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전국을 상대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성을 통하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기부터 시작된 성급 위성 TV 간의 경쟁은 CCTV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노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는 후난, 베이징, 상하이 세 지역의 위성 TV들의 시청률 확보를 위한 전략을 약술하고자 한다.
후난 위성 TV
중국 성급 위성 TV 중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방송국은 수도인 베이징에도, 경제적 선도 지위를 누리는 상하이와 광조우에 있지 않다. 미디어 분야에서의 포커스는 후난(湖南)이라는 그다지 경제소득이 높지 않은 내륙지방의 TV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1월 후난 TV의 제1채널이 정식으로 위성을 통해 송출되기 전까지, 이들은 단지 지역적인 특색을 가지고 있는 지방 방송국에 불과했다.
그러나 위성송출 개시 후 갖가지 노력을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초창기부터 오락물을 위주로 하는 독특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간판 프로의 하나인 <콰이러따번잉(快樂大本營)>은 신체 및 지력 게임이 혼합된 형태의 오락 프로로, <메이꾸이즈위에( 之約)>는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과정이 오락 프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저녁 뉴스인<완젠신원(晩間新聞)>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결정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딱딱한 뉴스 형식을 벗어나, 이야기를 나누듯이 가볍게 진행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농촌 소식 전달을 주로 하는 <샹춘파센(鄕村發現)>의 경우도 과거에 유사 프로그램들이 가지던 계몽형 프로그램의 형태를 탈피해,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코너를 마련하였다. 특히 '예쁜 마을처녀 선발대회'와 같은 아이디어는 중국 시청자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섰다. 이들 프로는 개국 시기부터 지금까지 약간씩의 변형을 하면서 계속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시청률로 바로 이어져, 1999년부터 CCTV-소프리 연구소 조사결과에서 후난 TV는 중국 성급 위성 TV 중 시청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채널로 발돋움하였다. 또한 중국 방송계에 오락 프로그램의 존재 형식과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고, 이를 기점으로 중국 국내 경쟁 방송사들은 후난의 방식을 복제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01년에 들어서면서 후난의 참신성은 점차 빛을 잃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시청률이 전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까지 하였다. 후난 TV는 2002년 9월에 이르러 개혁을 시도하고, 2003년에는 다시금 높은 시청률을 회복하게 되었다.
2003년, 후난 TV의 전국 시청률은 전년도 대비 100% 상승하는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청률 순위는 CCTV의 13개 채널과 함께 비교하더라도 5위권 내로 진입하게 되었고, 성급 위성 TV 중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이러한 시청률은 바로 광고 수입의 증가로 이어졌다. 작년 한 해 순 매출액은 3.3억 위앤(1위앤=145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06%의 증가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후난성이 아닌 기타 지역에서 수주된 광고의 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즉 이들이 지방 방송국으로써가 아닌 전국 대상 방송으로서의 위치가 보다 중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률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요소 중의 하나는 재송신율이다. 2002년 말 현재 중국에는 53개의 위성 채널이 방송되고 있으며, 그 중 후난 TV는 전국 329개 지방급 도시와 2,091개의 현(縣)에 재송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6월에 이르러서는 중점 도시의 재송신율이 75.1%를 넘어서, 각각 위성 채널 중의 9위 및 성급 위성 중의 1위를 기록하였다. 즉, CCTV 위성 채널 8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재송신율을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후난 TV는 세계적인 범위로 시청권을 확대하였다. 즉, 일본과 호주의 일반 가정에서도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주류 TV 네트워크에 진입한 첫번째 중국 성급 위성 TV가 되기도 하였다.
수도에 자리잡은 베이징 TV
중국에서의 문화와 정치의 중심을 꼽으라면 단연 베이징을 꼽게 된다. 그 동안 다소 엘리트화된 문화와 딱딱한 정치 색채로 기타 성급 TV에 밀리는 면이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기존의 우세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베이징 TV는 후난 TV보다 조금 늦은 1998년에 위성 송출을 시작하여, 현재는 22개 성도 소재지(2개의 직할시 포함)와 192개 지방급 도시 등에서 시청이 가능해졌다.
성급 TV들 가운데 베이징 TV가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뉴스 등의 보도물에 있다고 하겠다. 정치의 중심인 수도 베이징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뉴스의 확보가 빠르고, 보도물 제작에 익숙한 제작진들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베이징 TV의 특성을 말해 주듯이, 시청률의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 <베이징 뉴스(北京新聞)>, <터비에관주(特別關注)> 등의 보도물이었다. 이처럼 보도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어왔던 베이징 TV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상대자는 CCTV였다. 이 두 방송국의 근거지가 모두 베이징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TV는 이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인해, 위성 송신을 시작하던 당시부터 '원대한 포부'를 대외에 선포하지 않았다.
이들이 위성 송신을 시작하면서 대외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단지 베이징 근교지역에서 난시청 현상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마치 이러한 당초의 목표와 부합이라도 되듯이, 베이징에서만은 시청률을 확보한다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함부로 전국적 시장 경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베이징과 주변의 화북지방에서의 시청률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베이징 및 주변 지역에서는 베이징 TV가 단연 시청률 1위를 장악하고 있다. 2004년 3월 1일∼7일 사이 조사된 시청률에서도 10위 내에 진입한 프로그램 중 9개는 베이징 TV의 것이었다. 심지어는 전국에서 평균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CCTV의 <신원롄보(新聞聯播)>의 경우에도 이 지역에서는 베이징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재송신되는 경우의 시청률이 CCTV의 그것보다 2배 가량이나 높았다.
베이징 TV의 프로그램 구성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뉴스 등의 보도물과 경제 정보 프로그램 등이다. 이들은 2000년 전면 개편을 한 뒤로 매주 평균 4,553분 동안 방송된다. 채널 전체 방송량의 49.58%에 해당하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만약 광고 등의 시간(1,402분)을 제외하면 58.51% 시간에 달한다.
베이징 TV는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황금시간대를 아침(07:00∼0:00), 정오(12:30∼13:00), 저녁(18:30∼19:55), 심야(22:40∼23:10)로 나누고 있다. 이 중 저녁 18:30분에 방송되는 <베이징 뉴스>는 베이징 지역에서 가장 높은 프로의 하나로,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시청률은 13%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낮 시간대의 <터비에관주>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에 대해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이에 대한 해설과 분석을 하는 프로이다. 밤 22:40부터 방송되는 <완젠신원빠오다오(晩間新聞報道)>는 보도물이면서도 비교적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다루어지는 뉴스가 일반 시민들의 의식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서정적인 배경음악도 함께 사용함으로써 부드럽게 다가가는 새로운 형식의 뉴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초하에서 베이징 TV는 전국 시장으로의 조심스러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 주변지역이라는 확고한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발판은 계속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상하이 동팡(東方) 위성 TV
중국에서 가장 '젊은' 위성 TV는 다름 아닌 동팡 위성 TV으로, 2003년 10월 23일 <청스렌센(城市連線)>을 시작으로 방송을 시작하였다. 동팡의 전신인 상하이 위성 TV의 변신은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의 선택이라고들 말한다. 국내의 대다수 성급 위성 TV와 마찬가지로 상하이 위성 TV의 생존은 매우 평이하고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상하이 위성 TV는 상하이 TV의 기타 채널 프로그램을 재구성하여 송출하는 정도의 수준에 놓여 있었다.
CCTV-소프리 미디어 연구센터의 <2002년도 중국 TV 시청률 시장경쟁 구조 분석(2002年中國電視收視市場競爭格局分析)>에 따르면, 상하이 위성 TV는 전국에서 도달 범위가 성급 위성 TV의 10권 내에 속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성 송출 개시 시점이 늦었고, 특색 있는 프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해 전국 시장에서 13위의 순위, 점유율 1.5%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광고 수입면에서도 2002년에는 5,600만 위앤, 2003년에는 7,000만 위앤에 머물렀다. 이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주요 성급 위성 TV에 비해서뿐만 아니라, 상하이 자체 내의, 즉 상하이원광그룹(上海文 集團) 내의 11개 채널 중에서도 8위에 머무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상하이 시 정부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상하이라는 도시가 중국 전체에서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지위에 비해 방송매체의 역량이 지나치게 뒤떨어져 있다는 데에 주목을 한 것이다.
동팡 위성 TV의 운영 구조는 기타 성급 위성 채널은 물론이고 상하이 원광그룹 내의 기타 채널과 비교하더라도 특별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상하이 위성 TV를 운영하는 상하이 동팡 위성 미디어 유한공사(上海東方衛星傳媒有限公司)는 6,666만 위앤이라는 자본을 가지고 성립되었다. 직원들의 명함에서도 '방송국' 대신 '미디어사'라는 명칭이 자리를 잡았고, '방송국장(電視台台: 중국에서 방송국 최고책임자를 일컫는 일반적 명칭)'이라는 명칭 대신 최고 경영자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총결이(總經理)라는 직함이 사용되었다. 이는 독립적이고 상업적인 경영을 실행하고 업무 진행과 인재 채용, 광고 경영 등에 있어 비교적 큰 규모의 자주권을 가지게 됨을 의미한다.
방송국 개편의 핵심은 콘텐츠에 있다. 동팡도 역시 보도물 편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보도물, (경영)지원 성격의 드라마물, 보충적 지위로서의 오락물, 특색을 가지는 스포츠물'이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다. 중점은 역시 보도물에 두겠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상하이원광그룹 총재는 동팡 위성 TV도 오락물을 포함할 수는 있으나, 보도물에 있어 강세를 띠지 못한다면 영원히 주류 매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동팡은 매일 6시간을 뉴스 프로에 할애하고 있다. 이는 기타 성급 위성 TV와는 전혀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8차례에 걸쳐 실시간 뉴스인 <동팡콰이바오(東方快報)>, 매일 아침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동팡홍(東方紅)> 등이 동팡이 주로 내세우는 주류 뉴스이다. 한편, CCTV가 저녁 뉴스인 <신원렌보>를 방송하는 저녁 7시 황금시간대에는 국제 뉴스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환치우신원잔( 球新聞站)>방송하여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제 뉴스를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은 중국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직접 연관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국제 뉴스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팡은 기존의 상하이 위성 TV의 110명에 불과했던 구성원을 260명의 확충하고, CCTV에서 유명한 진행자와 기획자들을 스카우트하면서 대량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하이원광그룹은 동팡측에 2억 위앤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기술적인 부분에만도 4,000만 위앤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경영에 있어서는 아직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그룹측은 처음 1년 동안은 적자를 감수하고, 두 번째 해에는 수지 평형을 이루며, 3년째에는 이윤을 창출하여, 현재 매년 6억 위앤의 광고 수입을 자랑하는 상하이 드라마 채널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목표로 삼았던 1.8억 위앤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여서, 경제의 중심으로 자부하고 있는 상하이가 미디어 부분에 있어서도 이에 상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하겠다.
○ 참조 : 中國 播影視 2004. 4. 播電視信息 2004. 3.
○ 작성 : 이재민(중국 통신원, ljm0219@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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