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전후 기술적 가능성으로서 위성 방송이 거론되기 시작했을
무렵, 위성 방송이 실용화되면 상대적으로 유지 경비가 많이 드는 지
방 민방은 필요 없게 되어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
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한 인식 차원을 넘어 방송의 디지털화로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는 형상이다. BS 디지털 이행을 눈앞에 두고 전송로
역할에 안주해 왔던 지방 민방의 역할과 살 길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
다.
BS 디지털 이행이 2000년 말로 불쑥 다가옴에 따라 지방 민방의 위
기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도쿄 키스테이션이 대기업 등과 손잡
고 진출하는 BS 디지털 방송의 등장은 지상파 방송의 네트워크 운영
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BS 디지털은 기본적으로 지방 민방
과 경합할 것"(홋카이도 문화방송 사장)이라고 내다본다.
지방 민방의 키스테이션 의존 체질이 문제
민방계의 BS 새 회사는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무료 방송 체제를 채
택할 의향으로 있어, 광고비는 한정된 가운데 지상파와의 파이 경쟁
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민방 키스테이션 5계열이 제작하는 고
화질프로그램을 전국 어디서든지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데이
터 방송도 시작된다. BS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결국 지방국의 부엌
살림이 궁해지고 지방 민방 다수가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
이 이면에 깔려 있다.
지방 민방의 최대 수입원 중의 하나는 '네트 부담금'이다. 네트 부
담금이란, 키스테이션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키스테이션으로
부터 받는 전파 사용료이다. 키스테이션과 계열국 간의 유대를 돈독
히 하기 위한 '송금'과 같은 성격의 돈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열 네트
워크 관계가 깨지면 지방국은 수입원을 내놓게 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지방 민방 입장에서 보면, 그 동안 프로그램 제작?편성에서 영업면
까지 키스테이션에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BS 다채
널 시대에 돌입하면 키스테이션과 계열국 간의 운명 공동체적인 네트
워크는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지방 민방의 의존 체질은 미야자키방송의 경우를 보더라도 쉽
게 알 수 있다. '네트 부담금'이 자그마치 전체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3분의 1은 키스테이션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붙는 전국 규
모의 '내셔널 스폰서'로부터의 광고비이고, 나머지는 미야자키현 내
의 광고 스폰서로부터 받는 광고비이다.
지방 민방의 소프트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미야자키현
내의 TV미야자키도 미야자키방송도 최대 관심사는 프로야구팀 요미우
리 자이언츠 시합의 행방이다. 자이언츠 시합은, 고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라 할 만한 '킬러 컨텐츠'로, 만약 BS 디지털에서 방송이라도
되는 날에는 지방 민방에 미치는 타격은 심각하며, 나아가 '지상파 이
탈' 현상을 부채질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러한 지방 민방의 현실을
타개할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역 경제가 뻗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고 광고비도 저렴한 편이
다. BS의 디지털 이행으로 시청자 및 유력한 스폰서가 외면하면 우리
는 어떻게 되는가."는 미야자키방송 이구치 부사장의 하소연은 전국
지방 민방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다소 경제력이 있다고 하는 후쿠오카 지국을 서비스 에어리어로 하
는 후쿠오카방송조차도 "영업 및 네트워크면에서 계열 관계는 무너질
것이다. 시청자 및 광고 쟁탈전이 격화되어 남는 것은 겨우 현 내에 2
국 정도가 아닐까."라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케이 대학 스즈키 겐지 교수도 "지방국이 디지털화 및 위성 방송
과의 경합으로 체력이 약해지고 프로그램의 질도 양도 지금보다 저하
되면 지방국이 외면당할 위험성은 높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우정성은 "BS는 앞으로가 문제이다. 지방 민
방은 3국째, 4국째가 개국하더라도 나름대로 광고를 따내고 있다. 틈
새를 파고들면 파이는 커진다."는 생각으로, 지방 민방의 현실 인식과
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역 밀착형'에서 존재 의의 찾으려
그렇다고 앉아서 때를 기다릴 수는 없는 형편이다. 지방 민방 나름
대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곳도 있다. 쥬고쿠방송의 경우 매주 수
요일 오후 1시 반이 되면 영업, 총무부 등의 사원이 '보도 강좌'를 수
강하러 몰려든다. "지방국의 존재 의의는 지역에 밀착된 정보의 발
신. 방송국의 생존은 여기에 달려 있다."는 쥬고쿠방송 사장의 지시
로 10월부터 시작되었다.
강좌는 교통사고 원고를 작성하거나 현장에서 리포트하는 '기자 연
수'가 1시간, 핸디 비디오로 촬영하는 '카메라 실기'가 1시간 반. 보
도부 경력이 없는 사원의 60%에 해당하는 189명이 매주 10명씩 참가한
다. 한 사람이 2역, 3역을 소화하는 '사원 총 카메라맨, 총 리포터
제'를 지향하기 위한 첫 단계이다. 그 밖에 기자에게도 영업 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인원 정리를 통한 경비 삭감도 시도하고 있다.
쥬고쿠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키스테이션이 BS 디지털로 주력 프로
그램을 옮기고 광고도 뒤를 따를 경우 약 70%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
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사원의 40%를 삭감하는 구조 조정을 이미 단행
했다. 인건비 및 기재의 소형화 등을 통해 건진 재원으로 자사 제작
프로그램 폭을 이전보다 배가했고 그 돈으로 '보도', '지역 생활 정
보' 프로그램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계열 체제에 안주해 왔던 지방 민방으로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
는 장면이다. 종전의 호송 선단 방식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돈
이 들어 왔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 민방 압박하는 디지털 투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 민방은 막대한 선행 투자를 요하는 디지
털화라는 거사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판국이다. 2010년에 완료되
는 지상파의 디지털화가 더욱더 지방 민방의 목을 조르고 있다. 산간
지역 등의 난시청 지구에 있는 중계 기지 및 철탑 하나하나에 이르기
까지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한 방송국당 어림잡아 45억 엔 정
도 든다는 디지털화에 따른 설비 투자는 지방 민방의 주머니 사정으로
는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일단 지상파의 디지털 이행 일정은 3대 도시
권이 2003년, 그 외 지역은 2006년으로 잡혀 있지만 당분간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을 동시(사이멀 방송)에 내보내야 할 판으로 투자
부담은 버겁다.
일본 민간방송연맹은 민방 전체에 필요한 경비가 5,600억 엔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우정성의 '민방 4波化정책'에 이끌려
1989년 이후 개국한 후발 지방 민방에게는 연간 영업수입에 필적하는
거금에다가 대부분 누적 채무를 껴안고 형편이다.
이러한 지방 민방의 현실을 외면한 디지털 방송 정책에 대한 불만
도 높다. "왜 지금 황급하게 디지털을 하려고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인가. 지방 민방이 몰락해 자칫하면 지역 정보의 발신은 NHK만이 되
어 버린다. 지역 정보의 집중?획일화는 지방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
친다. 도쿄 중심의 논리로 '정보의 지방 분권'은 위기에 처해 있
다."(쥬고쿠방송사장)고 항변한다.
그러면 지방 민방은 디지털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방 민방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철저한 효율화, 즉 구조 조정과 프로그램 제작비
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자구 노력과 함께 일부에서는 민
방 전체 차원에서 디지털 설비의 공동 이용 기구 설립도 제안하며, 정
부에 대해 주파수 변경 비용 및 투자 감세 등의 제도적 지원을 주장하
는 목소리도 있다.
채널 하나로 전국을 커버하는 BS 디지털 방송이 침투됨에 따라 전
국 네트워크를 구성해 왔던 지방 민방의 역할은 갈수록 엷어질 가능성
이 높다. 키스테이션으로부터 제공받는 프로그램과 전파 사용료도 줄
어들면 어떻게 방송 시간을 메우고 자력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을
까가 지방 민방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최대의 경영과제가 될 것이
다.
아울러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지
지를 토대로 유지되는 지방 민방 특성상 종전 이상으로 '지역 밀착'
자세가 요구될 것은 확실하다. 또한 계열 BS 방송 등을 통해 지방 발
신 프로그램 및 정보를 전국에 발신하는 노력도 생존의 열쇠가 될 것
이다. 디지털화의 파장은 키스테이션 의존 체질로부터 탈피하는 계기
가 될 것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ㅇ 참조 : 요미우리 '99. 10. 31.
닛께이 '99. 11. 1.
아사히 '99. 12. 2.
민간방송 '99. 11. 3.
ㅇ 작성 : 김영덕(일본 통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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