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에서는, 변화하는 방송 및 영상 산업 환경하에서의 저작권 개념에 대한 법적·기술적 재검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5일에는 BS 위성방송과 지상 디지털 방송의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B-CAS가 도입되어, 이 카드 없이는 방송 시청이 불가능해졌고, 경제산업성에서 '정보처리추진기구(IPA)'에 위탁했던 정보보안체제에 관한 보고서가 지난 6일 공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관공서와 민간 업체의 정보보안을 위해 정보유출 신고 창구를 IPA로 단일화하여, 종래 개인이 인터넷 공급자에게 신고하던 방안을 개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민과 관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가속화되는 방송·영상·정보 분야의 디지털화에 따른 정보보안 및 저작권 개념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요청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며, 현재 관계부처와 민간 양측에서 활발한 법제화 및 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서, 방송 및 영상산업 분야에서의 저작권 개념을 재검토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4월 14일 도쿄에서 열렸다.
CCD의 심포지엄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협의회(Conference on Copyright for Digital Millennium, CCD)'는,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브로드밴드 방송환경하에서의 디지털 콘텐츠의 권리 문제나 파일 교환 소트의 문제 등, 종래의 저작권 개념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연구를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이 협의회는 도쿄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콘텐츠 유통 촉진을 꾀하기 위해 "권리자나 콘텐츠 보유자가, 콘텐츠 및 권리자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을 발표하는 한편, ID 번호를 이용한 관리수법이 바람직하다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협의회는 1999년 3월 설립되었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나 일본레코드협회,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 등, 저작권에 관련된 단체나 콘텐츠 제작 단체 등 현재 약 34개 단체가 가맹되어 있으며, 인터넷 시대의 콘텐츠 유통시 발생하는 저작권 보호 문제와 저작권 비즈니스의 가능성 등을 주로 연구, 검토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 협의회 내에 부설되어 있는 저작권 비즈니스 연구회가 검토 중이던 '정보관리의 방향'에 관한 성과가 보고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콘텐츠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권리자 단체, 콘텐츠 보유자가 어떻게 권리정보 및 콘텐츠 정보를 정비하고 내실화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검토가 이루어졌다. 이 안에서 중요한 검토결과로, 권리자 명단의 정리, 콘텐츠 메뉴 정비의 필요성이 인정되었는데, 이는 인터넷에서 교환되는 디지털화된 정보는 오리지널 이용뿐 아니라 2차 이용, 복제 등 다양한 유통 형태가 상정될 수 있기 때문이며, 2차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의 허가가 필요한데, 누가 권리자인지 알기 어렵게 되면 유통의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회에서는 회원조직이 어떤 정보관리를 채택하고 있는지 앙케트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각 단체가 서로 각기 다른, 그것도 엉성한 수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이러한 실태를 감안하여, 이 연구회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제언을 했다. 1) 각 권리자 및 콘텐츠 보유자는, 콘텐츠 유통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콘텐츠 및 권리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ID 번호에 의한 관리)할 필요가 있다. 2) ID 체계는 표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각 단체가 이용하는 체계를 그대로 사용한다. 3) 권리자, 콘텐츠 보유자와 이용자가 정보를 공유하여 원활하게 유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이 협의회에서는 "이번 제언은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회원 이외의 단체, 인사들로부터의 의견을 모집하기 위한 오픈 프로젝트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 7월경에는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필요한 정보의 구체적 내용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임을 밝혔다.
현실에 뒤처지는 법체제
위에서 언급한 심포지엄의 성과는, 저작권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브로드밴드 방송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민간 차원의 권위 있는 단체가 본격적으로 검토한 점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온 각 발언자들의 의견은 "현 상태에 법률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기술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법해석의 대응이나 공통 인식의 확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개정을 하면 해결되는 듯하지만, 현재의 법제도를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에 대응한 형태로 개혁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우선 디지털 콘텐츠라고 해도 그 형상이나 유통 형태는 다양하다. 더불어 복제해도 내용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점에 디지털 콘텐츠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의 형상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디지털 콘텐츠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우를 상정한 위에서의 법체제의 정비가 요청된다.
CCD에서 권리문제연구회의 주간을 맡고 있는 '컴퓨터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Association of Copyright for Computer Software, ACCS)'의 전무이사 구보타 씨는, 브로드밴드로 연극이나 콘서트를 중계하는 서비스 '브로드밴드 시어터(소니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예로 들어 브로드밴드 방송에 대한 현행법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저작권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이 서비스가 현재 TV나 라디오를 주된 대상으로 삼는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 시에는 공서양속(公序良俗)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방송법의 규제 대상이 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방송윤리에 저해되는 내용도 거리낌없이 방송을 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저작권법의 경우에도 브로드밴드 방송과 관련하여 이런 문제점이 발생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개인 차원에서 즐기는 경우에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녹음 및 녹화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에게 보상금 지불이 의무화되어 있다. '사적 녹화 보상금'이라는 제도이다. 하지만 PC는 현재 이 제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PC에 의한 방송녹화가 가능해질 경우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이 지불되지 않는다(브로드밴드 시어터는 시스템상 PC에 의한 녹화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또한 현재 영상 송신시에는 서버의 RAM에 영상이 일시적으로 축적되는데, 이것을 '복제'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복제권'의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그 밖에 송신된 영상의 DVD화 등, 2차 사용에 관한 문제점도 있다. 현행법에서는 "방송을 위한 녹음, 녹화"라면 허가가 필요하고, "영화를 위한 녹음, 녹화"라면 허가가 불필요하다. 그렇다면 브로드밴드 시어터와 같은 버츄얼 시어터의 경우에는 허가가 필요한지 어떤지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버츄얼 시어터는 브로드밴드 방송이지만, 영화를 위한 녹음·녹화이기 때문이다.
브로드밴드 방송의 응용 분야에서 제기되는 저작권 문제
버츄얼 시어터는 일반적은 어뮤즈멘트 콘텐츠이지만, 브로드밴드 방송의 이용이 예상되는 장르로 이번 심포지엄에서 거론된 분야는 교육분야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바쁜 직장인과 대형 외국어 학원이 없는 지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브로드밴드를 이용한 원격수업 서비스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이 있는 교실과, 교실에 올 수 없는 학생이 있는 장소를 브로드밴드로 연결하고 서로 교류하면서 영어 수업을 실시하는 경우와, 학생이 있는 장소와 선생만이 있는 영어학원의 교실을 브로드밴드로 연결하여 수업을 실시하는 경우, 이 두 경우를 비교해 보자. 이 두 경우는 외견상 닮아 있지만 저작권상으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저작권법 제35조는, 교육현장에서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저작물을 복제하고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터넷 원격수업은 이러한 예외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2004년에 이 법이 개정되어, 직접수업을 행하는 장소(교사와 학생이 함께 있음)와 원격수업을 받는 장소가 각각 존재한다는 조건하에서 원격수업 시에도 저작물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법규정에 비추어볼 때 두 경우 중 전자의 경우는, 쌍방의 교실에 학생과 교사가 있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간주되며, 통상 수업과 다름없는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영어학원에 교사가, 수업을 듣는 장소에는 학생만이 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따라서 수업내용의 송신은 가능하지만, 교재 등 저작물을 이용할 수는 없다.
이렇듯 원격수업에 대해 법체제의 정비가 이루어졌음에도, 다양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 법률의 갭은 커져만 가고 있다고 구보타 씨는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브로드밴드 방송 자체에 대한 저작권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고식적인 법체제 정비로 현실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기존의 방송매체와 다르다고는 하나,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지상파든 위성방송이든 브로드밴드 방송이든, 안방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수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모두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술적인 변화가 송신자를 다양화해도, 수용하는 이용자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적인 변화에 따라 제기되는 법이나 제도상의 문제로 사용자가 콘텐츠 이용에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되며, 송신자측도 기술변화에 따른 법체제 정비로 유통을 원활히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인식하에 다양한 문제제기가 도출되었는데, 참석자가 모두 합의한 바는, 법체제의 개정 없이는 브로드밴드 방송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정보의 장점을 송신자나 수용자 모두가 향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 참조 : 마이니치 신문 4. 5., 4. 6., 4. 14. www.itmedia.co.jp 4. 15. www.ccd.gr.jp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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