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의 노래나 춤에 학습요소를 도입한 촌극과 같은 어린이 대상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출산율의 저하로 말미암아 어린이 '시청자'가 감소하는 한편,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게 된 점 등 어린이들의 시청 스타일 변화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어린이들의 장시간 시청에 따른 영향 등 어린이와 텔레비전과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각 방송사들은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 현격히 감소
민간 방송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황금기'라 불리는 1970년대에는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1주일에 10편 정도가 방송되었지만, 현재는 2편뿐이다. 그 중 1편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계속되는 후지테레비의 <퐁킷키즈 21>. 1973년에 <열려라! 퐁킷키>로 시작해 <헤엄쳐 봐! 타이야키군> 등의 히트곡을 낳았다. 가챠핑이나 뭇쿠 같은 캐릭터들도 건재하다.
그러나 이전에 주 5회였던 방송은 주 1회로 줄었다. 시청률은 2% 전후이다. 당초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에 방송되었으나, 1975∼1993년에는 아침 7, 8시대로 바뀌어, 학교나 유치원에 가기 전의 어린이들도 보았다. 1994년 봄, '아침보다 더 잘 봐줄 것'이라는 기대로 저녁 시간대로 옮겼으나, 반년 만에 다시 아침 시간대로, 또 5년 뒤에는 다시 저녁 시간대로 옮겼다. 그 동안에 각 방송국에서 평일 아침은 정보 프로그램이나 와이드 쇼 경쟁이 치열해져 2000년부터 토요일 이른 아침으로 바뀌었다.
코바타케 요시카즈 프로듀서는 "미디어로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른과 어린이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은 엄연히 다르다. 새로운 발견이나 표현의 훌륭함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테레비도쿄에서는 1997년부터 평일 아침, <오하스타>를 생방송하고 있다. 탤런트와 중학생의 토크를 중심으로 각지의 학교 및 스포츠나 음악에 도전하는 어린이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기 있는 CD와 게임 소프트, 패션 아이템에 관한 정보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나카자와 프로듀서는 "흥미가 다양화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공통의 화제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청률은 3∼4% 정도이지만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여전히 건재한 쪽은 NHK 교육방송. 작년에 시작된 <일본어로 놀자>는 '야야코시야∼'라는 말이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외에 게임이나 체조를 즐기면서 생각하는 <피타고라스잇치>, 인기 연예인이 인형과 함께 나오는 <핫치포치 스테이션>은 어른 팬도 많다.
휴가 교육 프로그램센터장은 "출산율 저하와 핵가족화로 부모와 어린이 모두 놀이 방법을 모르게 되었다.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보면서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애들 눈속임은 통용되지 않는다'가 키워드. "어린이가 진짜로 흥미를 갖는 프로그램은 구성, 음악, 영상이 모두 질이 높아 어른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비틀즈나 비치 보이스 등의 히트곡을 삽입해서 신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도 하고 있다. 《육아와 텔레비전 신사정》 등의 저서를 낸 한 교육평론가는 "텔레비전은 문화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계기 중 하나이다. 광고주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늘리지 않는다면 일반 대상의 뉴스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속에 1분이라도 어린이 대상의 메시지를 내보내는 코너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방송과 청소년에 관한 위원회, 어린이 성장 촉진 프로그램 제작 요구
학자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제3자 기관인 '방송과 청소년에 관한 위원회'는 19일 방송국에 대해 어린이의 성장발달을 촉진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요구하는 제언을 발표했다. 하라 위원장은 "1980년대부터 민간 방송에서는 비즈니스 경쟁이 심해져 어린이나 방송 문화에 충분히 배려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지적. "방송국이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1999년에 일본민간방송연맹은 각 방송국이 1주일에 3시간 이상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을 결의하고 대상 프로그램을 홈 페이지 등에 공표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방송국들이 거의 일반 대상의 프로그램에서 선택하고 있어, "어린이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광고가 들어가 있거나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한다. 연맹의 회장인 후지테레비 회장은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고 생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자극이 강한 데에 반응하는 경향이 커지는 와중에,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제작자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NHK 방송문화연구소는 2001년부터 영상미디어가 어린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약 1,0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12년간 추적하는 조사를 시작했다. 작년에 행해진 최초의 0세 어린이 조사에 의하면, 방 안에 텔레비전이 켜 있는 시간이 1일 평균 3시간 13분인데, 그 중 0세 어린이가 텔레비전에 주목하는 시간은 12분이라고 한다. 켜져 있는 프로그램은 74%가 버라이어티와 뉴스, 드라마 등의 일반 대상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연구소의 연구주간은 "앞으로 프로그램의 내용과 어린이의 특성, 시청환경 등을 복합적·다각적으로 분석해서 보다 좋은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 참조 : 아사히 신문 2004. 3. 28. 마이니치 신문 2004. 4. 2., 4. 5.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