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이 발발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5년 동안 미국 사회는 많이 변했다. 유래 없이 보수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갔고, 진보의 목소리는 그 목소리를 내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저녁 뉴스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바로 이 글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작업이다. 만약 네트워크 저녁 뉴스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한다면, 워싱턴‧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전쟁의 결과로 외신 관련 기사의 비중이 엄청나게 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을 감안해 볼 때 외신 및 국제 관련 기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에 연구를 실시한 ADT 연구소의 틴달 리포트(Tyndall Report)는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인 경성 뉴스와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연성 뉴스의 비율은 사실상 저녁 뉴스에서 변화가 없었다. 이번 발견은 테러가 발생한 2001년을 기준으로 전후 4년씩, 즉 테러 발생 전 4년(1997~2000), 그리고 테러 발생 후 4년(2002~2005)년 동안 저녁 뉴스 아이템을 분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좋은 언론 만들기(Project for Excellence in Journalism)>에서 기획한 것으로, 실제 조사는 틴달 보고서를 만드는 ADT Research에서 수행했다. ADT의 자료에 따르면 외교 정책(foreign policy)에 관한 기사 아이템 방영시간은 테러 발생 이전보다 102% 증가했다. 그리고 무력충돌(armed conflict) 관련 기사는 69% 증가했으며, 테러리즘(terrorism)에 관한 것은 135% 증가했다. 동시에 국내 관련 기사는 상당 부분 감소했다. 범죄 및 법 집행(law enforcement)에 관한 기사 보도시간은 50% 감소했으며, 음주․흡연․마약 등에 관한 기사도 60% 감소했다. 외교 정책 관련 기사의 보도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현재도 미군이 전쟁에 개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도 어딘가
에서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테러에 관한 보도가 오늘날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지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 중간 선거(midterm elections)와 부시 행정부의 성격을 규정하는 그 단어가 바로 테러리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 기사의 변화가 전반적인 뉴스 진행자의 논조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스 포맷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았다. 보도에 의존하는 경성 뉴스(hard news)와 다소 가벼운 인터뷰 등 연성 뉴스(soft news)의 균형은 9‧11 이전과 이후 큰 차이가 없었다. 경성 뉴스는 9‧11 이후 약 2% 증가한 것으로 나오고 있는 반면, 연성 뉴스의 비중은 단지 5% 감소했을 뿐이다. 틴달 보고서(Tyndall Report)의 발행인 앤드류 틴달(Andrew Tyndall)은 ABC, CBS, 그리고 NBC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뉴스를 결정짓는 것은 언론인이 아니라 사건 그 자체라는 점이다. 그동안 언론인의 영향력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런 주장들이 다소 과장되어 논의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의 저녁 뉴스는 무한 경쟁 지대이다. 일종의 ‘모 아니면 도(zero sum)’가 되는 게임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보도나 테러 위협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국내 문제는 뉴스 시간대에서 사라지는 것은 사건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방송 뉴스에서 특파원 등 외국 지부의 숫자를 급감하고,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고려가 감소하는 그 시점에 바로 9‧11이 발생했다. 그 사건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방송사는 다시 특파원을 파견하기 시작했고, 지정학적 위치가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 버렸다. 저녁 뉴스의 핵심이 현 사회의 안전 여부를 강조했던 바로 그 냉전 시대로 돌아간 셈이다. 다시 외국 뉴스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정부의 외교 정책, 무력 충돌 그리고 테러리즘에 관한 기사는 정확하게 지난 9월 6일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시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퓨 센터의 연구에 응답한 시민들 중 51%는 9‧11 이후 미국인의 삶이 크게 변화했다고 응답했으며, 82%는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대한 공격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던 1941년 12월 7일에 있었던 진주만 폭격만큼이나 심각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틴달은 기본적으로 알 카에다(Al Qaeda)의 위협이 코카인과 같은 마약 사범을 응징하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마약이나 살인과 같은 것들은 시민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테러리즘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생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한 경쟁 시대의 방송 저녁뉴스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가 중요시되는 시대에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CBS 앵커로서 첫 데뷔를 가졌던 케이티 쿠릭(Katie Couric)을 보고서도 잘 알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는 바로 그 다음에 연예인의 인터뷰 기사를 내는 곳이 바로 저녁 방송시간이기 때문이다.
http://www.journalism.org/node/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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