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위원회(UK Film Council)에 따르면, TV 방송 사후제작(post-production) 분야는 1만 5,000여 명이 고용된 1조 4천억 파운드 규모의 산업분야로 간주되고 있다. TV 방송 사후제작 현황에 대해 영국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 산업 분석지인 <브로드캐스트(Broadcast)>에서 300여 명의 독립 프로듀서, 감독, 프로덕션 경영인, 사후제작 감독, 방송사 내 프로듀서 등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했다.
그 결과, 런던에 거점을 둔 5개의 대규모 제작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이들 제작사의 총매출액은 각각 2,000만 파운드 정도이며, 평균 176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규모를 가진 다섯 제작사는 The Farm, Barcud Derwen, Blue, TSI, Resolution이다. 다음으로 11개 제작사의 총매출액 합산액은 약 6,500만 파운드로 평균 600만 파운드가 채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런던에 자리한 7개의 사후제작사는 앞에서 언급한 최대 규모 제작사 직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7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20개의 제작사는 총매출액이 각각 200만 내지 500만 파운드 정도로 총수익이 약 6,000만 파운드로 나타났다. 이들 제작사의 직원 규모는 평균 10명에서 37명 정도로 아주 다양했다.
다음으로 100만 내지 200만 파운드의 총매출액을 내는 17개의 제작사들은 대개 런던 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대부분 10명 안팎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하위 30개의 제작사들의 수익 총액은 900만 파운드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텔레비전 사후제작 시장의 4%를 가까스로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결과로는 과거의 광고와 방송 제작사 간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The Mill, Framestore CFC, MPC 등의 제작사들은 특집물과 광고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도 각 효과를 첨가하고 있다. 이들 제작사는 TV 프로듀서들이 투표한 상위 20개의 제작사들 중에 속하는데, 이 결과는 어떤 텔레비전 장르가 효과 위주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는지, 광고제작회사가 어떻게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사 내 제작 시스템의 경우 시장 점유율 7% 이하로 1년 총매출액은 1,400만 파운드 정도로 나타났다. 사후제작 산업 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직원 규모와 매출액 면에서 다양한 제작사들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제작사들의 경우 1년 총매출액이 8만 파운드 정도에 그쳤으나 여전히 이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미디 오락 부문은 대부분 사내 스튜디오에서 사후제작 이뤄져
코미디와 오락 부문의 경우, 독립제작사보다는 스튜디오와 방송사 등의 사내 시스템에 의해 편집, 오디오, 그래픽, 뉴미디어, 텔레비전 영화 등 사후제작의 전(全) 부문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편집(editing)의 경우, Editworks, Molinare, Barcud Derwen 등의 독립제작사보다 사내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5배 더 많게 나타났다. 오디오의 경우 사내 시스템 이용률이 선두 독립제작사인 Resolution보다 2배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코미디와 오락 방송 프로그램의 사후제작 작업이 대부분 사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예증하는 것이다.
한편, 전반적으로 사후제작 작업을 사내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는 있지만 사후제작에 이용되는 전체 독립제작사 수를 합하면 사내 제작 시스템보다 훨씬 많다. 그래픽의 경우 독립제작사 이용률이 사내 시스템보다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큐멘터리, 실화 프로그램 사후제작은 독립프로덕션에 맡겨져
작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의 부흥에 대한 담론이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공허한 현실도피성 영화와 지루한 리얼리티 쇼에 이제 수용자들이 지쳤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컴퓨터 편집을 하는 영화제작자들이 이제 더 이상 사후제작사에 비싼 값을 치르면서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편, 오디오·편집·그래픽 등 개별 부문에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들은 자신들만의 작업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전체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외부 제작 시스템으로부터 필요작업들을 수행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사와 방송사 내의 사후제작 시스템 이용률은 전체적으로 볼 때 전(全) 장르 범주에서 가장 낮은 수치인 22%로 나타났다.
사내 사후제작 시스템에서 뉴미디어 이용률은 9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프로듀서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제작사는 The Farm으로 BBC Resources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Barcud Derwen보다 거의 2배 더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Clear Cut Pictures와 Blue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대형 스크린 영화제작자들의 경우 혼자 작업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후 작업의 경우 여전히 대다수 독립제작사들에게 맡겨지고 있다.
드라마 사후제작, 사내 시스템보다 전문 제작사 선호
지난해 다채널 텔레비전 방송으로부터 시청률을 잠식당하는 불명예에서 ITV를 구해 낸 것은 드라마였다. 드라마 장르는 BBC와 Sky의 최우선 고려 대상 프로그램들 중에 하나이다.
드라마 부문의 사후제작에 대한 질문에서 겨우 33%의 응답자만이 스튜디오와 방송사 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의 사내 시설들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30개의 독립제작사들이 거론되었는데 이는 다큐멘터리와 실화 프로그램 부문에서 응답한 70개의 제작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독립제작사 Pepper는 약간의 재정적인 어려움과 경영진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편집 부문에서는 2위, 텔레시네(telecine/ grading) 부문에서는 4위를 차지해 높은 선호율을 보였다. 두 번째로 Blue는 Pepper보다 단지 10% 정도 낮은 선호율을 나타냈는데, 이는 The Mill과 St Anne's Post와 같은 수준이다. 드라마 프로듀서들이 그들의 컴퓨터에 ProTools을 갖고 있겠지만 기타 모든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도 뉴미디어보다는 전문 제작사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높게 나타나
4년 전만 해도 뉴미디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90년대 말, 평범한 기존의 웹사이트에서부터 미디어 아카이브와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 걸친 자본화를 위해 제작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뉴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뉴미디어 업체들이 파산한 이후에 뉴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금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뉴미디어 운용이 DVD를 제외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높아서 사내 제작이 행해지기 훨씬 더 용이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독립제작사보다 사내 제작 서비스에 높은 선호도를 나타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미디어에 대한 선호도가 오락 프로그램 프로듀서들의 선호도의 2분의 1 수준보다는 더 높게 나타난 반면, 드라마의 경우엔 42%로 나타났다.
전(全) 장르에 걸쳐 프로듀서들의 사내 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48%로 나타난 반면, 독립제작 설비에 대한 선호도는 52%로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 다큐멘터리와 실화 프로그램 제작 부문에서의 뉴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듀서들이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뉴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BBC가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BBC가 디지털 개척자로서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운용하고 있으며, 다수의 뉴미디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BBC의 뒤를 이어 선두 독립제작사 DGP가 뉴미디어 제작사로 설립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2위를 차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1위 BBC보다 20% 낮은 선호도를 보인 The Pavement가 3위로 나타났다.
서비스 구매 결정 기준은 인적자원 혹은 비용?
사후제작사가 생각하는 프로듀서의 요구사항은 무엇이며, 고객(프로듀서)은 어떻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가?
제작사들의 경우 높은 인적자원과 높은 서비스 수준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며 높은 수준의 인재가 고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여기는 반면, 그들의 고객인 프로듀서에게는 가격이 최우선 관심 대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단지 24%의 제작사만이 비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듀서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서비스 구매결정 기준 3가지는 비용(32%), 인적자원(26%), 기술 관련 지식(15%)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후제작사들의 경우 인적자원(38%), 비용(24%), 서비스(10%) 순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 기술 관련 지식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단지 5%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텔레비전 방송 프로듀서와 사후제작사 모두 인적자원과 비용 측면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 셈이다.
영국 방송산업에서 사후제작 분야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30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앞으로도 텔레비전 방송 제작에 다양성을 유지시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참조 : Broadcast 2004. 3. 5. http://www.broadcastnow.co.uk
○ 작성 : 김소형(영국 통신원, milen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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