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 사업자의 해외 진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TV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본이 일군 수출 실적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만하다. 나아가 이러한 일본 TV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콘텐츠 파워를 발판으로 다양한 해외 진출도 시도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 동향과 추이를 분석해 보고 다채로워지는 해외 진출 동향을 점검해 본다.
일본의 아시아 지역의 수출 비중 높아져
방송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 패턴은 다양하다.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프로그램 수출을 통한 진출부터 채널 재송신, 공동 제작 및 공동 중계, 직접 수신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여전히 프로그램 수출방식이 주류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위성방송 기술의 발달로 채널 재송신과 같은 간편하고 대량 유통이 가능한 진출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CNN, BBC, NHK 월드프리미엄, 카툰, 채널V 등과 같은 채널은 세계 각처에서 채널이 통째로 재송신되거나 일부 현지화를 가미한 형태로 방송되고 있다.
먼저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수출 동향과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의 TV 프로그램 수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근 10년 주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수출 조사에 따르면(<표 1> 참조), 1972년도 프로그램 수출은 2,200시간이었다. 그런데 1980년에는 4,585시간으로 1972년보다 약 2.1배가 증가했으며, 특히 1992년에는 1982년의 약 4.9배에 해당하는 22,324시간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2001년에는 1992년보다 1.9배 증가한 42,600시간을 기록했다.
일본의 수출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TV애니메이션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TV애니메이션은 1992년의 조사 시점에서 전체 수출 프로그램 가운데 58%, 2001년에는 59%(방송시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TV애니메이션이 일본의 프로그램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드라마·영화가 23%, 버라이어티 13%, 다큐멘터리 3%, 기타 3% 순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편수에서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577(3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애니메이션 531(31%), 드라마·영화 321(19%), 버라이어티 141(8%), 기타 108(7%)의 순이다.
2001년 수출 프로그램의 지역별 분포(<표 2> 참조)를 살펴보면, 방송시간에서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6.1%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1992년 조사 당시 26.5%를 차지해 유럽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10년 사이에 비중은 약 20% 상승했으며, 방송시간도 약 1만 3,690여 시간이 늘어나 3.3배라는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1992년에 비해 그만큼 대아시아 수출물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1992년에 34.7%(약 7,738시간)로 1위를 차지한 유럽은 2001년에는 27.9%로 약 6.8% 하강했지만, 방송시간 자체는 4,162시간 증가했다. 그 밖에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도 1992년과 비교해 비중의 고저는 있지만, 방송시간에서는 전반적으로 약간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중동 지역은 1992년보다 비중이 17.5% 하락했고 방송시간도 약 3,271시간이나 감소한 1,300시간을 기록했다.
1992년과 2001년의 조사결과를 대비해 볼 때 가장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아시아의 부상과 중동세의 몰락이라고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시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편수에서도 일본의 대아시아 지역 수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표 3> 참조). 대만의 194를 필두로 한국 169, 홍콩 91, 싱가포르 87, 중국 79, 태국 72, 라오스 65, 말레이시아 63, 인도네시아 54, 필리핀 52편으로 총 926편을 차지해 전체 1,675편 가운데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아시아 지역 수출 편중은 방송시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편수에서도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프로그램의 방송시간 비중이 3.3%, 프로그램 편수가 3.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로그램 수입은 서양, 수출은 아시아 중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일 비교 차원에서 부언하자면, 양국 모두 대아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와 달리 일본의 경우는 지역별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의 경우 2003년 대아시아 수출 의존도는 편 수 기준으로 약 74.8%(문화관광부 방송 프로그램 수출 통계 기준, 총 1만 2,627편)나 차지하고 있으며, 북미 1%(175편), 유럽은 0.5%(78편)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1992년 조사에서는 대유럽 수출 프로그램 물량(방송시간 기준)이 34.7%로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2001년에도 아시아에 이어 27.9%를 기록하고 있다. 그 밖에 북미나 중남미도 7%를 상회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지역별 격차는 우리보다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아시아 지역 편중성이 심한 우리와 비교해 일본은 수출선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수출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곳은 대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만은 1992년 조사 당시 6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2001년 조사에서는 방송시간(3,948시간)이나 프로그램 편 수(194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본 방송의 유입을 금지해 왔던 대만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전면 해금을 단행함에 따라 대만 내의 일본 프로그램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1992년 조사 당시 10위권 밖에 위치했던 싱가포르, 프랑스, 중국이 2001년 조사에는 5, 6, 7위권으로 부상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싱가포르와 중국의 10위권 내 진입은 일본이 그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거대 시장 중국에 대한 비중을 강화해 온 반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프로그램 수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003년 수출 프로그램 편 수 기준 약 1% 정도로 9위에 머물러 있지만, 일본의 대미 수출은 프로그램 편 수(169편, 10%)나 방송시간(2,883)에서 2위에 해당되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미국의 일본계 방송국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수출에 따른 소치이기는 하지만, 1998년 <포켓몬> 성공 이후 일본의 TV애니메이션은 미국의 지상파 네트워크 및 케이블TV에서 다수 방송되고 있다.
아울러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은 TV애니메이션의 수출 비중이 약 59%나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의존도가 높다. 타국의 수출 프로그램 내역과 비교하더라도 TV애니메이션의 수출 비중이 거의 60%에 육박하는 경우는 아마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세계 TV애니메이션 시장의 약 60%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설명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일본 TV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세계 어디에서나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더욱이 TV애니메이션의 수출은 단순하게 프로그램 자체의 소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부수하는 비디오,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잡지 및 서적 등으로까지 파급된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일본 무역진흥회의는 미국 내 일본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시장 규모를 43억 5,911만 달러(2002년)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유럽 지역이나 북미 등에 수출되는 프로그램 가운데에는 TV애니메이션의 비중이 매우 높다. ICFP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 국가 가운데 프랑스(66%), 스페인(76%), 이탈리아(76%), 포르투갈(79%)은 애니메이션의 수출 비중인 59%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북미 지역의 캐나다 또한 애니메이션 비중이 75%이고, 미국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의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유럽 지역이나 북미에서 본다면 문화적 할인율(Cultural discount)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의 드라마나 버라이어티보다는 무국적성이면서 현지화가 용이한 TV애니메이션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 때문으로 보여진다.
유럽·북미 지역은 TV애니메이션이 수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드라마·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드라마는 주로 미국의 일본계 방송국을 제외하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전에는 젊은층 중심의 트렌디 드라마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대상이 각 연령층으로 확대되어 사극, 홈드라마, 서스펜스의 수출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대만의 경우 일본어 전문 채널을 중심으로 드라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량으로 수출되고 있다. 다만,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 드라마의 강세로 일본 프로그램의 인기는 다소 주춤하고 있다(<표 4> 참조).
한편,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주목받는 포맷 또는 리메이크권 판매도 활성화되고 있다. 포맷 판매가 세계적인 비즈니스 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포맷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면 <와쿠와쿠 동물랜드>, <風雲 다케시城>, <갑자기 황금전설>, <요리의 철인>, <미래일기>, <운난의 불길 속 챌린지>, <행복 가족계획> 등의 포맷은 해외 각국에 판매되었다. 전국 네트워크국인 TBS는 일본에서 포맷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인데, 해외 프로그램 판매 가운데 약 3분의 1 정도가 포맷 판매 수익이라고 한다. 아울러 <드래곤볼>이나 <아톰>, <야마토나데시코> 등은 리메이크권이 해외에 판매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판매용으로는 주로 NHK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한국 등에 수출된다. 그 밖에 NHK 인터내셔널과 JAMCO(방송프로그램국제교류센터)를 통해 발전도상국에 무상 제공되는 프로그램의 70%를 다큐멘터리가 차지하고 있다.
CS 채널 해외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
최근 일본 방송 프로그램이 해외 진출에 활기를 띠는 데에는 위성 채널의 활약도 한몫 한다. 지상파방송이 주로 패키지 판매에 의한 진출 방식이라면, 위성방송은 채널 브랜드 진출이나 채널 간 전략적 제휴를 활용한 방송 콘텐츠 교류 형태가 보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개별 프로그램 단위의 해외 진출이 주류인 것은 사실이지만, 위성방송 영역에서 채널 브랜드를 통한 진출이나 채널 간 제휴를 통한 프로그램 교환 및 공동 중계 등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모색되고 있다.
위성방송의 채널 진출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의 활약이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SPE)는 금년 1월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 24시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애니맥스 아시아'를 개국했다. 애니맥스 아시아는 홍콩의 위성 APSTAR-2R를 이용해 케이블TV(일부 위성방송)를 통해 1월 1일부터 대만, 12일부터 홍콩, 19일부터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브루나이·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방송되고 있다. 운영거점은 싱가포르에 설치되었으며 사업 주체는 SPE 산하 기업으로 국제방송 사업을 전개하는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인터내셔널의 아시아 법인이 담당하고 있다. '애니맥스 아시아'는 일본의 TV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 지역별로 특화된 편성을 일부 가미해 각각 북경어, 광동어, 영어로 내보내고 있다.
'애니맥스 아시아' 출범의 모태가 된 것은 '애니맥스' 채널이다. 애니맥스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로 1998년 6월부터 위성방송인 스카이 퍼펙TV 및 케이블TV에서 방송되어 왔으며, 현재 가입자는 약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본 내에서는 이미 손꼽히는 메이저 채널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이번에 아시아 진출을 성사시킨 것이다. SPE의 이와 같은 채널 진출 전략에는 일본의 TV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유리하다는 사업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니맥스 아시아'는 5년 내에 시청 가능 가구 수 2,000만을 목표로 세워 놓고 있으며, 미국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등 세계적 채널 브랜드 확립을 꿈꾸고 있다.
다만,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은 이미 각국에 판매되었거나 유료 방송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작품이 중복되거나 과격한 폭력 장면 등은 지역에 따라 밤 11시가 되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는 등의 제약도 지적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뿐만 아니라 음악 채널도 해외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채널 재송신 형태보다는 채널 간 제휴를 통해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페이스 샤워 네트워크는 홍콩에 본거지를 둔 채널V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작년 12월의 야자와 에이기치, 2002년 9월의 CHEMISTRY의 라이브 공연을 채널V그룹의 네트워크를 통해 홍콩을 포함한 중국 대륙, 대만 등 아시아 각국에 동시 생중계한 바 있다. 1억 8,000만 시청가구를 갖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음악 전문 채널인 채널V의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각지에 일본 음악과 가수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또한 음악 전문 채널인 'Viewsic'를 운영하는 Sony Music Enter- tainment(SME) TV는 2001년 3월에 한국의 음악 전문 채널인 m.net를 운영하는 CJ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포괄적인 협력 및 음악 콘텐츠 교류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입각해 2004년 1월 1일부터 일본 대중음악 방송이 위성방송과 케이블TV에서 허용됨에 따라 일본의 인기 그룹 'TUBE'와 한국 가수의 합동 공연 라이브가 m-net을 통해 생중계된 바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Viewsic의 음악 콘텐츠는 계속적으로 m-net을 통해 소개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다비채널', 'MONDO21'을 운영하는 JIC는 자체 제작 중심의 편성인 만큼, 해외 프로그램 판매에도 적극적이다. JIC는 2003년 봄부터 대만의 '다비채널'에 시리즈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의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 라이프에도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토종 채널은 아니지만 일본 내에서 운영되는 해외 브랜드 채널도 일본 프로그램의 해외 진출에 한몫 거들고 있다. 역사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인 '히스토리 채널'은 <안녕 사무라이>라는 프로그램을 금년부터 영국, 중국, 한국, 스페인, 포르투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북미 등의 해외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송할 예정이다.
또한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를 일본에서 방송하는 (주)재팬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도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위성방송 채널의 해외 프로그램 판매는 아직 실험적인 단계로 권리처리비용 부담 및 자체 제작 능력의 빈곤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잡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단계로서는 수익성보다는 해외와의 파이프 및 교류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방송의 해외 진출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과 드라마 위주의 편중성에서 벗어나 수출선과 장르의 다양화를 꾀함은 물론이고 진출 방식도 프로그램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 버라이어티 등의 포맷 및 리메이크권 판매, 채널 브랜드의 해외 시장 개척 등과 같은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 참조 : B-maga 2003년 1월호 川竹和夫, 杉山明字(2004)「日本のテレビ番組の國際性」,『年報 2004』, NHK放送文化硏究所 コンテンツ産業國際戰略硏究會(2003.7)「コンテンツ産業國際戰略硏究會中間取りまとめ」
○ 작성 : 김영덕(연구센터 연구원, kimyd@k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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