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인터넷 방송과 모바일 방송 등 새로운 전송 매체도 2007년 1월 1일부터 시청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 결정으로 공영방송을 비롯한 정부 측의 입장과 방송 관련 산업과 그와 관련된 정치권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논쟁의 시작은 인터넷으로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해지자 이전에는 텔레비전 수신기에 부과하던 시청료를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든 기구에 2007년 1월 1일자로 적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1)
컴퓨터의 경우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TV-OUT이나 DVB-T 카드가 설치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언제라도 이런 장치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 대상은 모든 컴퓨터이며 수신료를 징수하도록 되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사무실에 텔레비전을 비치하지 않아 수신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던 기업들도 징수 대상이 되었다. 특히 기업들의 경우는 각 지사나 지점에 컴퓨터를 구비하고 있을 때 지점마다 징수해야 되기 때문에 시청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새로운 규정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측은 중소 규모의 수공업자나 자영업자 등이다. 즉,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영업장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에 대해서도 시청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1년에 474.90 유로까지 더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2)
GEZ와 KEF의 역할과 시청료 관할
독일에서 시청료 징수와 관리를 담당하는 곳은, 공영방송 ARD.ZDF.제3방송 그리고 Deutschlandradio에서 공동으로 설립한 조직인 시청료징수 센터(Gebühreneinzugszentrale, 이하 ‘GEZ’)로, 이곳에서 공영방송 시청료를 징수 관리한다. 이곳에서 시청료를 징수하기 전인 1975년 말까지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료 징수는 독일 우정국에서 관리하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우정국에서 요구하는 관리비가 점점 상승하자, 독일 공영방송 측에서는 시청료 징수를 스스로 관리하는 조직을 결성하게 된다. 3)
독일 우정국에서 공영방송이 세운 징수 센터로 시청료 징수를 옮긴 배경은, 방송 관련 관리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통신 관련은 연방정부에서, 방송 관련은 주정부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다. 따라서 주정부에서 관리하는 방송사의 시청료를 연방정부의 관리기구에서 징수하는 데 따르는 주도권 문제가 시청료 징수 센터를 세우게 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GEZ가 탄생한 뒤 시청료 운용은 각 주정부의 공영방송사에서 하고 있으며, GEZ와 관련된 규칙이나 법령은 주정부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GEZ가 설립되기 전에 각 주정부의 장관들은 징수된 시청료 징수와 관련해 공영방송사의 재정 상태를 관리하는 공영방송재정조사위원회(Kommission zur Ermittlung des Finanzbedarfs der Rundfunkanstalten)를 1975년 2월에 설립하였다. KEF 설립의 근거는 재정국가조약(Rundfunk-finanzierungsstaatsvertrag)으로 독일에서 공영방송의 존립에 대한 재정을 보장하고 있고, 이에 공영방송사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방송사 재정보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주정부에서는 이러한 공영방송사의 재정보고를 검토하고 시청료 인상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기구가 필요하였다. 즉, KEF에서는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조건하에서 재정보고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재정 관리를 하게 된다. 4)
독일의 공영방송 시청료는 라디오에 대한 징수가 매달 5.52유로이고,5) 텔레비전에 대한 징수는 17.03유로이다. 이중에 텔레비전에 대한 시청료인 17.03유로를 지불할 경우 라디오 청취료가 포함되어 17.03유로만 지불하게 된다. 이 시청료 징수는 매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석 달에 한 번씩 징수되어 라디오에 대해서는 석 달에 15.56유로가, 텔레비전 시청료에 대해서는 51.09유로가 징수된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료를 징수하는 체계를 갖춘 독일의 방송구조에서 도대체 어떤 기술로 전송되는 것까지를 방송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다.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과 컴퓨터로 텔레비전을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도 방송수신료를 징수한다는 결정은 이미 2004년에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이 징수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단 2004년에 있었던 제8차 방송국가조약개정안(Rundfunkstaatsvertrag)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에 대해 시청료 징수를 하는 것이 보류되었다. 이것은 인터넷 전송속도가 16메가바이트 이하인 DSL(Digital Subscriber Line)로는 방송전송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인터넷 시청자에게 시청료를 징수하는 데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시청료 부과에 대한 지불유예기간(Moratorium)을 결정해 시청료 지불을 면제해 주었다.
하지만 GEZ에서는 2007년 1월 1일부터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모든 컴퓨터와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바일(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 tions System, UMTS) 기능이 있는 휴대폰, 그리고 DVB-H(Digital Video Broadcasting Handshelds) 휴대폰에 대해서도 시청료를 징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6) 또한, 어떤 경우에 면제가 되고 어떤 경우에 면제가 되지 않는가에 대한 상세한 조항도 이미 결정이 되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이미 텔레비전 시청료를 지불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바일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서핑할 수 있는 컴퓨터에 대해 시청료를 추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모바일 휴대폰이 직업상 사용된다면, 그 모바일 핸드폰 사용자는 시청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모든 전송 기구에 대해 시청료를 부과하기 위해서 2007년부터는 시청료를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방송 수신이 가능한 새로운 기구(neuartigen Rundfunksempfangsgeräte)’로 명칭을 변경했다.7)
새로 실시되는 시청료 규정으로 GEZ에서 예상하는 시청료 증가액은 2007년에는 200만 유로, 2008년에는 1,200만 유로 그리고 2009년에는 2,200만 유로이며, 디지털 텔레비전 방식으로 완전 전환되는 2010년에 이르러서는 3,000만 유로가 징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8) 그리고 향후에 GEZ에서는 컴퓨터의 등록 여부를 더 강도 높게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GEZ의 발표는 물론 여러 모바일 휴대폰이나 PC나 노트북을 판매하는 기업들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UMTS 기술 모바일 휴대폰 판매 기업에서는 한 달에 17유로 정도 하는 시청료까지 소비자에게 부과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판매실적에 더 많은 피해를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휴대폰의 방송 시청을 판매증진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러한 GEZ의 발표는 판매에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9)
시청료 확대 적용에 대한 뉴미디어 산업 분야의 의견
멀티미디어 산업 발전에 시청료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독일 정부의 계획은 여러 단체와 정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연합회인 독일산업무역협회(Deutsche Industrie-und Handelskammer, DIHK)와 독일수공업중앙회(Zentralverband des Deutschen Handwerks)에서는 이런 정부의 시청료 확대 적용 방침으로 무엇보다도 중소기업들.자영업자 그리고 프리랜서 등이 피해를 볼 것이며, 연간 최소한 1억 2,000만 유로가 경제 부문에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과 함께 보수여당인 CDU/CSU와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소수야당인 FDP에서도 제기되어 PC, 모바일 휴대폰 그리고 DVB-H 휴대폰에 대한 시청료 면제기간을 정부에서 더 연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FDP는 공영방송의 재정 문제가 전체적으로 개정되어야 하며 방송수신 기구를 소유하고 있는 모든 기계나 방식에 공영방송 시청료를 부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10) 특히, FDP 소속 정치인인 Hans-Joachim Otto는 베를린의 일간지 과의 인터뷰에서 GEZ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디지털 위성방송인 Astra가 Pay TV 모델을 구상 중이고, 민영방송사인 RTL 그룹이나 ProSiebenSat.1 그룹에서도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유료화하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매체 사용에 대한 징수가 앞으로도 계속 수상기 한 대당 이루어지는 것은 낡은 모델이기 때문에 GEZ의 존재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Hans-Joachim Otto가 제안하고 있는 모델은 개인이나 가구당 최대 10유로를 지불하는 매체비(Medienabgabe)를 지불하고, 이를 징수하는 업무는 지방 국세청에서 담당하면 된다는 것이다. 11)
하지만 현재 한 달에 17.03유로인 시청료를 매체비인 10유로로 축소해 지불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보인다. 더욱이 이렇게 시청료가 매체비라는 명목으로 줄어든다면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독일저널리스트연합(Deutsche Journalist Verband)에서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현재의 방송 모델은 지속적으로 준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2)
또한 바이에른 주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주무부처에서도 이렇게 확대 적용되는 시청료 의무화에 문제가 있다고 주지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DIHK의 전문가 August Ortmeyer는 이런 새로운 시청료 규정이 너무나 터무니없기 때문에 비판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계기로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료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DIHK에서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휴대용 컴퓨터, 인터넷 기능이 있는 휴대폰 그리고 인터넷이 가능한 화물자동차 등이다. 특히 화물자동차의 경우에는 차량 한 대마다 개별 영업장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으며, 새로운 시청료 규정에 대해 프리랜서와 산업 기술자들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13)
독일산업무역협회(DIHK), 독일수공업중앙회(ZDH) 그리고 IT산업 연합체인 Bitkom 등의 경제연합체에서도 시청료를 수상기당 계산하는 방식에서 가구당 혹은 영업체당 지불하는 제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럴 경우 한 기업은 한 영업장으로 계산되고, 수상기도 한 대에 대해서만 시청료를 내면 된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주 정부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4)
이렇게 시청료의 적용 대상 확대규정과 관련한 논란이 잦아들고 있지 않자 주 지방청에서는 ARD와 ZDF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였고, 이에 인터넷이 가능한 PC에 대해서 한 달 기본 시청료인 5.52유로를 받을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미래에도 계속 PC나 모바일 휴대폰에 대해 기본 시청료만 받을 수만은 없다는 암시도 하였다. 또한, 이 기본 시청료가 라디오 청취에 대한 시청료이기 때문에 텔레비전 방송만을 하는 ZDF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받을 수가 없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때문에 이 기본 징수료에서 ZDF가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 얼마인지도 공영방송사들과 GEZ에서 협의해야 할 사항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기본 시청료만을 징수하는 것도 반대에 부딪혀 쉽지 않아 보인다. 15)
또한, GEZ 측에서는 실제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PC나 휴대폰에 대해 시청료가 징수될 것인지에 대하여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이 가능한 PC나 휴대폰에 시청료가 징수되는 것은 빠른 현실로 다가오지 못할 수도 있다.
[주석]------------------------------------------------------------------------
1) 이 발표는 2004년 9월 22일에 각 연방 주의 장관들이 함께 내린 결정이다.
2) Scharfe Kritik an Abgabe für Internet-PC. 2006년 8월 22일자 기사. 출처: www.sueddeutsche.de/computer/artikel/998/80918/print.html(2006. 8. 24.)
3) http://www.gez.de/door/institution/institution/index.html(2006. 8. 24.)
4) http://www.kef-online.de/inhalte/aufgaben.html(2006. 8. 24.)
5) 라디오에 대한 청취료인 5.52유로는 기본 시청료라고 할 수 있다.
6) Dirscherl, Hans-Christian(2006): GEZ will bei Handys kassieren. Süddeutsche Zeitung. 2006년 1월 9일자. www.sueddeutsche.de/computer/artikel/773/67706/article.html(2006. 8. 24.)
7) 위와 동일.
8) Die Gez ist beleidigt. 2006년 7월 26일자. www.spiegel.de/netzwelt/politik/0,1518,428790,00.html(2006. 8. 25.)
9) 위와 동일.
10) Scharfe Kritik an Abgabe für Internet-PC. 2006년 8월 22일자 기사.
11) FDP Politiker fordert Abschaffung der GEZ. 2006년 8월 10일자. www. spiegel.de/netzwelt/politik/0,1518,431111,00.html(2006. 8. 25.)
12) Zörner, Hendrik: Medienabgabe würde Qualitätsjournalismus beerdigen. 2006년 8월 11일자 기사. www.djv.de/aktuelle/presse/archiv/2006/druck-11_08_06.shtml(2006. 8. 25.)
13) 위와 동일.
14) Wirtschaftsverbände schlagen geräteunabhängige Fernsehgebühr vor. 2006년 7월 19일자 기사. 출처: www.heise.de/newsticker/meldung/print/75662(2006. 8. 25.)
15)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주 장관인 Peter Harry Carstensen(CDU)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에 대해 시청료를 부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 작성: 최은희(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gabrielacho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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