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보급으로 인해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부터, 점차 온라인 비디오를 제공하던 기업의 가치가 새삼 돋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가치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논란에는 할리우드의 제작 업체들이나 실리콘 밸리의 흥행사들, 그리고 뉴욕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술 업계의 전문경영인이며 달라스 매버릭(Dallas Mavericks)의 소유주인 마크 쿠반(Mark Cuban)은 지난 9월 29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물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는 사람은 멍청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RBC 캐피털 마켓(RBC Captial Markets)의 조단 로한(Jordan Rohan)이 네트워킹 사이트인 MySpace의 가치를 대략 150억 달러로 추산한 바로 그 주에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이 두 발언은 현재 영상 사이트에 대해서 극단적인 전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이다. 실제로 영상 사이트가 새로운 매체로서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한때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흐름일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시청자의 가치 각 기업의 가치는 해당 기업의 성과에 따라 달라질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매체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매체, 예를 들어 TV의 경우에는 시청자의 숫자가 바로 돈으로 연결될 정도로 시청자의 숫자가 핵심이었다. 광고주는 시청자의 규모를 보고 돈을 지불한다. 비록 청년층의 비중이 높으면 프리미엄이 붙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광고효과는 시청자 수라는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온라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적어도 온라인 세상에서는 숫자가 지배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 숫자가 작은 것이 방문객의 숫자가 많은 곳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방문객의 숫자가 적더라도 해당 방문객들이 광고를 클릭하는 숫자가 많다든가, 아니면 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는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중요한 점은 적어도 온라인 사이트의 가치 평가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보다 다층적인 측면에서 검토 분석, 평가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스타벅스(Starbucks) 회장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설립한 벤처 캐피터 업체인 마베론(Maveron)을 포함한 일련의 투자자들은 1,200만 달러를 비디오에그(VideoEgg)에 투자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의 성장성이 예상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BusinessWeek.com, 9/27/06 참조). 거의 신생 기업에 다름없는 비디오에그에 이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비디오에그 방문객들이 광고를 클릭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비디오에그 방문객들의 광고 클릭 수는 1%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업계 평균은 아직 1%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값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였던 것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비디어에그의 방문객은 유사 사이트의 방문객 두 배를 능가하는 상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투자 새롭게 등장한 영상 사이트에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비디오에그와는 별도로 소니는 6,500만 달러를 그루퍼(Grouper)에 지불했다. 그루퍼의 방문자들과 관련 기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한 것이다. 타임워너와 마이크 아이즈너(Michael Eisner) 역시 온라인 TV 사이트인 Voeh에 투자를 했다. 웹폰 서비스 업체인 스카이프(Skype)의 창립자는 작년 이베이에 인수되었으며, 새로운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를 소개할 계획이다. 현재 이 사이트는 베니스 프로젝트(Venice Project: BusinessWeek.com, 7/24/06 참조)란 이름 아래 시험가동 중이다. 뉴스 코퍼레이션 역시 5억 8,000만 달러에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협상을 벌였었다. 비록 로한이 예상한 150억 달러는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지 않지만, 뉴스 코퍼레이션이 지불하려고 하는 금액 이상의 가치를 마이스페이스가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관심을 보이고 입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BusinessWeek.com, 9/18/06 참조).
변화하는 습관 갑작스럽게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최근 현상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기술과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투자은행들은 전통적인 미디어나 야후(Yahoo!) 같은 기존의 포털 사이트들 역시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행태에 당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80년대 전후에 태어난 소위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 Generation)라고 불리는 이들은 부모들과는 전혀 다른 매체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 밀레니엄 세대가 보다 강력한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TV나 방송국의 가치는 광고주의 관심 하락과 함께 하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들 밀레니엄 세대들은 다중작업환경(multi-tasking)을 즐기고 있고, 서로의 관심 영역을 공유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와중에 TV는 그중의 하나일 뿐이죠. 그렇다손 치더라도 TV를 이용하는 방식도 예전과 다릅니다”라고 프랭크 마기드 연구소(Frank N. Magid Associates)의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는 대략 하루에 2.8시간을 온라인에 소비하고 있고, 동일한 시간을 TV에 그리고 음악을 청취하는 데는 대략 2.2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미디어 재벌들은 이러한 매체 이용 행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을 접속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야후 같은 포털 사이트의 미래도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전과 달리 밀레니엄 세대는 관문을 통하지 않고 바로 직접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향이 짙다는 투자회사의 제이 맥도날드(Jay MacDonald)의 평가도 이런 맥락이다. 야후 등과 같은 포털 사이트보다는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FaceBook) 그리고 유튜브(YouTube)가 인기를 끄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시밭길 온라인 비디오 시장의 활성화에 당혹해 하면서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 때문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의 광고 시장이 어느 정도로 성장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여타 사이트와 비교해서 온라인 비디오가 대세를 장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튜브와 같이 급속하게 성장한 사이트는 역으로 급속하게 하락할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회사나 미디어 기업은 위험부담이 클 수 있는 거래보다는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규모 거래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0만 달러 혹은 3,000만 달러 정도의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무려 10억 달러짜리 거래가 오고 간 YouTube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구매자 측에서는 현재의 수익이나 이윤에 근거해서 이번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지요. 그러나 미래의 성장성이란 대목은 사실 평가하기가 녹녹한 것이 아닙니다. 중소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려 드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라고 맥도널드는 지적한다.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이슈는 또 다른 가시밭길이다. 앞에서 쿠반이 유튜브를 사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고려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유튜브는 하루에도 1억 개가 넘는 비디오를 시청하는 그런 대중적인 사이트가 되었다. 대중적이 되면 될수록 사이트 관리자는 지적재산권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유튜브가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10억 달러 이상의 금액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유튜브를 넘기겠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의 한 달 운영비용은 대략 9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BusinessWeek.com, 9/18/06 참조).
초기 이득(Early Payoff) 쿠반에 따르면, 조만간 유튜브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몇몇 정보 제공업자들이 유튜브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마도 미디어 재벌 중 하나였던 베텔스만(Bertles- mann)이 냅스터를 인수하던 그 순간에 바로 소송을 당했던 것처럼 유튜브를 인수하는 그 순간 인수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정리되기 전에 유튜브를 인수하는 것은 다소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I don't think an acquisition would be smart until all the copyright issues are decided. 냅스터를 인수하려들었던 BMG의 경우가 재판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라고 쿠반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적고 있다. “개인적으론 냅스터와 마찬가지로 유튜브도 인수됨으로써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법은 아니죠. 왜 냅스터가 1999년까지 별 탈 없이 운영해 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봐야 할 겁니다. 현재의 유튜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죠. 소송을 한다고 해서 소송대금은 물론이고 거기서 손해배상을 받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유튜브가 거대 미디어 재벌사에 인수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유튜브 인수에 대한 이견과는 달리 마이스페이스의 인수는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받고 있다. 이 거래는 현재 미국의 온라인 비디오 시장이 이미 수익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마이스페이스는 뉴스 코퍼레이션의 TV 영상물 및 영화의 새로운 배급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컴스코어(comScore Network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스페이스는 이미 7월 15억 비디오 스트리밍을 기록했으며, 이는 2위 기업인 야후나 3위 기업인 유튜브를 압도하는 수치이다. 이 보고서는 오직 무료 스트리밍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만약 방문객 수가 아니라 실제 비디오물을 본 횟수로 재측정한다면 순위는 달라질 것이다. 이럴 경우 1위는 야후, 2위는 유튜브 그리고 마이스페이스는 3위에 해당된다. 영화 업계와 TV 업계가 온라인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고주들도 온라인 사이트의 대중성을 이용하려 들고 있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마이스페이스는 현재 모든 광고를 판매한 상태다. 소위 완판이다. 로한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온라인 사이트의 성장성과 광고효과에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다른 매체보다도 온라인 사이트의 광고는 그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가 기존 매체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니치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소위 웹2.0이 진행되어 보다 영상물이 원활하게 유통될 경우에 온라인 비디오 사이트의 인기는 지금과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활황을 보였던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채 열매를 맺기도 전에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패 뒤에도 여전히 야후와 구글 같은 승자는 있는 법이다. 투자위험이 크긴 하지만, 미디어 재벌들이 새로운 강자를 가만두고 쳐다볼 수만은 없는 것도 다 이런 연유 때문이다.
[스티브 로젠부시(Steve Rosenbush) 2006. 10. 2., <비즈니스위크> 편역] http://www.businessweek.com/print/technology/content/oct2006/ tc20061002_66364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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