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의 연간 드라마 제작에 사용되는 총투자액은 약 30억 위앤(1위앤=145원)으로, 정부로부터 제작 비준을 받는 수는 1,500부의 3만 회 이상에 달한다. 이 중 실제로 제작되는 드라마의 횟수는 9,000여 회에 달하고 있으며, 드라마 제작에 종사하는 단체가 약 1,000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미 거대한 시장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SARFT의 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제작되는 9,000여 회의 드라마 중 80%가 민간기업의 자금에 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그 동안 약자였던 독립제작사도 점차 합병 등의 과정을 통해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부동산·요식업·의약 등 업종의 그룹들도 드라마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형 그룹을 배경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영화·드라마 투자 제작사들도 나타났다.
2003년 1월 15일, 폴리(保利)와 창잉(長影) 그룹이 합작하여 구성한 대형 영화·드라마 제작사인 둥팡선룽(東方神龍)영화사업유한회사가 뛰어들었다. 이들은 12억 위앤의 자금을 영화·드라마 시장으로 투자하여 설립 초기부터 드라마 연간 제작량을 200회 가량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첫 시작부터 '큰손'으로서의 규모를 보여주었다.
연간 투자액 30억 위앤의 대산업
시장이 있으면 경쟁이 있게 마련이라, 드라마 시장 경쟁도 상당히 치열하다. 현재, 기존 중국의 TV방송국들의 드라마에 대한 연간 수요량은 대략 8,000회 가량이며, 황금시간대에 최초로 방송될 수 있고 영리가 가능한 1급(一 ) 드라마는 약 2,000∼3,000회로서 그 가격은 1회당 50만 위앤 혹은 그 이상이었다. 비황금시간대에 방송될 수 있고 이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 2급(二 ) 드라마는 대략 3,000∼5,000회에 달하며, 가격은 1회당 대략 20만 위앤에 달한다.
하지만 약 반수 이상의 3급(三 ) 드라마는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가격은 1회당 수백 위앤에서 수천 위앤 사이를 맴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품질향상이라는 명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작단가도 상승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반적으로 비교적 우수한 시대극 드라마의 제작원가는 1회당 60만∼70만 위앤, 비교적 우수한 패션 드라마 제작원가도 이제는 1회당 40만 위앤으로 과거의 드라마 투자액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처럼 제작 부문의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중국 방송국의 드라마 편성시간 증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 TV방송국의 거두인 CCTV-1의 개편도 중국의 전체 드라마 방송량이 증가된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드라마 방송량이 원래의 일일 2회에서 8회로 증가된 것이며, 황금시간대의 드라마 방송량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오던 1회에서 2회로 증가되었다.
드라마 채널인 CCTV-8은 여전히 바이싱쥐창(百姓劇場), 징핀훠이서우(精品回收), 사오얼쥐위앤(少 劇院), 황진챵당(黃金强 )과 즈예쥐(子夜劇)의 5개 등급으로 나누어 매일 9회의 드라마를 방송했으며, CCTV-12도 드라마를 방송했다. 이렇게 계산할 경우, CCTV의 드라마 연간 수요량만 해도 7,000회 가량 되며, 전국적으로 드라마를 방송하는 TV방송국은 이미 90% 이상에 달하고 있어 전국의 드라마 연간 수요량은 1만 회를 초과하게 되었다. 2000년, 유선TV와 무선TV의 합병으로 인하여 드라마 방송량이 감소된 후 드라마는 최초로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 국산 드라마의 약진
2000년 초, SARFT은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수입 드라마를 제한한다는 규정을 제시함으로써 국산 드라마는 힘을 얻게 되었다. CCTV-소프리(CSM)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3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주요 도시 시청률 랭킹 10위권 안의 드라마는 거의 국산 드라마가 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드라마가 주류 지위로 재귀하게 된 것은 중국 자체 내의 노력과 더불어, 홍콩, 대만 등과의 협력이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인기 드라마 중에는 홍콩의 무술지도, 대만의 유명 배우, 중국 대륙의 감독과 프로듀서 등이 합작한 경우가 적지않았다. 어찌 보면, 중국 당국의 외국 드라마 수입 금지라는 제약을 합작이라는 형식을 통해 피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지역적 문화 특성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중국 국산 드라마가 선전한 요인이었다. 중국 동북부 지역 문화의 특징을 짙게 띠고 있는 드라마 <리우라오껀(劉老根)>의 경우 북방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 드라마는 하얼빈(哈爾濱)에서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선양(沈陽), 란저우(蘭州), 베이징(北京) 등 북방 도시에서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하이(上海), 광저우( 州) 등 도시에서는 시청률 차트에도 오르지 못하였다. 그 중요한 원인은 바로 <리우라오껀>에 내포된 동북부 지역 문화와 상하이 문화, 광둥( 東) 문화의 차이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 역시 중국 문화와의 동질감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무협 드라마, 여전히 독주
시대극과 무협극이 패권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에서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현상이었다. 그러나 작년은 그야말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극, 특히 무협극이 천하를 통일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 도시별로 2003년 시청률 최고를 기록한 10부의 드라마 중 역사극이 거의 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2003년 소설가 진용(金庸)은 무협극의 최고 승리자였다. <서댜오잉 (射雕英雄傳)>, <이텐투롱지(倚天屠龍記)>, <수젠언초우루(書劍恩仇 )>, <샤커싱(俠客行)>, <텐롱빠뿌(天龍八部)>, <롄청제(連城訣)> 등, 그의 소설 7편이 중국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다투었기 때문이다.
청나라 시기 혹은 중국의 근대화 시기를 다룬 드라마의 분량도 적지않아, <황제의 딸 3(還珠格格)>, <샤오장황호우미스(효장황후비사-孝庄秘史)>, <진펀스쟈(金粉世家)>, <빤성위앤(半生緣)> 등 인기 드라마들이 등장하였다. 10월 28일 개막한 스촨(四川)TV 페스티벌에서 총 130부에 달하는 드라마가 전시되었는데 그 중 시대극이 차지하는 비례가 최고였으며, 모든 전시 드라마의 약 50%을 차지하였다. 2004년 시대극의 열풍은 계속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리메이크, 속편, 홍보성 드라마
2003년부터 불어닥친 새로운 경향은 리메이크와 속편의 성행이었다. 소설을 개편한 <빤성위앤>, <나선머쩡쮸우니, 워더아이런(拿什 拯救 , 我的愛人)>, <위관인(玉觀音)>, <르추(日出)>, 그리고 만화를 개편한 <펀훙뉘랑(粉紅女郞)>, 영화를 개편한 <펑윈(風云)> 등은 모두 시청률 확보 면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앞서 거론한 김용의 소설 개작 드라마 중 <서젠언초우루>는 7개 버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무수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황제의 딸>은 이미 3편까지 방영되었으며, 특히 <캉시웨이푸쓰팡지(康熙微服私訪記)>라는 제목의 4편까지 촬영되었고, 전편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방송가의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공산당 및 군대 간부, 경찰의 활동 등을 다루는 일종의 홍보성 드라마는 오랫동안 진부한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을 샀으나, 최근 들어 제작된 몇 편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를 들면, 군대를 제재로 한 ·<쥔거료우량(軍歌 亮)>·<궈이투루훙(歸途如虹)>, 반부패 제재의 <쥐에뚜이췐리(絶對權利)>·<쭈이까오리이(至高利益)>, 경찰을 제재로 한 <롱위(榮譽)>·<정푸(征服)>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테마 드라마들은 공허한 슬로건식의 딱딱한 표현을 배제하였으며, 대신 짙은 인정미를 테마 속에 침투시킴으로써 자연히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앞에서 말한 군생활 제재의 는 CCTV에서 11.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최초로 홍콩 주둔군 생활을 반영한 <궈이투루훙>은 CCTV 시청률 9%에 도달하였다. 부패한 권력의 척결이라는 주제를 다룬 <쥐에뚜이췐리>는 후난(湖南)에서 최초 방송 시 23%이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롱위>의 평균 시청률은 10% 이상에 달했다. 우수한 제작의 드라마일 경우 시청률 측면에서 홍보성 드라마도 기타 프로그램에 손색이 없었다.
제작 허가증의 민간 개방 의미
민간 독립제작사들의 대거 진출은 2003년 8월부터 이들에게 개방된 드라마 제작 자격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작년 8개 민간 제작사들은 SARFT로부터 최초로 기대해 왔던 드라마 제작 허가증(갑종)을 수령하게 되었다.
2001년 12월부터 중국은 드라마 제작 허가증 제도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허가증은 갑, 을 2가지 종류로 나누는데, 갑종 허가증 소지기관은 드라마를 독립 제작·발행할 수 있으며, 드라마 촬영은 시간과 수량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을종의 경우는 단 한 편의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도록 자격이 제한되어 있어, 한 편을 제작한 후 새로운 드라마를 촬영하려 할 경우 반드시 다시 청구해야 했다.
이전에는 갑종 허가증을 국유 제작사와 TV방송국에만 한해 발급하였으며, 민간기업은 을종 허가증밖에 신청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도 매우 복잡했다. 따라서 제작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 기업들은 갑종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는 국유 업체에 의탁하여 합작 형태의 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허가증을 소지하지 못한 경우는 허가증 소지 단체에 드라마 1회당 2,000∼3,000위앤, 심지어 무려 1만 위앤에 달하는 일종의 '허가증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비록 SARFT이 허가증 임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경계했으나 업계 내에서 허가증 임대는 공개적인 비밀에 불과하였다.
저작권 문제도 민간 제작사에게는 걸림돌이었다. 제작 허가증이 없기 때문에 자체로 제작해 낸 드라마는 저작권 소유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베이징잉쓰(英氏)영화드라마예술유한책임회사의 경우 비록 <워아이워쟈(我愛我家)>·<샌러언마따제(閑人馬大姐)>·<뚱베이이쟈런(東北一家人)> 등 일련의 시청자들 속에서 인기 있는 작품들을 제작, 촬영했지만 아직까지 어느 한 작품의 저작권서에도 영씨영화드라마회사라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거래 시 많은 곤란에 봉착하게 되는데 특히 국외 시장 수출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민간기업들이 갑종 허가증을 수령한 후 다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민간기업들이 자체의 허가증을 소유한 후 많은 비용을 절감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더 중요한 사실은 독립, 자주의 저작권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래 허가증 임대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던 국유 제작사들도 자체 소질을 향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작권이 뚜렷해짐에 따라 거래의 혼란도 줄어들었고, 양성 경쟁의 산업 분위기가 기대되고 있다.
SARFT가 8개 민간기업에 발급한 갑종 허가증은 일단 하나의 시도에 불과하다. 이번에 제시되었던 1년 기한이 마감된 후에는 드라마 제작 허가증과 관련된 사안들이 실적에 의해 결정되고, 그 발급은 수시 발급 수시 반환의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제 속에 2004년은 중국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판도가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참조 : 媒介 2004. 1. 中國 播電視學刊 2004. 2. http://www.csm.com.
○ 작성 : 이재민(중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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