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청자들은 9월부터 TV를 통해 웃음을 얻는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6대 네트워크 방송사들(CBS, NBC, Fox, ABC, WB, UPN)이 지난주에 발표한 2004∼2005년 프라임 타임 편성계획에 따르면, 코미디를 줄이는 대신 와 같은 인기 드라마나 와 같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선보인다. 인기 시리즈 코미디 프로그램인 와 가 종료되고, , 와 도 끝나지만 NBC와 CBS, ABC는 올 가을에 단지 2개의 새 코미디 프로그램만을 선보일 예정이며, WB는 3개를 방송할 예정이다.
인기 시트콤 를 제작한 래리 겔바트(Larry Gelbart)는 시트콤이 실제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에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가치가 변해서 평범한 남편과 아내를 다루는 시트콤은 더 이상 선정적 뉴스나 인기 연예인의 삶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과 경쟁할 수 없다며, 시트콤이 더욱 거칠고, 선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 제이 심슨(O. J. Simson)이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 의한 일련의 범죄가 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기를 유발했다고 그는 말했다.
남성 중심 드라마의 증가
편성에 있어 새로운 경향의 하나는 남성 중심의 쇼 프로그램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WB의 라든지 ABC의 (왕성한 10대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 (편부와 그의 다섯 아들의 이야기), CBS의 (프로야구 팀에서 배트보이로 일하는 10대들에 관한 드라마), NBC의 (복싱에 관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는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경향은 작년 11월에 닐슨 미디어 리서치가 발표한 연구결과의 반영으로 보인다.
닐슨의 연구결과에선 18세에서 34세의 성인 남성 중 약 8% 미만이 초가을에 프라임 타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 보고서에서 닐슨은 많은 남성들이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DVD 시청, 혹은 인터넷을 서핑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광고주들은 새로운 인기 쇼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었다. 시라큐스 대학교 대중방송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Popular Television)의 소장인 로버드 톰슨(Robert Thomson)은 남성 중심의 편성을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 가을의 프로그램 편성이 그 동안 완전히 사라졌던 한 경향에 대한 반응이라고 말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기 상승
지난 시즌의 초기에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에 거품이 있어 왔으며, 새로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올 가을 편성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WB의 회장인 조단 레빈(Jordan Levin)은 작년에 리얼리티 프로그램 장르에 대해 어두운 미래를 전망했다가 최근 이를 사과한 바 있다. 그 당시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각본에 의한 쇼 프로그램이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더 낫다는 의견을 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프로그램 선호도에 대한 NBC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18세에서 49세를 대상으로 한 20개의 인기 쇼 프로그램의 중에서 12개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리즈였다. 올 가을 편성에서도 ABC는 을, Fox는 세 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NBC는 를 선보일 예정이다.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무리한 모험은 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 가을에 선보이는 코미디와 드라마들이 신인 배우에 의존하기보다는 누구나 아는 인기 연예인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Schwab SoundView의 분석가인 조나단 로한(Jordan Rohan)은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장르가 아니라, 그것이 시청자들과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것이며, 코미디이건 드라마이건 관건은 시청자들의 인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방송사별 올 가을 편성 전략을 다음과 같다.
CBS 2003∼2004 시즌 동안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CBS는 내년도 프라임 타임의 편성과 관련하여 3개의 드라마와 2개의 코미디를 더하지만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편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일 저녁엔 범죄수사 드라마인 가 NBC의 의 경쟁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것이며,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소속된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 16세인 배트 보이가 남성 역할 모델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그린 같은 드라마도 선보이게 된다. CBS의 코미디로는 집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그러나 대중적인 스포츠 토크 쇼의 사회자이자 칼럼리스트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과 괴짜 부모님과 형제를 가진 행복하게 결혼한 남자에 관한 코미디 가 방송된다.
NBC 올 가을 NBC 프로그램 편성의 두드러진 특징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감소다. 더 이상 NBC 네트워크에서 코미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될 예정이다. NBC는 12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준비 중이다. 지난 가을 시즌에 방송됐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예정인데다, 화요일 저녁 8시의 코미디 시간대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로 대체됨으로써 NBC의 가을 편성에는 4개의 코미디 프로그램만이 포진하게 된다. NBC Universal Television의 사장인 제프 주커(Jeff Zucker)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에 코미디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며 예로 와 를 들었다.
ABC
ABC는 2004∼2005 시즌 동안 7개의 새로운 드라마와 2개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드라마의 현저한 증가는 현재 4위로 추락한 네트워크 방송사의 처지를 그대로 반영해 준다. 사실 지난 두 시즌 동안 ABC는 간판인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층을 회복하려 노력했었으나, 이번 시즌부터는 앞선 네트워크 방송사의 편성 경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ABC의 프라임 타임 엔터테인먼트 총괄책임자인 스테펜 맥퍼슨(Stephen McPherson)은 지난 몇 년간 ABC가 드라마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올 가을 준비한 드라마를 통해 ABC가 드라마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자살을 한 여인의 시각에서 도시 외곽 삶을 묘사하는 드라마), (비행기 사고의 생존자들이 경험하는 갈등을 다룬 드라마), (병원 레지던트 사이의 심한 경쟁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올 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 억만장자 마크 큐반(Mark Cuban)이 낯선 사람에게 100만 불을 주는 것을 다룸)나 (가족을 바꾸는 여성 가장들을 다루는 내용)과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새롭게 방송될 예정이다. 여성 중심의 편성에서 탈피해 남성 중심의 쇼 프로그램 시간대를 형성한 것도 새로운 시도이다.
일부 광고주들은 ABC의 드라마 편중을 우려하기도 한다. 광고회사 Initiative의 부사장인 스테이시 린 코어너(Stacey Lynn Koerner)는 ABC의 가을 편성 전략을 뒤죽박죽된 가방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광고주들은 ABC가 드라마에 치중하는 것이 위기에 빠진 네트워크를 치유하는 좋은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Vogel Capital Management의 미디어 분석가인 하롤드 보겔(Harold Vogel)은 ABC의 시도가 바른 선택이라며, 시트콤은 여러 해 동안 너무 많이 제작되어서 이제는 싫증이 날 때라고 말한다.
Fox Fox는 1년 단위로 프로그램을 편성하던 방침을 바꿔, 시즌을 셋으로 나누고, 그 첫 시즌을 오는 6월 5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시즌은 메이저 리그 야구 플레이 오프와 결승전이 있는 10월에 4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며, 세 번째 시즌인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는 또 다른 6개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즉, 1년 동안 공격적으로 15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목표이다. 드라마 가 6월 8일 첫선을 보이고, 이어 드라마 와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 6월 14일에 방송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올 11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 , 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새로운 시간대를 확보할 것이며, 새 드라마 가 또한 준비되어 있다. 세 번째 시즌인 내년 1월부터 6월에도 새 드라마인 와 , 코미디 프로그램인 와 등이 방송된다.
WB WB의 회장인 조단 레빈(Jordan Levin)은 이번 시즌의 두자리수 시청률 하락을 뒤집기 위해, 2004∼2005 시즌의 프라임 타임에서 공격적인 편성 전략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WB는 일찌감치 새로운 드라마 과 가 다음 시즌의 간판 프로그램이 될 것임을 예고해 왔다.
UPN UPN은 3개의 시리즈-(시트콤), (드라마), (드라마)-를 올 가을 편성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와 )을 위한 시간도 또한 준비되어 있다.
○ 참조 : Broadcasting & Cable 2004. 5. 17. Chicago Tribune 2004. 5. 24. LA Times 2004. 5. 19. Media Week 2004. 5. 20. The Globe 2004. 5. 20.
○ 작성 : 박동진(미국 통신원, dongjin@bama.u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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