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사회성’을 그리는 인지적 지도 그리기의 필요성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의 졸업식 연설을 맡은 도널드 로버츠(Donald Roberts) 교수는 졸업생들에게 한 가지 간청을 하였다. 텔레비전‧라디오‧광고‧저널리즘 등을 공부하고 사회의 해당 분야에 진출할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사회적 책임성’을 어떻게 찾고 다듬어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주제였다. 로버츠 교수의 제안은 어렵지 않았다. 자신의 휴대폰, 컴퓨터, 텔레비전, CD 혹은 MP3 플레이어 등을 가끔 꺼놓는 것. 세상의 온갖 시끄러움과 잡음에서 우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고 여겨지는 각종 개인 디지털 테크놀로지 미디어가 구현하는 다양한 영상, 음악, 이미지, 소통의 공간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보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공간을 벗어난 우리의 삶을 상상하거나 실제로 그러한 삶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로버츠 교수의 제안은 단순하게 미디어 공간과 비미디어 공간을 구분하여 선과 악, 책임과 무책임의 공간을 구획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책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면서 즐겨 온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봄으로써 그와 같은 이분법적 단순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사회성(alternative sociability)'을 위한 인지적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것임을 로버츠 교수의 졸업 축사는 암시한다고 하겠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인지적 지도는 무엇을 좌표로 삼고 있을까? 2005년 10월 5일 미국의 <뉴욕타임tm>는 한국 인천 송도의 ‘U-타운’ 개발 계획을 소개하였다.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 city)’로 일컬어진 이 새로운 테크노 시티에서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빈 캔을 넣을 때마다 전자태그(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RFID) 칩을 이용하여 재활용 참여자에게 자동 재활용 환급이 이루어지고, 센서가 내장된 바닥에 노인이 쓰러지면 자동 경보가 병원으로 전달되어 구급차가 출동하게 되며, 휴대폰을 통해 의약품 처방전을 재발급 받는 등의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새로운 송도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발전이 가져다줄 새로운 사회성의 출현이 ‘유비쿼터스’라는 이름으로 자동화된 이동성의 생활양식을 재현하고 있다. 더욱이 사무업무를 보거나 책이나 뉴스를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몇몇 고급스런 컴퓨터 기술과 텔레비전까지 융합해 버린 휴대전화기는 이러한 ‘유-라이프(Ubiquitous-Life)'라는 새로운 사회성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의 허브이다.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낳은 ‘유비쿼터스 사회’를 제대로 평가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 다시 스탠퍼드의 로버츠 교수가 졸업생들에게 부탁한 간청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유비쿼터스’ 권역 밖으로 한 발짝 나아가 본다면 무엇이 보일까? 앞으로 디지털 영상‧이미지‧음성‧스피치 등의 이동성(mobility), 편재화(ubiquity) 그리고 동시성(simultaneity)이라는 새로운 ‘기술사회성(techno- sociability)'을 구현하는 핵심 커뮤니케이션 기술로서 최근 미국에 등장한 ‘디지털 위치추적 장치(digital tracking system)'의 응용화와 상업화 그리고 법제화 등을 살펴본다.
"Catch Me If You Can!" 몇 해 전 개봉된 신출귀몰의 실재 위조지폐범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의 제목이다. 1960년대의 아날로그 시대에 그는 신출귀몰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위의 새 송도시의 청사진에서도 예시되었던 전자태그 기술이나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 등과 같은 첨단 디지털 위치추적 장치가 그 당시에 있었다면 이 주인공은 하찮은 단순 위조지폐범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 전자태그(RFID) 실제로 디지털 영상 및 음성 정보의 전송과 교환에서 위치추적 장치는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서울시가 전자태그를 이용하여 요일제 차량운행에 따른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여 각종 세제상의 혜택뿐만 아니라 혼잡한 서울시 교통 흐름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자동차운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무선전파를 이용하여 사물의 위치를 추적하는 전자태그 장치는 이미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그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과 감시사회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미국 대륙을 잇는 동맥이라 할 수 있는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 상의 통행료 지급 수단으로서 전자태그는 이미 1999년에 도입되었다. 현재 미국 중부지역은 I-PASS라는 이름으로, 동부지역은 EZ PASS라는 이름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지급용 전자카드가 도입되어 있고, 전자태그를 통해 고속도로 각 구간 사이의 자동차 통행량과 더불어 자동차들의 속도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급상황에 대한 대처 및 대비를 가능케 해 준다는 행정적‧기술적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전자태그 칩이 장착된 통행카드에는 각종 개인신상정보와 신용카드정보 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남용에 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만약 회사의 법인 차량을 가지고 잠시라도 한눈을 판 직원이 있다면 다음날 아침 사장으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게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자태그는 이처럼 자동차 운행뿐만 아니라 도서관 대출서적들에 장착되기도 하며, 학교에서 십대 청소년들의 쉬는 시간을 관리하는 장치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캘리포니아 주 몇몇 도시의 공공 도서관에서 전자태그가 장착된 도서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자 이를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개인의 언론자유를 심각히 제한할 수 있는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규탄하였다. 캘리포니아 대학교가 위치한 버클리 시의 공공 도서관은 65만 달러의 전자태그 도서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 도서관리 인력을 해고하였다. 전자태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버클리 시 주민들의 세금부담은 늘어났지만, 양질의 공공 도서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도서관이용자협회와 시민단체들은 샌프란시스코 공공 도서관이 연간 30만 달러의 예산이 요구되는 전자태그 도서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 압력을 가하여 그 계획안을 무효로 만들었다. 전자태그의 보다 끔찍한 경우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쉬는 시간을 편리하게 관리하는 데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1월,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브리탠(Brittan) 학군에서 학생들은 인컴사라는 회사가 시행한 ‘전자태그 테스트'에서 전자태그가 장착된 학생증을 목에 달고 다녀야 했다. 학교 측은 컴퓨터 스크린에서 아이들 모두의 위치 추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이나 인컴사는 학부모들의 동의 절차를 구하지 않고 이 테스트를 진행하여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개인신상정보가 남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휴대전화와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 전자태그와 더불어 디지털 위치추적 장치의 또 다른 대표적 테크놀로지는 GPS, 즉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이다. 지난 2001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5년 말까지 미국의 모든 휴대전화기에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장착을 명령하였다. 고속도로나 산악지역 등에서 위급상황 시에 사고자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여 구조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위하여 도입된 연방통신위원회의 ‘Enhanced 911’ 법안으로, 미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이용자들은 의무적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 휴대전화를 그대로 이용할 경우 별도로 서비스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 2005년 미국 아이오와 주의 주도인 드모인(Des Moines) 시 교통국은 자동차 운전자의 휴대폰에 내장된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의 신호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통망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운전자들의 상당수가 출근길 혹은 퇴근길 자동차 주행 중에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교통의 흐름을 추적해 원활한 흐름을 유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휴대전화로부터 흘러나오는 위성 위치확인 신호를 가지고 사용자의 아이디를 식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더러 새로운 교통사업의 목표도 아니라고 드모인 시 교통국은 밝혔다. 하지만 드모인 시의 시민단체들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해 구상되고 있는 도시 사업들의 기반이 대부분 개인정보를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휴대전화를 통한 개인정보망의 구축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의 한 대형 쇼핑몰은 가족 단위의 쇼핑몰 입장 손님들에게 매장 안에서 가족들 사이의 통화가 가능한 워키토키형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쇼핑을 나온 경우 대부분 남자들과 여자들이 각기 따로 쇼핑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쇼핑몰 측은 휴대폰을 통해 각각의 성별에 따른 매장출입 유형‧순서‧쇼핑 시간을 측정하여 이를 마케팅과 프로모션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쇼핑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하는 경우 이에 상응한 할인 혜택이나 경품을 제공받고, 남자들과 여자들 각각이 어떤 매장에, 어떤 순서에 따라 들어가서 얼마 동안의 시간을 소비하고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전자태그가 활용되는데, 만약 고객들이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제공하는 경우,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하여 2차적인 타깃 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다. 휴대전화의 이동성과 동시성은 사회의 각종 위협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영국 의 2000년 조사 결과, 십대들 사이에서 휴대전화 중독률은 청소년 흡연과 유의미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영국 십대들의 흡연율은 1996년과 1999년 사이에 30%에서 23%로 감소했는데, 비슷한 시기 15세에서 17세 사이 십대들의 휴대전화 소유율은 2000년 8월까지 79%로 증가했다는 것이 이 기관의 조사이다. 요컨대, 십대들 사이에서 휴대전화는 담배의 대용물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 같은 특정한 상업적 메시지가 암묵적으로 배어 나오는 연구조사나 저널리즘을 미국 신문의 비즈니스나 테크놀로지 섹션 그리고 아침 방송에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들은 한 달에 15~20달러의 추가 이용료를 부담하면 비상시의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녀의 신발이나 책가방 속에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여 실시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자녀들의 구체적인 위치와 이동경로 등을 확인할 수는 것에 더하여, 부모들은 자녀의 휴대전화에 특정한 경고문을 보낼 수도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MySpace나 Friendster 등의 십대 네트워킹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여 위치추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령, MySpace에 들어가 자신의 리스트에 어떤 친구가 로그인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어 응답하는 경우, MySpace 사이트 상에서 친구의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종종 부정확한 축약언어(이모티콘) 사용과 음란물의 교환 등 사회규범과 질서를 혼란시키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십대 네트워킹 사이트 등이 이러한 경우에는 새로운 사회성 모델의 창출을 위한 주요한 이음새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휴대전화에 장착된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의 경우 건물 내부에서는 신호가 잘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따르지만, 대개 위치추적 기능이 야외에서 활용하는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의 상업적 잠재성은 단순하지 않다. 현재 미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 가운데 Sprint/Nextel만이 이용자에게 무료로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리좌표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타 휴대전화 업체들이 지리좌표 검색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물론 개인신상정보 보호이겠지만, 실제 속내는 ‘위치기반 서비스(Location-based ser- vice)'가 갖는 시장성을 휴대전화 업체들이 계속 탐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보단계에 이르고 있지만 가령, ‘Smarter Agent’라는 서비스는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현재 있는 위치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의 위치와 가격 등의 상품 정보뿐만 아니라 전화번호 같은 공공기관에 등재된 개인정보 등을 전자지도 위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모바일 감시사회?: 미국 법원의 휴대전화 감청금지 결정과 그 의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둘러싼[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토비 밀러(Toby Miller)의 표현을 빌리면] ‘도덕적 공황과 순진한 흥분의 이분법'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이분법의 극복이 테크놀로지 발전을 둘러싼 사회학적‧정치경제적‧역사적 논쟁들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논쟁들을 연결하고 매듭짓는 끈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낼 시야를 우리가 갖는 것으로부터 대안적 사회성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법원이 미 법무부에 내린 휴대폰 감청금지 결정은 특히나 개인신상정보를 이용해 그 기술의 사회적 유용성을 도구화하려는 정치적‧상업적 잠재성에 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위치와 신상정보를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가능성 때문에(실제로 그 오차 범위가 15미터를 넘지 않는다), 디지털 추적 장치를 내장한 휴대전화를 통해 범인을 추적하거나 검거하는 등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우려는 개인정보보호와 인권 등의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부터 10월 사이에 미국 뉴욕의 남부지법, 동부지법 그리고 텍사스 법원은 미국 법무부가 적절한 법의 원칙 아래 미국연방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The All Writs Act’에 의거, 휴대전화 감청을 요청한 데 대해 “입증할 만한 사안이 없다(without probable cause)”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미국 시민단체인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은 이 사례가 궁극적으로 그동안 휴대전화 등에 내장된 디지털 추적 장치를 이용해 미국 경찰과 사법 당국이 개인정보를 남용해 왔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디지털 무선추적 장치의 개발과 발전 그리고 중요하게는 시장성의 확대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영국의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 1949년 발간한 《1984》에서 전체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감시자인 ‘Big Brother'를 연상케 한다. 독일의 나치즘과 같은 기존의 전체주의 사회가 프로파겐더와 강압에 의해 대중들을 억압하고 지배했다면,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구현하는 ‘기술사회성’에서는 대중의 자발성과 참여성을 통해 감시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사회적 취향을 다른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채워 나갈 뿐만 아니라, 사회적 만족감을 얻는 사회 그리고 디지털 무선추적 장치가 내장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참여적인 사회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하는 사회가 바로 ‘기술사회성’이 내재화된 새로운 감시사회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사회 변동을 위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예로,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들이 경찰의 봉쇄를 뚫고 회의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던 것은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의 교환 덕이었다. 2002년 필리핀에서도 반(anti)에스트라다 정권 민주화 시위대에게 조직화의 중심에 휴대전화의 이동성과 동시성은 승리의 커다란 인프라 구실을 하였다고 얘기된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테크놀로지 발전의 축복 아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야기하는 사회적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대안적 사회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을까? 이와 같은 미국에서의 사례들이 DMB 서비스의 상용화를 시작한 한국 사회에 던져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가령, 점심시간에 명동에서 DMB폰으로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자신에게 전송되는, 출연 중인 가수의 의상이 진열된 인근 100미터 반경의 옷가게들의 정보와 위치 그리고 음식점 전자 쿠폰을 받아 보는 우리들은 테크놀로지 발전의 축복과 두려움 사이의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참고 : - BBC Manchester(2000), “Phones not fags are the new cool” in www.bbc.co.uk/manchester - Daniel charles, “GPS Is Smartening Up Your Cell Phone”, NPR News, at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6097216 - PAMELA LICALZI O'CONNELL, “Korea's High-Tech Utopia, Where Everything Is Observed”, The New York Times, October 5, 2005, p. 6.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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