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둘러싼 소동 디지털 라디오 본방송 개시가 크게 지연될 전망이라고 9월 19일에서 20일에 걸쳐 여러 미디어는 보도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쿄 소재 5개 라디오 방송국은 9월 19일 디지털 라디오 사업 회사의 설립준비 발기인회의 해산을 발표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 나선 분카(文化)방송 사토 사장은 ‘본방송 개시는 2011년 이후로 크게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디지털 라디오는 2003년 10월부터 시험방송을 개시한 상태이다. 발기인회는 본방송에서도 시험방송과 똑같은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전제로 협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총무성 정보통신심의회가 2011년 이후의 주파수 이용 계획을 내년 6월에 결정하는 방침을 제시함에 따라 별도의 주파수가 할당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본방송 연기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간 후 논란이 일자 9월 25일 디지털 라디오 추진협회는 ‘디지털 라디오의 본격적 전개에 대하여’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디지털 라디오 방송의 실현을 향해 보다 심도 있는 서비스 및 기술 개발을 해나가겠다고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디지털 라디오의 본격적 전개에 대하여> 9월 19일부터 20일에 걸쳐 일부 신문 등에서 ‘디지털 라디오’에 관한 보도가 나갔습니다. 사단법인 디지털 라디오 추진협회에서는 금일 다음과 같이 코멘트를 발표합니다. ㅇ 디지털 라디오는 현재 도쿄 및 오사카에서 실용화 시험방송 중입니다. 금년 말부터 내년에 걸쳐 수신기 발매가 기대되는 가운데 보다 충실한 서비스를 목표로 여러 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중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쿄 지구의 실용화 시험방송의 송신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9월 17일 심야에는 출력을 높이기 위해 실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2) 일반 청취자의 기대에 답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콘텐츠의 편성/제작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3) 디지털 방송에 걸맞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는 도쿄 및 오사카 지역에서의 서비스로 국한되어 있지만, 디지털 라디오 청취자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 없이 매진해 나갈 계획이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이 발표 후 9월 25일에는 여러 미디어에서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둘러싼 잡음에 대한 보도가 발표되었다. 왜 1주일 만에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룬 것이다. 또한 25일은 통신업체인 KDDI가 디지털 라디오 대응 단말기를 판매 개시한다고 발표한 시점으로, 추진협회의 수습성 코멘트 발표와 맞물리면서 디지털 라디오 방송 추진 주체들의 계획이 어긋나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단말기 판매는 할당 예정이었던 주파수 대역이 백지화됨으로써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디지털 라디오 방송의 추진 경위를 추적함으로써,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 보기로 한다.
디지털 라디오 방송 추진 경위 원래 디지털 라디오 방송 개시는 2011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2011년은 현재 아날로그 TV 방송이 지상 디지털로 완전 이행하는 해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어 비워진 주파수 대역을 디지털 라디오 방송에 사용할 예정이었던 것이다. 이에 맞춰 시작된 실용 시험방송에서도 현행 아날로그 방송의 6채널과 8채널 사이의 7채널을 사용하고 있다. 2011년 이후에는 이 근방의 주파수 대역의 면허를 정식으로 취득하고 그대로 본방송으로 이행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시험방송 중에 앞으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신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고, 발 빠른 보급을 실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라디오 방송에 호재가 생겼다. 본방송 개시를 검토하고 있던 총무성의 ‘디지털 시대의 라디오 방송 상(像)에 관한 간담회’가 2005년 5월에 보고서안을 정리하여 당초 예정보다 5년 빠른 2006년부터 정식 개시토록 제언한 것이다. 이를 받아 FM 도쿄, TBS 라디오&커뮤니케이션즈, 분카방송, 닛뽄방송, J-WAVE의 5개사는 같은 해 10월 30일에 사업회사 설립준비를 위한 발기인회를 발족시켰고, 2006년도 중의 본방송 개시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총무성의 간담회에서는 디지털 라디오 방송 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전국 1개사의 사업 플랫폼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각 라디오 방송국은 이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체계를 제안했다. 민방 5개사의 발기인회는 이 사업 플랫폼 회사 ‘멀티플랙스 재팬’ 설립을 목적으로 자본금 100억 엔을 투자하고, 본방송 면허 취득 즉시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하게 된 사태가 발생했다. 금년 4월에 시작된 총무성의 정보통신심의회 전파유효이용방책위원회에서 2011년 아날로그 TV 방송 정지 후의 빈 주파수 대역의 유효 이용을 위해, 채널 플랜을 광범위하게 모집하여 그때까지의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한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추진하던 5개사로서는 “이야기가 다르게” 된 것이다. 이런 방향전환에는 배경이 있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본격화하는 시대를 향해 모바일 인터넷이나 무선 브로드밴드 등의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급속하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날로그 지상파의 VHS/ UHS 대역은 향후 유효하게 활용될 수 있는 귀중한 전파이고, 해외의 이용 상황 등도 참고하면서 최적의 분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대해 사업회사 ‘멀티플렉스 재팬’ 발기인회 멤버인 분카방송의 사토 사장은 9월 19일 발기인회의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6년에는 도쿄‧오사카, 2007년에는 나고야에서 방송을 개시하고, 2008년에는 수신단말기 500만 대의 보급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사업 플랜 자체가 백지화된 것이다. 금전 소동의 배경에는 이러한 총무성의 입장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KDDI의 시제품 발표 KDDI는 9월 25일 디지털 라디오 추진협회의 발표 직후에 디지털 라디오 방송 수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2006년도 안에 상품화할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10월 3일부터 개최되는 ‘CEATEC JAPAN 2006’에서 시제품을 전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원세그 지상 디지털 방송과 비슷한 기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말기 튜너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 수신 기능을 탑재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즉, 원세그와 디지털 라디오 양쪽을 수신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디지털 라디오 보급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위치 지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KDDI의 발표는 25일에 입장을 발표한 추진협회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위해서는 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멀티플렉스 재팬’의 설립 단념으로 사업화 단계는 2005년도 이전으로 되돌아간 꼴이지만, 디지털화에 사업 재생의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으로서는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추진협회의 담당자는 “멀티플렉스 재팬 발기인회의 해산은 어디까지나 사업자의 입장입니다. 디지털 라디오의 보급 추진을 향한 협회의 노력은 향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회원 업체들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협회의 의지를 KDDI의 발표가 뒷받침해 준 셈이다. KDDI는 “예년 이 시기에 CEATEC 출품 내용을 발표해 왔고, 금년에는 추진협회의 발표와 우연히 일치한 것뿐”이라고 했지만, KDDI의 발표가 추진협회의 입장표명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양측이 일정한 교감을 형성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DDI는 원래 휴대전화의 부가 기능으로서 디지털 라디오 연구개발에 힘을 써왔고, 멀티플렉스 재팬 설립 단념에도 불구하고 제품판매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일본 내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둘러싼 정부정책과 각 관련 업계의 계획은 크게 어긋나 있는 상황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큰 틀에 맞춰 기존 미디어들은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디지털 라디오 방송이 이 변화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가가 사업 성공의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개발 이전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단기간 내에 정반대로 바뀌는 상황에서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추진하던 민간 업체/단체들은 또다시 금번과 같은 소동에 휘말릴 수 있다. 이는 인터넷 기반 사업을 기존 미디어보다 중시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방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서 힘이 되는 것은 결국 KDDI와 같은 통신업체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큰 흐름 앞에서 라디오 방송과 같은 기존의 ‘낡은’ 미디어는 정부에게, 또한 통신/인터넷 업체에게 자신의 운명을 떠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이번 소동은 일본 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참조 : - Nikkei net(http://it.nikkei.co.jp/internet/news) 2006. 9. 25. - 마이니치신문 2006. 9. 19 - 《iimpress Watch》2006. 9. 25. - http://www.d-radio.or.jp/release/index.html
◦ 작성 : 김 항(동경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 lt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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