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폭스 뉴스는 10주년을 맞게 된다. 기념할 만한 일이다.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과 전직 정치 컨설턴트인 로저 에이릴스(Roger Ailes)가 진보적 편견에 사로잡힌 세상을 구하겠다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었다. 폭스 뉴스는 다른 뉴스 케이블 채널을 압도한 지 오래되었다. 비록 최근 들어 시청률이 조금 하락하는 듯한 기미를 보여 주긴 하지만, CNN, MSNBC 그리고 CNBC를 모두 합한 시청률보다도 더 높은 시청률을 보여 주기도 했었다. 싸움닭인 빌 오렐리(Bill O'Reilly)와 강경보수주의자인 숀 해니티(Sean Hannity)는 미국 방송사에서 가장 강력한 두 명의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폭스란 이름은 그 자체로 지난 10년간 성공한 미디어 기업의 대명사가 되었다. 폭스는 과연 우파의 제5부인가 진보주의자들에게 폭스의 탄생과 10주년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빌 클린턴은 몇 주 전에 <폭스 뉴스 선데이(Fox News Sunday)>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Chris Wallace)에게 직접적으로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이때 클린턴은 윌리스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었다. 당시 빌은 알 케에다(Al Qaeda) 처리 문제를 두고 언론의 논평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다. 민주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폭스 뉴스가 공화당의 선전 도구라며 비난해 왔었다. 엘 고어(Al Gore)는 폭스를 우파의 제5부라고 지칭했으며, MoveOn.org 같은 좌파에서는 폭스를 우파성을 고발하는 <여우 몰아내기(Outfoxed)>란 다큐멘터리를 지원하기도 했었다. 또한 좌파는 폭스가 내세우는 ‘균형감(Fair and Balanced)’이란 구호가 광고주를 현혹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FTC(Federal Trade Commission)에 고발하기도 했었다. “자사의 의견과 저널리즘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균형(fair and balanced)’이라고 부르는 것은 억지스럽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방송에서 나오는 뉴스에 대해서 혼란스러울 밖에 없고, 결국 민주주의에 해가 될 것이다”라고 이번 소송에 참여한 Common Cause란 단체는 고소장에서 밝히고 있다. 할리우드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치를 풍자해서 코미디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코미디 센터럴(Comedy Centrals)의 인기 배우 콜버트가 진행하는 <콜버트의 보고서(Calbert Report)>는 폭스 뉴스와 오렐리(O'Reilly)를 비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폭스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성공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러 단체에서 관심을 가질 리 없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방송사의 뉴스라는 관점에서 보면 폭스가 공화당의 선전도구란 주장 역시 균형 잡힌 주장은 아니다.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폭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부시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잡았었다. 마지막 선거 조사에서조차도 폭스는 케리의 당선을 예측했었다. 나로서는 공화당의 제5부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을 믿기가 어렵다. 당시 공화당 측에서는 일관되게 부시가 케리보다 앞서 간다는 주장을 했었다. 최근 UCLA의 정치학과 교수 팀 그로섹로즈(Tim Groseclose)와 미주리 대학의 경제학자 제프리 밀요(Jeffrey Milyo)가 수행한 비교연구에 따르면, 폭스가 가장하는 시사 뉴스 프로그램 <브릿 흄의 특별보고서(Brit Hume's Special Report)>는 다른 네트워크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보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서 여타 네트워크 방송사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은 다소 좌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네트워크사의 뉴스 프로그램과는 달리 의견 프로그램(opinion show)들은 특정 정파 중심적이며, 이중에서도 폭스의 정파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렐리(O'Reilly)는 공화당의 다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오렐리는 일관되게 정유회사가 기름 값을 인상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으며, 거대 재벌들이 중소기업들을 내몰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또한 그레타 반 서스테렌(Greta Van Susteren)이 폭스에서 On the Record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 서스테렌은 각종 정치 스캔들을 집요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反)엘리트주의: 폭스의 설립 이념 진보진영이 떼를 지어 폭스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폭스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알랜 콤즈(Alan Colmes)와 뉴스 비평가인 마빈 칼브(Marvin Kalb)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고 있다. 의심할 바 없이 폭스 뉴스가 CBS나 CNN보다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폭스 방송의 설립 이념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스의 실제 사조(ethos)는 공화당이 아니라 반(反)엘리트주의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이 당황해 하는 것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이 모르는 미국이 실제 존재한다. 사람들은 진보진영이 스스로가 보수진영보다 더 우월하고 명석하다고 자청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보수진영에 밀리면서도 스스로 명석한데 다른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울분을 토하지만 말이다. 반엘리트주의는 또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을 보도하면서 보여 주고 있는 미국 중심적 사고의 핵심이다. 해당 전쟁을 보도하면서 폭스는 단 한 번도 그들을 투사(militant)나 활동가라고 호칭하지 않고 줄곧 테러리스트(terrorist)라고 지칭해 왔다. 베트남전 이래로, 주류 언론인들은 테러리스트와 같은 용어가 언론의 중립적 가치를 배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련되지 못한 채 특정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란 호칭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폭스의 반엘리트주의의 또 다른 이면에는 보수적 기독교 신념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입장은 주류 언론 매체에서도 비이성적이거나 까탈스러운 것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한편으로는 일견 존경과 권위를 담보하고 있다. “우리는 팻 아일랜드(Pat Ireland)나 엘리노 클리프(Elanor Cliff: 뉴스위크 칼럼리스트,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평—역주)와 같은 진보주의자의 입장을 경청하는 것만큼이나 프랭크린 그래햄(Franklin Grahman) 목사나 제임스 돕슨(James Dobson) 박사 같은 종교적 지도자의 의견을 주목합니다”라고 해니티는 언급하고 있다. “미국인 대다수는 신을 믿고 있으며, 자신들의 삶의 근간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초대해서 듣는 것이 뭐 그리 이상한 일이겠습니까?” 폭스 때문에 진보주의자들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블로그나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talk show) 등을 통해서 그동안 진보진영이 독점해 왔던 언론 매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의 의견 중심의 프로그램들 덕분에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양측의 의견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선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 정치인들과 활동가들은 폭스조차도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타 방송국에 비해서 진보진영의 모습이 덜 보인다는 점에서 격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의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인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에 치중되어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하나로 성장 보다 중요한 점은, 폭스 뉴스는 그동안 수세기 동안 주요 엘리트 언론들이 가르쳐 왔던 ‘언론의 정체성’과 ‘뉴스의 정체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예들 중에서 한 가지만 들어 보자. 주류 언론들은 UN의 석유식량 프로그램(Oil-for-Food inititive: 생필품 구매를 위한 목적일 경우에는 원유 생산을 허용한 조치)을 했을 때 보여 주었던 부패 행위를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란 명분하에 눈을 감았으나, 폭스만이 이를 보도해서 여론을 환기시켰었다. 폭스 뉴스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이런 것들도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폭스는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매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퓨 연구소(the 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인 중 20% 이상이 폭스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37%)는 민주당 혹은 무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폭스의 영향으로 인해 다른 뉴스 매체들도 기존의 진보지향적인 입장에서 중도우파(right of center)적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SNBC에서 방송 중인 <스카보로우 컨트리(Scarborough Country)>는 현재 전직 공화당 출신 하원의원인 조 스카보로우(Joe Scarborough)가 진행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세상의 모든 뉴스 가치를 <뉴욕타임스>와 가 결정지었던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날의 영광’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일부는 민주당에 대한 편견을 더 이상 보이지 말아 달라고 폭스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었다. 폭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정권을 다시 가져오려고 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폭스는 여우라는 단어만큼이나 느릿느릿거리지도, 반진보적이지도, 그렇다고 예측 불가능한 그런 매체는 더더욱 아니다. 잊어버리지 말 것. 폭스는 이번 주 10주넌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열 것이다. 진보진영이 뭐라고 하든 말이다. [브라이언 앤더슨(Brian C. Anderson) 2006. 10. 4.] http://www.latimes.com/news/printedition/opinion/la-oe-anderson4oct04,1,3911871.story?ctrack=1&cset=tr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