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미디어의 편재성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제작사들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본력이 약하고, 매체의 방영 일정도 소화하기 힘든 소규모 독립제작사들이 디지털 제작에 관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이에 투자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소규모 독립제작사들을 위한 제작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자본을 통해 개입함으로써 매체와 독립제작사 간의 비균형적 경쟁상태를 교정하고, 보다 균질적인 조건에서 다수의 제작원이 경쟁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지원 제도는 매우 정교하게 제련되어 있으며, 국내를 비롯한 영상 주변국들의 모델로 채택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 제도가 오랜 역사와 과학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최근 디지털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미국의 독립제작사 지원 제도를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ITVS의 독립제작사 디지털 제작 지원 제도
미국에서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제도적으로 지원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지속적인 지원 및 제도 정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곳은 ITVS(Independent Television Service)라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공영방송 정책의 기적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상업방송의 모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ITVS는 공영방송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1988년에 미 의회법(congressional mandate)에 의해 설립된 공적 기관이다. 1991년 지원 제도를 도입한 이래 창의적인 시각이나 실험적인 정신을 지니고 공적 영역에서의 담론을 고무하는 독립제작자의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하고 있다. ITVS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와 공영방송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고, 기존의 제도권 매체가 수익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배제할 수밖에 없었던 소수 계층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ITVS가 독립제작사의 디지털 프로그램 제작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오래전인 1990년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프로그램 제작은 빠른 기술 진보와 막대한 제작 예산의 투입으로 인하여 자본에 의해 추진력을 얻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작동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닌다.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이 처한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한 ITVS는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상업적인 콘텐츠의 범람으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해 디지털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지원을 마련하였다.
2002년 ITVS는 이전부터 지속해 오던 디지털 프로그램 제작 지원 사업을 대폭적으로 정비·개선함으로써,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지원 제도를 마련하였다. 새로운 디지털 지원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양대 축 가운데 하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편성(programing)과 관련된 지원책이며, 또 다른 한 축은 보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제작 및 배급 정책을 개발·정비하는 정책 개발 지원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편성 차원의 지원 제도는 독립제작사와 다양한 공공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제작과 배급(distri- bution) 모델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링크TV(Link TV) 사업, 일렉트릭 섀도(Electric Shadow) 사업, 인디펜던트 렌즈(Inde- pendent Lens)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독립제작사의 디지털 제작 및 배급을 정비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위해 학술 연구와 컨퍼런스 등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① 링크TV(Link TV) 지원 사업
링크TV는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디지털 프로그램의 배급망을 확보하기 위하여 1999년 12월 ITVS의 지원을 통해 탄생한 미국의 DBS 네트워크이다. 제작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급 통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차원의 지원 사업으로 평가된다.
링크TV 설립의 근력이 되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방송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FCC의 신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FCC는 DBS 운영자로 하여금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전체 채널 중 4%를 비상업적 공영 방송을 위해 할당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링크TV라는 네트워크의 정착에는 ITVS 외에도 미디어, 프로덕션 등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힘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터뉴스 네트워크(Internews Network), 인터뉴스 인터랙티브(Internews Inter- active), 다큐멘터리 미디어 센터(Center for Documentary Media) 등 기존 조직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링크미디어(Link Media)는 방송의 정치·문화·종교적 다양성을 위해 14개 국가의 비국영 미디어 언론인에 대한 교육·제작 지원·유통을 지원하고 있는 비영리 조직이며, 현재 링크TV 운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20여 개 단체의 기부금과 시청자들의 개인적인 기부가 링크TV의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링크TV는 미국의 DBS 서비스인 디렉티비(DIRECTV )와 에코스타(EchoStar)의 디시(DISH) 네트워크의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며,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 중 타 채널에서 방송되지 않은 초방 다큐멘터리, 수입 영화, 국제 뉴스와 8시간의 세계 음악 등의 프로그램으로 채널이 편성된다. 전미 지역의 위성 가입자 2,000만 가구가 시청할 수 있으며, 위성의 기본 서비스로만 제공될 뿐, 케이블에 가입한 시청자는 시청할 수 없다.
디지털 전송과 독립제작사의 웹 사이트 연계를 통해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는 링크TV의 목표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국제 사회에 대한 보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비편파적인 방송을 위해 마련된 각종 규제 장치와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기존의 매체에서 배제되고 있는 인권, 정의, 환경보호와 관련된 갈등, 글로벌화에 의해 약화되고 있는 문화적인 정체성과 같은 논쟁적인 이슈를 미국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대안적인 시각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지닌다.
구체적으로 링크TV의 편성 내용 가운데 90% 정도를 미국 내 기존 주류 매체에서 다루어진 바가 없는 미보도 민족, 새로운 해석을 담은 프로그램에 할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링크TV의 세 번째 목표는 다양한 시청자들로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방향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웹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과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넷째, 다인종화·다국적화로 변모되어 가고 있는 미국 사회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목표를 지닌다. 특히 소수 민족이나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독립제작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 집단의 의견을 대변하게 함으로써 대리창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섯째, 다양한 층위의 문화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지닌다. 링크TV는 진보적 사회로의 변화를 꿈꾸는 미국인들에게 문화 지침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 시민, 지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② 일렉트릭 섀도(Electric Shadow) 지원 사업
일렉트릭 섀도 사업은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혁신적인 양방향 프로그램을 웹을 통해 배급하는 사업이다. 물론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소외 계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존의 텔레비전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한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 배급이 지니는 의미는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청소년 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계층이 주로 의존하는 웹을 통한 다문화적 커뮤케이션, 국제 사회 이슈에 관한 정보 제공 및 논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디지털 디바이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창구를 통한 다양한 시각의 확산과 의견 교환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기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콘텐츠를 양방향으로 제작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인터넷이 점차 상업화되고 수동적인 매체로 전락해 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TVS의 일렉트릭 섀도는 청소년 계층의 정체성과 사회적 참여를 주도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과 내용을 배급한다는 점에서 소수 집단과 문화 간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 ITVS의 목표와 정확히 합치되는 지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사업 첫해인 2002년의 일렉트릭 섀도 주제는 9·11 사건 이후 분열된 문화간 이해와 포용을 위해 '문화 이야기하기(Cultural Story- telling)'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인종적, 지리적 또는 특정 경험 면에서 독특한 집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이 지원 대상이 되었다. 사업 첫해에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두 편의 프로그램이 선정되었으며, 지원 제작 결과 2002년 8월 와 12월 가 PBS 온라인을 통해 배급되었다.
피바디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롭 미쿠리야(Rob Mikuriya) 감독이 제작한 는 1940년대 일본계 미국인의 경험과 오늘날의 아랍계 미국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오디오, 사진으로 교차시킨 프로그램으로, 분노와 공포·증오·혼동·충절·신념을 주제로 적의 입장에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파헤친 프로그램이다. 웹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 중 한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이야기로 유입되는 콜라주 형식을 취하고 있다.
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담론 전통과 예술에 관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가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이 영토와 언어, 이야기 방식을 상실해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깨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수용자들이 네 명의 원주민 화자가 전해 주는 오디오, 비디오, 사진,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원주민의 리듬과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올해 세 번째 일렉트릭 섀도 지원 사업의 수혜 프로그램은 로, 지난 4월 15일 웹에 소개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수단, 코소보/보스니아, 라이베리아, 시리아 등 세계 7대 분쟁 지역에 거주하는 15명의 10대 난민들이 미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일렉트릭 섀도의 주요 대상인 10대들을 겨냥해 플래시 기술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등 ITVS 조직의 역할과 웹 기술을 절묘히 조화시켰다고 평가되고 있다.
수용자들이 프로그램의 메인 페이지에 접속하면, 우선 국가와 15명의 난민 중 한 명을 선택하고 여권을 발급받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용자가 선택한 화자를 따라 사선을 넘어 미국으로 망명하는 동안 해당 국가의 역사와 분쟁 현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교육받고, 자신의 이해와 관점을 다양한 국가의 청소년과 함께 나누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 과정 중 전쟁과 난민에 관한 퀴즈를 푸는 섹션도 마련되어 있어, 교육과 재미, 참여 등 복합적인 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10대 청소년의 시각에서 전쟁의 아픔과 자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도록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도입에 따라 ITVS는 기존에 시행하고 있던 디지털 비디오 지원을 최근 종료하였다. 이는 ITVS의 지원을 받고 있는 대부분의 독립제작사들이 이미 모든 프로그램을 디지털 비디오로 제작할 정도로 보편화되고, 이에 따라 ITVS의 제작 지원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전환은 이제는 이미 제작된 디지털 프로그램을 배급하는 데 지원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ITVS의 정책적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특히 ITVS가 자체 채널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여 공영방송에 제공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수행해 왔고,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프로그램 편성이나 방영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발휘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음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 ITVS의 사업 영역 확장이 감지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③ 인디펜던트 렌즈(Independent Lens) 지원 사업
링크TV와 일렉트릭 섀도가 뉴미디어 창구에 대한 배급 지원사업이라면, 인디펜던트 렌즈는 지상파 창구에 대한 배급을 지원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03년에 시작된 인디펜던트 렌즈 사업은 PBS를 통해 매주 방송되는 독립영화 페스티벌로, ITVS가 미국영화학교(American Film Institute)와 공동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능하면 많은 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하여 밤 10시대의 프라임 타임에 편성된다. 가을부터 봄 시즌까지 3개 시즌 동안 연간 약 29편의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기존의 상업 영화 관습에 도전하는 독립영화제작자들이 제작한 것으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미국의 쿵푸 수사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대 모르몬교 선교사들>,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후예들> 등이 방송된 바 있으며, 수상 경력을 지닌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러닝 타임 역시 미국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데,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 1시간짜리 드라마, 4분짜리 코믹물, 30분짜리 실험극들도 존재한다. 단, 기타 공영방송사로부터 지원받지 않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매년 시청자의 웹 투표에 의해 오디언스 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여성 파도타기 선수의 일생을 그린 가 수상하였다.
인디펜던트 렌즈가 ITVS의 여타 지원 사업과 구별되는 특징은 독립제작사의 시각에서 고기능 텔레비전(e-TV)의 표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기능 텔레비전이 비디오 게임 등의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디펜던트 렌즈는 공익적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나름대로의 설명이다.
ITVS는 인디펜던트 렌즈 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된 프로그램을 PBS에 방송하기 위해 제작사에 방송권료를 지불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제작 지원한 프로그램에 대해 ITVS가 4년간 방영권을 소유하는 것과 약간 다른 방식이다. 지금까지 제작사는 국내를 제외한 해외 판권만을 보유하고 4년이 지난 이후에 방영권을 ITVS로부터 환수받았으며, 높은 경쟁을 뚫고 제작비 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양도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ITVS가 인디펜던트 렌즈 프로그램에 대해 지불하는 방영권료는 사례별로 편차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의 경우 2만 불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ITVS는 2005년 10월부터 2006년 6월 사이에 방송될 인디펜던트 렌즈 지원 사업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다.
④ 정책 정비에 대한 지원 사업
이상과 같은 제작, 배급 지원 사업 이외에 ITVS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공공 정책이 독립제작사와 공영방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제작과 배급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어 ITVS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독립제작사 환경과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2004년 2월에 개최된 디지털 인디펜던스 컨퍼런스(Digital Independence Conference)에서 발표하였다.
'창작, 기술, 사업, 그리고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2004년 디지털 인디펜던스 컨퍼런스에는 영화, 방송, 음악,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제작자들이 참가했으며, 디지털 시대의 독립제작사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회의에서 민주주의와 공적인 미디어 이용을 위해 뉴미디어 시대에도 독립제작사를 위한 공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미디어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거대 공룡화되어 가는 시장 현황에 비추어볼 때, 독립제작사들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다양한 사업자간의 동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ITVS의 정책 보고서 내용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또한 이 회의의 참가자들은 ITVS가 디지털 정책에 관한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뉴미디어 시대의 정책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연구 영역 역시 저작권, 미디어 소유 집중, 주파수 할당, 암호화, 브로드밴드 사용 등 포괄적인 미디어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담당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다원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ITVS의 존립 명목에 비추어볼 때, 디지털 시대의 정책 연구는 ITVS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이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에 따라 ITVS는 정책 연구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독립제작사 지원 정책에 대한 함의
미국에서 독립제작사 지원의 구심점으로서 ITVS가 사업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경과했으며, 이제 ITVS는 초보적 지원 형태를 탈피하여 제2단계의 혁신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물론 ITVS의 지원 사업비 1,000만 달러가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독립제작사에 대한 유일한 지원 소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방송 프로그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사업을 통해 독립제작사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가능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ITVS의 지원 사업 분석은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국내 방송의 지원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판단된다.
우선 ITVS가 지원하는 콘텐츠 영역이 영화, 방송, 게임 영역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제작 지원과 더불어 ITVS의 산업 영역을 초월한 협력과 공생 관계는 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한 차원 높은 지원 사업의 모태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다채널 뉴미디어 시대의 세계 영상산업 5대 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가 기술적 진보를 도외시한 채 방송과 영화, 게임 영역에 따라 지원의 주체와 사업을 세분하는 것은 중복투자의 우려뿐만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이라 평가된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지원 창구를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기해야 할 것이며,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지원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ITVS가 일차적인 제작 지원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여 배급, 유통 지원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국내 독립제작사 지원 사업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유통의 경우 해외 견본시 참여에 대한 부분적인 지원이 전부라 할 수 있다. 방송의 가치사슬을 이루고 있는 제작-패키징-배급은 어떤 단계가 특별히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호연계성이 높은 산업군들이다. 유통 채널을 확보하지 못하는 제작물은 의미를 상실하며, 콘텐츠의 부족 역시 다채널 시대의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유통을 통한 소비가 없는 콘텐츠는 문화적 다원성 확보라는 지원 사업의 기본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
국내의 지원 사업 역시 제작 지원된 프로그램이 수용자와 만날 수 있는 안정적인 창구를 마련하는 지원 사업의 정수를 지향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ITVS의 인터넷 배급 지원의 배후에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제작 지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양방항 콘텐츠 제작과 인터넷 배급 지원은 청소년 흡수와 적극적 수용자 개발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TVS의 지원 사업이 디지털 배급 분야까지 지속적·안정적으로 확장되기까지는 1967년 통과된 미국의 공영방송법과, CPB (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의 설립, 안정적인 지원 재원의 확보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은 국내 지원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함을 시사하기도 한다.
ITVS는 미국의 공영방송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CPB로부터 재원의 97%를 조달하고 있으며, CPB의 예산은 1969년 설립 이후 연간 10.7%씩 증가함으로써 독립제작사 지원 제도의 활로를 개척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 제도의 장기적인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층위의 합의, 이와 결합된 안정적인 제도가 우선적으로 확립되어야 하며, 이러한 사실은 지원 사업의 파편화와 채널 확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지향해야할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준다 하겠다.
○ 참조 : www.pbs.org/independent www.cpb.org
○ 작성 : 정윤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 yoon@k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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