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텔레콤과 독일 정부와의 밀월 관계 2005년 9월에 개최된 독일의 국제 방송 박람회(IFA)에서 독일 텔레콤은 2007년까지 빠른 전송 속도의 광섬유 네트워크를 설치하기 위해 3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투자는 점차로 축소되고 있는 광섬유 사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초당 최대 50MBit의 속도를 내는 이 광섬유로 텔레비전 수신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전송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일 텔레콤의 대표 Kai-Uwe Ricke는 정치권에 투자 보장과 함께 경쟁사에 이렇게 새롭게 설치되는 네트워크를 공유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1) 텔레콤의 이러한 요청은 새롭게 구성된 정부 여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조약에서 사실상 받아들여져 텔레콤의 투자를 돕는 정책을 밀고 나가기로 하였다. 독일 정부의 입장은 독일의 산업과 연구발전의 미래를 보장하는 현대적인 텔레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새로 임명된 수상인 Angela Merkel은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일정 기간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러한 새 정부 여당의 입장은 새롭게 개정되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법(Telekommunikationsgesetz, TKG)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2) 이것으로 독일 텔레콤은 다른 경쟁사와의 경쟁 없이 VDSL 시장을 독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쟁사의 반대 의견 이런 독일 텔레콤과 정부 여당의 밀월 관계에 텔레콤의 경쟁사 협회인 텔레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잉여 서비스 제공자 협회(Verband der Anbie- ter von Telekommunikations- und Mehrwertdiensten, VATM)에서는 투자를 조건으로 적은 규제를 원하는 텔레콤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였다. 이 협회의 대표 Jürgen Grützner는 이 결정이 대연정의 잘못된 시작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정부 여당에서 규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은 새로운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독일 내외의 비판으로 광섬유 네트워크를 둘러싼 논쟁에서 Thorsten J. Gerpott 교수는 독일 텔레콤이 정확한 의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텔레콤 측은 VDSL을 연방네트워크대행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좀 더 많은 자주적인 결정을 하기 위한 수단(Vehikel)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Gerpott 교수는 텔레콤 경쟁사들의 걱정이 자기네들을 제외하고 이루어지는 VDSL 활성화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사업자의 컨셉이독일에서 경쟁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3) 또한 텔레콤의 경쟁사인 AOL Deutschland도 이 문제에 대해 의뢰한 연구결과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자유로운 경쟁이 경제를 더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즉, 과거에 독점 기업이었던 텔레콤이 인터넷의 네트워크를 장악하여 자신들의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사업과 경쟁사에 인프라 구조를 판매한다면, 이 분야에서 소규모 사업자들 간의 경쟁구조는 더 치열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텔레콤이 이 분야에 장악하고 있는 시장규모는 2006년 현재 전화선 분야에서 90% 그리고 DSL 시장에서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인터넷 Provider들이 텔레콤의 네트워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AOL Deutschland는 독일 정부가 텔레콤에 대한 강한 규제를 할 것과 모든 사업자들을 위해 현대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사: VDSL 네트워크를 자체적으로 구축 또한 텔레콤 이탈리아의 자회사인 Hansenet에서도 전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에 관심을 갖고 연방 네크워크 대행사에 독일 텔레콤의 부당함을 제출했다. 함부르크에 자리 잡은 Hansenet은 과거에 독점 기업이었던 텔레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개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 회사는 함부르크 지역에 고객의 집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텔레콤의 소유로 된 기존의 선을 제거하고 VDSL 설치 계획을 발표했으나 텔레콤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렇듯 텔레콤의 경쟁사들의 하나인 Hansenet과 Arcor 등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체적으로 VDSL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4) 유럽연합 측의 비판 텔레콤에 대한 독일 정부의 이러한 보호정책에 대한 비판은 독일 내에서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유럽 네트워크 사업자 모임(Initiative Europäischer Netzbetreiber)의 대표 Jan Mönikes은 이러한 독일 정부의 텔레콤 정책을 비난하면서, 독일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독일 지역산업정책과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유럽위원회(Euro- päische Kommission)도 독일 정부에서 한 기업에 혜택을 주는 자세에 대해 주시하면서, 독일 정부가 유럽연합의 정책과 같은 노선을 걸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유럽연합 측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연정조약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투자를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유럽연합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것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런 독일 정부의 태도는 독일 텔레콤을 경쟁에서 보호하는 행위이며,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하였다. 5) 유럽연합은 그 후 2006년 5월과 6월에 독일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을 비난하면서, 이런 행위는 유럽연합에서 추구하고 있는 공정한 경쟁이 방해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고, 또한 독일 정부에서 여러 차례의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묵인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경우가 다른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6) 즉, 1999년부터 2002년 사이에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인 25개국에서 이미 각 국가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원활히 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이전의 국가적 독점 기업들을 해체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현재 이러한 방침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서는 새로 개정된 독일의 텔레커뮤니케이션 법(Telekommunikationsgesetz)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요청하였다.
거세지는 비판과 독일 정부의 입장 변화 이렇게 관련 업계와 유럽연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2006년 6월까지 독일 정부는 텔레콤에 대한 보호정책에 대한 입장에 대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독일 연방고문기구인 Bundesrat에서도 새로 개정된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이 소비자보호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텔레콤에 대한 규제 방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피하였다. 이에 급기야는 독일 전체 경제 산업을 대변하는 독일 산업 연합(Deutscher Industrie- und Handelskammer, DIHK)에서는 2006년 7월에 독일 연방고문기구의 이러한 태도가 전체 독일의 법적인 질서를 해치는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었다. 7) 하지만 계속되는 비판으로 독일 내에서뿐만 아니라,8) 유럽연합에서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독일 정부와 텔레콤의 입장은 점점 위축되어 갔다.9) 2006년 8월 중순에 독일 정부는 마침내 독일 텔레콤이 VSDL 네트워크에 대해 경쟁사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독일연방 네트워크대행사(Bundesnetzagentur)에서 발표하였다. 즉, 경쟁사는 법적으로 텔레콤이 설치한 VDSL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점점 심해지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정책에 대한 비난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독일 정부 입장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10) 이러한 공방으로 결국 손을 든 독일 정부는 유럽위원회의 영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 꼴이 되었다. 유럽위원회는 이후 독일에 광속 인터넷의 가격을 하향조정할 것을 요구하였고, 11) VDSL로 Triple Play와 ADSL2 Plus가 서비스되어야 하고 다른 서비스들도 함께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12) 하지만 이렇게 독일 정부에서 한걸음 물러난 듯한 자세가 독일 텔레콤을 경쟁에서 보호하겠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철회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 정부는 계속적으로 독일 텔레콤을 보호하겠다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을 개정할 의도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유럽위원회는 이에 대한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였다.13) 여기에 유럽위원회는 이 분야 56개 사업자들의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요구의 근거를 삼았다. 이에 독일 연방네트워크대행사(Bundesnetzagentur)에서는 2006년 9월 13일에 VDSL을 설치하는 텔레콤이 다른 경쟁사가 이용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여기에는 ADSL2 PLUS, VDSL 그리고 SDSL 접속이 가능해야 한다고 못 박아, 유럽위원회의 요청을 수락하게 되었다. 이에 독일 텔레콤에서는 특히 VDSL 접속을 허용한 것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것이 허용될 경우 VDSL 설치 계획을 전면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네트워크대행사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독일 텔레콤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 나가는 말 텔레콤에 대한 독일 정부의 보호정책은 경쟁사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아직 독일 정부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005년 9월 텔레콤의 계획과 그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 이후 계속된 공방으로 텔레콤의 경쟁사뿐만 아니라 유럽연합도 가세하여, 실로 VDSL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조정을 한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이고 있다. ◦ 작성: 최은희(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gabrielachoi.@yahoo.co.kr) [주석] 1) Telekom will neues Glasfaseernetz nicht für Wettbewerber öffnen. 2005년 10월 23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newsticker/meldung/71233 2) Hightech-Strategie mit Hindernissen im schwarz-roten Koalitionsvertrag. 2005년 11월 25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3) Experte: Streit um VDSL Ausbau ist Stellveertreterkrieg. 2006년 3월 24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4) Hansenet will Beschwerde gegen Telekom einreichen. 2006년 4월 6일자 기사. www.heise.de 5) EU-Kommission hat wegen Telekom Bedenken gegen Koalitionsvertrag. 2005년 11월 14일 기사. 출처: www.heise.de/newsticker/meldung/71233 6) VDSL:EU wirft Bundesregierung Protektionismus vor. 2006년 5월 18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7) DIHK: "Regulierungsferien" für VDSL-Netz der Telekom schaffen Rechtsunsicherheit. 2006년 7월 14일자. 출처: www.heise.de 8) Verband: VDSL-Monopol gefährdet Breitband-Wachstum. 2006년 8월 8일 기사. 출처: www.heise.de 9) Widerstand gegen "Regulierungsferien" für die Telekom wächst weiter. 2006년 2월 28일 기사. 출처: www.heise.de 10) Regulierer: Telekom soll mit der Konkurrenz über VDSL-Netz verhandeln. 2006년 8월 16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11) EU-Kommission will niedriegere Preise für Breitband-Internet in Deutschland. 2006년 8월 18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12) EU-Kommission fordert Bitstromzugang auch für VDSL. 2006년 8월 21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13) EU-Kommission untermauert Kritik an "Regulierungsferien" für die Telekom. 2006년 8월 26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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