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은 지난 9월 1일, ‘통신‧방송의 나아갈 방향에 관한 정부 여당 합의’에 기초하여 통신‧방송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2010년까지 5년 동안 전개할 구체적 시책을 시한을 정하여 사안별로 발표했다. 이하에서는 총무성이 발표한 계획을 소개하고,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통신‧방송 개혁 및 융합 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총무성 발표 ‘통신‧방송 분야 개혁에 관한 프로그램’ 1. NHK 관련 1) 경영위원회의 발본적 개혁 경영위원회의 발본적 개혁에 대해 검토하고, 필요한 법안을 다음 통상국회에 제출한다. 법안 성립 후 2008년까지 실시한다. 2) 보유 채널 수의 삭감 채널의 유효활용에 대한 검토회를 설치하여(올해 9월), 여기서 검토된 사안을 중심으로 전파감리 심의회의 자문 및 답신을 거쳐 필요한 제도를 정비한다. 2011년까지 채널 재편을 완성한다. 3) NHK 본체의 재검토 자회사 전체의 정리 및 통합, 음악‧예능‧스포츠 등 제작 부문의 일부 분리, 전송 부분의 회계 분리 등에 대해 NHK와 협의를 개시하고(올해 9월), 그 결과를 반영하여 2007년 이후 조기에 조직을 재편한다. 4) 국제방송의 강화 새로운 국제방송의 위상 등에 대해 정보통신 심의회에서 필요한 검토를 시작하고(올해 8월 1일에 자문 실시), 그 결과를 반영하여 필요한 법안을 다음 통상국회에 제출한다. 법안 성립 후 2009년도부터 새로운 조직에 의한 방송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전개한다. 그때까지는 현재 NHK 국제방송의 내실화를 꾀한다. 2007년도 예산안에서 국제방송 내실화를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5) 수신료 지불 의무화 수신료 지불 의무화는 필요한 법안을 다음 통상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다음 봄까지 결론을 내린다.
2. 방송 관련 1) 매스 미디어 집중배제 원칙의 완화 방송 주식 보유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필요한 법안을 다음 통상국회에 제출한다. 법안 성립 후 2007년 중에 실시할 것을 목표로 하고, 매스 미디어 집중배제 원칙의 완화에 필요한 관계 부처 내규 등을 정비한다. 2) 콘텐츠 외부조달 콘텐츠 외부조달의 바람직한 규칙에 대해 정보통신 심의회에서 검토하고(올해 중 완료 예정), 그 결과를 반영하여 2007년도 중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
3. 통신과 방송의 융합 통신과 방송에 관한 종합적인 법체계를 검토하기 위해 ‘통신‧방송 법제기획실’을 설치하고(올해 8월 1일 설치), 통신‧방송의 융합에 대응한 법체계 검토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새롭게 연구회를 설치한다(올해 8월 3일 개최). 이 연구회의 보고, 정보통신 심의회의 자문 및 심의를 거쳐 2010년 통상국회 법안 제출을 목표로 삼는다.
4. 통신 관련 공정경쟁 룰의 정비에 대해 ‘IP화의 진전에 따른 바람직한 룰에 관한 간담회’의 보고서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검토한 후, 결론이 나온 사항부터 차례로 신속하게 실시한다. - 고정전화 접속료 산정 룰의 재검토. - NTT 동서의 차세대 네트워크 접속 룰의 정비. - 지정 전기통신설비 제도 재검토. - 그 외 공정경쟁 확보를 위한 경쟁 룰의 정비. NTT 조직 문제는 시장의 경쟁상황 평가에 대한 리뷰를 매년 실시함과 동시에, 2010년 시점에서 일단락을 짓고 향후 방향에 관해 신속한 결론을 내린다.
정부 주도의 방송‧통신 융합 및 개혁 움직임에 대한 비판 위와 같은 내용으로 발표된 총무성의 계획에 대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월 1일 총무성은 위의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다케나카 총무성 장관이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일본 산업의 기폭제로 향후 10년을 견인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기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방송‧통신 융합 및 개혁의 방향성을 의문시하는 의견이 제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방송과 통신 융합에 따른 법체계 정비를 검토하게 되는 ‘통신‧방송의 종합적인 법체계에 관한 연구회’(위의 ‘3. 통신과 방송의 융합’ 참조)가 다케나카 장관과 자민당 가타야마 참의원 간사장의 사설 간담회의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연구회는 현행의 통신‧방송 서비스별로 나누어져 있는 법체계를, 전송 인프라, 플랫폼, 콘텐츠 등의 ‘레이어(layer)’별로 구분하는 법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전문가 사쿠라기 씨는 이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기 어려운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지만, 쉽게 예상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통신과 방송 각각이 갖는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을 살려 사회에 공헌한다는 현행법의 구분을 없애고, 통신과 방송의 제도적 독자성을 약화시켜 양자를 인터넷 산업 기반으로 재편시키는 것이며, 인터넷으로부터 차세대 기간산업을 창조하기 쉽도록 법률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이 연구회가 목표로 삼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사쿠라기 씨에 따르면, 이때 문제가 되는 점은 두 가지이다. “첫번째, 산업정책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커뮤니케이션 정책으로서의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재편하는 데 대한 산업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의 검토 외에, 윤리적이고 공공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검토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합으로 봐야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통신과 방송, 혹은 방송과 인터넷을 재편‧통합한다는 숨겨진 목적이 있다는 점이 문제인 셈이다.” 우선 산업정책 위주라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공적 측면이 약화되리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융합’ 논의에서는, 예를 들어 전화의 경우 현재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업자의 의무, 즉 유니버설 서비스의 의무가 없어진다. 지금까지의 전화회선이 폐지되고 현재 3,000만 세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브로드밴드 가입자에 한정된 인터넷 전화가 보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민생활이나 경제‧치안 활동의 커뮤니케이션이 의존해 온 ‘이용자 사이의 회선’의 ‘품질과 비밀을 보장’해 온 기존의 공공적인 통신기반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서비스”하지만 그 이상은 방기하는 사업 중심의 인터넷 통신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총무성이나 자민당으로부터 부족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반발인 셈이다. 즉, 현재까지 공공성에 기반하여 신뢰해 온 금융기관이나 방송국의 통신망이 정보 유출의 위험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인터넷 회선으로 바뀌는 데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홍보가 너무나도 소홀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인터넷을 통한 방송 재송신 등에 따른 이용자의 불편 등에 대해서도 총무성과 자민당의 계획에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사쿠라기 씨는 비판했다. 다음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방송과 통신의 ‘통합’에 따른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것이 지적되고 있다. ‘융합’을 주장하는 측의 진의는 IP망을 통해 재래형 통신‧방송기반을 흡수하고, 브로드밴드 인프라에 기존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통합하여 다양한 콘텐츠 이용의 편리성을 높여 서비스 내용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IP 산업이 향후 10년간의 산업 기폭제가 되리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다케나카 장관의 사적 간담회 참가자 중 대부분이 IP 업계 측 인사였던 점에서도 이러한 비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IP 업계 인사들은 인터넷 기반 산업이 일본 산업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송과 통신이 IP망의 이른바 ‘최하위 레이어’, 즉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다케나카 장관에게 진언했고, NTT는 물론 NHK나 민방도 인터넷 산업을 위해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다. 즉, google이나 야후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인터넷이라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구시대의 방송‧통신 산업 조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다케나카 장관의 간담회에서 팽배했던 것이다. 사쿠라기 씨는 “통신 업계나 방송 업계도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두 업계 모두 정부나 자민당의 정치적 해결을 기다리는데 급급하여 공공기관으로서의 의무에 대한 인식이 모자랐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중심의 방송‧통신 재편은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다.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작권 관련 문제도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 의해 저작권 단체가 인터넷 재송신에 따른 새로운 규격을 마련했고, 총무성도 IP망에 의한 지상 디지털 재송신 규격을 신속하게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재송신에 따른 규격 재편 정부와 자민당이 큰 틀에서 방송‧통신 환경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시민단체에서는 그 계획이 밀실행정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저작권을 둘러싼 권리단체가 IP망을 통한 방송의 재송신에 대해 입장을 발표해서 주목을 끌었다. 일본 레코드 협회와 실연가 저작권인접 센터는 오는 10월 8일부터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넷 송신을 촉진하기 위해 저작권을 일임 관리한다고 9월 11일 발표한 것이다. 현재의 관행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을 인터넷 송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작곡가나 실연가, 레코드 회사로부터 개별적으로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위의 두 단체는 인터넷 송신에 관계된 저작권을 일임하여 관리함으로써 저작권 처리의 간략화를 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해 온 저작권 처리의 간소화에 대응한 것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재편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의 두 단체는 9월 8일, 프로그램의 인터넷 송신에 따른 음악 사용료 규정을 문화청에 제출했다. 이 사용료 규정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과 동시에 스트리밍 송신하는 경우나, TV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송신하는 경우의 요금을 정한 것으로, 사용료는 프로그램 시간에 대한 레코드 사용 시간 비율에 따라 상이하고, 프로그램에 정보료나 광고료 등의 수입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상이하다. 수입이 없는 경우에는 한 시간당 이용료에 프로그램의 총 스트리밍 시간을 곱한 액수가 된다. 이러한 두 단체의 인터넷 재송신 저작권료 규정에 이어 9월 12일에는 “총무성이 NHK나 후지 TV, NTT 등과 공동으로 인터넷을 통해 지상 디지털 방송을 재송신하기 위한 규격을 통일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총무성은 “방송의 동시 재송신은 민간에서 해결할 문제다. 총무성이 규격 통일을 주도할 생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간이 신속하게 규격을 마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다케나카 장관의 간담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무라이 케이오 대학 교수가 운영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IPTV 포럼’을 9월 중에 총무성 산하에 신설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으나 “차세대 브로드밴드 콘텐츠 유통 포럼에서 방송의 동시 재송신에 대해 검토하는 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 포럼은 방송사업자나 통신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총무성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즉, 총무성은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에서 IP 재송신 문제를 처리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손을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의 표명이었던 셈이다. 이미 총무성은 지상 디지털 방송의 난시청 대책으로 IP 멀티캐스트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2005년도 7월부터 공표해 왔으며, 2006년 중에 실시할 예정이다. 문화청에서는 이에 따른 저작권법 정비를 검토해 왔고, “지연 등의 영향으로 화면의 동일성이 유지될지 우려되고, 어떤 면허 사업자가 동시 재송신을 담당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총무성의 이번 입장 공표는 IP 재송신 문제가 최종적인 조율만을 남겨 두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레코드 협회 등의 인터넷 송신 저작권 처리 규격 재편도 이러한 총무성의 강력한 추진력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듯 앞으로 일본에서는 통신‧방송 융합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며, 이에 대한 비판도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다. 과거 담합이나 관료주의 등의 문제로 방송 및 통신 업계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 때에도 ‘공공성’이 가장 큰 이슈였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방송‧통신 재편 논의에서는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대변되는 산업논리 일변도라는 배경 아래 ‘공공성’이 여전히 논란의 대상인 셈이다.
◦ 참조 : - 총무성 http://www.soumu.go.jp/pdf/060901_2.pdf - 일본 레코드 협회 http://www.riaj.or.jp/release/2006/pr060911.htm - Janjan(Japan alternative news for justice and new culture) 2006. 9. 4. - 닛케이 커뮤니케이션 2006. 9. 12.
◦ 작성 : 김 항(동경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과정, ltha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