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디지털 전송 방식은 케이블 방식인 DVB-C(Ditial Video Broad- casting-Cable), 위성 방식인 DVB-S(Satelliten), 지상파 방식인 DVB-T(Terres- trial), 핸드폰 전송인 DVB-H(Handy TV), 모바일 전송인 DMB(Digital Mult- imedia Broadcasting) 그리고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IPTV(Internet Protocol Tel- evision)가 있다.1)
이렇게 다양한 전송 방식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방송이나 방송제작물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송하는 것이 전 세계 영상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2)
경제자문회사 PricewaterhauseCoopers(PwC)사의 예상에 따르면, 불법복제로 인해 매출액의 손실을 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04년부터 2010년 사이에 전 세계 영상산업의 매출액이 대략 6.6% 성장한 18억 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3) 특히 매출 성장이 예상되는 부분은 음반이나 영화 분야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불법복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성장률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독일의 디지털 전송 방식 현황과 경쟁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가구가 많이 있다. 2005년 7월까지 집계된 조사에 따르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신하는 가구는 2,517만 8,000가구에 이르고 있는 반면, 디지털 텔레비전 수신 가구는 648만 6,000가구 정도이다. 또한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송의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수신할 수 있는 가구는 223만 9,000가구 정도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독일의 텔레비전 전송 방식은 74.3%가 아날로그 방식이고, 나머지 25.7%가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 가능한 가구라고 할 수 있다.4)
독일에서는 2010년부터 디지털로 방송이 전송이 의무화된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2010년부터 아날로그 방식의 전송 방법이 폐지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식의 도입은 기존에 있던 아날로그 전송 방식의 시장점유율 상황을 뒤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5) 이렇게 방송의 디지털화가 일정 정도 강제성을 띠고 있기에 각개의 전송 방식 사업자들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에 디지털 텔레비전 점유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주요 전송 방식에 대한 가구에 대한 Hans-Bredow-Institut 조사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DVB-S 방식 수신 가구는 567만 1,000가구로 가장 많고, DVB-C 가구는 169만 4,000가구이다. 그리고 DVB-T 전송 수신 가구는 1,500가구 정도로 나타났다.6)
디지털 전송에서 성공요건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급, 고화질, 송신자와 수신자와의 쌍방적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 이 밖에 인터넷과 전화 등의 서비스를 함께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최근 들어 DVB-T와 DVB-S 수신 방식이 눈에 띄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DVB-C가 시설 설비 투자를 함으로써 텔레비전 방송, 인터넷 그리고 전화를 케이블 선을 통한 Triple Play Service에서 가장 안정된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DVB-T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DVB-S나 DVB-C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는 프로그램보다 훨씬 적은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다. 그것도 전송 가능한 채널이 지역에 따라 11~30채널까지 가능하다. 즉,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공급하던 프로그램보다 수가 적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 전송 방식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DVB-T 방식의 이런 제한적인 프로그램 전송 능력 때문에 독일의 일부 주 정부에서는 공영방송 프로그램만을 전송하고 민영방송 프로그램을 제외하는 방침을 세웠다.7) 이런 근거로 독일 정부에서는 DVB-T 전송 방식을 지원하면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였고, 이에 유럽 연합에서는 이런 지원정책이 다른 전송 방식의 사업인 DVB-S와 DVB-C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사에 착수하였다.8) 하지만 공영방송사 측은 이런 조사에 대해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1980년대 케이블 방송 사업이 도입되었을 당시에도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DVB-T 지원에 대한 케이블 사업자 측의 비판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고, 케이블 보급사 측에서는 그 당시 정부 지원은 케이블 사업을 하던 국영기업인 텔레콤에게 다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9)
디지털 방식의 경쟁자는 단순히 DVB-T, DVB-S, DVB-C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인터넷 DSL(Digital Subscriber Line)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 전송도 기존의 텔레비전 전송 방식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등장하였기 때문에, 독일 디지털 시장의 경쟁은 앞으로 어디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예견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는 학계의 의견을 살피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뒤스부르크 대학의 Torsten J. Gerpott 교수는 인터넷을 통한 방송 시청 때문에 케이블 네트워크 시장이 위협을 받을 것이지만, Pay TV의 경우는 독일의 인터넷 DSL의 전송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덜 위협받을 것으로 예견하였다. 또한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DSL의 사용이 많은 국가는 케이블 사용 또한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케이블 텔레비전 사업자가 가입자들을 잘 활용한다면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보고 있다.
Goldmedia GmbH의 Klaus Goldhammer 교수도 2010년까지 전체 가구의 47%가 디지털 프로그램을 수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케이블이 아닌 위성을 통한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 Gerpott 교수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케이블이 DSL에 비해 전송 속도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추가 서비스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은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문 채널 시장에서 현재 매년 약 100개의 채널이 신설되고 있고, 때문에 서유럽 지역에만 2,000개의 전문방송 채널이 신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아직 독일은 이런 속도에 발맞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독일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영국 시장만을 본다고 해도 280프로그램이 제공될 것이며, 이 중에 40개의 채널은 텔레쇼핑 채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텔레쇼핑 시장은 독일에서는 아직도 미미한 발전 상태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Goldhammer 교수는 앞으로 독일 매체 시장도 이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 Free TV 시장에서 Pay TV 시장으로 전환
독일의 경우 기존의 Free TV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Pay TV가 자리를 잡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디지털 방송이 본격화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Free TV로 전송되던 민영방송사들이 디지털 전송 방식을 채택하면서 점차 Pay TV로 전환을 시작하였다.
유럽의 위성 사업자 SES Astra에서 2007년부터 독일의 대표적인 민영방송의 시청을 유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소위 ‘Blue-Dolphin’ 플랫폼이라고 불리는데,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을 유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07년 전반기에는 Free TV와 Pay TV 방식을 공용하다가 후반기에 Pay TV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위성 사업자 SES Astra는 시청자에게 직접 텔레비전 방영물을 판매하겠다는 것이고, 스포츠 경기에 대한 텔레비전 방영권을 국가별로 나누어 판매하겠다는 의도이다. 공식적으로 이러한 계획에 동의한다고 밝힌 민영방송사는 RTL과 ProSiebenSat.1이고 다른 민영방송사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방송의 디지털화 전환을 될 수 있는 한 지연시키려고 했던 독일의 민영방송들이 디지털화에 참여하면서 발생하였다. 즉, 자사 프로그램이 보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Pay TV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시청률이 높은 민영방송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민영방송사 RTL의 대표 Gehard Zeiler는 경제신문 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광고만으로는 방송사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직접 수신료를 받는 Pay TV 방송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방송 시장에서 선두적 입지를 지키고 있는 RTL은 시청자들이 디지털 텔레비전을 시청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올해 새로이 3개의 Pay TV 채널을 신설할 것이다. 개시 일자는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크리스마스 대박을 겨냥해서 가을쯤에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RTL 방송사 대표 Anke Schäferkordt는 이 중 2개 채널에서는 RTL의 시리즈물과 텔레비전 영화 등으로 구성되어 이른바 드라마나 영화 전문 채널이 될 것이며, 세 번째 채널은 집을 수리해 주는 방송 프로그램과 같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쇼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RTL과 경쟁 방송사인 ProSoebenSat.1도 연말까지 2개의 Pay TV 채널을 신설하기로 구상하고 있으며, 향후 3년간 1,000만 유로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러한 SES Astra와 민영방송사의 결정으로 일반적으로 디지털화된 방송을 보기 위해 구입해야 하는 Decoder 이외에도 계속적으로 수신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매달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5유로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독일 정치권이나 셋톱박스를 제조하는 회사 그리고 소비자보호협회 측의 맹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런 민영방송과 위성 사업자의 계획에 반대하는 측은 공영방송사이다. ARD의 대표 Thomas Gruber와 ZDF 위원장 Markus Schächter는 연방주 방송위원회에서 위의 계획에 명백하게 반대한다는 공영방송사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계획은 Free TV를 유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비난하면서 독일 텔레비전의 디지털화가 결국에는 나쁜 결과를 안겨 주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정은 DVB-C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성능이 더 좋은 케이블로 교체한 뒤 DVB-T보다 훨씬 좋은 음향과 화질, 그리고 더 많은 프로그램과 함께 인터넷과 전화가 가능한 Triple Play Service를 시작한 DVB-C 사업에 대해, 민영방송사인 RTL과 SAT.1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케이블을 통해 시청하려면 셋톱박스에 Smartcard를 장착해야 한다. 이 Smartcard는 시청자들이 매달 일정한 요금을 지불했을 때만 RTL과 SAT.1의 프로그램을 열도록 장치되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 케이블로 위의 민영방송을 시청하려는 시청자는 이런 장치를 구입하는 데 최소한 200에서 300유로 정도의 추가경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로써 독일 방송 시청자들은 방송의 디지털화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청료를 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 즉, 기존의 공영방송 수신료에 디지털화에 따르는 새로운 장비 구입, 전송 요금뿐만 아니라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따로 시청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과를 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제반 조건들은 사실상 방송의 디지털화를 지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텔레비전의 도입은 초기 단계부터 독일 방송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 SES Astra와 민영방송이 방송 시청을 유료화할 경우 결국 부담을 안아야 하는 쪽은 시청자이다. 디지털 케이블 전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이미 공영방송의 수신료와 케이블 텔레비전 수신료 등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시청자 측에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을 위해 또 다른 수신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각주]
1) DVB-H와 DMB 전송 방식 간의 경쟁에 대해서는 <동향과 분석>(2006년 5월 15일자, 통권 231호)의 “독일의 모바일TV 표준 선정을 둘러싼 경쟁”을 참고하기 바란다. 2) 여기서 영상산업 매출액은 텔레비전, 신문, 잡지, 인터넷, 라디오와 옥외광고, 영화관, 비디오와 DVD 산업, 케이블과 위성텔레비전, pay-tv, 음반, 비디오게임, 생방송 스포츠 중계, 방송 수신료, 스폰서나 머천다이징을 통한 수익 등에서 나온 순수익을 의미한다. 3) 여기의 매출 예상액은 PricewaterhouseCoopers사의 보고서 에 있다. “Medienbranche mit guten Perspektiven bis 2010: Digitalisierung schafft robustes Wachstum.” URL: www.pressportal.de/story.htn?nr=838325 (2006. 6. 23). 4) DocuWatch Digitales Fernsehen - Eine Sichtung ausgewählter Dokumente und wissenschaftlicher Studien. 3/2005, Hans Bredow Institut, 2005년 10월, 5쪽. 5) Media Perspektiven에서 2005년에 발표한 것에 따르면, 케이블 전송이 56.7%의 가장 높은 보급 점유율을 보였으며, 위성 전송은 38% 그리고 지상파 수신 가구는 5.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6) DocuWatch digitales Fernsehen, 5쪽. 7) 바뎀 뷰템베르그 주와 중부독일 지역에서 이런 선택을 하였다. 8) EU geht gegen Berliner DVB-T Förderung vor. 2004년 7월 14일자 기사. URL: www.golem.de/0407/32356.html(2006. 7. 25) 9) Fernsehstreit: EU prüft Förderung von DVB-T. 2004년 10월 24일자 보도.. URL: www.teltarif.de/intern/action/print/arch/2004/kw42/s15150.html(2006. 7. 26)
◦ 작성: 최은희(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gabrielachoi.@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