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독일 케이블TV 시장의 경쟁은 내부적으로 다시 평정되었다. 여러 가지 예측을 낳았던 카벨 도이칠란트의 지역 케이블 네트워크 인수가 공식적인 승인을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계의 미디어 전문가 및 주 매체기구 관계자들은 카벨 도이칠란트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독점의 선취권을 확보한 이 독일의 대규모 케이블업체는 이러한 우려를 뒤로한 채 수신료 문제의 지역별 차이가 갖는 문제점, 독일 양대 공영방송 ARD 및 ZDF와의 제휴 전략 그리고 디지털TV 시장으로의 진입 경쟁에 대한 다각도의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경쟁에서 관건은 이제 케이블업계 내부보다는 디지털TV 시장으로의 적극적 진입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외연 확대의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케이블계 1,800만 명의 고객 유치
독일 케이블TV 시장에서 최소한 경쟁의 흔적이라도 남긴 것은 불과 지난 3년간의 일이다. 지난 4월 4일경, 지역 케이블 기업들인 ish, iesy 그리고 카벨 BW의 인수가 확정됨으로써 독일의 유력 케이블 업체인 카벨 도이칠란트는 다시 독보적인 케이블 제공자로서의 우선권을 공고히 하게 되었다. 이로써 '텔레콤 주도의 시대'와 같은 상황이 다시 도래했다. 카르텔청의 승인이 전제되어야 하는 독점은 이제 세 국제적인 합자 회사의 컨소시엄에서도 행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독점화에 대한 반대 입장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독점화 추진 자체가 발전적인 것은 아니라고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ordrhein- Westfalen) 주 매체기구 회장인 노르베르트 슈나이더(Norbert Schneider)는 비판적 입장을 제시했다. 케이블 네트워크는 독일에서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이고, 케이블이 단순히 재정투기를 위한 대상으로 전락해 가는 것은 문제가 있고 우려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2000년과 2001년 두 해에 걸쳐 텔레콤이 착수했던 것은, 적자를 가져온 광대역 케이블에서 손을 떼고 우선적으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헤센(Hessen) 그리고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 rttemberg) 주에 소재한 지역 네트워크를 미국과 영국의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것이었다.
카르텔청, 판매와 프로그램 제작 병행 반대
한편, 6개의 나머지 네트워크를 인수하는 문제로 미국의 Liberty Media는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즉, 바이에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브레멘/니더작센, 함부르크/슐레스비히 홀슈타인/멕클렌부르크 포어폼메른, 라인란트팔츠/자를란트 그리고 작센/작센 안할트/튀링엔 등지의 여섯 군데 지역 관할 네트워크를 미국의 Liberty Media가 인수하려 하자 지난 2002년 2월 연방 카르텔청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Liberty가 프로그램 제공자의 역할도 동시에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텔법은 판매와 프로그램 제작을 병행하는 것을 제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TV에 주력하지 않았던, Apax, Goldman Sachs 그리고 Providence의 투자 컨소시엄은 결국 카벨 도이칠란트에 약 17억 유로로 낙찰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이전까지 매입가는 26억 유로 정도로 제시되었다. 현재까지 카벨 도이칠란트의 고객은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소재 케이블사인 ish의 접속자 420만 명,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케이블 이용자 230만 명 그리고 헤센 주 소재 iesy의 이용자 130만 명 등이 포함된 수치이다.
한편, 새로운 독점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TV 시청자들에게 가해지는 커다란 변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각 지역에서 다양한 케이블 업체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지역별 수신료 가격 수준이 오를 수는 있다. 독일 전역에서 유일한 독점 케이블 제공 업체가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 독점 업체가 지역간의 가격차에 따른 공공의 압력이 없다는 사실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라인란트팔츠 주 매체기구 대변인인 페터 비틀록(Peter Widlok)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케이블 업계의 경쟁은 다른 측면에서 긴장감을 더한다. 디지털TV, 즉 보통의 안테나나 옥내 안테나 수신이 가능하고 24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디지털 비디오 방송 텔레비전 DVB-T의 대중화가 그것이다. 예컨대, 베를린에서 TV 방송은 이미 완전히 DVB-T로 전환되었고, 아날로그 방송은 벌써 중단된 상황이다. 5월 24일에는 디지털TV가 쾰른/본, 하노버/브라운슈바이크 그리고 브레멘/운터베저 등지에서 방송되며, 가을에는 다른 인구과밀 지역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DVB-T의 장점은 비용에 있다. 약 100유로 정도에 막대형 안테나와 셋톱박스 장치를 구입할 수 있고, 이미 구비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월 수신료는 부가되지 않는다. 단점으로는 24개의 채널만 가동된다는 점이다. 아날로그 케이블 네트워크에는 현재까지 보통 35개 채널이 방송된다는 점에서 채널 수에 있어서 아날로그 케이블의 경우 채널 선택의 폭이 더 높다. 그러나 이 채널들을 선택할 경우에는 월 수신료를 지급해야만 한다.
ARD와 ZDF의 참여
케이블 경유 디지털 제공물들은 지난 11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4개 지역에서 주도했던 ish-플러스처럼 56개나 되는 추가 채널을 제공하고, 이와 나란히 독일의 양대 공영방송 ARD와 ZDF의 디지털 제공물들이 공급될 것이다. ARD와 ZDF 두 공영방송사와 카벨 도이칠란트는 막바지에 공동의 행동에 합의했다. 즉, 카벨 도이칠란트는 자사의 '무료 TV 서비스'에 'ARD 디지털'과 'ZDF 비전(Vision)'을 제공하게 된다. 공영방송사의 서비스는 암호화되지 않고 전해지며, 그리하여 손쉽게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암호해독기
(Decoder)를 이용해 수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공영방송측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암호화하지 않고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들이 케이블 도이칠란트에 대해 1회 혹은 비율에 따른 자율 접속료를 의논한 것은 그 맥락이다. 이를 위해 카벨 도이칠란트는 ARD와 ZDF에 의해 선호된 소위 '멀티미디어 홈 플랫폼(multimedia home platform, MHP)' 테크닉을 장착한 디코더를 이용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많은 것을 서비스할 수 있지만, 정작 가격은 최소한 200유로에 달해 디지털TV 수신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카벨 도이칠란트에 추천된 Pace사의 노트북 크기 수신기보다 정확히 2배가 비싸다. 이 Pace사의 수신기는 99유로에 제시되었다.
ARD와 ZDF의 참여 성과가 제대로 나타날 경우, 기술적인 도약과 함께 디지털TV를 둘러싼 권력다툼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권력다툼은 누가 명령할 입장에 있는지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부채를 지는가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작동된다. 이와 함께 카벨 도이칠란트가 완전히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태도는 확실한 독립적 권력의 기반 다지기로도 평가된다. 이는 몇 년 전에 미국 케이블계의 제1인자인 존 맬론(John Malone)이 자신이 경영하는 Liberty Media사를 활용할 생각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그러나 카르텔청의 반대로 인수작업에 실패함으로써 Liberty사는 이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고, 자체 프로그램 제작과 판매를 병행하는 시도에 대해 카르텔청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카벨 도이칠란트에서 디지털 케이블TV의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처음에 클릭해서 열면 전체 프로그램의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일람표이다. 여기서 선두에 서 있는 것은 ARD와 ZDF이고, 그 다음 위치에 있는 것은 대규모 상업방송사이며, 그 다음이 소규모 상업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이다. 카벨 도이칠란트는 자사의 방송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로 다음 다섯 항목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즉, 마케팅과 판매, 고객 서비스(콜 센터), 회계보고, 고객관리, 기술 서비스가 그것이다.
카벨 도이칠란트와 최근에 구축된 독일의 케이블 연합의 입장에 따르면, 시청자는 이제 '왕'이다. 시청자가 어떤 수신기를 구입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순서로 볼지 선택하게 된다. 시청자는 이제 ARD와 ZDF에 의해 요구된 MHP 테크닉을 장착한 디코더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선택하는 어떠한 디코더든지 전체 프로그램의 목록에서 우선 1, 2위 리스트에 올려 있는 ARD와 ZDF의 프로그램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방송사 리스트에 나오는 각각의 범주 내에서 방송사들은 자사의 시장 점유율에 따라 순서가 매겨지는데, 즉 RTL이 ProSieben 앞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광대역 케이블에 수십억 투자 필요
미디어 전문가들은 시청자들 대다수가 DVB-T의 24개 채널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케이블을 떠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24개 채널에는 케이블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었던 프로그램들을 종합적으로 선별한 것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케이블TV를 시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디지털TV 시장에 진입해 광대역 케이블이 승세를 잡기 위해서는 한번에 수십억 정도를 투자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투자는 케이블을 통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도록 만드는 것, 특히 TV 기능만이 아니라 신속한 인터넷의 접근과 이용을 가능케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광대역 케이블이 어느 정도는 인터넷을 커버하고 전화 통화의 기능까지 담보할 때까지는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업체 ish사에서 겪었던 재정적 문제들은 고비용의 무리한 인프라 확대에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 참조 : Spiegel Online 2004. 4. 4. Funkkorrespondenz 2004. 4. 1.
○ 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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