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시작한 일이 때론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때도 있다. 어린애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목적이 정당하니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애매한 놈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목적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문제는 항상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들이다. 안 하자니 이상하고, 하자니 그렇고…… FCC의 방송 선정성 규제 강화가 바로 이 꼴이 되고 있다.
자넷 잭슨 가슴 노출 사건 이후 FCC는 기존의 방송 선정성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사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FCC는 기존의 벌금액을 상향 조정할 것을 의회에 요구한 바 있다. 자넷 잭슨 이후 미국의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앞 다투어 FCC의 움직임에 지지를 보였고, 이런 움직임에 부담을 느낀 의회는 마침내 벌금액을 기존의 3만 2,500불에서 32만 5,000불로 10배 상향 조정했다. 6월 15일 부시 대통령은 이 안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미국 방송 역사상 최대 벌금액이 확정되었다. 만약 FOX나 NBC 등 기존 네트워크사가 선정적인 방송을 할 경우에는 모든 직영국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20여 개의 직영사를 가진 방송국은 대략 800만 불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전에 자넷 잭슨 가슴 노출 사건으로 CBS가 부과 받은 벌금이 50만 달러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벌금액 상향 조정은 “벌금을 높이면 방송 선정성이 국민의 우려에서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그러나 이는 질문이 틀린 것이다. 방송 선정성 문제를 고민함에 있어 보다 정확한 질문은 “벌금을 높일 경우 전체적인 방송의 질이 향상될 수 있겠는가”여야 한다. 만약 벌금을 높여서 선정적인 프로그램의 절대적인 수를 줄였다고 하자. 그러나 반대급부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그런 방송들조차도 사라진다면 이는 방송의 질이란 차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들이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FCC, 방송 선정성 심사에 뉴스도 포함
지난주 지상파 네트워크사는 부시가 G8 회담에서 사용한 저속한 표현을 신호 처리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설사 그것이 뉴스의 성격이 강했다고는 해도 말이다. G8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헤브졸라가 이 지랄(shit)을 멈추게 해야 한다”라고 토니 블레어에게 말을 건넸었다. 사적인 자리였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방송 마이크가 설치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곧 세계가 이 말을 들은 셈이 되었다. ABC, NBC, CBS는 이 발언을 신호음 처리했다. 최근 강화된 FCC의 선정성 규정 때문이었냐고? 글쎄. 이에 대해 CBS의 대변인 샌디(Sandy Genelius)는 자사가 지켜온 내부 규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BC의 바바라 레빈(Babara Levin) 역시 FCC의 새로운 규정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켜온 자사의 편집 방침이라고 말했고, ABC 역시 동일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걸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가 않다. 그건 이들이 신호음 처리한 프로그램이 바로 뉴스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때론 열 마디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도 촌철일각의 한마디 단어가 정황을 잘 묘사하는 법이다. 부시가 발언한 ‘Shit’란 단어는 부시가 이번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한마디로 집약해 놓은 것이며, 향후 진행될 중동 외교전의 양상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따라서 단순히 욕설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키워드가 방송에서 사라졌다. 과연 정당한 것일까?
FCC는 방송 선정성 심사에서 뉴스조차도 제외하지 않겠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이제 뉴스를 제공하는 순간에도 방송 선정성 심사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FCC가 천명한 것과는 달리 뉴스 프로그램을 상대로 방송 선정성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이다. FCC의 방송 선정성은 전적으로 시청자들이 보낸 고소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 만큼 시청자들이 뉴스 프로그램을 선정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이 같은 조치는 방송인들에게 부여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입법 당국과 FCC는 단지 유권자의 눈에 얼마나 좋게 비칠 것인지만 생각할 뿐 실제로 그들이 이 나라의 근본 철학과 이념을 얼마나 훼손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뉴스 프로그램이 그러할진데, PBS라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상업화 보수화란 큰 물줄기의 미국 방송 시장에서 PBS는 정부의 기금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방송 매체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 색채가 강한 한국의 방송과는 사뭇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 진보를 정치적 의미로만 생각하지 마라. PBS의 진보는 주류에서 제외된 자의 목소리란 의미가 강하다. 다수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소수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 매체가 바로 PBS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PBS의 다큐멘터리는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 PBS가 최근 FCC로부터 벌금형을 부과 받았다.
PBC, 선정성 표현 방치로 벌금
내막을 알아보자. PBS의 홍보담당 부대표 리아 슬로안(Lea Sloan)은 “FCC의 최근 결정에 대해 가장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fuck이나 shit 같은 욕설을 일삼는 음악계 사람들을 일부 담고 있는 란 작품 때문에 벌금을 부과 받았었다. 이에 대해서 슬로안은, “단지 그것이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이 나올 충분한 맥락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FCC는 귀로 들리는 욕설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했지만, 입술 모양 등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욕설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PBS의 새로운 지침에는 눈으로 보이는 욕설까지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합어의 경우에도 전체 단어를 다 신호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motherfucker의 경우에는 fucker란 단어만 신호음 처리했으나 지금은 전체 단어를 다 신호음 처리를 해야 한다.
FCC가 공영방송에 최대 벌금액인 32만 5,000불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규제의 일관성을 위해서 공영방송이라고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FCC의 위원들은 “도대체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방송 선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고 PTPA(Public Television Programmers Association)에 참석한 토비(Margaret Tobey)는 지적하고 있다.
PBS는 현재까지 잠재적으로 방송 선정성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네트워크의 주요 프로그램 리스트에 유지해 놓고 있다. 대신에 제작자들에게 해당 프로그램보다 선정성 가능성이 낮은 동일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것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즉, PBS 네트워크사가 각 지역 회원사들에게 동일 프로그램에 대한 몇 가지 버전을 제공하고, 각 지역 방송사가 각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방송될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네트워크사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고, 모든 선정성 문제는 지역방송사의 선정 기준에 의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작사들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서 몇 가지 버전을 만들게 됨으로써 전체적인 제작 단가가 올라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이전에 방송한 프로그램을 재방송할 경우에는 각 회원방송국이 재방송 시에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미리 검토해서 신호음 및 자막 처리해 줄 것을 의무화해 두고 있다.
새로운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제작자가 이전 방송물을 현 규정에 맞추어 수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방송국들은 방송 선정성 규정의 경계선에 위치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WGBH는 <반란자(Insurgency)>라는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면서 발언을 한 병사의 입술을 흐릿하게 처리해서 방송했지만, 이럴 경우 반란자의 발언이 여과됨으로써 반란자의 생각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진짜 고민이다. 제작업체는 아예 문제가 될 만한 소지의 내용을 편집해서 삭제할 것이고, 이럴 경우 불경스러운 단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발언자의 분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담긴 유머조차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욕쟁이 할머니를 방영하면서 모든 욕설을 삭제한다고 말이다. 과연 그 방송이 욕쟁이 할머니에 관한 방송일까? 이런 고민이 현재 PBS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창의력을 동원해서 진실되고 정확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지, 충격 사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때론 현실이 이러하다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PBS의 폴 그레코(Paul Greco)는 발언자의 입술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신호음으로 저속한 표현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선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각 회원사들에게 고지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신호음과 함께 발언자의 입술도 화면 처리해서 시청자들이 해당 발언자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짐작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를 두고 PBS의 제작자들은 꼴사나운 짓이라고 부르고 있다. 게다가 복합어로 된 불경스러운 말은 전체를 신호음 처리해서 시청자들이 그 말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전에 PBS는 오직 불경스러운 말만을 신호음 처리해 왔다. 2006년 5월 31일 이래로 PBS의 4개 프로그램 중에서 디지털적으로 모호하게 처리한 대화는 거의 100번에 가까웠다. 이 중에서 특히 란 음악 다큐멘터리는 더욱 심했다.
PBS의 다큐멘터리 작가 켄 번즈(Ken Burns)는 지난 6년 동안 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이 프로그램은 병사의 눈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조망하는 것으로,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2007년 9월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을 때 시청자가 무엇을 듣고 볼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5월 1일 수정되어 곧 효력을 발생한 (개정)공영방송 서비스 정책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전에 방송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FCC의 방송 선정성 규정을 엄격히 지킬 것으로 성문화해 놓고 있다. 인터뷰에서 번즈(Burns) 씨는 새로운 방송 정책이 도입된다고 해서 자신의 다큐멘터리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제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는 카메라를 통해 식별할 수 있는 불경스러운 단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은 FCC와 PBS의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강한 언어가 강한 다큐멘터리와 만나게 된다면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WGBH의 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방송 선정성 문제로 FCC와 항상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여 왔지만, 이젠 그 긴장관계가 사라질 것이다. 현 규정대로라면 역시 선정적인 방송이기 때문이다.
선정성과 진실성 사이의 균형 문제 등장
PBS가 진실성과 선정성을 균형 잡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주류 방송사들은 재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TV 업계는 MPAA의 전 대표 발레티를 고용해서 방송사의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먼저 7월 27일 발레티가 직접 나서서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소비자 의식 캠페인 선포식을 가진 뒤에 총 3억 달러에 달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의 주 목적은 TV 광고는 물론이고 홍보물, 웹 사이트 등 가능한 한 모든 홍보 수단을 동원해서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유해한 방송물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방법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서 어린이들의 유해물 접근성을 본질적으로 차단하자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미국은 V-칩을 내장해서 부모가 어린이의 시청행태를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에 연령별 등급제 및 내용 등급제를 실시하고 있어 이런 정보를 토대로 충분히 자녀들의 유해물 시청 행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부모들이 인지하지 못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원천적으로 어린이들의 시청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해 보자는 것이 방송 업계가 내세운 이유이다. 50만 달러가량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FCC를 상대로 고소한 방송 업체가 소비자 의식 교육을 위해서 3억 달러를 아낌없이 쾌척했다는 이 이중성은 방송사가 다소 절박한 입장에 처해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의 진짜 속셈은 방송 선정성의 심각성을 방송사들이 인지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자율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가진다.
미국의 언론들은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정부가 직접적인 통제를 하려고 나설 때마다 자율 규제를 통해 충분히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는 미국 언론 역사는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표절 행위로 시끌벅적했던 신문사들도 정부가 표절 행위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를 실시하려고 하는 순간 신문 업계의 협의 하에 표절 행위 근절 대책을 수립하거나 언론윤리 강령을 내세우는 등의 활동을 벌여 정부의 직접 규제를 차단했었다. 또한 방송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정부의 직접 통제보다는 부모들의 자율 규제가 훨씬 효율적임을 피력하기 위함이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이를 통해 FCC의 선정성 규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하고 있는 반면에, 케이블 업체는 가입자들이 내용을 스스로 규제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자신들에게 부담스러운 a La Carte를 피해 가려는 속셈이다. 둘 다 MPAA의 전 대표 발레티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발레티는 영화 등급제를 만든 사람으로, 영화 기업에 불어 닥친 규제의 바람을 교묘히 넘어선 경력이 있다.
한편, FCC가 방송 선정성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 들고, 방송사가 이에 대해 묘안을 짜내는 이 와중에 법원은 다소 침착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뉴욕 주재 연방 고등법원은 다음달 8일 FCC와 방송 사업자를 상대로 동시에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초에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엉뚱한 내용이었다. 법원은 FCC의 이번 결정에 관해서 지지 혹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픈 단체 및 개인은 8월 8일 2시까지 법원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라고 양측 변호인단에 연락했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FCC의 최근 결정이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당초 이번 달 초로 예정되었던 심리를 연기하고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의견을 취한 뒤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여론의 움직임보다는 보다 엄밀한 법리 해석은 물론이고 각 단체의 입장을 모두 경청한 뒤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이전부터 법원은 다소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고, 그 판결 결과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될 때는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곤 했다. 이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찬반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때론 내 머리가 안 되면 남의 머리를 빌리는 것도 좋은 법이다.
상황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고도의 정치가 작동하고 입법 및 정부 기관이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이 상황에서도 법원은 차분하게 상황을 진정시키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진정한 견제와 균형은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방송 선정성 규제가 인터넷으로
방송에서 시작한 선정성 규제 강화는 곧 인터넷으로 번져 갔다. 바비(Barbie)와 같이 평범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웹 사이트를 규제할 수 있게 되었다. 미 상원이 이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성인물을 담고 있으면서도 미성년자를 현혹시킬 목적으로 그림이나 사진을 순화시켜 사용하는 사람은 최고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의회 당국은 밝혔다. 어린이 보호 및 안전법(The Child Protection and Safety Act)은 미성년자 학대 및 포르노에 대해서 가장 광범위하게 새로 쓴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층에서는 미국의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원에서도 이를 승인해 줄 것으로 보이며, 이럴 경우 법안은 오는 금요일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진다. 정가의 관측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도 반대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 미성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포르노 등 제한적으로 미성년자 보호법안을 만들었을 뿐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없었던 미국에서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이를 규제하려고 들었다는 점에서 제2, 제3의 인터넷 선정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선정성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가고 있다.
◦ 작성 : 조영신(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troicacho@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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