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프랑스의 양대 디지털 위성방송사인 Canalsat과 TPS는 정부 부처로부터 합병 허가를 받아냈다. 이 합병은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프랑스 방송계의 변혁을 반영하는 중요한 현상라고 할 수 있다. 이 합병이 가지는 복합적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 위성방송의 역사적 배경 프랑스 위성방송의 역사는 유럽에서 인공위성이 본격적인 상업화를 시작할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룩셈부르크에서 출발한 유럽 공동투자회사인 SES(Société Européenne des satellites)는 미국 기술로 생산된 위성 ASTRA가 가진 기술적 장점을 바탕으로 유럽 위성방송 시장에서 일찍부터 지배적인 자리를 점하게 된다. 기술적인 선택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유료 방송의 장을 연 Canal+는 Canalsatellite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위성 ASTRA를 통해 1992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위성방송을 선보였다. 그러나 공급하는 채널 수는 빈약했고 케이블 네트워크에서 공급되던 채널들이 주를 이루었다. 몇 해가 지나면서 텔레비전 시청자들은 위성방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 관심의 주된 이유는 외국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점과 대다수의 채널이 무료였다는 점이다. Canalsatellite의 본격적인 도약은 1996년의 디지털 방송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기술은 채널의 송신과 수신에 있어서 비용을 절감시켰고, 결과적으로 수용자에게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Canalsatellite의 독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약 1년 후에 공영방송사와 민영방송사가 만나서 새로운 위성방송사를 설립했으니 그것이 바로 TPS(Télévision par satellite)이다. 오래지 않아 공영방송사는 철수하고 TPS는 프랑스 민영방송사의 대명사인 TF1의 통제 하에 남게 된다. 결국 이 시점부터 시작된 Canalsatellite와 TPS의 경쟁 구도(또 하나의 위성방송사 AB Sat가 있긴 하나 가입자 수가 불과 몇 만 명에 머묾)는 크게 Canal+와 TF1의 경쟁 구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TPS는 Canalsatellite가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스포츠와 영화와 같은 장르를 직접적으로 공략한다. 아래의 표는 케이블과 위성방송 가입자들의 증가 추이를 비교해 잘 보여 주고 있다.
1996년부터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프랑스의 위성방송은 오랜 기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케이블 방송의 가입자 수를 앞지른다. 위의 표에서 위성과 케이블 사용자의 증가 추이와 두 네트워크의 격차가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은 사용자 확보에 있어서 1996년에 두드러진 성장률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 네트워크 사이의 사용자 확보율 차이는 좁아지고 있다. 여기서 프랑스 위성방송의 상대적 발전 이유들을 살펴보자. 우선 위성은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케이블은 도심권에 근접한 일정한 거리까지만 공급이 가능하다. 위성방송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케이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위성방송 수신 장비의 설치와 접속도 하루면 족할 정도로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추가하자면 채널 공급 폭도 넓으며 유연성이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프랑스 위성방송이 케이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요인들이다.
프랑스 위성방송 산업의 구조 프랑스 방송위원회(CSA)와 시청률 조사기관인 Médiamétrie의 통계자료를 보면, 케이블과 위성을 통한 다채널 방송은 점차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04년 말경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다채널 방송 가입자는 약 630만 명에 이른다. 그중 375만 명은 위성방송에, 255만 명은 케이블 방송 가입자에 속한다. 이것을 확률로 계산하면 총 다채널 방송 가입자 중 위성은 59,5%, 케이블은 40,5%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채널 공급을 보면 위성과 케이블로 전송되는 채널 수는 1993년에 불과 8개 채널에 불과했던 것이 2005년에는 118개 채널로 늘어났다. 특히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불과 7년 사이에 채널 수는 45개에서 10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은 채널 수의 폭발적 증가는 Canalsatellite와 TPS의 활발한 성장에서 기인한다. 채널들의 장르별 분포를 보면 영화 채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청소년 채널이다. 그 다음은 음악, 다큐멘터리, 스포츠와 같은 장르들이 잇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프랑스인의 과반수 이상은 아직 지상파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7개 채널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표> 참조).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 케이블과 위성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에 머물고 있다. 이 40%에서 위성방송은 27%, 케이블 방송은 13%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유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게다가 시청률에 있어서도 케이블과 위성 네트워크에서만 방송되는 테마 채널들은 아직 지상파 채널들의 위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통계 자료를 보면 다채널 방송 수신 서비스에 가입한 시청자만을 고려할 때 테마 채널들의 시청률은 37,2%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다채널 시청자들도 여전히 지상파 채널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수치는 2004년과 같은 것으로 나타나 지상파 채널이 아직까지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기서 프랑스 TV 방송계의 흥미로운 현상을 하나 언급하고자 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케이블 시청자들이 위성 시청자보다 지상파 채널을 더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방송계의 특수한 세부사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방송법은 다채널 공급 방송사들의 네트워크 성격에 따라 지상파 채널들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미국의 Must Carry에 해당). 케이블 방송은 망 설치에 관한 특수성으로 인해 방송사가 의무적으로 민영과 공영을 포함한 모든 지상파 채널들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반면에 위성방송사들은 단지 공영 채널만 의무적으로 제공하면 된다. 바로 이 점이 위성방송 수신자가 케이블 방송 수신자보다 지상파 텔레비전을 적게 시청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왜냐하면 TPS의 대주주는 바로 두 지상파 민영 채널인 TF1과 M6이기 때문이다. 이 두 채널은 자신들의 위성방송사 TPS의 경쟁사인 Canalsatellite에게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자신의 채널을 공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발끈한 Canalsatellite는 이 문제를 소송 차원까지 이끌고 갔으나 규제기관은 Canal+의 독점적 성격을 우려한 나머지 TPS의 손을 들어 주었다. 실제로 아래의 대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Canalsat (Canalsatellite에서 명칭 변경)은 지금까지 TF1과 M6 없이도 TPS를 압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Canalsat - 합병 이전의 지분 구성비: Canal+(66%)와 Lagardère(34%) - 2005년 말 가입자 수: 319만 명(ADSL을 통한 가입자 수 포함) - 2004년 6월과 2005년 6월 사이 신규 가입자 수: 20만 7,000명 - 가입자 1명당 월 평균 수입: 34유로
▸TPS - 합병 이전의 지분 구성비: TF 1(66%)과 M6(34 %) - 2005년 말 가입자 수: 175만 명(케이블과 ADSL을 통한 가입자 수 포 함) - 2004년 6월과 2005년 6월 사이 신규 가입자 수: 8만 1,200명 - 가입자 1명당 월 평균 수입: 37.70유로
방통융합과 합병의 다각적 요인들 위에 서술한 전반적 프랑스 위성방송의 풍경을 바탕으로 Canalsat과 TPS의 합병이 등장한 이유들을 살펴보자. 우선 두 위성방송사는 합병에 대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다른 모든 유럽 국가들에서는 하나의 위성 부케(Bouquet: 한 방송 오퍼레이터가 한 네트워크 혹은 주파수를 통해 제공하는 모든 프로그램 혹은 채널)만이 있다. 이것은 Canal+의 모회사인 Vivendi Universal의 회장이 예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한 국가에 한 위성 부케만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어불성설로 들린다. 둘째, ADSL TV(혹은 IPTV)에 맞서 통합된 위성 부케가 필요하다. 사실 이 논리 역시 억지가 없지 않다. 왜냐하면 위성방송사들의 부케가 현재 ADSL TV를 통해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ADSL망이 새로운 가입자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융합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기존의 강력한 통신사들이 방송계의 영역에 등장했다는 것은 하나의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방송사들이 여기에 미리 대비해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양대 위성방송사의 합병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는다. 셋째, 작년 3월 말에 드디어 막을 올린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TNT)도 이 합병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프랑스 시청자들은 디지털 신호 해독기 하나만 구입하면 기존의 7개 무료 채널에서 디지털 화질의 11개의 무료 채널을 추가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은 디지털로 전환하던 시점인 1996년부터 지금까지 약 9년 동안 아직 기존의 지상파 시청자들의 과반수도 점하지 못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제 18개로 무료 채널이 확대된 상황에서 과연 프랑스 수용자들이 유료의 위성방송을 수신할 것인가는 매우 불투명하게 보인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는 임박한 합병을 충분하게 설명하기에 아직 미약하다. 실제로 ADSL TV가 도래하기 이전부터 합병이 거론되었다. 합병에 대한 관심은 Canalsat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룹 Lagardère의 회장이 2002년에 이미 밝힌 적이 있다. 같은 해에 TF1의 회장도 그전에 합병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적대적이었던 입장을 돌려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합병은 양대 위성방송사의 오랜 경쟁에서 야기된 손실과 위에서 설명한 방송 환경의 변화, 특히 방송통신융합 속에서 자연스럽게 붉어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상황에서 양 방송사의 합병은 위에 설명한 표면적 이유들을 관통하는 재정적인 이유가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수의 분석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TF1과 M6은 자신들이 소유한 TPS가 Canalsat와의 오랜 경쟁에서 별로 성공을 못 거두고 있으며, 최근에 가입자 증가율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쳐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Canal+는 최근 축구 방영권 구매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으며, 합병만이 앞으로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은행들의 압력을 받아 왔다. 참고로, 2004년 프랑스 축구 1리그 방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Canal+는 6억 유로라는 엄청난 금액을 제시해야 했다. 이것이 TF1과 TPS의 지도부의 혈압을 높였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한편, 향후 3년간 이 축구 경기를 방영할 수 없다는 사실은 TPS에 있어서 약 22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계산한다. 이것을 환산하면 연간 8,000만 유로의 손실로 간주된다. 물론 이 금액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나 최근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TNT)에 많은 투자 유출을 경험한 TF1과 M6에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Canal+의 입장에서도 비록 축구 방영권을 획득하기는 했으나 손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 엄청난 방영권 비용의 지출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겪은 재정적인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Canal+는 중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은 가열된 방송사 간의 경쟁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로, 두 위성방송사의 합병에 불을 붙인 계기라고 간주된다. 이러한 예들이 보여 주듯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두 방송사의 합병은 양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스포츠와 영화 방영권 확보에 있어서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방영권 가격을 고도로 상승시켰다. 또한 방영권을 획득하지 못한 방송사는 가입자 확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분야만 고려하더라도 양사의 합병은 1억 5,000에서 2억 유로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하나는 바로 위성 부케로 공급되는 채널들의 재정 상태이다. 위성방송 신호를 타는 대다수의 테마 채널들은 오랫동안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도 이 합병을 타당하게 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합병의 양상과 동반될 변화들 방송위원회의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두 위성방송사의 합병에 찬성했으며 이것을 경쟁 위원회(Conseil de la concurrence)에 전달했다. 그리고 정부는 마침내 합병을 허가하기에 이른다. 두 위성방송사의 합병은 여러 거대 방송 그룹의 연합으로 이어짐으로써 프랑스 방송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합병의 양상을 살펴보면 새 합병회사는 경쟁사, 고객, 공급사와의 관계를 새로 정리한 59가지 의무사항을 5년에서 6년 동안 준수해야 한다. 이 항목들은 합병이 동반할 독점과 관계된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고안되었다. 우선 지분 구성비를 보면 TF1, M6, Canal+ 그리고 Lagardère는 각각 9.9%, 5.1%, 65% 그리고 20%를 소유하게 된다. 이 구성 비율은 합병에서 Canal+의 지배적인 위치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 TF1과 M6은 ADSL 텔레비전을 공급하는 경쟁사 Free나 Neuf-Cegetel에 자신들의 채널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이 동반한 의무사항에 따라 경쟁사에게도 문을 열게 되었다. Canal+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소유한 인기 채널들(CinéStar, CinéCulte, CinéToile, Sport+ 등)을 경쟁 회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텔레비전 플랫폼들(모바일 통신사와 ADSL TV 공급 통신사)은 공급할 채널을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합병에 참여한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구매에 있어서 단합하여 공동 구매를 할 수 없다. 또 미국 주요 제작/공급사의 영화나 픽션 시리즈를 3년 이상 계약할 수 없도록 규정되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 Canalsat의 가입자들은 TF1과 M6을 시청할 수 없었다. 합병이 성사됨에 따라 그들은 이제 이 채널들뿐만 아니라 TPS의 주요 채널인 TPS Star까지 제공받게 된다. 한편, TPS의 가입자들은 Canal+ Le Bouquet의 5개 주요 채널들을 수신할 수 있게 된다. 올 연말경에는 양 방송사의 채널들은 통합된 새로운 리스트에 정리될 예정이다. Canal+ 그룹은 통신문을 통해 가입자들은 기존의 가격에 더 풍성한 채널 패키지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그룹은 또한 최소한의 독립 채널들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합병의 가설적 피해자들 두 방송사의 합병이 모두를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목소리들은 무엇보다도 새로 탄생할 위성방송사의 독점적인 영향력을 우려하고 있다. 이 목소리들의 주인은 크게 공영방송사, 독립 채널 그리고 독립 제작사와 저작권 소유자들로 구분된다. 게다가 스포츠 중계권을 소유한 단체나 미국 거대 제작/공급사들도 이 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위성통신사 역시 한 고객을 놓치게 될 판국이다.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공영방송 그룹인 France Télévisions의 회장이다. 지난 5월, 그는 이 합병이 프랑스 공공 서비스의 명백한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Canal+, Lagardère, TF1 그리고 M6과 같은 주요 방송 주체들의 연합은 방송계에서 엄청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영화나 스포츠 방영권 경쟁에 있어서도 공정한 경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작가, 연출자 그리고 제작자 연합(ARP)은 과거 TPS가 등장하기 전에 Canal+가 영화 분야에서 행사했던 독점적 권력을 다시 언급한다. 한 책임자는 프랑스 영화가 과거보다 더욱 Canal+에 의존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연히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한 명의 거래처보다 두 명의 거래처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Canal+는 프랑스 영화 제작과 유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달리 표현하면, 프랑스 영화의 건강 상태는 간접적으로 Canal+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송사는 방송위원회와의 협약서에서 의무적으로 연 매출액의 9%를 프랑스 영화의 선구매에 투자하게 되어 있다(총 유럽 영화 선구매 12% 중에서). 실제로 2005년 Canal+는 허가된 120여 편의 영화에 약 1억 2,600만 유로를 투자했다. 한편, 이 협약서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한 조항은 총 투자비의 17%를 저예산 영화에 할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에 TPS Cinéma는 같은 해에 허가된 38개 영화에 3,200만 유로를 투자했다. 이 투자는 대부분 500만 유로가 넘는 고예산 영화에 집중되어 있다. 영화 제작자 조합(SPF)의 회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는 한 방송사의 독점이 경쟁 상황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우며, 앞으로 Canal+의 의무적 영화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영화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Canal+가 프랑스 영화 제작을 좌지우지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 제작보다 시청률과 동떨어진 저예산 독립 제작 영화들에 대한 소외가 더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욱 현실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제작사들은 한 경쟁 방송사가 사라지면서 이차 구매자를 잃어버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양상은 물론 영화 제작사뿐만 아니라 픽션과 다큐멘터리 제작사에도 해당된다. 관련 제작자들은 독점적 거대 방송사 앞에서 제작사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고 작품 구매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특히 합병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대상은 바로 양 방송사 간에 중복되는 테마 채널들이다. 합병 과정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이 채널들이 우선적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현재 약 10여 개의 독립 채널들이 중복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금까지 위성방송 가입자들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사들은 정기적으로 채널에 할당된 보수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이 합병은 몇몇 독립 채널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위성방송사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채널에 관대한 처우를 해 왔다. 위성 테마 채널 사이에 이미 불평등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경쟁구조에서 가격 흥정 과정에서 높은 이윤을 챙겼던 거대 자본 투자 영화나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은 이번 합병이 그리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나 합병에 따라 거구가 된 방송사는 미국 거대 스튜디오들의 권력 남용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중계권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던 축구 단체(LFP)도 경쟁구조에서 누렸던 혜택을 연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추정할 수 있는 피해자는 위성통신사인 Eutelsat이다. 이 회사는 TPS의 위성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다. TPS는 연간 매출액의 약 2,7%에 해당하는 2,000만 유로를 이 통신사에 지급하고 있다. Eutelsat는 바로 이러한 주 고객을 잃어버릴 상황에 처했다. 왜냐하면 합병된 방송사는 기존에 Canalsat과 거래하던 Astra를 통해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합병이 반드시 동일한 위성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나 위성방송사나 테마 채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통일된 위성망이 더욱 경제적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 참조 : - CHANIAC Régine et JEZEQUEL Jean-Pierre, La télévision, 2005. - D'AUFIN Christian, DUTOIT Christian, La télévision par satellite, 1999. - Guide des chaînes thématiques, 2005., 2006. - L'Express, 2004. 12. 20. - Le Monde, 2006. 5. 24. - L'expansion, 2002. 12. 6., 2006. 2. 22., 2006, 8. 31.
◦ 작성 : 이 원(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보드도 3 대학교, tempspecheu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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