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98호] 일본 후지TV, '짜고 하기' 의혹으로 프로그램 도중하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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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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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의 효자 프로그램이 '짜고 하기' 의혹 때문에 도중하차했다. 일본 방송계의 '짜고 하기' 의혹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짜고 하기 의혹에 대해 방송 현장에서는 다반사로 이뤄지는 일이라는 냉소적인 의견도 있다. '짜고 하기'의 도마 위에 오른 후지TV의 [사랑하는 두 사람 헤어지는 두 사람]의 이면에는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후지TV, '짜고 하기' 의도성은 부인 '짜고 하기' 의혹에 시달리던 후지TV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사랑하는 두 사람 헤어지는 두 사람]이 결국 도중하차했다. 하지만 후지TV는 '짜고 하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그 진상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98년 10월 후지TV가 '버라이어티 빅뱅'을 외치며 개편을 단행했을 때 탄생한 시청자 참가형 프로그램으로, 그 동안 '사랑이 뜨거워지고 있을 때 그리고 사랑이 식었을 때의 상태를 논픽션으로 보여 주는 스튜디오 토크쇼'를 지향해 왔다. 대략적인 포맷은 이렇다. 사이가 벌어진 커플이 실제로 출연해 서로의 주장을 재연 비디오를 곁들여 설명한다. 여기에 사회자 및 상담역(대개 연예인)이 가세해 질문하고 의견을 내놓는 형식이다. 때로 아내의 불륜 상대자와 남편이 엉켜붙고 스태프가 말리는 낯뜨거운 장면도 등장한다. 첫 구절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듯이 처음엔 사이좋은 부부 코너도 수록한 적이 있지만 방송되지 않았고, 이후 '헤어지는 두 사람'만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1999년 봄 이후 주간지 등이 '짜고 하기 의혹'을 들춰내 화제를 모으자 시청률은 20%를 넘어섰다. 그러나 3월에 출연한 부부 가운데 남편이 가짜라는 사실이 11월 14일 밝혀져 후지TV는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코멘트를 발표하고 프로그램 중단을 발표했다. 19일에는 후지TV 부사장 등이 감독 책임을 지고 감봉 등의 처분을 받았다. 프로그램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 후지TV 홍보국은 "출연자 선정 단계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실제 부부가 출연한다는 컨셉에서 벗어나 의혹을 사는 결과를 낳았다."며 의도성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짜고 하기 의혹에 대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물색하는 섭외 전문가도 "진짜 부부로 생각했었다. 자살 소식을 듣고 자택을 방문하고서야 다른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후지TV 홍보국)고 설명하고 있다. 제작회사도 11월 15일 "작위적으로 사실을 날조한 적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짜고 하기 의혹에 대해 후지TV 홍보국은 주간지 등에 '짜고 하기 의혹' 보도가 나간 이후 출연자의 확인 심사를 엄격하게 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당초 ①서류(보험증, 면허증 등), ②개별 면접, ③서약서 등 세 가지 가운데 ①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출연한 케이스가 있었지만, 7월 이후에는 세 가지 항목을 철저하게 확인한 경우에만 출연시켰다고 해명한다. 서약도 처음에는 구두였지만 1998년 12월부터는 "거짓말이 탄로날 경우 100만 엔을 지불한다."는 문서를 받았다고 한다. 시청자 반응은 엇갈려 이 프로그램은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1998년 10월 19일 15.2%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고, 1999년 4월 20일에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하는 등, 담당 프로듀서는 당시 "직접 대결로 시청률에 불이 붙었다. 부부 이외의 제3자가 등장해 종전보다도 확실하게 그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이야기 전개가 먹혀 들었다."며 고시청률의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6월 하순 이후는 매회20%를 넘었으며, 11월 8일에는 최고인 27.4%를 기록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던 [사랑하는 두 사람 헤어지는 두 사람]의 짜고 하기 의혹에 대해 실제로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을 보였을까? 후지TV 홍보국에 따르면, 19일까지의 6일 동안 관련 전화는 약 470건에 달했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비판 80%, 격려 20%에서 비판 70%, 격려 30%로 변화했으며,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한 18일은 비판과 격려가 반반이었다고 설명한다. "시청자를 바보 취급하지 마라", "짜고 하기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조사해야", "부부에게 참고가 된다", "새 단장해서 계속 방송해 달라"라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들은 방송 윤리와 사적인 영역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흔들리는 시청자 심리를 단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책임소재의 불명확 그런데 왜 이러한 '짜고 하기 의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방송국이 프로그램 제작 자체를 제작 프로덕션에게 통째로 떠넘겨 내용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는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의 배경에는 제작사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일본 방송계의 현실이 자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후지의 '제작 저작'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사실 후지TV 담당자는 겨우 3명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제작사에게 통째로 발주한 격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제작 협력'이라는 하청적인 입장에 안주하기 쉬운 제작사측에서 보면, 저작권과도 무관하기 때문에 책임 소재는 당연히 애매모호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출연자 섭외는 전문적인 리서처가 물색하고, 출연 가부는 제작사 직원이 면접하여 결정하게 되어 있다. 후지TV는 "제작회사도 리서처도 '남편이 가짜라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사실을 날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무라오 세다로 홍보부장)며 '짜고 하기' 의혹을 부인한다. 그러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아슬아슬한 프로그램인데도 '제작 저작'의 주체인 방송국측이 가장 중요한 출연자 선정을 거의 대부분 제작회사에게 전가한 점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혼 신고서까지 들고 와 서명·날인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사안인데도, 최종적인 책임 주체인 후지TV가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라오 부장도 이와 관련된 시스템상의 허술함을 시인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는 1992년에 요미우리TV의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여사무원(OL) 등을 간호원으로 가장, 등장시켜 문제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해 요미우리TV는 프로그램 중단, 사내 처분, 우정성으로부터의 엄중 주의를 받은 바 있다.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를 이용하는 연출 방법도 문제 이러한 구조적인 지적과 함께 연출 기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출연자의 인권.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부부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씌우는 방법이다. 와이드 쇼가 개발했다고 하는 이 방법은 1995년의 옴진리교 사건 보도에서 다용된 이래 다른 프로그램에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연출 기법에 대해서 방송 평론가 佐怒賀三夫 씨는 "해서는 안 된다. 무엇 때문에 영상 표현이라는 말이 있는가. 제작자 가운데에는 '모자이크'를 당연한 영상 기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모자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점을 표현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음성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로 실체적 사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고, 영상 미디어가 마치 무의미한 것이 되어 갈 것."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고다마 비이고 무사시노 대학 교수도 "최근 안이하게 얼굴을 감추거나 모자이크를 씌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은 '짜고 하기'를 양산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도 가급적 확실하게 얼굴을 보이고 책임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르에서 비롯되는 혼란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라는 장르에 속하지만, 엄연하게 규정하면 다큐멘터리·버라이어티적인 속성을 갖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장르에 잠재해 있는 애매모호성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적인 속성과 함께 실제 부부의 실제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적인 속성을 띠고 있는 만큼 그 경계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짜고 하기 의혹'이 불거지더라도 버라이어티라면 '연출의 허용 범위 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번 문제는 그 경계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었던 남녀간의 사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이전에는 부부간의 훈훈한 사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주류였는데, 지금은 알려지고 싶지 않은 영역까지 방송이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다. 후지TV의 방송 중단 조치는 '방송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 라는 점과 아울러 방송의 투명성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짜고 하기' 의혹의 근본에는 시청률 경쟁이 자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시청률 경쟁을 민감하게 의식해야 하는 방송 풍토 속에서는 제2, 제3의 '짜고 하기 의혹'은 불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ㅇ 참조 : 東京新聞 '99. 11. 16., 11. 19. 讀賣新聞 '9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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