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 삭제 검토를 중심으로 -
한영학 (홋카이가쿠엔(北海學園)대 법학부 전임강사, hanyounghak@hotmail.com)
머리말
최근 일본의 집권여당 자민당은 방송매체의 정치적 중립을 정한 현행 방송법 조항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했다. 자민당은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 조항을 삭제하여 당의 견해 등을 피력할 수 있는 전용 채널 신설을 꾀하고 있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특정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방송국이라도 설립이 인정될 수 있으며, 각종 정치보도는 각 방송국의 재량에 일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민당의 복안이 실현될 경우, 방송의 체질상 집권여당에 유리한 언론상황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아 방송의 권력감시 기능의 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적 공평' 조항의 삭제 여부는 단순한 정치논리를 넘어 방송법제의 이념 틀 속에서 접근해야 하는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자민당의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 조항의 삭제 검토 논의에 즈음하여 동 조항이 가지는 법제도적 의미, 방송법 개정을 둘러싼 자민당의 논리와 그 배경,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권력의 방송매체 컨트롤의 실제에 대해 간단히 검토해 보고자 한다.
I. 방송법과 '정치적 공평'
1. 방송 내용 규제의 개관
일본 헌법 제21조 제1항은 '집회, 결사 및 언론, 출판 기타 일체의 표현의 자유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의 자유는 동 조항으로부터 도출되며, 실제로 방송법은 법으로 정하는 경우 외에는 어떤 자로부터도 방송 프로그램이 간섭받거나 규제되지 않는 편성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제3조). 다만, 방송매체는 전파의 희소성과 방송이 미치는 특수한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해 인쇄매체에서 볼 수 없는 법적 규제와 더불어 행정감독이 정당화되고 있다. 방송에 대한 법적 규제는 크게 구조(소유) 규제와 내용 규제로 대별되며, 특히 방송법은 내용 규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방송법이 정하는 내용 규제로는 방송사업자(NHK와 민방을 포괄)에게 국내 방송의 방송 프로그램 편집에 있어서 ①공공의 안녕 및 선량한 풍속을 해치지 않을 것, ②정치적으로 공평할 것, ③보도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 ④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다각도로부터 논점을 명확히 할 것 등을 의무화한 프로그램 편집준칙(제3조의 2 제1항)을 비롯해, 교양 프로그램 또는 교육 프로그램 및 보도 프로그램, 오락 프로그램을 두고 방송 프로그램 상호간의 조화를 요구하는 프로그램 조화 원칙(동조 제2항), 방송사업자에게 방송 프로그램의 종별 및 방송의 대상으로 하는 자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의 편집 기준을 정해 그 기준에 의거하여 방송 편집을 의무화한 프로그램 기준(제3조의 3)이 있고, 그 외 방송사업자에게 방송 프로그램의 적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부과되는 방송 프로그램 심의기관의 설치 의무(제3조의 4) 등이 있다.
프로그램 조화 원칙 및 프로그램 기준이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편집에 관한 것이라면, 프로그램 편집 준칙은 개별 프로그램에 관한 규제로 내용 규제의 요체이며, 특히 방송의 정치적 불편부당성(不偏不 性)을 요구하는 '정치적 공평' 기준은 정치보도 등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분류된다. 방송법은 프로그램 편집 준칙 위반에 대한 벌칙을 명기하지 않고 있어 동 준칙의 법적 성격을 둘러싸고는 해석이 갈리고 있으나, 방송사업자의 자율성을 강조해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훈시(訓示) 규정으로 접근하는 학설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술하는 '츠바키(椿) 발언' 문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치적 공평' 기준 등의 위반에는 정치적ㆍ행정적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 '정치적 공평'의 의미와 적용의 실제
(1) '정치적 공평'의 의미와 그 모호성 그러면 구체적으로 '정치적 공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치'라는 용어뿐만 아니라 '공평'이라는 용어의 의미 내용은 관점에 따라서는 추상적이고도 이데올로기적인 논리로 흐를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공평'할 것은 추상적이나마 문리적 해석에 충실하면, 국민의 알 권리에 부응하기 위한 방송의 다양ㆍ다원성을 구현할 목적으로 방송 내용에 정치적 편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하겠다. 즉, 특정 정당 및 정치세력에 예속되거나 구애됨이 없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공평한 보도다.
'정치적 공평' 내지 정치적 불편부당성, 정치적 중립ㆍ공정성은 객관 보도 원칙과 함께 현대 일본 저널리즘의 최중요 요소로서 신문 등 인쇄매체에도 존중되고 있으나, 윤리규정을 넘어 법제도적 장치로 굳혀진 방송매체에 있어서 '정치적 공평'의 의미와 그 사정범위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방송법이 상정하는 '정치적 공평'을 논함에 있어서는 동 기준이 표현의 자유 및 방송의 자유 관점으로부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언론기관의 자유를 수용자의 이익(시점)을 기초로 하여 매체로서의 편집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는 이른바 수단적ㆍ제도적 자유로 파악함과 동시에, 특히 방송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자연인 및 인쇄매체의 표현의 자유와 그 척도를 달리할 이유는 없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인쇄매체와 비교해 유동적인 매체인 만큼(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범위, 내용 등 변화할 개연성이 높아 송신자의 자유 획득이 의견ㆍ정보의 다양성의 확보로 반드시 연결되는 것은 아님),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의견ㆍ정보의 다양성 확보라는 헌법적 요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편향을 지양하는 일정한 규제는 정당화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공평성'의 구체적 문제로서는 공평성의 실체에 관한 논의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흔히 '정치적 공평'과 관련해서는 소위 기회 균등을 의미하는 'NHK적인 공평성'이 지적되기도 하며, 기계적이고 수량적인 기회균등의 공평성을 탈피하고 '공평'과 '중립'을 구별해 공평성의 요구는 고도의 중립성 요구와 동일시될 수 없고 다양한 견해의 대립이 존재하는 정치적 쟁점에 대해 매체로서의 공공적 사명에 유의하면서 독자적인 입장 표명이 가능하다는 한정적인 해석도 있다. 그리고 과거 미국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해 공공적으로 중요한 쟁점에 대해 적절한 비율의 방송시간을 할애할 것과 대립하는 견해의 쌍방을 공정하게 방송할 것을 부과한 FCC의 'fairness doctrine'을 공정원칙으로 번역할 경우와 공평원칙으로 번역할 경우의 차이점에 착안해, '공정'은 '공평'의 개념을 내포한다고 하여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에 대한 확대해석을 견제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정치적 공평'을 프로그램 편집준칙 제4호(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다각도로부터 논점을 명확히 할 것)와 묶어서 '공정원칙'으로 격상시키는 논자도 있다. 이처럼 공평성의 실체에 관해서는 통일적인 견해가 없는 가운데 기회의 균등 및 동등한 조건이라는 정량(定量)적인 개념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짙은바, 실질적인 공평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논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정치적 공평'의 실제 적용에 있어 정치보도로 분류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범주가 문제가 되며, 또한 동 기준의 적용은 사실보도에 국한되는가 논평까지 포함되는가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정치적 팩트의 전달 및 논평이 주된 취지가 아닌 프로그램에 대해 선거보도 및 정치방송과 동일한 수준의 '정치적 공평'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며, 선거보도 등에 있어서 보장된 논평의 자유(제148조)에 비추어 논평에 요구되는 '정치적 공평'의 정도와 사실보도와의 관계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해석은 존재하지 않으나, 정치적으로 공평한지의 여부를 행정기관(총무성)이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문제점을 포함해 '정치적 공평'의 실제적용에 있어서 구체성을 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사업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규정의 개선 등 합리적인 접근이 요청된다 하겠다.
(2) '정치적 공평'의 적용의 실제
'정치적 공평'은 그 모호성 때문에 방송사업자의 언론활동을 제약하는 일면을 갖는다. 동 기준의 운용과 관련해 근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서는 '츠바키 발언' 문제와 'TBS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들을 간단히 소개ㆍ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전자는 TV아사히 보도국장 츠바키 사다요시(椿貞良) 씨가 비공식 석상에서 행한 발언으로부터 촉발되었다. 1993년 10월 13일 산케이신문 조간이, 일본민간방송연맹의 방송 프로그램 조사회에서 츠바키 씨가 '정치와 텔레비전'이라는 주제를 거론하면서 그 해 총선보도에서 '비자민당 정권이 탄생하도록 지시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 신문은 문제의 발언은 방송법의 '정치적 공평'을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보도를 계기로 정계는 물론 일부 언론에서 TV아사히의 보도가 정치적으로 공평성을 결여한 것으로 방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 츠바키 씨는 특정 방향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부정하고 상기 발언은 황당무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츠바키 씨는 결국 부득이하게 사직을 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사태가 수습된 것은 아니었다. 방송법 및 공직선거법 제150조 제3항(정견 방송 의무)의 위반 의혹이 도를 더해 가면서, 당시 우정 당국은 문제의 회의 녹음 테이프와 의사록 제출을 요청하고, TV아사히에 대해 재면허를 인정함에 있어서 사실관계를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재면허를 부여했다. 급기야는 당시 여야의 합의로 중의원 정치개혁조사 특별위원회에 츠바키 씨의 청문, 중의원 체신위원회에 TV아사히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의를 추궁하는 등 일련의 조치가 따랐다. 결국 이 사태는 동년 10월 25일 국회청문에서 츠바키 씨가 상궤를 벗어난 발언이었다고 사죄하고, 익년 8월 TV아사히는 우정성으로부터 '엄중 주의' 처분을 받음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선거방송과 관련해 언론인이 국회의 청문에까지 선 이 사건은 방송의 정치 관련 보도, 특히 선거보도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법률위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츠바키 씨가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 종식을 목적으로 사내에서 불공평한 보도를 지시했다면 언론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상기 발언이 구체적으로 선거방송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실제로 불공정 보도가 있었는가) 하는 것은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언 그 자체의 존부가 문제시되었다. 즉, '정치적 공평'의 유무는 실제 방송내용을 근거로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도 않은 상기발언을 빌미로 국가권력이 개입된 점은 보도의 자유, 편집의 자유 측면에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후자는 1996년 표면화된 것으로, TBS(도쿄방송)가 1989년 10월 당시 옴진리교에 대항적인 인물 사카모토(坂本) 변호사에 대한 인터뷰 내용(취재영상)을 방영 전에 옴진리교 간부에게 보이고 방영을 중지한 사건이다. 방송사가 인터뷰 내용을 사전에 보인 것이 화근으로 동년 11월 결국 사카모토 일가 살해사건으로 연결되는데, 옴진리교의 개입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 방송국의 최고 간부 등이 국회에 참고인으로 소환되어 사죄하는 한편, 우정성에 의한 '엄중 주의' 처분을 받게 된다.
TBS가 방영 예정의 테이프를 관계자에게 보이고 방영을 중지한 것은 사전검열의 외압에 굴한 것으로, 인터뷰 내용이 옴진리교측에 미칠 어떠한 영향을 인식했을 가능성(살해 가능성의 예견까지는 요구하지 않더라도)을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방송윤리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사건이 타사에 의해 표면화될 때까지 내부 은폐를 통해 진상규명을 지체시킨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전자와 함께 공평원칙을 포함해 방송윤리법제의 바람직한 상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논의를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명확한 법적 근거를 결여한 채 면허제도와 결부되어 방송에 대한 권력의 행정처분이 용인되는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래서 권력에 의한 방송법제의 자의적 해석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공평'과 같은 모호한 기준의 극복이 급무라 하겠다.
Ⅱ. 자민당의 '정치적 공평'의 삭제검토 배경 및 그 여파
1. 자민당의 '정치적 공평'의 삭제검토
자민당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한 방송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시작했다(마이니치신문 2004. 7. 20 조간). 자민당은 8월 중에라도 방송법 개정안을 마무리하여 가을의 임시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법안제출을 목표로 연립여당인 공명당에도 동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部晋三) 간사장은 7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방송법의 개정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도 공정원칙이 폐지되어 각각의 방송국이 그 입장을 명확히 주장하고 있다. 이를 일본에서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하고, '정치적 공평' 조항의 개정을 시야에 두고 당내 토론을 진행시킬 의향을 밝혔다.
방송법에서 동 기준이 삭제되면 당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전용 채널의 개설이 가능하게 되며, 민방뿐만 아니라 NHK도 정치적 색채를 보다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돌발적인 것으로, 방송의 정치보도에 있어서 '정치적 공평'의 존부가 수용자 내지 유권자의 정보복지에 미치는 영향에 충분한 검토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 자민당이 '정치적 공평'의 삭제검토를 하게 된 배경
그러면 미국의 공정원칙이 사라진 지 17년이나 경과한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자민당이 '정치적 공평'의 삭제를 공공연히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단적으로 말하자면 민방의 정치보도에 대해 증폭된 불만 때문으로, 일종의 정치논리로 집약된다.
(1) 민방의 선거보도를 겨냥 자민당은 2003년 9월의 총재 선거와 11월의 중의원 선거에 대한 방송보도에 불만이 팽배해져 당 간부가 특정 방송국에 출연을 거부한 경위가 있다. 자민당은 2003년 11월, TV아사히가 동 당에 비판적이고 불리한 보도를 일삼는다고 하여 동 방송국의 총선거 개표특별방송에 집행부가 출연을 거부한 바 있다. 자민당의 출연거부조치는 그 후 4개월 만에 해제되었다(2004. 3).
그리고 2004년 참의원 선거(6월 24일 공시되어 7월 11일 치러짐)에 있어서도 자민당은 언론보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문서를 각 언론에 총 4차례나 송부하는 등 민방에 대한 경계는 철저했다. 일례로 이라크에 있어서 자위대의 다국적군에로의 참가문제와 더불어 동 선거의 최대의 쟁점이었던 연금개혁법에 관한 방송보도에 대해 자민당은 6월 26일, 정치적 공평ㆍ공정을 문제삼아, 선거기간 중이므로 다양한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공평한 방송을 행할 것을 강하게 요망하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항의문을 각 보도기관에 팩스를 통해 송부했다.
"①최근 일부 텔레비전에 있어서 정치적 공평ㆍ공정을 강하게 의심케 하는 방송이 있었습니다. 즉, '연금의 철인'으로 불리는 다카야마 노리유키(高山憲之) 히토츠바시 대학 교수를 수차례에 걸쳐 방송에 출연시켜 연금법에 반대하는 입장으로부터 의견을 개진시킨 프로그램입니다. ②다카야마 교수는 민주당 추천으로 참고인과 공술인으로서 몇 번이나 국회에서 연금 등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신 분이고 민주당의 연금법안의 작성에 깊이 관여했다고 전해지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에서는 민주당 추천의 참고인 등을 역임한 중요한 경력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고, 단지 '대학교수'로서의 직함만을 소개하여 높은 학식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객관적인 의견을 개진한다는 체재로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습니다. ③저희 당으로서는 선거기간 중이기도 하므로 다양한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공평한 방송을 행할 것을 강하게 요망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이 정치방송의 공평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나, 해당 방송국과 프로그램을 특정할 수 있는 형태로 항의문을 송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금법을 둘러싼 텔레비전 보도에 대해서는 아베 간사장,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 등 당 간부가 6월 22일, 선거정세를 분석했을 당시 일부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 일치하고 항의문을 낼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제1야당 민주당에 열세인 것으로 판명되자 당의 정책이나 방침에 비판적인 의견표명을 배제하고자 민방의 정치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 단계에서는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의 존재를 부각시켜 민방을 견제했으나, 선거가 사실상 패배로 끝나자(당선자수 민주당 50, 자민당 49), 정권당으로서 위태로운 당의 상황 때문에 당의 정책에 호의적인 방송국의 양성을 필요로 했고, 이 때문에 동 기준의 폐지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2) 독자적 채널 개설에 의욕 자민당이 '정치적 공평'의 삭제검토에 적극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독자적인 방송 채널을 개설하기 위함이다. 이 또한 당에 비판적인 민방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2004년 초에 독자적인 채널을 개설하여 당의 홍보에 주력하려는 구상이 제시되었으나,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에 위반 우려가 지적되면서 좌절된 경위가 있다.
자민당은 2004년 1월 말, 3월에라도 독자적으로 CS(통신위성)방송에 채널을 개설하여 PR 프로그램을 24시간 방영하려고 했다. 동 당은 2003년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시 TV아사히의 보도를 공평성이 결여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민방의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감을 쌓고 있었던바, 독자적인 매체(방송국명은 동 당의 영어표기 두문자를 사용하여 '채널 LDP')를 보유하는 것을 통해 민방에 대항하려고 했던 것이다. 내용은 고이즈미 수상과 아베 간사장 등 당 간부의 대담, 젊은 정책통들의 토론 외에 당의 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 등이 상정되었고, 프로그램 제작비를 포함해 연간 3억 엔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에 대해 '정치적 공평'을 규정한 방송법의 제약으로 인해 시청자는 당원에 한정될 것이라고 하여 당세 확장에 회의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근본적으로는 동 기준과의 양립에 법제적 의심도 제기되면서 구체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4년 참의원 선거 패배 직후 동 기준의 삭제검토가 표출되고 있어 자민당의 독자적 채널 보유 구상은 향후 법안의 향방에 달려 있기는 하나 현실성을 띠게 되었다. 동 당은 CS방송에서 채널 개설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우선은 방송법상 위성 및 케이블방송에 국한해서 동 기준의 삭제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3. '정치적 공평' 삭제의 여파
방송법으로부터 '정치적 공평' 조항이 삭제되면 방송사업자의 정치적 견해와 비판이 용이하게 되어 방송의 다양화가 기대되며, 특정 정당 및 정치세력의 지원하에 신설 방송국의 등장도 가능하게 된다. 이로써 일견 시청자 및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에 일조할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전술한 자민당의 복안의 배경과 방송매체의 체질에 주목하면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민당이 '정치적 공평'의 삭제를 꾀하는 것은 기관방송국을 설립시켜 정치방송 등에 있어서 여론의 유도를 통해 각종 선거의 승리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동 기준의 삭제는 타당에도 독자적 채널의 개설을 용인하는 것이 되나, 기관방송의 설립에는 정당간의 빈부격차가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사민당이 자본 부족 등으로 텔레비전 CM을 제한했던 예가 시사하듯, 방송국을 신설할 수 있는 것은 대정당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군소 정당의 몰락이 우려된다.
한편, '정치적 공평'의 삭제는 일본의 정치풍토나 권력과 방송간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방송매체의 권력감시 기능 저하로 연결될 수 있고 특정 정당에 대한 편중 방송이 우려된다. 즉, 일본은 다른 선진 제국과 달리 방송정책과 규제ㆍ감독을 행정부(총무성, 구 우정성)가 직접 관장하며, 더욱이 정부의 성립과 존립이 다수당의 신임을 필수로 하는 의원내각제로 방송행정의 수장(총무대신) 또한 자민당의 현역 국회의원이 담당함으로써 방송 면허부여(5년 간격으로 갱신) 등에 있어서 집권당의 직간접적인 압력 가능성이 높아, '정치적 공평'이 삭제된다 하더라도 방송사업자의 본격적인 반자민당적 보도태도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자민당에 동조적인 방송국의 설립이 용이하게 되어 전체적으로 방송사 간 정치보도의 균형을 해칠 공산이 크다 하겠다.
Ⅲ. 권력의 방송매체 통제 심화
정부 여당의 방송국에 대한 엄정한 대응은 면밀히 살펴보면 나쁜 선거결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만큼 방송매체가 선거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으로, 최근 자민당의 방송법 개정 논의의 표출은 방송매체의 정치보도에 대한 압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당이 처한 심각한 상황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자민당은 1998년 참의원 선거의 대패를 계기로 당 차원의 조직적이고도 다면적인 방송 체크 기능을 가동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송을 포함한 언론에 대한 통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몇몇 예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하에서는 '정치적 공평'의 삭제검토 이외의 자민당의 방송매체 통제공 작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선거패배와 방송매체 규제
자민당은 선거전에 패배할 때마다 패인을 언론보도에 돌려 언론, 특히 방송매체에 대한 규제를 단행해 왔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1998년 참의원 선거의 패배에 따른 일련의 조치다. 먼저 자민당은 1998년 10월, 보도 모니터 제도를 창설하였다. 전국에서 약 2천 명의 당원을 모니터 요원으로 위촉하여 자민당에 불리한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보도내용을 체크하게 하여, 그러한 보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당해 보도기관에 항의함과 동시에 동 본부에 통보하도록 하여 당 본부로서도 당해 보도기관에 항의, 정정을 요구하도록 하고 있다. 객관성을 담보한 보도라 하더라도 동 당에 있어서 부적절하고 불리한 보도라면 간섭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지는 않으나 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사후검열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2001년 2월, 도쿄도 의원선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고가 마코토(古賀誠) 자민당 간사장의 명령에 의해 자민당 의원을 멤버로 하는 방송 활성화 위원회를 설치하여 방송의 존재 방식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동 위원회가 드는 검토과제는 ①방송의 공평ㆍ중립성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②방송되는 견해의 다양성은 어떻게 하면 확보될 것인가, ③방송의 규제개혁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④다채널 시대의 방송법ㆍ방송행정의 바람직한 상은 어떤 것인가, ⑤기타 관련 사항 등 5개다. 이들 과제는 특정 정당이 방송에 대한 독자적인 개입ㆍ검토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난을 배제하면 방송환경의 변화에 즈음한 적절한 문제제기로도 비쳐지지만, 궁극적으로는 방송법의 개정도 시야에 두면서 정치보도의 규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자민당은 2001년 4월, 보도 프로그램 검증위원회를 설치하여 당 본부가 직접 텔레비전의 보도 프로그램 감시를 개시하고 있다. 동 위원회는 매달 한 번 정도의 회합을 갖고 보도 프로그램, 정치 프로그램, 와이드 쇼(오락성 종합정보 프로그램)를 대상으로 ①해당 프로그램의 체크, ②불공정 보도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BRO에 제소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동 위원회는 2001년 7월의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그 근본적인 취지는 보도 모니터 제도와 다르지 않다 하겠다.
이와 같이 자민당이 당내에 미디어 체크 조직을 육성ㆍ강화하는 이유는 수용자 및 유권자의 이익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세 확장과 지속적인 정권 창출을 위한 것으로, 언론의 건전한 권력비판조차도 봉쇄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방송사업자는 정부 여당이 부여하는 면허사업에 의존하므로 결정적 상황에서는 이들 조직의 유무형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체질적으로 나약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최근의 방송매체에 대한 압박 사례
(1) 자위대 파병과 언론통제 이라크 전쟁 후 이라크 지원 특별조치법(2003. 7)에 의거해 인도 복구지원을 명목으로 이라크 남부에로의 자위대 파병과 파병 후의 자위대의 활동을 둘러싸고 정부는 공공연히 정보통제를 해왔다. 국제연합의 틀을 벗어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자위대의 현지활동은 중요한 공공의 관심사로서 상세한 취재ㆍ보도가 기대되었으나, 자위대 해외 파병에 대한 위헌 여론 등의 고조를 의식한 방위청의 정보통제로 현지보도는 방위청과 맺은 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파병 전후에 있었던 방위청의 단발적이고 불필요한 정보통제 등에 문제가 제기되어, 2004년 3월 방위청은 신문협회, 민간방송연맹과 수차의 협의를 거쳐, 자위대의 활동에 정부는 설명책임을 지며, 헌법의 표현ㆍ보도의 자유를 정부는 최대한 존중하고, 자위대원과 보도관계자의 안전확보는 자기 책임의 원칙으로 최대한 배려하며, 자위대의 원활한 임무수행에 유의한다고 하는 4항목의 기본원칙에 합의하였다. 기본원칙은 언론의 취재ㆍ보도에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자위대의 안전확보나 원활한 임무수행 등을 이유로 보도통제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일정한 취재ㆍ보도는 방위청이나 현지 부대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관련 내용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되고 있어 국내에 전달되는 현지보도는 일부의 사실관계와 논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2) 동행취재 거부 사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고이즈미 수상의 제2차 방북(2004. 5. 22)과 관련하여 수상관저가 니혼TV의 보도내용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동행취재를 거부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직후 니혼TV는 물론 언론 각사로부터 정부의 노골적인 보도통제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여 동사의 동행취재는 인정되었으나, 정부에게 있어 불리한 보도에 대한 통제의 심화를 예시하는 사건이다.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5월 18일로 수상관저의 내각 기자회 소속 보도 각사에 대해 니혼TV는, 16일 동사의 보도 프로그램에서 "북한에 쌀 25만 톤을 지원하는 것으로 북일간에 최종 조정하고 있다"고 특종보도한 데 대해 수상 비서관으로부터 "방북을 방해하기 위한 보도가 아닌가? 보도를 취소하지 않으면 동행취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전화통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동사는 쌀 지원 관련 뉴스의 정보원을 밝히면 동행취재를 허가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이 있었음도 밝혔다.
납치자의 귀국에 대한 대가성으로 비쳐질 수 있는 쌀 지원에 관한 보도는 정부에 불리한 보도내용임에 틀림없으나, 이를 이유로 언론기관에 취재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보도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당해 보도에 국한시켜 문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향후의 취재ㆍ보도에 연관시키는 것은 고의적인 언론통제다. 더욱이 취재원의 비닉(秘匿)은 취재상의 중요한 룰로서 취재원을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동행취재를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은 언론의 자유를 무시한 조건부적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니혼TV는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다른 언론의 대다수도 동사와 보조를 같이 함으로써 정부가 동행취재 거부 방침을 철회하게 된다.
(3)유사(有事) 법제와 보도통제 정부는 유사시를 상정한 무력공격사태법(2003. 6)에서 NHK를 '지정 공공기관'으로 설정한 데 이어, 국민보호법(2004. 6)에서는 민방도 '지정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것을 시사하면서 경보방송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NHK를 포함한 '지정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민방 라디오, 텔레비전은 2004년 9월 정령(政令)에 의해 구체화된다. '지정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방송사업자는 유사시에 경보의 발령, 피난의 지시에 대한 방송의무, 긴급통보의 발령에 대한 방송의무 등을 지게 된다.
유사시에 방송사업자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 정부에 협력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반박하기는 어려우나, 유사시라 하더라도 방송사업자가 정부의 통제하에 놓이는 것이 방송의 자유 관점에서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특정 방송매체가 유사시에 있어서 국가의 협력기관으로 강제되는 것이 명문화되면, 평상시에 있어서도 그 방송국은 정치ㆍ안보적으로 민감한 보도에 상당히 방어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방송법상 특수한 임무가 부여되는 NHK는 별도로 하더라도, 민방에까지 '지정 공공기관'이 확대되면 특히 유사시에는 방송의 정부에 대한 체크 기능이 상실되고 사실상 정부홍보 내지 어용 매체화되어 국민의 진정한 알 권리의 위축이 우려되는 것이다.
Ⅳ. 결어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자민당은 방송매체의 동 당에 대한 비판적인 정치보도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법상의 '정치적 공평' 기준의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그 궁극적인 배경으로는 당의 독자적인 채널 개설을 가능케 하여 각종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에 있다 하겠다. '츠바키 발언' 문제 이후 일각에서는 '정치적 공평'의 합헌성에 강한 비판이 대두된 바 있으나, 이번의 자민당의 동 기준의 삭제검토는 선거대책과 맞물린 당리당략적인 성격이 농후하다.
물론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격화나 디지털화 등으로 전파의 희소성 논리가 설득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매체적 특수성을 감안한 정보의 다양성과 국민의 알 권리의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방송에 대한 '정치적 공평'의 삭제는 상당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오히려 '정치적 공평'의 존치 여부를 논하기 이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동 기준의 의미내용이다. 동 기준이 방송매체의 정치보도 태도가 단순히 자민당으로부터 공산당에 이르기까지의 제정당의 입장의 중간에 위치할 것이나 기계적인 균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할 때, 실질적인 '정치적 공평'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적이면서도 방송의 자율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졸속한 정치논리를 배격하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의견ㆍ정보의 다양성의 확보라는 동 기준의 헌법적ㆍ저널리즘적 요청을 재음미하여, 그 적용에 있어서 추상성과 모호성, 권력의 자의적 운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적 공평'의 삭제 문제 부상은 최근 정부의 방송매체에 대한 일련의 통제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방송의 정치보도에 대한 일종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금후 자민당의 복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야당과 현행 방송사업자들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