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의 민영방송사들이 거주 및 근무의 자유를 주장하며 법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지역 창구 프로그램을 해당 주에서 제작, 기술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 미디어법상의 제한 규정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나왔다. 독일 최대의 민영방송사 RTL과 Sat1는 이러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특정 주 미디어법에 대한 항고소송을 신청했고, 이는 다른 주들에도 미칠 유사한 제한 규정의 활성화 및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한편, 이러한 법적 소송까지 갈 정도로 다급해 있는 두 민영방송사들에게도 서광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6년 및 8년 후에 있을 2010년과 2012년 올림픽 게임의 TV중계권을 처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 TV중계권의 확보 가능성은 점차 증가하는 중계료의 액수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와 함께 이 두 민영방송사들의 방송 포맷에 대한 다각도의 구상까지 불러오고 있다. 여기서는 이 독일 사회적 여론의 도마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RTL과 Sat.1의 항고소송과 관련한 배경 및 상황을 살펴보고, 이와 함께 앞으로 올림픽 게임의 TV중계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두 민영방송의 풍경을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RTL과 Sat1, 유럽연합에 소송
독일의 민영방송인 RTL(쾰른)과 Sat1(베를린)이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위원회에 독일 미디어법에 명시된 지역 창구 프로그램의 제작장소에 대한 제한 규정에 반발하며 소송을 신청했다. 이 제한 규정은 유럽연합(EU)에서 명시하고 있는 거주 및 근무의 자유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난 4월 21일 RTL의 대변인 크리스티안 쾨르너(Christian K rner)가 <방송통신(Funkkorrespondenz)>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이 두 독일 민영방송사들이 소송 신청을 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는, 개정법에 의해 수정, 보완되어 올해 1월 1일에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지역 창구 프로그램의 제작에 관해 제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니더작센(Niedersachsen) 주의 미디어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다른 주 방송법에 미칠 영향에 관한 우려가 깔려 있다.
RTL과 Sat1는 법적으로 각 연방 주에서 지역 창구 프로그램을 방송할 의무가 따른다. 원천적으로 Sat1는 작년 말에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니더작센 주의 헌법재판소에 새로운 니더작센 주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정해진 요구에 한해서만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Sat1은 RTL과 공동으로 유럽 위원회에 자신들의 이해와 주장을 관철시키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도미노 효과"의 저지
니더작센 주의 새로운 미디어법은 TV 지역 매거진(Magazin: TV와 라디오의 뉴스해설 프로그램)의 제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이 지역 매거진 방송의 제작과 스튜디오 내 기술상의 처리는 니더작센 주 내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니더작센 주의 규정에 따를 경우, Sat1의 경우에는 특히 작년 말 경 이미 염려된 것처럼 지역 프로그램의 제작을 베를린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지금까지 Sat1은 제작 여건이 되는 연방 주들에서 지역 창구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한편, 니더작센 주의 미디어법에 명시된 규정은 2002년 7월 1일자 시행일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RTL의 경우는 이러한 규정으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방송사는 이미 수년간 함부르크(Hamburg), 니더작센 그리고 슐레스비히 홀슈타인(Schleswig- Holstein) 주를 위한 지역 매거진을 함부르크의 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도 제작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RTL이 Sat1와 공동으로 현재 유럽위원회에 항고 신청을 제출한 것은 다른 연방 주들에 있는 유사한 법적 규정의 '도미노 효과'를 저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의 시도로 이해된다고 RTL의 대변인 쾨르너는 설명했다.
RTL의 보고에 따르면, 독일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 주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 방송법의 수정·보완 틀에서, 해당되는 구절을 다시 다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유럽위원회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서는 독일 보수 야당인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이하 기독연합)이 올해 초에 해당 연방 주 내에서 지역 프로그램의 제작과 스튜디오 기술상의 처리를 행해야 한다는 주 방송법의 수정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이러한 제안은 주 의회 위원회들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의 중심도시이자 군항이 있는 공업 및 대학 도시 킬(Kiel)의 주 정부 총무처장인 울리케 볼프-겝하르트(Ulrike Wolf-Gebhardt, 사회민주당 소속)는 올해 초, Sat1와 RTL의 소식지에서 해당 지역 매거진의 제작을 다른 주로 이전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두 민영방송사 RTL과 Sat1는 주 정부를 향해 제작처를 사정에 따라 이전하는 기존의 구조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전했다. 이 때문에 사회민주당 주도의 킬 주 정부(기독연합과 상반되는)는 해당되는 법 조항에 대한 수정 움직임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킬의 주 정부 총무처 소속 방송담당관인 마티아스 크노데(Matthias Knothe)는 지난 4월 20일 <방송통신>에서 언급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출범에 따른 변화
2004년 11월 8일부터 RTL과 Sat1는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을 위한 독자적인 지역 창구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게 된다. 지난 4월 21일 <방송통신>의 질의에 주매체기구(Unabh ngige Landesanstalt f r privaten Rundfunk, ULR) 소속 법률고문인 볼프강 바우흐로비츠(Wolfgang Bauchrowitz)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시점, 즉 올해 10월 8일부터 디지털 지상파 방송(DVB-T)이 독일 북부에 있는 주이자 수도인 함부르크,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의 도시 킬 그리고 수도 뤼베크(L beck) 등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같은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 네트워크 안에서 2개로 분리된 지역 매거진을 나란히 방송하는 것은 기술상으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민영방송사 Sat1와 RTL은 앞으로 케이블과 디지털 지상파 방송(DVB-T)을 통해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및 함부르크 주의 지역 매거진을 공동으로 방송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기한 주 협회 ULR가 앞으로 주의를 기울일 점은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이 세계적 대도시인 함부르크와 나란히 방송하는 과정에서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11월부터 있게 될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출범과 더불어 유럽위원회에 상고신청을 한 두 민영방송사 Sat1와 RTL은 기존의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마감하게 된다. 민영방송사의 상황과 달리 독일의 제1·제2 공영방송사인 ARD와 ZDF는 과도기 단계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병행해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높은 비용으로 말미암아 민영방송사들은 이러한 병행 방식을 포기했다. 킬의 주 정부에 따르면, 북독일 방송인 NDR(Norddeutscher Rundfunk)은 제1프로그램들과 자사의 제3TV 프로그램들(NDR TV)의 방송을 위해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에서 연 700만 유로를 지출하고 있다. 참고로, 전체 NDR 방송지역에서 지상파 TV 공급을 위한 비용은 약 3,000만 유로에 달한다.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서는 지상파 안테나를 통한 TV프로그램의 예산 150만 유로 중에서 10%만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민영방송사, 올림픽 중계방송권의 확보 유력
다른 한편, 이 민영방송사들에게도 희소식이 찾아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민영 TV방송사들이 처음으로 올림픽 게임의 중계방송을 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ARD와 ZDF는 민영방송사들이 가져올 높은 시청률에 걱정해야 한다. 이는 2010년과 2012년 올림픽 게임을 위한 중계방송권에 관련된 문제이다. <독일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ProSiebenSat.1와 RTL이 결합된 민영방송사 콘체른이 고려하고 있는 것은 2010년 동계 올림픽 게임과 2012년 하계 올림픽 게임을 위한 국제 올림픽위원회(IOC)의 공고에 관한 것이다. TV중계권의 입찰기한은 4월 22일 자정에 마감되었다.
"TV중계권은 매력적인 권한"이라고 ProSiebenSat.1의 대변인은 언급했다. "우리는 (이 TV중계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는 (이 중계권을 확보해 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RTL의 정보책임자인 한스 마르(Hans Mahr) 역시 언급했다. "우리는 이후 48시간 동안 숙고할 것이다. 우리가 중계방송을 하게 될지 그리고 어떠한 형식으로 중계방송을 내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 그 것"이라고 마르는 부연 설명했다.
미국에 이 TV중계권을 부여할 때, IOC 위원회는 작년 여름께, 2006년 8월의 게임에 대한 가격을 20억 달러로 3분의 1을 인상했다. 이 가격 변동이 유럽에서 유사하게 적용된다면, 2010년대의 인상분은 7억 5,000만 달러가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슈피겔 온라인 4월 21일자에 따르면, 유럽 방송사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IOC 위원회는 방송사들 간의 입찰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IOC 위원회의 대리인 토마스 바흐는, "입찰경쟁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 참조 : Spiegel Online 2004. 4. 21. Funkkorrespondenz 2004. 4. 23.
○ 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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