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성 자문기관인 정보통신심의회는 8월 1일, 현재 1회로 제한되어 있는 디지털 방송의 녹화 제한을 재검토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 이 심의회는 <지상 디지털 방송의 바람직한 이용/활용 방안과 보급을 위한 행정의 임무>라는 답신서를 통해, 디지털 방송의 카피 원스 정책에 대해 사실상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요청을 제시한 것이다. 카피 원스 재검토안은 작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작년도 말에는 가전 메이커의 의견을 대표하여 이른바 ‘JEITA 방안’이 제안되었으나, 방송국 측의 주장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사실상 협상은 결렬되었다. 이번 답신서는 카피 원스 정책이 디지털 방송 보급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견해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5년 남짓한 디지털 방송 완전이행까지 의견 통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총무성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JEITA 방안은 가전 메이커 측의 입장과 가까운 경제 산업성이 지지해 왔으나, 이번에는 방송 사업을 관할하는 총무성이 JEITA 방안의 EPN(Encryption Plus Non-assertion) 방식을 지지함으로써, 카피 원스 정책이 철폐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2월까지 이 방식으로의 실제적인 전환이 가능한지, 또한 그에 따른 리스크나 코스트 등의 검토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런 발 빠른 움직임은 8월 2일 당장 이번 답신서에 대한 의견모집이 총무성에 의해 이루어진 데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행정 측이 하는 일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업무처리이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이 답신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디지털 방송 녹화 방식을 둘러싼 일본 내 최신 논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정부와 행정부에 의해 거부된 자의적인 방송업계 측의 논리 NHK의 존재 방식, IP 방송, 저작권 관련 보상금 문제, 콘텐츠 보호 등, 현재 일본 방송계는 사업방식을 포함한 근본적인 제반 환경개혁이라는 과제 앞에 서 있다. 방송에 관해 심의하고 있는 정부 부처 등은 총 5개이며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다양한 논의의 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원회나 심의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선 각 5개의 논의 장과 거기서 이루어진 카피 원스에 대한 논의를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1. 이번에 답신서를 제출한 총무성 ‘정보통신 심의회’는 총무대신의 자문기관이다. 즉, 여기서 심의된 내용을 총무대신에게 의견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 심의회는 작년 7월 31일에 공표된 제2차 중간 답신에서 이미 카피 원스 완화를 제언한 바 있다. 2. 총무성의 ‘앞으로의 통신/방송에 관한 간담회’는 NHK의 위상이나 방송제도에 관해 검토하는 장이다. 금년 1월 20일부터 시작되어 6월까지 14회의 회합을 가졌고, 빠른 속도로 여러 의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6월 6일에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현재는 해산된 상태이다. 이 장은 어디까지나 간담회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여기서 제시된 결론이 각의 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3. 내각부 주도의 ‘규제개혁/민간개방 추진회의’는 법체계의 재검토나 구체적인 실시 방안을 검토하는 장이다. NHK 개혁이나 지역 면허제의 재검토 등을 주로 논의하고 있다. 금년 7월 31일에는 ‘규제개혁/민간개방 추진을 위한 중점 검토사항에 관한 중간 답신’을 제출했고, 이미 작년 12월의 2차 답신에서 카피 원스 완화 방침을 천명했으며 이번 중간 답신에서도 마찬가지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4. 문화청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심의회/저작권 분과회’의 하위 단위인 ‘법제문제 소위원회’에서는 이전에 녹음/녹화 보상금 문제가 다루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법제 문제 소위원회는 IP 재송신 문제를 심의하고 있으며, 보상금 제도의 재검토는 ‘사적 녹음/녹화 소위원회/가 신설되어 심의가 계속되고 있다. 5. 내각에 설치된 ‘지적재산 전략본부’는 각 성 및 청 산하의 위원회에서 보고서가 올라와, 이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 결정하는 장이다. 여기서 지적재산에 관한 내각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적재산 추진계획’을 매년 발표하고 있고, 금년 6월에 발표된 ‘지적재산 추진계획 2006’에서도 총무성‧문부과학성‧경제산업성의 연명으로 카피 원스에 대한 재검토가 주장되었다. 이렇듯 작년 말부터 활성화된 카피 원스 완화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이번 정보통신 심의회의 답신은 카피 원스 대신에 EPN 방식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시작하라는 구체적인 제언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획기적인 제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제언이 나온 배경에는 카피 원스를 도입할 때의 경위가 불투명하다는, 방송 업계에 대한 불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카피 원스는 원래 ARIB(Association of radio industries and business: 사단법인 전파산업회)의 운용 규정이다. 즉, ARIB의 규정 조항 TR-B 14, 15에 기재된 규정인데, 원래 이 TR이란 단순한 ‘기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 ARIB의 본업은 ARIB 표준규격(STD)을 책정하는 일이며, 이 책정에는 이용자나 사업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로 구성되는 규격회의의 총의를 얻어야만 한다. 그런데 카피 원스는 이 총의를 얻지 않았고, 단순한 자료로서 기재되어 있을 따름이다. 만약 카피 원스가 공업적인 표준규격에 지나지 않는다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거의 관계가 없고 총의를 얻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 운용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관계되는 한에서 단순한 기술 자료에 등재된 규격이 아무런 논의 없이 통용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즉, 민간에서 여러 일들을 자주적으로 결정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이렇듯 공익에 관련된 규격을 방송 업계 마음대로 처리하는 데에는 정부나 행정부 측에서도 제제를 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EPN이란 무엇인가 자기 이익에 충실하게 방송 업계가 추진해 온 카피 원스 정책을 재검토하면서 정부와 행정부 등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EPN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행해 온 암호화 기술이지만, 사용방법에서 종래의 방식과 차이가 난다. 우선 핸져 디지털 방송의 암호화 방식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전파를 탄 콘텐츠는 COG(Copy One Generation, 이른바 카피 원스)로 암호화된다. 녹화기는 이 콘텐츠를 NMC(No More Copoies, 카피 불가) 콘텐츠로 기록한다. 원칙적으로 복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에는 이동, 즉 무브가 되는 셈이다. EPN 방식에서는 방송국에서 전파를 탄 콘텐츠는 EPN에 의한 암호화로 송신된다. 녹화기는 이것을 그대로 녹화하고 복제할 때에도 이 EPN 암호화 그대로 디지털 복제할 수 있다. 횟수의 제한은 없다. 단, EPN 암호화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재생하는 디바이스 측에 내장하는 방식을 취한다. 복제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입수한 콘텐츠의 재생, 즉 출력을 금지하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방송에서는 HDD에 녹화한 콘텐츠를 무브 하려다가 실패하면, HDD로부터 소거되어 다시는 미디어로 재생할 수 없기 때문에, 콘텐츠를 다른 기억매체로 옮기는 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재생하기 위한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하더라도 SD 해상도 이하로 변환되어 원래 HD 콘텐츠를 즐길 수 없었다. EPN 방식은 이러한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실제로 기기를 만드는 JEITA 측이 제안한 방식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국 측은 사실상 카피 프리가 되면 권리자의 이해를 얻을 수 없고, 콘텐츠 조달이 힘들어진다는 이유로 EPN 방식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네트워크로의 유출이 EPN으로 방지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방송국 측이 제시한 대안은 HDD 내에 무브용 백업을 보존하는 것을 허용하고, 기본적으로 현재 방식과 동일한 무브로 복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브에 실패할 경우, 다시 한 번에 한해 백업 파일에서 무브 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백업을 사용하여 무브 할 경우에 백업 파일은 없어진다. 또한 방송국 측은 HD와 똑같은 해상도인 DVD용과 저해상도용인 메모리 카드용을 각각 백업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운용 규정인 ARIB TR-B 14‧15를 개정해야 함에도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원래 단순한 기술 자료에 지나지 않는 규정을 개정하는 일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기준으로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규정 개정에 맞춰 생산 라인을 변경시키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번 녹화에서 두 가지 해상도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하며, 거기다 각각 백업 파일을 만들어내야 한다. 당연히 데이터 취급의 과정이 복잡해지고, 업체 쪽에서는 코스트가 높아질 뿐이다. 또한 한편으로 소비자 쪽에서 봐도 방송국이 제시한 대안은 결국 무브에 실패했을 때 한 번 더 시도할 기회가 주어질 따름이므로, 커다란 이용 상의 개선이라고 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무성의 입장은 매우 다급하다. 디지털 방송으로의 완전이행이라는 대명제 아래 열심히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가운데, 완전 이행을 5년 앞둔 현재 국민들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미비하다는 위기감이 총무성 관료들 사이에서는 팽배하다. 여기에 무브에 실패하면 데이터를 날린다든가 하는 문제가 불거져 콘텐츠의 이용 편의성이 아날로그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되면, 디지털 방송으로의 이행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퍼질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이번 답신서로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가 얼마만큼 부담하느냐의 문제 하지만 EPN 방식으로 변환하는 데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소비자가 얼마만큼 부담해야 하는가의 문제인데, 현재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측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JEITA는 EPN이 현재 운용 규정 중에 이미 기재된 기술이라서 이행은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ARIB의 운용 규정에 의하면 디지털 방송 카피 제어 정보는 copy_ control_type이라는 플러그 내에서 규정되어 있다. copy_control_type 내에는 디지털 카피 제어 기술자(digital_recording_control_data)와 콘텐츠 이용 기술자(eccryption_mode)의 두 가지가 있다. 소비자 부담과 관련된 문제는 결국 이미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방송 관련 장치가 변화된 복제 관련 암호화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즉, 카피 원스에 대응하여 생산된 장치가 EPN 방식으로 암호화된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만약 재생할 수 없다면 소비자는 다시 디지털 방송 관련 장치를 구입해야 하며, 이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지우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카피 원스나 EPN이나 정규 규정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 규정이기에 각 제조업체가 두 가지 암호화 장치를 모두 제품에 반영시켰을 가능성은 낮다.
현재의 디지털 방송에서는 디지털 카피 제어 기술자는 디지털 카피 제어는 ‘1세대만 카피 가능’, 아날로그 카피 제어는 ‘카피 금지’에 속해 있다. 한편, 콘텐츠 이용 기술자의 출력보호 비트는 이용되지 않고 무효로 되어 있다. EPN 방식에서는 이들 규정에서 디지털 카피 제어 기술자는 ‘제약조건 없이 카피 가능’으로 변경한다. 아날로그 제어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콘텐츠 이용 기술자 측은 출력보호 비트의 플러그를 세우기로 했다. 양쪽 모두 규정은 되어 있지만 그것이 변경될 가능성을 시야에 넣고 설계했느냐는 각 제조업체의 판단에 달려 있다. 왜냐하면 ARIB TR-B 14‧15는 ARIB가 정규로 책정한 규격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 자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방송 콘텐츠를 직접 볼 수 없었던 장치에 관해서는 기술 업데이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다시 살 필요가 있다. DVD 플레이어 등도 EPN 기록된 미디어가 재생될 수 없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PC의 경우 소프트웨어로 대응 가능한지는 향후 전개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와 가전 메이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피 원스의 철폐에 관해 동일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EPN 방식의 도입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여, 지금까지 디지털 방송 대응 TV나 DVD 레코더가 전부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구입해 주십시오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현재 제시된 바가 없다.
이러한 복제 관련 기술정책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은 원래 어떤 나라도 시행한 적이 없는 카피 원스를 시작한 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론 현재 그것을 규탄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정부, 행정부, 전문가들이 일치하는 바이다. 하지만 카피 원스 도입은 콘텐츠를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한 것으로, 콘텐츠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디어 업계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간과한 방송업계의 이기적이고 단시안적인 고집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총무성을 필두로 현재 일본 정부와 행정부는 이 문제를 재검토하여 빠른 시일 내에 법적‧기술적 재검토를 끝내려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디지털 방송 이행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커다란 태풍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개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 참조 : - ITmedia 2006. 8. 7. - 마이니치신문 2006. 8. 1. - http://www.soumu.go.jp/s-news/2006/060801_4.html
◦ 작성 : 김 항(동경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 lt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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