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강점 중 하나로 선전되어 온 이동수신이 좀처럼 개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않다. 각 민간 방송사가 이동수신의 수익성에 대해 회의적인 터라 방송 개시 시기와 콘텐츠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일본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서 각 방송국에 주어지는 전파대역은 13세그멘트로 나뉘어진다. 이 중 12세그멘트는 통상적인 방송 서비스에 사용된다. 하이비전 방송(HD)의 경우에는 12세그멘트가 통째로 사용되고, 표준방송(SD)의 경우에는 4세그멘트씩 3개 채널 방송이 가능하다. 이때 나머지 1세그멘트를 사용해 휴대전화 등을 통한 이동수신 서비스가 실시된다. 그래서 지상파 이동수신 디지털방송은 '원 세그 모바일(one-seg mobile)'로 불린다.
당초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에 따른 강점으로 고화질·고음질 방송, 쌍방향 데이터 방송, 선명한 화질의 이동수신의 3가지가 거론되었다. 이 중 이동수신 이외는 기존 BS방송에서도 제공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동수신이야말로 지상파 디지털방송 고유의 강점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03년 12월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되었음에도 이동수신은 서비스에서 누락되었다. 그 이유로는 화상압축기술의 특허 사용료를 둘러싸고 특허단체와 방송국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졌다. 이 문제는 2004년 3월에 쌍방 합의에 의해 해결되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아날로그 주파수 변경 대책이 늦어져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전파로 수신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동수신은 개시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물론 도쿄 인근 지역에 대해서는 그러한 설명도 타당하다. 도쿄 타워로부터의 전파는 도쿄만을 향해 송신되므로, 전파로 수신할 수 있는 세대는 십수만밖에 없고, 그 외 시청자들은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측은 2005년까지 전파수신 지역이 늘어나므로 이동수신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쿄 인근 지역에서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방송사의 설명은 궁색해진다. 도쿄 인근 지역 외에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개시된 나고야 인근 지역과 오사카 인근 지역에서는 방송 개시 때부터 전파수신이 가능한 지역이 상당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권 문제가 해결된 현재, 나고야와 오사카 인근 지역부터 이동수신 방송이 개시되어야 했음에도, 방송국측에 도쿄 인근 지역을 핑계로 개시하지 않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광고 수익성 문제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
NHK의 경우 각 가정의 TV 대수에 상관없이 한 가정당 수신료를 징수한다. 따라서 이동수신 단말기에 추가 수신료를 청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수신 방송의 채산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민방의 경우 이동수신을 개시해도 광고수입이 증가할 전망이 없기 때문에, 방송 개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방에게 이동수신 방송의 가장 큰 문제는 광고료의 유일한 잣대인 시청률을 수치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시청률을 조사해서 수치화하기 위해서는 수신기가 특정 지역, 특정 장소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민방 네트워크는 계열사이긴 하지만 각 권역별로 엄연히 다른 법인이고, 시청률도 권역별로 조사되어 수치화된다. 따라서 이동수신으로는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 시청이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즉, 이동수신 단말기로는 언제, 어디서, 어느 방송을 시청했는지 판별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청률을 기반으로 한 광고수익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민방 각 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총무성은 이동수신 방송에 대해 2008년까지는 현행 TV 프로그램과 동일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2008년까지는 이동수신용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고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시청률 수치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광고비를 통한 제작비 조달은 불가능하게 된다. 만약 유료 방송으로 한다면 요금징수체계의 문제나 여러 가지 설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화로 인한 투자 과잉에 허덕이는 방송사로서는 새로운 설비나 시스템 구축은 부담일 수밖에 없으며, 이동수신에 대한 수요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모험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제작비 조달의 전망이 없는 한 이동수신 방송의 개시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장래에 유료 방송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처음에 무료로 시작한 방송을 유료로 전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가장 큰 메리트로 선전되어 온 이동수신이 좀처럼 개시되지 않는 이면에는, 이러한 각 방송국의 회의적 전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상태를 타개하고 이동수신을 개시할 수 있는 대책방안이 방송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동수신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방안
이동수신의 수익구조에 회의를 갖는 민방에게 강제로 이동수신 개시를 강요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므로 적은 제작비로 고유의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동시복수편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동시복수편성'이란 동시간에 2개의 채널에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19시에서 21시까지 하이비전 한 채널로 프로야구를 중계한다고 했을 때, 경기가 21시까지 끝나지 않아 방송을 연장하는 경우 21시부터 예정된 연속 드라마의 방영시간이 뒤로 밀린다.
따라서 21시 이후에는 하이비전 방송을 표준방송으로 바꾸어, 한 채널에서는 프로야구 중계를 계속하고, 다른 한 채널에서는 예정대로 연속 드라마를 방영하는 경우가 '동시복수편성'이다. 여기에 주목하면 이동수신용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이 가능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이동수신 방송에 대한 소구는 주로 정보제공이나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이며,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소형 단말기로 시청하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한 채널일 때는 그 프로그램을 똑같이 방송하고, 뉴스/스포츠 중계와 드라마/버라이어티를 동시 복수편성할 때에는 뉴스/스포츠 중계를 이동수신용으로 방송하면 된다. 즉, 귀가길에 뉴스나 스포츠 경기의 도중 상황을 파악한 후 고정 TV로 연속해 시청하는 개념으로 이동수신 방송을 위치 짓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랬을 때 이동수신 방송의 수익성 문제로 인식되는 광고료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현재 광고료는 프로그램을 직접 스폰서하는 경우와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삽입하는 경우로 나뉘어진다. 프로그램을 직접 스폰서하는 경우에는 시청률에 따라 광고료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고정 프로그램에 일정 제작비를 지원하고, 시청률이 눈에 띄게 악화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초기 계약대로 광고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료가 바뀌는 경우는 오히려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삽입하는 스폿 광고다. 이 경우, 앞 프로그램과 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감안하여 평균 시청률에 맞춰 광고료를 책정한다. 이동수신 방송이 뉴스와 스포츠 중계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꾸민다면, 위에서 말한 제작비를 스폰서하는 광고주에 기대어 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스폿 광고로서는 고정 TV 외에 광고매체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률은 고정 TV의 수치를 이용해 이동방송용 광고료를 따로 책정하는 방식이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지지부진한 지상파 디지털방송 이동수신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책은, 기존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고정 TV 시청 불가능 시간을 이어주는 개념으로 이동수신을 위치시키고, 거기에 걸맞는 광고료 책정을 통해 수익성을 맞춰 나간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강조도 이동수신 개시를 촉구하는 중요한 논리로 거론되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방송의 획기적인 기술로 선전되었던 이동수신은 거창하고 허황된 선전의 거품이 빠지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냉정한 시각으로 그 개념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받고 있다.
○ 참조 : 닛케이 비즈니스 2004. 8. 17. 산케이신문 2004. 8. 10. 일본공업신문 2004. 8. 20.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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