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3월 BB 케이블의 서비스로 시작된 일본의 브로드밴드 방송은 2004년 2월 중순 현재 가입자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TT 서일본이 선행 업체인 소프트뱅크(Yahoo Japan), KDDI에 이어 2월 중순 실험을 개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NTT측은 방송대응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까지를 시야에 넣고 실험을 개시했으나, 동서(東西) NTT 간의 대립 등으로 서비스 개시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 브로드밴드 방송 서비스 현황
NTT 동일본의 자회사인 '부라라 네트워크'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에 걸쳐 NTT사의 통신망인 'FLETS ADSL'과 FTTH(Fiber To The Home) 서비스인 'B FLETS' 서비스를 통해 실험방송을 실시했다. 이 실험결과를 참조하여 주피터 프로그래밍, 세콤, 동북신사 등이 2003년 10월에 설립한 '온라인 인티비'가 부라라 네트워크의 송신 시스템과 FLETS를 사용하는 브로드밴드 방송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방송사업자 등록 신청 준비를 추진 중이다.
공중파 민방들도 자회사를 통해 브로드밴드 방송 참여를 꾀하고 있다. 2004년 2월 TBS, 후지TV, TV아사히가 공동 출자하여 만든 '토레소라'가 인기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방송 등 약 40개 프로그램을 송신하는 실험을 개시했다. 월 1,000엔으로 종영된 인기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2004년 2월, NTT 서일본은 스카이 퍼팩트 커뮤니케이션즈, 이토츄(伊藤忠) 상사와 공동으로 오사카 시내에서 브로드밴드 방송 실험을 개시했다. 이 실험은 10개 채널의 방송과 300편 이상의 영화 등을 브로드밴드를 통해 무료로 송신하고 있다. 또한 스카이 퍼팩트 커뮤니케이션즈의 자회사인 '옵티 캐스트'가 NTT 동일본의 광케이블망을 이용하여 동경 23구 내의 아파트 단지에 브로드밴드 방송을 개시하며, 3월에는 '온라인 인티비'와 'BB 케이블'이 서비스 제공 지역을 동경과 주변 3개현에서 대규모로 확대하여, 활발한 판촉활동을 벌일 전망이다.
이렇듯 활발해지고 있는 브로드밴드 방송 서비스이지만 각 서비스 업체의 사업실적은 결코 순조롭다고 할 수 없다. 한 예로, 2003년 3월에 'BB 케이블'이 ADSL을 통해 서비스를 개시한 'BB 케이블TV'의 가입수는 5,000 전후이기 때문이다. 2003년 12월 광케이블망을 사용하는 방송 서비스 '히카리(光) 플러스 TV'를 개시한 KDDI도 "서비스를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입수는 공표할 수 없다"(브로드밴드 컨슈머 사업본부의 가타오카 기획부장)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서비스 제공 지역이나 콘텐츠 확보에 고심
가입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제공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BB 케이블의 서비스 제공 지역은 수도권뿐이며, KDDI는 광케이블망이 깔린 아파트 단지가 대상이므로 가입할 수 있는 사용자가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할 수 있는 체제가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도 사업부진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콘텐츠 확보도 사업부진 개선을 위한 과제 중 하나이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로서는 브로드밴드 방송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스카이 퍼팩트 커뮤니케이션즈 시게무라 사장은 "IP로 방송을 송신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의 처리가 어렵고, 항상 안정된 품질로 송신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의 기술상의 문제도 불안하게 느껴진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BB 케이블 고자와 이사는 "어렵게 몇 번 씩 설명해서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신중한 콘텐츠 보유 업체가 많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통신사업자는 브로드밴드 방송에 커다란 기대를 갖고 있다. ADSL이나 FTTH는 가격인하 경쟁이 과열되어 이익폭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브로드밴드 방송을 메뉴에 추가함으로써 판매량과 이익을 높이려는 생각인 것이다. BB 케이블의 고자와 이사는, "브로드밴드 방송의 수요는 확실히 있다. 영업에서 박차를 가하면 월 수만 건의 신규 가입도 가능하다"라고 자신 있게 잘라 말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현재 소형 STB(Set Top Box)를 개발 중이다. 이것이 완성될 때까지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3년에 방송실험을 실시한 부라라 네트워크의 모기업인 NTT 동일본의 한 간부는, "방송에서 판매량을 늘림과 동시에 광케이블의 보급을 확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NTT의 브로드밴드 방송사업 난항
ADSL에서 90% 이상, FTTH에서 70% 이상이라는 압도적으로 넓은 공급 지역을 보유하는 동서 NTT에게 다른 업체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경쟁상대인 BB 케이블의 고자와 이사조차도 "동서 NTT의 FLETS에서 브로드밴드 방송이 시작되면 시장에 활기가 생길 것은 확실하다"고 NTT 그룹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동서 NTT의 브로드밴드 방송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들 수 있다. NTT 주식을 보유한 회사와 동서 NTT는, 자사가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방송회사에 3% 이상 출자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동서 NTT는 방송 사업자에게 브로드밴드 회선을 제공하는 일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용자는 동서 NTT와 ADSL 혹은 FTTH를 계약하고, 브로드밴드 방송은 별도 사업자와 계약해야 한다. 인터넷 접속, IP 전화와는 별도 사업자와 계약하면, 사용자로서는 계약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서비스 세트(인터넷, IP 전화 등) 할인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와 달리 소프트뱅크나 KDDI는 전 서비스를 한 회사와만의 계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NTT 서일본의 실험도 상용화로 이어질지 어떨지 미정이다. 오히려 이 실험의 "주된 목적은 영상송신용으로 구축할 품질제어형 IPv6망의 운용 등 기술의 확인"(기술부 기무라 IP 기술담당 과장)이라며 브로드밴드 방송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지적한대로 NTT가 방송사업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이다. "인프라를 사용해 줄 방송사업자가 없으면 상용화할 수 없고, 어느 정도의 품질을 요구하는가 등도 확인해야만 한다"(NTT 서일본 브로드밴드 어프리케이션 서비스부 구로키 담당과장). 가장 핵심인 품질제어형 신네트워크 구축도 그리 밝은 전망이 아니다.
동서 NTT는 2002년 여름부터 공동으로 FLETS의 현재 중계 네트워크를 대체할 차세대 '지역 IP망' 개발에 주력해 왔다. 현재의 지역 IP망으로는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품질제어가 불가능하다. 무리하게 실용화하면 영상이 흐트러지는 등 '방송 장애'가 발생하며, 제공중의 인터넷 접속이나 IP 전화 등의 서비스에도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 따라서 동서 NTT는 차세대 지역 IP망에 품질제어기능을 포함시킬 계획을 추진해 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세대 지역 IP망에 대한 동서 NTT 간의 의견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NTT 동일본의 한 간부는 "거의 개발이 멈추어 있는 상태"라고 고백한다.
NTT 그룹의 RENA 구상
게다가 NTT 주식을 보유하는 회사가 주도하는 NTT 그룹의 RENA(Resonant Communication Network Architecture) 구상의 존재가 지역 IP망 개발에 질곡이 되고 있다. 차세대 지역 IP망은 NTT 그룹 전체가 추진하는 신네트워크인 RENA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동서 NTT만으로는 채용하는 기능이나 기술을 결정할 수 없다.
NTT 주식 보유회사와의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동서 NTT가 먼저 시작하면 인지도가 올라감으로써 브로드밴드 방송 보급에 공헌할 수 있지만, 여러 회사 간의 조정을 거침으로써 사업이 지연되면 NTT의 브로드밴드 방송사업은 선발업체에 뒤처질 뿐 아니라, 선발업체도 사업확장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NTT는 최대 인터넷망 공급업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NTT가 브로드밴드 방송을 새로운 사업으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판매전략과 기술문제보다도 먼저, 위에서 지적한 여러 난관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판 'fastweb'의 가능성 여부
이탈리아에는 이미 브로드밴드 방송으로 성공을 거둔 사업자가 있다. 'fastweb'이라는 브로드밴드 통신사업자로, 본사는 밀라노에 있으며 주요 도시에 ADSL이나 FTTH 등의 브로드밴드 회선으로 인터넷, IP 전화, 브로드밴드 방송 등을 제공하는 업체(http://www.fastweb.it)이다. 일본의 사업자들도 이 업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나 NTT의 사원들이 연이어 시찰을 위해 이탈리아를 드나들고 있다.
2003년 12월 시점에서 33만 가입수를 확보했으며, EBITDA(금리, 세금 지불 전 이익)의 흑자화를 달성하고 있다. 서구의 방송 서비스에 정통한 미츠이 물산 IT 솔류션 사업부의 고가 팀장은, "fastweb의 가입자당 판매액은 연간 865유로(약 130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일본판 fastweb을 탄생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나, 그 성공 여부는 동서 NTT를 비롯한 각 서비스 업체의 각종 난제 해결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참조 : 교도통신 2004. 3. 3., 3. 6. 아사히신문 2004. 2. 28., 3. 2. NIKKEI COMMUNICATIONS 2004. 2. 23.
○ 작성 : 김 항(일본 통신원, ssanai73@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