를 통한 프로그램 편성 및 재원에서부터 공중에 대한 책임에 이르기까지 BBC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BBC의 조직개편에 관한 내용으로서 기존의 감독경영진(Governors)이 두 기관, 즉 BBC Trust(이하 BBC 트러스트)와 경영이사회(Executive Board)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BBC 트러스트는 BBC 내에 독립적인 기구로서 수신료 납부자들, 즉 공중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에 봉사하며 BBC의 활동이 방송시장에 미칠 경쟁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의무로서 명시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BBC 관리감독위원회(board of governors)의 ‘관리감독 및 규제’의 책임을 인수하게 될 BBC 트러스트 위원의 전체 명단이 이달 12일 발표됐다. 테사 조엘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마이클 그레이드 회장을 포함해 기존의 관리감독위원회의 4명의 위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위원들을 새로이 임명함으로써 BBC 트러스트는 마침내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테사 조엘 장관은 “BBC가 봉사하(해야 하)는 공중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수신료 납부자들은 BBC가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BBC 트러스트는 BBC를 감독하고, 다양한 수용자의 필요를 고려하고, BBC의 독립을 보호하고, BBC가 매우 높은 품질의 공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본 모양새를 갖추게 된 BBC 트러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12명의 위원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명의 BBC 트러스트 위원들은 누구인가 ▸마이클 그레이드 위원장(2004년 5월 임명) 1988년에서 1997년까지 Channel 4를 운영한 TV 산업 베테랑으로서 허튼 보고서가 몰고 온 파장으로 인해 BBC에 관여한 이후 확실한 BBC 회장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그는 이 밖에도 파인우드 쉐퍼튼(Pinewood Shepperton) 영화 스튜디오와 온라인 상점 오카도(Ocado)의 회장직, 찰튼 체육위원회(Charlton Athletic board)의 위원직을 포함해 다수의 역할을 맡고 있다. ▸치트라 바루차(Chitra Bharucha) 신임 부위원장 인도 태생의 의사. 전체의학회의(General Medical Council) 내 판결심사원단의 수행성의 적합성에 관한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녀의 방송에 대한 전문 지식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독립 텔레비전 위원회(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의 북부아일랜드 대표위원으로서 그리고 1996년부터 1999년까지 BBC 방송 심의회의 북부아일랜드 대표위원으로서 재직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다이앤 코일(Diane Coyle) 신임 위원 뉴 테크놀로지와 전지구화(globalisation)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경제 전문가로서 2001년부터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의 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인디펜던트(Independent)>지의 전임 경제 논설위원직을 지니기도 했다. ▸더모트 글리슨(Dermot Gleeson) 위원(2000년 11월 임명) BBC 연금 계획 수탁자협회의 부의장인 그는 BBC의 모든 위원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복무하고 있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한때 건설 업계에 종사한 적이 있고 보수당 연구부서의 내무(home affairs) 분과장을 지낸 적이 있다. ▸패트리샤 호그슨(Patricia Hodgson) 신임 위원 그녀는 텔레비전 감시견인 독립 텔레비전 위원회(ITC)가 오프콤에 통합되기 이전인 2003년 말까지 위원장직을 맡았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뉸햄 컬리지(Newnham College) 학장을 지내기도 한 그녀는 본래 프로듀서 및 독립 저널리스트로서 미디어에 오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존 버트(John Birt) 전 BBC 사장 재임 시절 그녀는 BBC의 핵심적인 정책 국장직을 지낸 바 있다. ▸데이비드 리디먼트(David Liddiment) 신임 위원 1997년부터 2002년까지 ITV 프로그램 국장을 지냈다. 그는 BBC의 엔터테인먼트 부서에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 현재 독립 프로덕션사 All3Media의 컨설턴트 및 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메뮤다 미안 프리트차드(Mehmuda Mian Pritchard) 신임 위원 독립 경찰 불만처리 위원회(Independent Police Complaints Commission)의 런던 및 동남부 지역 담당 위원직을 맡고 있는 현직 변호사이다. 그녀는 이 밖에도 국민건강관리공단(National Health Service) 소송 기관의 사외이사 직을 겸하고 있다. ▸리차드 테이트(Richard Tait) 위원(2004년 8월 임명) 1987년부터 1995년까지 Channel 4 뉴스 편집을 맡은 바 있고, 7년간 ITN에서 편집국장을 지낸 방송 베테랑이다. 1980년대 초반 BBC에서 뉴스나이트, 재투자 프로그램(The Money Programme), 1987년 총선결과 프로그램을 편집한 바 있다. 현재 카디프 대학교(Cardiff U.) 저널리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앨리슨 해이스팅(Alison Hastings) 신임 위원(잉글랜드 대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뉴캐슬 이브닝(Newcastle Evening Chronicle)> 지의 편집을 담당했던 그녀는 미디어 컨설턴트로서 카멜롯(Camelot), 리버풀 시의회, 신문불만처리 위원회(Press Complaints Commission) 등의 주요 고객이다. ▸제레미 피트(Jeremy Peat) 위원(스코틀랜드 대표, 2005년 1월 임명) 재무부 및 외무성의 자문 역을 지낸 경제 전문가로서 BBC 연금 수탁자협의회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1993년부터 2005년 3월까지 스코틀랜드왕실은행(Royal Bank of Scotland)의 최고경제전문가로 활동한 바 있다. ▸자넷 루이스존스(Janet Lewis-Jones) 신임 위원(웨일스 대표) 법정변호사로서 그녀는 1998년부터 영국 영화등급 위원회(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의 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또한 웨일스어 능통자로서 S4C 운영 기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로사 존스톤(Rotha Johnston) 신임 위원(북부아일랜드 대표) 상업 및 자산 전문 경영자로서 그녀는 아일랜드 연합 은행(Allied Irish Bank)의 사외 이사이자 북부 아일랜드 투자(Invest Northern Ireland)기관의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BBC 트러스트의 최우선 당면 과제: 공중가치평가 현재 BBC 트러스트의 최우선 과제는 BBC의 TV 채널, 라디오 방송, 웹 사이트(bbc.co.uk)를 포함한 기존의 27개 공중 서비스 면허에 대한 결정과 함께 BBC의 새로운 ‘공중가치평가(public value test)’를 새로이 기획 중인 아이플레이어(iPlayer) 주문형 영상 서비스에 적용하는 일이다. BBC 트러스트는 BBC의 관리감독과 규제 기능을 공식 인수한 지 채 한 달이 못 되는 1월 말 이전에 아이플레이어의 공중가치를 평가해 그 임시 결론을 발표해야 한다. 공중가치평가는 BBC의 아이플레이어 서비스 외에도 지방 텔레비전과 창의적 아카이브 프로젝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공중가치 테스트는 TV‧라디오‧온라인을 모두 포함해 BBC가 새로이 제안한 아이플레이어 서비스의 공중가치를 확립하기 위해 설계된 새로운 규제 메커니즘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즉, BBC 트러스트의 관리감독 분과에 의해 수행되는 공중가치평가와 오프콤(Ofcom)이 수행하는 시장효과평가이다. 이러한 공중가치평가는 관련 당사자들과의 협의 및 자문 과정을 포함해 공중가치 및 시장효과 평가 전 과정에 대략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BBC 트러스트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에 약 28일간의 협의 및 자문 과정을 거친 뒤에 위의 두 평가 결과를 종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공중가치 테스트를 통과했는지에 대한 결론을 발표하게 된다. 그런 다음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이 ‘절차상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단, 공중가치평가 과정이 올바르게 수행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에는 문화부미디어스포츠부가 BBC가 제안한 서비스의 긍정적‧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평가를 감독했으나 이제 이러한 모든 책임은 BBC 트러스트로 넘어갔다. 사실 지난 8월 말 BBC 경영위원회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세 가지 서비스, 즉 첫 방송 이후 7일간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언제든 재시청(취)할 수 있는 서비스, TV를 인터넷에 동시 방송, 시간제한 없는 오디오 다운로드 서비스로 구성되는 아이플레이어 기획안을 BBC 관리감독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 규제기구 오프콤은 이미 BBC의 아이플레이어 서비스가 방송 시장에 미칠 효과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했으며, 그 결론은 오는 12월 15일까지 BBC 관리감독위원회에 제출하기로 돼 있다. BBC의 경쟁사인 상업방송사들의 눈에는 설사 오프콤의 시장 효과 평가결과가 BBC의 신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온다 해도 그에 대한 최종 결론은 BBC 트러스트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BBC 트러스트 관리감독부서 내 크리스토퍼 울러드(Christopher Woolard)가 이끄는 컴플라이언스, 수신료최대극대화(compliance, value for money) 팀이 공중가치평가 전 과정을 감독하게 된다. 울러드 팀장은 공중가치 및 시장효과 평가의 결과들을 고려하고 12명의 BBC 트러스트 위원들이 임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이들에게 권고사항을 전달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만일 BBC가 새로이 기획한 아이플레이어 서비스가 공중가치는 있되 부정적인 시장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BBC 트러스트의 관리감독부서는 제기된 상업적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내어 아이플레이어 서비스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절충안은 트러스트의 임시 결론에 포함될 것이며 최종결론이 내려지기 전에 향후 자문 과정을 거치게 된다.
◦ 참조 : - Guardian 2006. 9. 28., 10.12~13. - BBC 미래에 관한 정부백서
◦작성: 김소형(영국 서섹스대학교 매체영상학과 박사과정. milen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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