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2공영방송 ZDF가 '상업화'의 경향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기존에 나가던 당첨 게임의 빈도를 줄이고 산업계와의 광고 제휴를 제어한다는 것이 기본 지침의 골자이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진 이유는 최근에 ZDF에 가해지는 '상업화' 경향에 대한 비판과 산업계 파트너들과의 밀약에 따른 간접광고의 유치 등이 문제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제일 먼저 독일 개신교의 공보인 의 조사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를 ZDF의 TV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회의석상에 안건으로 상정, 문제삼으면서 첨예화되었다. 그러나 ZDF가 직면한 문제는 단지 상업화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산업계와의 밀착 관계를 통해 공영성과 언론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ZDF 내부 관계자들뿐 아니라 독일의 미디어 법률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상업화 차단을 위한 ZDF TV 방송위원회 회의 소집
77명의 책임자들로 구성된 ZDF TV 방송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과 19일 이틀간 포츠담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석상에 오른 안건은 ZDF의 상업화 경향과 산업계와의 밀접한 거래를 통한 언론의 독립성 침해 등에 관한 것이다.
TV방송위원회 회장인 루프레히트 폴렌츠(Ruprecht Polenz)는 포츠담에 참석한 언론인들을 향해 "상업화의 경향들"을 차단하는 공영방송의 독자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공영방송의 TV 프로그램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폴렌츠 회장의 입장이다. 기독민주연합(CDU) 소속의 연방의회 의원이기도 한 폴렌츠는 ZDF가 산업계와의 제휴 관계를 성사시켰던 과정을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이를 통해 누구나 의심을 품고 있는 '자기 상업화'에 대한 인상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을 통해 전했다. 그는 ZDF의 책임자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ZDF 위원회에서는 문제가 있는 점들에 대해 '만장일치'를 거두어 냈다고 덧붙였다.
ZDF의 상업화 중단 조치
이 회의 결과에 따라 ZDF는 상업화의 경향을 포기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예컨대, 자체적으로 상금을 건 화면상에 나오는 당첨 게임의 횟수는 절대적으로 축소하고 이를 연결하는 전화번호 0190을 포기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에게 지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인해 TV 당첨 게임은 오랫동안 비판의 도마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제3방송과의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나아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자기 의무에 대한 실천 여부에 대해서도 자체 평가를 통해 강화시켜 나갈 것을 다짐했다. ZDF는 제7차 방송협약 수정안에 근거해 앞으로 2년마다 자기 의무에 대한 항목을 제출해야 하며, 이 자기 의무에 대한 설명에서 제3방송과의 공동 작업에 대해 명시할 것이라고 쉐히터 ZDF 사장은 전했다. 이러한 사항은 ZDF TV 방송위원회의 협의에 따른 결과 중의 하나이다. ZDF의 보고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내부의 지침 및 조정위원회에서 과거에 시작되었던 제휴 협약의 방법과 범위에 대한 사안을 "치열한 토론 속에서" 다루었다고 전했다.
ZDF와 산업계의 제휴에 비판의 목소리 고조
우선, ZDF 사장이 TV 방송사의 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경제계 파트너들과의 제휴 작업"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은 ZDF 관리위원회 회장이자 라인란트 팔츠 주 총리인 사회민주당 소속의 쿠르트 벡(Kurt Beck)이다. 벡은 지난 3월 12일 이러한 사항을 요구했고, 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ZDF의 경제계와의 밀착에 대한 비판과 문제를 제기했다.
벡에 따르면, ZDF의 경제계 파트너들과의 제휴는 기존보다 더 밀착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컨대, ZDF의 시리즈물 <사비네!>에서 폴크스바겐사와 도이체 포스트의 광고 제휴가 성사된 것을 단적으로 들 수 있다. ZDF가 이와 같은 '제휴'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수익 총액은 연 2,000만에서 2,300만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의 경우, 카우프호프(Kaufhof) 기업은 ZDF 시리즈물인 <벨벳과 비단(Samt und Seide)>의 제작을 위해 약 150만 마르크(현재 약 77만 유로)를 지원한 바 있다. 이 시리즈물이 방송될 때 화면상에는 빈번하게 카우프호프 백화점의 '갤러리아' 서체가 보였다.
미디어 법률가들, '순수한 업무' 아니다.
이러한 ZDF의 제휴 경향에 대해 미디어 및 방송 법률가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 법률가들은 상품이나 기업 홍보를 위해 암암리에 삽입되는 간접 광고에 대한 법적 금지조치를 근거로 들며, ZDF의 간접 광고 실시에 대해 문제 있는 것으로 판정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라이프치히의 미디어 법률가 크리스토프 데겐하르트(Christoph Degenhart)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에서 지적하는 바, 폴크스바겐과 도이체 포스트에 의한 광고 제휴가 "기존의 관행보다 더 강력한 수준에서" 이루어졌고, "순수한 실무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로스톡(Rostock) 대학의 후버투스 게르스도르프(Hubertus Gersdorf)는 "사주받은 간접 광고의 새로운 형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휴가 이루어질 때, 각 방송에는 스폿 광고나 스폰서링 대신 자동차 등과 같은 소위 현물 제공이 이루어진다. 단적으로, ZDF의 시리즈물인 <꿈의 유람선(Traumschiff)>에 등장하는 십자군 원정 배도 이러한 차원에서 제공된 것이다.
한편, 인터넷상에서도 나타나는 상업화의 경향은 ZDF의 뉴미디어 웹사이트(www.zdfnewmedia.de)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떤 방송들이 현재 논란 중에 있는 '제휴'의 문제에 결부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ZDF에 속해 있는 뉴미디어 시장거래협회는 'Medicine'사의 100% 자매회사로 탈바꿈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제약회사와 건강보험사와의 '제휴'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러한 일련의 제휴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ZDF의 구조에 자정력이 미치지 않는 불투명한 지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ZDF의 내부 자정 능력
상업성에 대한 비판을 한몸에 받던 ZDF의 마르쿠스 쉐히터(Markus Sch chter) 사장은 앞에서 제시했듯이 상업적인 당첨 게임의 감축과 일부 전화번호의 이용 중단 등의 조치를 통해 '상업성의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상업화' 포기 조치를 실시하기로 계획했지만, TV방송위원회 회의 직후 ZDF 사장 쉐히터는 현재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ZDF의 자정 능력에 대해서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경제계 파트너들과의 제휴 작업이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고, ZDF 구조 내에는 이미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내부 자정력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변론이다.
쉐히터 ZDF 사장이 강조하는 바, 인가된 제휴와 문제가 있는 제휴 간의 '경계선'에 대한 논의는 이미 방송사 자체적으로 실시되었고, epd 보고서를 통해서야 비로소 '일종의 첨예화'된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다. TV방송위원회 협의 이후 쉐히터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목록을 설명하며 최상의 원칙인 저널리스트의 독립성은 모든 제휴 관계에도 성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원칙이 훼손될 경우 협력작업은 포기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덧붙여, 그는 ZDF 방송사 내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특정 사례들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지각 기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쉐히터 사장은 TV방송위원회를 향해 방송은 "이후에도 최대한 투명성을 실현하고" 제3방송과의 공동 작업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보고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제휴 성격에 대한 경계 확립이 필요
이 회의에서 ZDF 사장 마르쿠스 쉐히터와 프로그램 디렉터인 토마스 벨룻(Thomas Bellut) 등은 제3방송과의 제휴 문제에 대해서도 보고했지만, 여기서 나아가 허가된 것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휴 작업간에 차별화를 꾀하는 방안에 관한 사안은 TV방송위원회 회의에서 이후 논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덧붙여 폴렌츠 회장은 TV 방송사의 경영진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제휴 문제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7월 8일로 예정된 이후의 회의 일정을 제시했다.
위에서 제시한 ZDF의 상업화 경향에 대한 차단은 우선적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국면적인 조치이기도 하지만, 공영방송의 시청료 인상 과정에서 제기된 상업방송과의 질적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적 요구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RTL의 '쓰레기' 방송 경향에 대한 비판 속에서 공영방송인 ZDF 역시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디지털 환경이 도래한 독일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자정 능력과 경영상의 투명성은 어디까지 확보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참조 : FAZ 2004. 3. 12., 3. 19. Spiegel Online 2004. 3. 19. epd 2004. 3. 17., 3. 20.
○ 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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