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1957년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더불어 유럽 공동체 창설에 참여한 나라이다. 이후 1979년 처음으로 유럽 의회에 프랑스를 대변할 의원을 선출하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그 후 유럽 공동체는 점점 조직을 체계화하고 정비하면서 올해 5월 1일부로 기존의 15개국에서 새로운 10개국을 포함시켜 25개국으로 늘어났다. 프랑스는 올해 6월 13일에 실행될 유럽 의회 선거에서 78석을 배정받았고, 이는 프랑스 각 지방을 대표하며, 이 의원들은 프랑스 국회의 상원이나 하원의 의원을 겸임할 수 없다. 이 의원들은 2004년에서 2009년까지 유럽 의회에서 활동하게 된다.
최근 유로 통화 사용과 유럽 연합 참여국 확대에 따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번 선거는 유럽 연합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거 홍보에서 미디어 역시 새로운 방송 편성을 통해 이 유럽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유럽의 25개국으로의 확대에 대해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많은 토론 프로그램들을 편성해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워 왔고, 그 과정에 선거에 대한 언급을 해온 결과로 많은 국민들에게 홍보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프랑스 국민들의 선거 참여율이 1979년 이래로 점점 하락하고 있어 아직 유럽 의회 선거에 대한 인식이 국내 여러 선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1979년 60.7%, 1999년 46.8%).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혁신된 선거 홍보정책을 방송계에 제시하게 되었다.
방송위원회의 새로운 방송 편성 조치
유럽 연합 위원회의 결의 2002/772/CE에 따라 공식 선거기관은 유럽 의회 의원 선거 결과를 유럽 연합의 마지막 투표 사무실이 닫히는 6월 13일 22시(파리 시각)부터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방송할 수 있다. 방송위원회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서비스가 모든 공식 결과를 제외하고 20시 이후부터 여론조사 및 예측 정보를 방송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방송위원회는 기존의 선거운동 방송에 관한 내용을 수정하였다. 유연한 선거운동 방송을 지향한 방송위원회 결정사항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송 홍보 시간: 의회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UMP, UDF, PS, PCF, PRG와 같은 프랑스의 주요 정당들은 홍보에 있어서 각각 24분씩을 허용받는다. 그 외 의회에서 그룹을 형성하지 못하는 극좌파 당들을 비롯한 나머지 16개 당들은 1시간을 나누어 갖게 되는데, 이는 각 당에게 3분 45초가 할당된 것이다.
스폿 홍보 시간: 짧은 홍보물은 1분 15초간 방송되고, 중간에서 긴 홍보물은 2분에서 3분 50초 내에서 편성된다. 각 홍보물의 방송은 정당의 이름 혹은 그룹의 이름으로 시작되어야 하고, 방송 후에는 다시 그 이름을 반복해 줘야 하며, 이에 사용되는 시간은 정해진 홍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라디오의 경우, 이 이름이 Radio France의 직원에 의해 구두로 읽혀져야 한다.
방송시간 편성: 프로그램은 5월 31일 월요일에서 6월 4일 금요일, 그리고 6월 7일에서 11일까지 방송된다. 짧은 홍보물은 France 2에서 20시 40분, France 3에서 22시 45분에 방송된다. 중간과 긴 홍보물은 France 2에서 8시 30분, France 3에서 17시 45분, France 5에서 6시 45분에 방송된다. 라디오 채널에서는 France-Inter에서 14시에 짧은 홍보물이 방송되고, 나머지는 20시 뉴스 후에 방송된다. 선거 홍보는 또한 RFO에서도 방송된다. 이는 고시청률 시간대에 공영 채널의 방송 편성에 선거운동을 삽입함으로써 홍보의 실질적인 효과를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에 있어서의 자유: France 3은 방송위원회의 조치를 통해 공식 선거운동 홍보제작을 담당한다. 촬영 장소는 자유롭게 선정된다. 이는 Radio France의 사무실을 의무적인 촬영 공간으로 규정해 왔던 기존 조항을 폐지한 것이다. 정당들은 또한 자유롭게 연출자를 선정할 수 있고, 대신 방송위원회에게 알려야 한다. 만약 여러 정당이 같은 연출자를 지정할 경우, 우선권은 제작 조건과 방송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정당들은 할당된 총 방송홍보 시간의 50%를 초과하지 않는 조건 아래 그들의 고유한 이미지와 음향을 제작할 수 있다. 선거에 임한 정당들에게 스스로 영상을 제작하는 자유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점점 고리타분해지는 선거운동 방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방송위원회의 고위 간부는 설명했다.
기술 장비 지원: 게다가 방송위원회는 정당들에게 촬영을 위한 기술 장비와 홍보물의 마지막 몽타주를 위한 장소까지 제공하고 있다. 녹화 팀은 연출자, 한 명 혹은 두 명의 카메라맨, 기록 담당자, 음향 담당자, 전기 담당자로 구성된다. 기술 팀 활용은 총 8시간이 허용된다. 야외 촬영을 위한 이동시간은 파리나 그 근교일 경우 2시간을 넘기면 안 되고, 지방일 경우 왕복 6시간 이내가 되어야 한다. 이동시간은 기술 장비 조작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촬영 중 장소 이동시간은 기술 장비 조작 시간에 포함된다. 촬영 팀에 제공되는 카세트의 길이는 120분으로 한정된다. France 3이 홍보제작에 참여하는 비용은 거의 100만 유로에 달하는데, 이는 내무부에 의해 지원된다.
기타 특수 사항: France 2, France 3, France 5, RFO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난청인과 시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 처리되어야 한다. 영상 비디오의 최종 몽타주는 자막 처리를 포함해 늦어도 방송 전날 오후 6시까지 완료되어야 한다.
정치 선거의 혁신된 방송 홍보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각 정당들은 그들의 이미지를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사회당인 PS(Parti Socialiste)는 에이전시 TBWA의 자문에 따라 광고와 비슷한 유형의 45초 분량의 영상 비디오를 제작했다. "짧은 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자유는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사회당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클로드 바르토론(Claude Bartolone)은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사회당은 자신들의 정치 이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역으로 우파 정치가 가져올 문제점들을 여러 상황과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표현하면서 기존의 전통적 홍보 전략의 변화를 보여 준다. 이 영상 비디오는 선거일 전까지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 사회당의 지도자들의 담화를 첨부해 방송된다.
긴 홍보물은 선거 후보들을 위해 제작된다. 이에 따른 선거 예산을 살펴보면, 사회당은 홍보 비디오 제작을 한 연출가에게 촬영을 맡겼으며, 이는 총 선거운동비 460만 유로의 3%인 14만 5,000유로에 해당한다. 한편, 여당인 UMP는 선거 홍보물을 제작하기 위해 외부 에이전시를 활용하지 않는다. 이 당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나탈리 느뷰(Natalie Neveu)는 긴 홍보물에 정부 장관들을 출연시켜서 구체적인 시사적 주제들에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조치가 모든 정당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공산당 PC(Parti communiste)의 선거 홍보 제작을 맡은 연출가 장 다니엘 시몽(Jean-Daniel Simon)은, 이 조치는 부유한 당만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산당의 홍보는 경제적인 이유로 당의 사무실에서 제작되었다. 그 외의 나머지 소수 야당들 역시 선거운동 방송에 있어서 이러한 자본주의적 불평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쨌든 모든 당들은 이러한 혁신적 선거운동 방송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식의 선거운동은 특히 2007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운동을 대비한 테스트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 채널들의 소극적 반응
TF 1과 M6과 같은 민영 채널들에게 있어서 유럽 선거는 그리 환영할 만한 행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TF 1은 6월 13일 일요일 포르뮬 엥(Formule 1) 경기의 종료 방송과 축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유럽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유로 2004(Euro 2004)의 프랑스 대 영국의 경기 방송 사이에 선거 결과를 삽입할 것이라고 정보 국장 로베르 나미아(Robert Namias)는 밝혔다.
선거운동 방송 기간을 살펴보면, 5월 27일부터 이 채널은 저녁 8시 뉴스에서 선거에 관련된 몇몇 짧은 인터뷰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이 채널은 6월 8일 화요일에 사회당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와의 인터뷰, 그리고 6월 10일 여당 UMP에서 같은 위치에 해당하는 알랭 쥐페(Alain Jupp )와의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토론 방송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보국장은 유럽 선거에서 각 정당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고, 프랑스 국민들은 그 중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련 방송이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그는 저녁 8시 뉴스가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을 핑계삼아 이 프로그램에서 유럽 선거를 언급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보국장은 사실 프랑스인들은 유럽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덧붙이면서 유럽 선거에 대한 최소한의 방송 편성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를 말하고 있다. TF 1은 선거에 있어서 민영 채널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만 있을 뿐, 방송 편성에 있어서 의무 사항이 없다. 그러므로 이 채널은 방송 편성은 시청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나,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채널로서의 이미지나 그 사회적 책임으로 볼 때 잘 어울리지 않는 태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M6은 유럽 선거에 있어서 TF 1보다도 더욱 인색한 것으로 보인다. 저녁 8시 뉴스와 정치 프로그램이 없는 이 채널은 5월 28일부터 <6분 뉴스(Journal de six minuites)>의 시간을 조금 늘이면서 유럽 선거에 임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채널은 5월 28일에 "유럽 선거: 무엇에 사용되는가?"를 삽입했는데, 이처럼 유럽 선거에 관한 주제를 매일 저녁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 내용을 시청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채널은 선거 당일에 저녁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선거결과에 대한 프로그램만을 기획하고 있을 뿐이다.
○ 참조 : Le Monde 2004. 5. 31., 6. 1. CSA Communiqu N 560 2004. 5. 28. www.assemblee-nat.fr ○ 작성 : 이 원(프랑스 통신원, tempspecheu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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