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Pokemon(포키만 : pocket과 mons -ter의 합성어, 일본의 '포케몽')' 열풍은, 어린이들은 무엇에든 쉽게 싫증낸다는 통념이 무색할 정도로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150여 종에 이르는 Pokemon 카드 수집과 [Pokemon] 비디오 게임에 빠져 긴 여름 방학을 보낸 아이들은 가을에는 학교에 늦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침 7시에 방송하는 [Pokemon] TV 쇼를 보기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토요일 아침 방송되는 수많은 만화 중에서 또다시 [Pokemon]에 채널을 맞춘다.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에서부터 T셔츠·백팩·트레이딩 카드·캔디·열쇠 고리에 이르기까지 온통 Pokemon 캐릭터로 둘러싸여 있으며, 지난 할로윈(10월 31일)에는 [Pokemon]의 대표적인 먼스터인 '피카츄'가 가장 인기 있는 할로윈 복장으로 꼽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바람에 이 의상을 미처 구입하지 못한 미국 엄마들은 피카츄 패턴을 구해 와서 아이들에게 직접 만들어주 는 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NPD Group(장난감 분야의 Nielsen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1998년 8월 미국에 [Pokemon] 비디오 게임이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 한 해 동안 6백만 개 이상의 게임기가 팔려 나갔고, 최근에는 신제품인 [Pokemon Yellow]를 내놓은 지 약 2주 만에 미국에서 1백만 개 이상이 팔려 나가,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으로 기록되었다고 밝혔다. Pokemon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5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산업이며, 미국에서만 1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Pokemon은 11월 12일 만화 영화인 [Pokemon the First Movie : Mewtwo Strikes Back]를 통해 스크린에까지 무대를 넓혀가게 된다.
Pokemon으로 주가를 올린 KidsWB
비록 비디오 게임에서부터 출발했다 할지라도 어린이들을 Pokemon에 열중하게 하며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게 한 주요 매개체가 [Pokemon] TV 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지난 2월 KidsWB(1998년 9월부터 1999년 1월까지는 신디케이션에서 보급)에서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을 보여온 [Pokemon]은, 9월 11일 310만 명의 어린이를 끌어들이며 KidsWB 사상 최대의 시청자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번 가을 시즌 새로운 에피소드를 선보인 후, 최고의 어린이 케이블 채널 Nickelodeon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어린이 프로그램 분야의 선두(2∼11세, 평균 160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Nickelodeon하면 [Rugrats]를, FoxKids라면 [Power Rangers]라는 대표 프로그램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제 KidsWB도 [Pokemon]이라는 간판 프로그램을 갖게 된 것이다. KidsWB는 [Pokemon]의 여세를 몰아 자신의 네트워크 시청률 상승을 꾀하고 있는데, 토요일 아침 두 편의 [Pokemon] 에피소드(8:30/10:00) 사이에 [Batman Beyond]과 [Man in Black]을 샌드위치 편성한 것이 그 노력의 일환이다. "[Pokemon]이 …… 우리의 다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이 네트워크의 새로운 시청자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WB 엔터테인먼트의 담당자인 수잔 다니엘(Suanne Daniels)은 말한다. KidsWB의 [Pokemon]이 부상하자 Nickelodeon이 지난 7월부터 새 프로그램인 [SpongeBob SquarePants]를 같은 시간대에 편성해 맞대결을 벌이고 있고, FoxKids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Poke- mon]의 유사품으로 간주되는 [Digimon : Digital Monsters] 시리즈를 내놓아 꽤 좋은 출발을 보이는 등 어린이 채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타이밍도 하나의 성공 전략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미국에서도 [Pokemon]의 성공을 장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Pokemon] 현상을 만들어 냈던 닌텐토사는 지난해 초 미국에서 이를 시판하면서 1,400만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마케팅 전략을 진두 지휘했는데, 비디오 게임의 효과가 1998년 가을 TV 쇼의 개봉과 동시에 일어나도록 계획되었다. 일본과 미국의 닌텐토사는 1996년 일본에서 [Pokemon] 비디오 게임인 [Game Boy]를 처음 시판한 경험을 살려, 미국에서도 게임기를 먼저 소개한 다음 게임기의 인기를 몰아 TV 만화 영화에 박차를 가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이 전략이 적중해 비디오 게임과 TV 쇼에 대한 요구가 잘 맞물려 비디오 게임이 하루에 거의 1만 개꼴로 판매되고, TV 쇼도 지속적으로 방송 횟수를 늘리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닌텐토사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의 인기가 반드시 이 [Poke- mon] TV 시리즈 성공의 유일한 열쇠는 아닌 것 같다. 만화 영화 시리즈 가운데 [Super Mario Brothers]도 닌텐토 게임에서 왔지만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이다.
선(禪:Zen) 방식과 탄탄한 줄거리가 히트 요인
[Pokemon]은 미국 애니메이션이 강력한 폭력이나 잔인함이 없다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지배적인 가정을 깨고, 다소 특이하게 선(Zen) 방식과 탄탄한 줄거리를 이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 [Pokemon]을 배급하는 회사인 4Kids Entertainment의 대표이사인 알프레드 칸(Alfred Kahn)은 말한다. 이 이야기는 Pokemon 마스터인 열 살 난 Ash Ketchum이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의 [Pokemon]들에 대한 교육은 무술이나 격투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보이스카웃 활동과 탐험 여행을 마치 혼합해 놓은 것과 같다. Pokemon 마스터로서 그의 포부는 Pokemon들을 길들이고 그들의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배지를 수집하는 것이다.(시리즈의 끝부분에 표현되는 것처럼 "Gotta catch 'em all!") 트레이너는 보통 그 자신의 [Pokemon] 중의 하나를 시합에 내보내서 상대 [Pokemon]을 사로잡는데, 그런 싸움에서도 전기나 심리적인 힘을 이용할 뿐 유혈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싸움에 지더라도 결코 죽는 법이 없다. 게다가 "[Pokemon]은 어린이용 일일 연속극 같아서 그 스토리는 끝이 없는데, 이것이 나쁜 사람과 싸우고 그런 다음 끝나 버리는 여타의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다. 만약 여러분이 한 에피소드를 놓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놓쳐 버린 느낌이 들 것"이라고 4 Kids Production의 사장인 노먼 그로스펠드(Norman Grossfeld)는 말한다.
등장 인물들의 서구화
[Pokemon]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 어린이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 스태프들이 일본 풍의 등장 인물들을 서구화하는 데 쏟은 노력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비록 등장 인물들의 생김이 백인들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세트에는 동양의 철학과 일본 문화가 깊이 배어 있는데, 미국 프로듀서들은 각 에피소드를 일일이 다시 보고 검토한 후, 일본의 특성을 보여 주는 부분들에 대해 번역 차원을 넘어서 전혀 다른 내용으로 더빙을 시도했다. 가령 예를 들어, 일본어 대본에는 말 장난(동음 이의어를 이용한 익살)을 하며 웃는 장면이 나오지만, 영어로 번역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의 대본을 새롭게 각색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또 Danny DeVito가 극중에서 악역을 맡아 브루클린 말을 썼던 것을 생각하며 악한으로 나오는 James와 Jesse 두 사람을 브루클린 말을 쓰도록 하기 위해 원작의 인물보다 화려하고 세련된 성격을 가진 새로운 인물로 다시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각 에피소드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썼고, 일일이 이것을 바꿨으며, 립싱크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각 에피소드를 고치는 데 서너 달씩 걸리기도 했다고 그로스펠드는 전한다.
여러 요인의 결합이 동시에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 한편, [Annenberg Public Policy]의 필라델피아 사무실의 연구원으로서 어린이 TV를 연구하는 아미 조던(Amy B. Jordan)에 따르면, [Pokemon]의 성공은 비니 베이비의 수집성과 [Power Ranger]의 변형성(1993년 [Mighty Morphin Power Rangers]가 등장한 이후 [Power Rangers Zeo], [Power Rangers Turbo], [Power Rangers in Space], [Power Rangers : Lost Galaxy] 등으로 변형), 그리고 [Lassie], [Rin Tin Tin] 이후 어린이들 사이에 히트한 동물 양육 등의 3가지 개념이 [Pokemon]을 통해 동시에 충족될 수 있기 때문에 [Pokemon]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은 Pokemon
[Pokemon]의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150여 종이나 되는 [Pokemon] 카드 수집에 지나치게 열중한 나머지,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카드를 트레이드하고 있으며, 만만치 않은 카드 값 때문에 학생들 간의 위화감이 일고 있고, 또 카드로 인해 학교 내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가 하면, 일부러 소량만 제작하여 희귀한 카드를 만들어 내는 카드 제조 회사의 상술까지 겹치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때가 왔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 카드를 갖고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는가 하면 카드 트레이딩이 도박의 일종이라며 제조사인 Nintendo of Americ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도 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Pokemon]에 대한 부모들의 시각은 비교적 긍정적인 면이 강하다. 오히려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을 함께 함으로써 자녀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로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과 이것을 갖고 함께 논다는 부모들이 늘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미국 닌텐도사의 베쓰 리벨린(Beth Liewelyn)은 귀띔한다. 또 요즘 엄마들은 [Pokemon] 카드를 사려면 돈을 저축하라고 오히려 아이들을 부추기는가 하면, The National Parenting Center는 [Pokemon]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이 게임에 인증 마크를 주기도 했다. 아마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조차도 폭력과 유혈이 난무하는 미국 TV 프로그램에 지친 부모들에게 [Pokemon]이 보여 주는 선(Zen) 개념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ㅇ 참조 : USA Today '99. 10. 21., Variety '99. 11. 1. ㅇ 작성 : 장원용(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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