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모바일 방송 등 TV 방송을 이동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수신할 수 있는 서비스의 실현이 가까워짐에 따라, 재해시의 정보전달 수단으로 방송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진 대국인 일본으로서는 당연히 지진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자 위성을 사용하는 모바일 방송이 오는 10월 개시되고,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이동수신(one-seg mobile)도 내년 중에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TV 방송의 정보량이 많은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바이나, 재해시 TV를 들고 피난할 수 없다는 것이 재해정보수단으로서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이동수신이 가능해지면, 이른바 일본의 재해 세트 '라디오, 랜턴, 건빵'에서, 라디오가 TV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방송 중 모바일 방송은 당초부터 재해시의 우수한 기능을 어필해 왔으나, 지상파 디지털 방송도 이동수신의 메리트로 최근 재해시 기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하에서는 기존의 지상파, 위성파, 모바일 방송,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 등의 방송이 재해시 어떤 특성을 갖는지 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살펴본다.
모바일 방송과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 방송
재해시에 정보를 제공할 경우, 근본적 체계에서 봤을 때 지상파보다 위성파가 적합하다. 지상파가 기본적으로 제한된 지역을 대상으로 전파를 송신하는 데 반해, 위성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나의 전파를 송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규슈에 출장을 갔을 때, 홋카이도에 지진이 일어났다고 가정하자.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 방송이라면 출장지에서도 거주지의 뉴스를 체크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아닌 이상 규슈 방송국에서 홋카이도 지진 뉴스를 상세히 다룰 리 없다. 홋카이도의 가족들이 걱정되더라도 규슈 지역의 방송으로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전국을 하나의 전파가 커버하는 위성파라면, 지역에 관계없이 재해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단, 일반 위성방송의 경우 수신에 커다란 접시형 안테나가 필요하므로 출장지에서의 시청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위성파를 이용한 모바일 방송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 편성 단계서부터 재해대책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평시에는 뉴스를 전달하던 채널이 재해시 즉각 재해방송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주지에서 떨어져 있을 때도 즉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일 등의 경우 지상파를 선박이나 요트 위에서 수신하기 어려우나, 모바일 방송이라면 소형 수신기로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바일 방송은 지금까지 속수무책이었던 영역에 재해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재해지역 내에서의 정보전달 기능의 관건
재해지역에서 모바일 방송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갭 필러(gap filler)와 같이 중후한 지상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갭 필러란 빌딩에 가려진 곳, 터널 안, 지하도 등 통상 전파가 닫지 않는 지역을 위해 방송파를 중계하여 재송신하는 설비를 가리킨다. 모바일 방송의 경우에는 독자 위성이 있고, S 밴드라 불리는 강우에 영향을 덜 받는 강력한 대역을 사용해 전국 대상으로 전파를 송신하기 때문에, 도시 지역에는 갭 필러를 반드시 설치해야만 한다. 도쿄와 같이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경우, 하나의 갭 필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반경 600미터에서 1킬로 정도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수요와 콘텐츠의 정보량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필요한 갭 필러의 수는 지하도에 대한 소요 대수를 제외하고도 서비스 개시까지 2,000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방 도시의 경우에는 똑같은 갭 필러라도 2∼3킬로 반경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 대수는 적어질 전망이다.
한편,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 방송도 전파 수신이 전제가 되기 때문에, 빌딩에 가려지는 지역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갭 필러가 요구되고 있으나, 모바일 방송의 갭 필러와는 시스템이 달라 공유는 불가능하다. 결국 제대로 된 지상 중계 장치를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총무성은 갭 필러 등의 지상 중계 장치의 설치를 이동방송의 전파 이용료에 포함시켜, 인프라 구축을 서두를 전망이다. 이동통신 중계국의 설치 때와 마찬가지로, 재해시의 효율적인 정보전달매체로 기대되는 이동수신 방송은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업 논리가 아니라 공공재의 측면에서 인프라를 충실히 해야 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10월에 개시될 모바일 방송용 갭 필러뿐 아니라, 지상파 이동수신 방송을 위한 갭 필러도 가까운 장래에 확충될 전망이다.
참고로, 위성방송을 휴대전화로 수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상 중계국이 필수적이다. 휴대전화로 위성 모바일 방송을 수신하는 경우, 반드시 갭 필러와 같은 지상 중계국을 거쳐야 한다. 총무성이 갭 필러 등의 지상 중계국을 공공재 개념으로 설치해 전파이용료에 그 비용을 부과하려는 데에는, 휴대전화와 자동차 네비게이터 등 기존의 이동수신 단말기를 이용한 방송수신도 상당수가 되리라는 전망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즉, 재해시 사용 가능한 모든 이동 수신기를 통해 신속한 정보전달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법으로 지상 중계국을 설치해야 된다는 논리인 셈이다.
방송국의 대응
재해시 정보전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정보를 전달하는 송신자, 즉 방송국의 대응이다. 방송국의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도쿄 근방, 즉 간토(關東) 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경우에 발생한다. 전국 정보의 반 이상을 도쿄에 있는 NHK 및 주요 민방이 발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간토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전국 방송 자체가 중지될 수도 있다. 그러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에 대비해 지금까지 TV 방송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 온 지상파 방송국, 특히 도쿄의 주요 방송국이 주도면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간토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발생 직후에는 전국적으로 재해방송이 계속되겠지만, 도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방송국에서는 점차적으로 통상 방송을 재개하게 된다. 도쿄 각 방송사는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여 항상 비상시 편성표가 작성되어 있다. 즉, 간토 지방을 위한 재해방송은 계속하되, 전국용 통상 프로그램도 송신하는 이중 체제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도쿄의 방송국이 재해로 인해 방송 불능이 됐을 경우에는, 오사카의 방송국이 대신하게 되어 있지만, 통상 방송의 콘텐츠 자체는 거의 도쿄의 방송국에 있기 때문에, 도쿄 인근의 방송국을 중계 거점으로 삼아 콘텐츠의 비디오를 전국에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방송의 역사가 긴 도쿄의 주요 민방은 주로 이러한 체계로 재해시의 방송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위성을 향한 정보 업로드 시설을 도쿄에만 갖추고 있는 모바일 방송에 비해,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이 간토 지역 재해시 정보전달에서 더욱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준비된 비상 중계 거점을 통해 전국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방송은 지상파가 닿지 않는 곳까지 전파를 전달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를 섣불리 예측할 수만은 없다.
결론적으로, 현 단계에서 재해대책 미디어로서 모바일 방송과 디지털 이동수신 방송이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소형 단말기로 야외에서도 개인에게 직접 정보 제공할 수 있는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상파 디지털 이동수신 방송은 권역별이고, 모바일 방송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두 방송을 상호보완하는 식으로 연계하면 효용이 증대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총무성과 방송정책 전문가들은 이동수신 방송의 재해시 정보전달매체로서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여전히 지상파 방송국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위성 모바일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0월을 기점으로 재해방송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 참조 : 산케이신문 2004. 8. 2. 요미우리신문 2004. 7. 23. ITmedia 2004. 7. 21., 8. 3.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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