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디지털 방송이 작년 12월 3대 대도시권에서 시작한 이래로 반년이 지났다. 경기회복을 견인했다고 평가되는 디지털 방송 수신기 탑재 평면 TV의 출하 대수는 방송 시작 때보다 2.5배로 증가했으며, 일본 내의 방송, TV 업체 사이에서는 '디지털 혁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작년 11월 말에 31만 대를 기록했던 디지털 방송 수신기의 출하 대수는, 올해 4월 말에는 82만 대로 증가해 순조로운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출하 대수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액정·플라즈마 TV 등의 신형 수신기이다. 또한 여름에 예정되어 있는 아테네 올림픽이 고화질로 현장감을 전달하는 액정·플라즈마 TV의 판매 대수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고화질, 대화면으로 올림픽을 즐기고 싶다며 액정·플라즈마 TV를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고 대형 전자제품 대리점 직원은 말한다. 이러한 판매 증가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는 가격 인하를 꼽을 수 있는데, 총무성 관계자는 "반 년 동안 15% 가격이 인하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보급 덕분에 디지털 방송 수신 가능 세대수는, 방송 지역 전체 세대수의 1/4에 상당하는 약 1,200만 세대로 늘어났으며, 올해 연말에는 1,700만 세대, 내년 말에는 2,300만 세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디지털 방송의 순조로운 보급과 수신기와 방송의 질에 대한 높아져 가는 수요에 따라, 디지털 방송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술 실험이 전시되었으며, TV 제조 업체는 잇따른 신형 TV를 출시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 관련 기술향상을 위한 실험 전시
NHK 방송 기술 연구소는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디지털로 넓어지는 방송의 세계, 미래를 바라보며'라는 테마로 디지털 방송 기술 관련 공개 실험과 전시를 개최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 개시되어 지금의 기술과 미래의 전망을 중심으로 40항목의 전시와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중 이목을 끈 것이 '슈퍼 하이비전(초고정밀 영상 시스템)'이다. 세계 최초로 주사선(走査線) 4,320개를 실현하여, 현재의 하이비전에 비해 16배의 정보량을 담아 낼 수 있고, 리얼한 입체감으로 종래에 없었던 선명함을 실현했다.
NHK 방송 기술 연구소에서는 "어디까지나 참고로 출품한 것으로, 실용화 단계에는 언제 들어설지 모른다"고 밝혔으나, 프로젝터는 일본 빅터(JVC), 슈퍼 하이비전 카메라는 이케가미(池上) 통신기가 협력하는 등, 여러 업체가 실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액정·프라즈마 TV보다 훨씬 얇고 접을 수 있는 '프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 전시에서는, 유기EL(Electro Luminescence)을 사용해 둥글게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전시되었다. 이 기술은 쇼와(昭和) 전공, 교도(共同) 인쇄, 파이오니아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밖에 PDP(Plasma Display Panel)의 효율화 기술이나 차세대 표시 장치로 기대되는 FED(Field Emission Display)도 출품되었다. FED는 냉음극이라 불리는 물질에서 방출된 전자를 형광물질에 부딪히게 함으로써 발광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로, 이론적으로는 대형화에 적합하고 화면의 고광도화, 고정밀화가 가능하다. 전시된 것은 5인치의 흑백 디스플레이였으나, 작년에 비하면 한층 더 커졌다고 한다.
6월 1일에는 광케이블을 이용해 지상 디지털/아날로그 방송, BS 디지털/아날로그 방송, 스카이 퍼펙트 TV, FM 라디오 등을 방송하는 옵티캐스트(Opticast)사의 실험 전시가 있었다. 이번 실험 전시에서 옵티캐스트는 광케이블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인 '스카이 퍼펙트 대응 광케이블 TV OPCAS'의 모델 룸 환경을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공개하고, 아파트 등의 집합주택에 한정된 서비스를 단독주택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서비스 대상은 도쿄 23구 내 집합주택으로 한정되어 있으나, 올해 안으로 도쿄 내 모든 지역, 오사카의 일부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개된 모델 룸 환경에서는 각 방에 TV를 설치해 스카이 퍼펙트 TV나 지상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상 디지털 방송이나 FM 라디오 방송이 광케이블 경유로 전송되기 때문에 전파에 관계없이 안정된 시청 환경이 확보되는 것이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옵티캐스트의 대표이사인 니토(仁藤) 씨는 옵티캐스트의 도입 상황에 대해 "서비스 내용도 알기 쉽고, 지상 디지털TV 등 채널도 많기 때문에 평판은 좋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개시 후 3개월이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옵티캐스트를 도입한 집합주택이 많지는 않지만, 도입을 결정한 집합주택은 5,700호에 이르고 있다. 니토 씨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도쿄의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와 차별되는 부가가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제 인터넷 환경은 필수가 되었고, 광케이블 TV가 세입자 수를 늘리는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상 디지털 방송 개시로 각 아파트의 TV 수신 환경을 정비하려는 움직임도 광케이블 TV의 순풍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옵티캐스트 서비스는 하나의 광케이블 회선을 전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용 광케이블과 별도의 케이블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번 실험에서 니토 씨는 "이번 전시 이전의 실증 실험에서는 하나의 광케이블 회선으로 인터넷 접속과 영상전송을 동시에 행할 수 있었으며, 하나의 광케이블 회선을 이용하면 단독주택에도 옵티캐스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미 광케이블로 인터넷 접속 환경을 도입하고 있는 주택에서도 광케이블 TV 서비스가 가능한 셈이다.
니토 씨는 또한, "다른 통신업자는 IP화하여 전송하는 반면, 옵티캐스트는 광케이블만을 이용해 IP화하지 않고 전송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광케이블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통신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요금설정 문제가 해결되면 급속도로 옵티케스트의 보급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공중파 TV를 IP화하여 전송하는 기존의 인터넷 이용 TV 방송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며, IP화 없이 TV 전파를 광케이블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송한다는 새로운 기술이 앞으로의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을 예측케 한다. 금번 실험 전시는 그러한 전송 기술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미디어 관계자에게 알리는 자리가 된 셈이다.
TV 제조업체의 잇따른 신형 TV 출시
이와 같은 신기술의 전시에 발맞추어 여러 가전 업체들이 신형 TV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TV의 순조로운 보급과 올림픽 특수를 내다본 것으로, 2002년 월드컵 이후 최고의 액정·플라즈마 TV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세이코-엡슨(SEIKO-EPSON)사는 5월 31일, 일본 내 가정용 TV 시장에 본격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 첫걸음으로 대화면 프로젝션 TV(PTV)인 'LIVINGSTATION' 두 기종(57V, 47V형)을 출시했다. 이 모델은 올해 2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리즈를 일본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이 회사 독자 개발인 고온 폴리 실리콘 TFT 액정 파넬(HTSP) 3장을 탑재하여 액정 파넬에 빛을 쐬어 화면 뒷면으로부터 영상을 투사하는 리얼 프로젝션 방식을 채용한 것이다. HTSP의 사이즈는 0.7인치(1280X720 픽셀)로, 위성 디지털, 지상 디지털 하이비전 방송에 대응하는 모델이다. 이 기종의 특징은, 본체 전면 밑부분에 프린터가 설치되어 있어, 메모리 스텍을 TV에 연결해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격 플라즈마 TV에 비해 소비전력이 절반 이하라는 점도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파이오니아(Pioneer)는 '고화질, 대화면, 고음질'을 현장감 실현을 위한 3대 조건으로 내세우고, 독자적인 신기술을 탑재한 제5세대 '퓨어 비전'을 선보였다. 이 모델의 최고 장점은, 세계 최고인 57억 5,000만 색을 표현할 수 있는 'Advanced Super Clear 구동법'으로, 화면 내의 밝기나 분포도의 평균치 정보를 상시 검출하면서 광도를 컨트롤하고, 저소비 전력을 유지하면서 영상 정보의 중심을 이루는 중간 광도 화상을 보다 밝게 나타낼 수 있다는 데 있다. 또한 MPEG 화상 특유의 모스키토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MPEG 노이즈 리덕션'이나 영상 포맷을 고정밀 파넬에 적합한 포맷으로 변환하는 '다이내믹 HD 컨버터' 등의 다양한 고화질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이러한 전자기술 외에, 플라즈마 TV 전면 필터의 유리를 제거하여 플라즈마 파넬과의 일체화를 실현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다이렉트 컬러 필터' 기술을 채용하여, 필터와 플라즈마 파넬 사이에서 발생하던 다중 반사에 의한 초점 흔들림 현상을 대폭 개선했다. 고음질을 위해 이 회사의 중점 부문 중 하나인 오디오 기술을 원용하여, 다른 회사 제품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오디오 콤포넌트 앰프와 스피커 기술을 탑재했다.
전자계산기나 전자시계로 유명한 카시오(CASIO)도 이러한 신형 TV 시장에 참여했다. 카시오는 실내에서 마음대로 가지고 다니며, 어디서나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방수 액정 TV 'XFER'의 신제품으로 10V형 화면을 탑재한 'XF-1000'을 6월 13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 모델은 디지털 무선 전송 시스템에 의해 모니터와 튜너를 분리하여 방수 사양의 모니터를 채용했고, 영상이나 음성을 압축 처리하여 전송함으로써 욕실이나 부엌에서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신형 모델은 리튬 이온 충전지를 이용해 3시간이 넘는 연속 시청이 가능하게 했다. 가정의 안테나 단자에 튜너를 접속하기만 하면 베란다나 마당 등 전원 및 안테나 단자가 없는 장소에서도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 이 모델의 장점이다.
이렇듯 잇따른 신기술의 실험 전시와 신형 TV의 출시는, 디지털 방송의 현황과 전망이 순조롭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과 이를 둘러싼 하드웨어의 정비가 일본 경제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디지털 방송 관련 산업은 방송사나 TV 제조 업체뿐 아니라 전 사회가 주목하는 산업 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방송 관련 산업 내에서의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는 앞으로도 당분간 가속화될 전망이다.
○ 참조 : 마이니치 신문 2004. 5. 21. 라디오 닛케이 2004. 5. 28. 교도통신 2004. 5. 31. www.itmedia.co.jp/lifestyle www.opcas.jp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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