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이 바뀐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그것도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일 경우에는 임명자의 의도나 방향성의 연장선 속에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시 지명자가 임명자의 의도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지명자는 임명자와 큰 맥락에서는 합의를 했겠지만, 각론에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다른 경우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다. 우리 편을 도우라고 보냈더니, 이 친구가 몽니를 부리거나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하는 순간 상황은 묘하게 변하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든, 아니면 신념에 의한 결정이든 간에 임명권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그 직이 재임기간이 보장된 직책이라면 이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게다. 방금 지명된 사람을 다시 사임시키자니 그런 사람을 왜 임명했냐고 그럴 터이고, 그렇게 하지 않자니 앞으로 일이 난감해지고.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쁜 일만은 아니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단 하나의 결정이 수천만 달러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 서로 의견을 충분히 교환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상황이 FCC 내부에서 벌어졌다. 미국 FCC의 위원은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상 여당 3인, 야당 2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공화당 출신이 3명, 민주당 출신이 2명이며, 이 숫자만으로도 현재 공화당 정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명의 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에서 인준 과정을 밟는다. 임기는 5년이다. 5년 임기이지만 단일 임기라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재임명을 받는다면 지속적으로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퀠로(James Quello)는 1974년 4월부터 1997년 11월까지 무려 23년 동안 FCC의 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또한 5명의 위원 중 1명을 지명해서 의장으로 삼을 수 있는데 그 권한은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다. 5명 중 동일 정당 출신은 3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통상 여당이 3명, 야당이 2명이다. 위원들은 재직 중에는 위원직과 관련된 사업이나 기업 등에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여기서 의장은 단순히 행정 및 관리 차원일 뿐 다른 위원에 비해서 많은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결정은 5인 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FCC의 의장의 권한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의장이 다수당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 통상 의장이 소속된 정당이 FCC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일 뿐 실제로 다른 위원에 비해서 훨씬 권한이 많은 것은 아니다.
케이블 업체의 멀티채널권 부여 권한, FCC에 없음을 적시 가장 최근에 임명된 위원은 로버트 맥도웰(Robert M. McDowell)이다. 맥도웰은 2006년 2월 6일 지명되어 5월 25일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그의 임기는 2009년 6월 30일까지며, 공식 임기는 2006년 6월 1일 시작됐다. 현재까지 대략 두 달 남짓 위원직을 수행한 셈이다. 현 FCC 의장인 마틴은 맥도웰이 공석이었던 FCC 위원직을 어서 빨리 채워 주길 고대하고 또 고대했었다. 맥도웰이 없는 상황에서는 4인의 위원이 공화당 2인, 민주당 2인으로 양분되어 있어서 사실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화당 출신의 위원이 온다면 3:2의 유리한 상황에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틴이 맥도웰의 상원 인준과 시기를 같이해서 미디어 소유권 문제를 재론한 것도 그냥 우연의 탓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그러나 미디어 소유권 문제는 공청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점에서 맥도웰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에는 적합한 자리가 아니었다. FCC 위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맹세한 6월 1일이 채 며칠 지나지 않아서 마틴은 현재 FCC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결정짓고자 했다. 당연히 마틴은 맥도웰의 취임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그중 한 가지는 바로 케이블 업체의 멀티채널 의무 전송권이었다. 이 안건은 그동안 케빈 마틴 의장이 공들여 온 것으로, 맥도웰이 마틴의 손을 들어준다면 바로 실시할 수 있는 안건 중 하나였다. 2:2의 팽팽한 노선 대립에서 공화당 출신인 맥도웰이 가입하게 되자 마틴으로서는 이런 류의 문제는 이제 손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 맥도웰은 매우 신중하고 조신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맥도웰은 케이블 업체에게 멀티채널권을 부여할 권한을 연방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 사실을 마틴에게 전했다. 마틴이 애착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자신은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마틴은 패배를 인정하는 언론 보도자료를 일요일 저녁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국 스포츠 게임 중계와 관련, FCC의 역할 부재 지적 케이블 멀티캐스트 사안에 대해서 마틴과 견해를 달리한 맥도웰은 취임 초부터 대놓고 FCC를 격렬하게 비난해 왔다. 심지어 맥도웰은 지난 1년 동안 FCC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혹평을 꺼리지 않았다. 특히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id-Atlantic Sports)와 컴캐스터(Comcast) 중 누가 전국 스포츠 게임을 중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FCC는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습니다”라고 7월 13일에 있었던 위원회 미팅에서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건넸다. 이 자리에서 FCC는 전국 스포츠게임 중계와 관련해서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와 컴캐스터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는 미드 애틀랜틱과 컴캐스터 간의 갈등이 결국 많은 지역의 스포츠팬들에게 눈엣가시처럼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컴캐스터가 미드 애틀랜틱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문제가 된 경우다. 맥도웰은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가 심각할 때로 심각해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FCC는 손놓고 저절로 부패하기만을 기다린 셈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맥도웰의 신랄한 비난이 있은 직후, 마틴은 미드 애틀랜틱에게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하나는 해당 건을 중재위(arbitrator)에서 넘기는 방법과 FCC의 관리감독 아래 행정조정(an administrative judge) 절차를 밟는 것이었다. 그러나 FCC가 미드 애틀랜틱에게 부여한 최종 선택일 당일, 두 기업은 서로 합의를 보았다. 어떤 중재도 없었고, 정부의 개입도 없이 두 사기업이 서로 의견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두 기업이 의견을 조정하기까지는 맥도웰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철저한 시장 신봉자인 맥도웰은 정부 간섭은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장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임을 누누이 강조해 왔었다. 이런 분위기를 두 업체가 파악한 뒤, 마틴의 직권 조정이 있기 전에 합의를 본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FCC의 권한에 대한 시각의 차이 문제는 이러한 비난에 대해서 워싱턴 정가 소식통들은 맥도웰과 마틴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보냈다. 막 취임한 맥도웰이나 앞으로 FCC를 이끌어 가야 할 마틴의 입장에서는 이런 눈길이 다분히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들은 신속히 자신들의 관계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했다. 먼저 맥도웰은 자신의 비난이 마틴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사전에 이미 의견 조정 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마틴과 맥도월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몇몇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을 했다. “케빈 마틴과 전 거의 10년 동안 친구로 지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매우 끈끈하고 지속적이며 발랄한 관계로 지내 왔습니다. 우리 둘 다 유사한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이 때문에 종종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곤 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린 서로 입장을 같이합니다만, 때론 서로 의견이 다르기도 하죠. FCC에 5명의 위원이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 아니겠습니까”라고 맥도웰은 마틴에 대해서 평하고 있다. 그리고 맥도웰은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부담스러웠던지, “제가 최선을 다해서 FCC 위원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이번에 마틴과 서로 의견이 다른 것도 제가 별다른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일일 뿐입니다”라고 맥도웰은 말한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주위의 평가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마틴 역시 맥도웰과의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전 수년 동안 맥도웰과 일을 해 왔습니다. 맥도웰은 매우 정렬적인 사람이며, 그는 텔레커뮤니케이션 업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분야에 관해서는 그가 식견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맥도웰은 위원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입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마틴은 맥도웰에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서 마틴과 맥도웰의 관계는 단순히 그들의 정치적 이해타산보다는 FCC의 권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기인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마틴은 전임 의장이었던 파월에 이어 FCC의 권한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는 케이블의 내용 규제나 방송깃발 정책 등 기존에 FCC가 부여받은 권한 이상의 것을 확보함으로써 전체적으로 FCC의 위상 강화 및 전체 미디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사람이다. 반면에 이번 케이블 멀티캐스팅 의무전송 건에서 맥도웰은 수동적으로 FCC의 권한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두 사람의 관계가 힘들어질 수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다. 이번 케이블 멀티캐스팅 의무전송 건에서 맥도웰은 FCC의 월권행위를 경고했던 것이다. 그는 FCC가 할 일이라곤 의회가 FCC에 부여한 권한만을 행사하는 것이며, 그 이상의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의회가 직접적으로 FCC에게 명령한 것은 방송 선정성 규제와 최근에 법안으로 통과된 선정성 위반 벌금액을 32만 5,000불까지 적용할 수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것들은 너무도 모호하게 언급하고 있어 의회가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즉, 의회에서 새롭게 FCC의 권한을 재규정해 주지 않는 이상 케이블 등에 관한 규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도웰의 발언은 케이블 멀티채널권 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의회가 부여한 FCC의 권한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하자는 것이었던 것이다.
FCC, 1년 이내 신임 위원 투표권 유보 강령 불구하고 투표 권유 그러나 마틴은 맥도웰을 단순히 공화당 위원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자신의 철학과 목적이 다르다고 한다면 좀 더 세심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마틴은 한 번 정도는 서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조금 서둘러서 다른 안건을 상정했다. 바로 네트워크 중립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맥도웰은 마틴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사실 맥도웰은 네트워크 중립성 문제와 관해서 자신의 의견을 유보할 수 있었다. 미 정부의 윤리강령(ethics rules)에 따르면, 신임 위원들은 FCC 취임 1년 동안은 쟁점적인 사안에 대해 투표권을 유보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칫 신임 위원들이 정확한 정보 없이 부적절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하지 말 것을 종용하다가 이를 뒤집은 경우는 FCC 내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FCC의 자문위원회는 맥도웰이 투표해 줄 것을 권고했고, 맥도웰이 이에 투표로 응답을 했다. 이건 무리수에 가까운 것이었다. 투표를 한다면 사전 지식도 없이 무작정 투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약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통신전문가를 자처한 맥도웰이 스스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음을 실토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약 맥도웰이 이번에도 마틴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면 FCC 역사상 신임 위원이 취임하자마자 한 달 내에 두 번씩이나 의장과 의견을 달리했다고 알려질 것이라는 점에서 맥도웰의 기권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투표에 참석했다. “이번 경우에는 법률적으로 정책적으로 제가 투표를 행사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들을 문자 그대로 이해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투표를 기권할 이유가 없는 거죠”라고 맥도웰은 말하면서 마틴이 의도적으로 이번에도 자신을 마틴과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드러나도록 유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틴은 신임 공화당 위원이 와서 3:2의 유리한 구도를 형성해 놓고도 자신의 뜻한 바를 하나도 성취하지 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네트워크 중립성 관련 미팅에서 맥도월은 네트워크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잉크 얼룩 같은 것으로 사람의 성격을 검사하는 방식)라고 지칭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FCC가 내세운 네 가지 중립성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네트워크 관리의 필요성도 큰 만큼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관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맥도웰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점에 대해서 정부가 예방 차원에서 규정을 만들고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괜한 엄한 짓을 했다가는 지난 월드컵의 프랑스 골키퍼 꼴이 난다고 지적했다. 번번이 잘못 추측해서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막지 못했던 프랑스 골키퍼에 빗대어 괜히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어림짐작으로 일을 처리하다간 큰일 난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가치와 영향력을 높이려고 사안별로 투표한다는 시각도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맥도웰이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FCC의 움직임을 찬찬히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는 한 법률인은 이번 맥도웰의 초기 모습은 그가 현 의장인 마틴에 도전할 만큼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보여 준 맥도웰의 행태는 정가의 예측과는 달랐던 것이다. 마틴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공석인 자리를 공화당으로 채웠건만 그렇지 못했다. 연방통신위원회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백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혹자들은 맥도웰이 자신의 가치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사안별로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통신 업체인 AT&T가 3위 업체인 BellSouth Corp.의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데 있어 맥도웰이 찬성 표시를 한 것도 다 이런 것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AT&T는 총 6억 7,000만 달러에 BellSouth를 인수했다. 23년 이상 FCC 위원으로 재직했던 제임스 퀠로(James H. Quello)는 “맥도웰이 충분히 자신의 독립성을 보여 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상의 두 건에서 마틴과 입장을 달리했던 맥도웰이지만 마틴과 의견을 같이한 경우도 있었다. 맥도웰은 FCC가 앞장서서 전화 업체들이 지역 케이블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사실 이 건은 FCC가 각 지역 정부에 행정처리를 간소화할 것을 이미 지시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주정부는 FCC나 업계가 예상하는 것만큼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FCC를 압박하기도 했었다. 또한 FCC의 권한이 주정부에 우선하고 있지만, 실제로 주정부가 속도조절을 할 경우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업계의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서 맥도웰은 마틴과 마찬가지로 FCC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규제 간소화를 달성할 것이고, 따라서 업계가 서둘러 법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규제를 간소화해서 영상 산업의 활성화와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맥도웰은 FCC에서 가진 첫 번째 미팅에서 언급했다. 맥도웰 입성 전에, FCC는 공화당 출신의 마틴과 데보라 테일러 테이트(Deborah Taylor Tate)와 민주당 출신의 콥스(Michael J. Copps)와 아델스타인(Jonathan S. Adelstein)이 2:2의 팽팽한 긴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맥도웰의 입성으로 공화당 대 민주당의 구도는 3:2가 되었다. 그러나 맥도웰이 지금처럼 독자 노선을 취하면 마틴의 정치적 영향력은 갈수록 약화될 전망이다. 미국식의 견제와 균형인 셈이다.
◦ 작성 : 조영신(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troicacho@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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