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 상업방송계는 2가지 음양이 교차한다. 하나는 디지털TV 관련 새로운 방송기술의 채택과 광고 및 이용 형태의 다양화를 계획하며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라면, 다른 하나는 시청률의 침체기에 직면해 방송사 내의 사안 결정 과정 및 새로운 포맷에 대한 아이디어의 부재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가 방송계의 1인자를 기대하고 있는 ProSiebenSat.1의 상황이라면, 후자는 이미 독일 최대의 상업방송사이자 시청률 1위를 고수해 왔던 RTL의 상황이다. 물론 RTL 역시 현재 산적한 방송사 내의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타개책들이 제시되고 있고, 현재까지 가장 두드러진 사안은 사장직의 교체에 있다.
상업방송계의 두 거대 기업들이 제시하는 향후 발전상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양자 모두 디지털TV의 출현에 따른 시청자층의 분산화 경향과 올해 두드러진 시청률 하락 추세에 대한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고, 이에 대한 극복 방안들은 하나의 위기 타개를 위한 범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광고 수주 및 시장 점유율 문제도 이들 상업방송계에서는 최대 관심사이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기서는 이 두 상업방송의 위기 극복 방안과 최근 동향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지배적인 TV 방송사를 꿈꾸는 ProSiebenSat.1
ProSiebenSat.1 방송 그룹은 독일 시장에서 무료 TV 방송 분야의 제1공급자가 될 것이다. 이는 ProSiebenSat.1 그룹의 귈라우메 드 포쉬(Guillaume de Posch) 사장이 지난 7월 29일 뒤셀도르프에서 밝힌 자사의 실현 목표다. '독일 유일의 진정한 방송'을 지향하는 이 방송 그룹은 전반적인 시장 위기에 따라 나름의 곤경에 처한 바 있지만, 다시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다지고 있다.
드 포쉬 회장은 이러한 목표의 실현을 위해 우선적으로 모든 디지털 활동 분야에 기업을 새롭게 배치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광고 및 이용 형식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안은 SevenOne Media의 사장이자 판매 및 마케팅 팀장인 페터 크리스트만(Peter Christmann)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이 그룹의 보고에 따르면, 약 5년 내에 비전통적인 광고 형식과 비 TV 분야의 지속적인 상품화 및 이용기회의 제공 등을 통한 판매율은 약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부문의 판매율은 이 그룹의 총 소득인 18억 유로 중에서 약 8%에 달한다(참고로, 부채액은 4억 4,000만 유로). 이에 대해 크리스트만은 다양한 광고 및 상품화 방식들을 총동원해 "소비자들의 모든 일상 영역에 다가가길" 원한다고 피력했다.
방송유효범위의 손실 보완책
ProSiebenSat.1 그룹은 디지털TV 관련 새로운 방송기술 방식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광고 및 이용 형태의 다양화뿐 아니라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TV 방식의 도입이 가져올 기회 비용은 위험 부담을 넘어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방송 그룹의 자체 판단에 따르면, TV의 분산화 경향이 강화됨에 따른 방송유효범위의 손실은 다른 분야의 판매이윤을 통해 균형을 맞춤으로써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다양한 응용 분야와 다각도로 확대된 기능을 구현하고 있는 디지털TV는 '시장 지배에 있어 강력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크리스트만에 따르면, 여기에는 상호작용적인 응용 분야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모델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이 그룹은 새로운 콘텐츠 및 새로운 광고형식의 계발과 더불어 플랫폼 운영기업들과의 협조를 도모하고, 나아가 자사 고유의 플랫폼 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유료 TV 방송사인 프레미레(Premiere)의 세 전문 방송에 대한 협상이 상이한 가격 제안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고 포쉬 회장이 언급했다.
크리스트만에 따르면, 앞으로 조사절차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광고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왜냐하면 상이한 광고 형식들의 조합을 통해, 출시된 상품들의 '브랜드 순위'도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물들은 앞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기술상으로 오락물과 일상 생활을 소재로 한 제작물들 간의 '디지털 격차'가 있을 수 있지만, 광고의 경우에 이러한 상이한 소재와 모델의 기회는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험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방송 그룹은 뒤셀도르프 극장에서 개최한 한 행사(The Big Picture)에서 자사의 스폰서 업체들을 대상으로 추계 프로그램들을 발표했다.
크리스트만은 광고 분야에서의 총소득과 실질소득 간에 나타나는 커다란 괴리를 호소했다. 실질소득의 비율은 모든 상업방송사들에서 평균적으로 51.4%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ProSiebenSat.1 그룹의 경우는 절반의 수준을 뛰어넘어 현재 RTL과 같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53.4%의 실질소득을 확보한 상태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광고 분야에서도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고, 올해 2% 정도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드 포쉬 회장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이 그룹은 전반적인 시장발전의 속도를 앞지르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외국에서 실질소득이 이미 20%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일례로 들었다.
한편, Sat.1 지주회사(키르히 미디어가 14.7%, 악셀 슈프링어사가 10.2%를 점유하고 있는)의 지분 판매가 이뤄지면서 사회구조적인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대기업가 하임 사반(Haim Saban) 중심의 P7S1 지주회사에 의해 50% 이상이 점유되고, 가을경에 예정된 매입 절차를 거친 후 슈프링어사가 약 12%를 점유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이 방송 그룹에 속해 있는 네 방송사가 공동으로 28.9%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0.6% 포인트가 증가해 29.5%에 이르렀다.
RTL의 지각 변동과 원인
한편, 또 다른 독일의 상업방송사인 RTL의 지각 변동 역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전 RTL의 대부 헬무트 토마(Helmut Thoma)의 수양아들로 알려진 마르크 콘라트(Marc Conrad)가 독일 최대 상업방송사의 사장 직위에 오르게 된다. 이 신임사장에겐 막중한 책무가 주어질 것이다. 이례적으로 RTL의 시청률이 전 방송시간대에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RTL 내부에는 예정된 수순보다 더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6년 동안 독일 최대의 상업방송사를 주도해 왔던 현 RTL 사장이자 사임을 앞두고 있는 게르하르트 차일러(Gerhard Zeiler)가 이례적으로 신임 사장을 직접 선출했다. 43세의 신임 사장 콘라트의 등장으로 방송 사상 처음으로 오스트리아가 아닌 룩셈부르크 출신이 RTL의 사장이 되었다. 콘라트는 미지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미 1992년부터 1998년까지 RTL의 프로그램 편집장이었고, 당시 사장이 헬무트 토마였다. 10월 1일에 개최될 RTL 사장의 이·취임식에서는 RTL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직위 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RTL 사장직의 교체 배경에는 2003년 이래 독일뿐 아니라 룩셈부르크 소재 RTL 그룹(유럽의 절반을 차지하는 26개 방송사가 속해 있는)의 직무까지 떠맡았던 현 차일러 사장의 개인적 일의 하중과 고충도 작용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RTL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있다. 하나는 방송사 내의 비효율적이고 정체된 결정 과정이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다는 점이다. 지난 몇 달 동안 RTL의 직원들과 외주 제작사들은 프로그램의 결정이 연기되고 발전적 제안의 수렴과 인기 있는 포맷의 결여 등을 비판해 왔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리즈물들은 대대적인 광고 이후 시청률 등의 문제로 도중 하차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독보적인 시청률과 소득을 자랑하던 RTL이 장기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큰 문제였다. RTL의 시청률은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 시간대 등 모든 시간대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2004년 상반기에는 주요 광고 표적층으로 설정된 주 시청자층의 시청률 역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결국 이는 전체 시청자층에 대한 시장 지배력의 약화를 초래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일러 현 사장이 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점, 그리고 이를 보완하는 위치에 있던 프로그램 편집장인 프랑크 베르너즈(Frank Berners)의 결정력 부재 등도 문제시되었다.
RTL 신임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콘라트 신임사장의 선출은 예견되었다. RTL에서 재직하던 1983년에 그는 이미 26명으로 구성된 뉴스 편집팀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냉정하게 밀어부쳤고, '나폴레옹'과 '스탈린'으로 지칭될 정도로 막강한 결정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그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이상적인 시청자층을 "두 아이를 가지고 막 집을 소유하고 자가용을 구입하려는 신혼부부들"로 설정한 바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가격 맞추기(Der Preis ist hei )>와 같은 장년층의 인기 프로그램은 그의 막강한 결정력 아래 오전 시간대에서 사라졌다. 그 대신 이나 등 청년층의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 참조 : Der Spiegel 2004. 7. 26. epd medien Nr. 59, 2004. 7. 31.
○ 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